자원·에너지

디딤돌 2012. 5. 25. 09:52

    햇볕으로 발전소의 위험성 지우기

 

봄이 실종되었다. 봄이라고 주장하는 달력을 두 장이나 넘겨도 춥기만 했던 바깥 날씨가 어느 순간 뜨거워졌다. 날씨가 하도 들쭉날쭉해 두툼한 저고리를 장롱 깊숙한 곳에 넣지 않았는데, 이젠 치워도 될 듯하다. 그래도 긴팔 와이셔츠를 포기하지 못한다. 아직 여름은 아니라고 달력이 주장하므로.


개나리에서 진달래로, 목련에서 벚꽃으로, 차례로 피었던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자, 곤충과 새들도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이른 봄부터 둥지를 치고 짝을 찾던 가까운 자연공원의 박새와 까치들이 어수선한 게, 아직 제 짝을 찾지 못한 모양이다. 알에서 새끼들이 깨어났을 때, 먹여야 할 벌레들이 나뭇잎이나 풀숲에 많아야한다. 한데 종잡지 못한 날씨는 곤충까지 혼란스럽게 했는지, 새들의 먹잇감이 드물다. 박새도 까치도 짝 찾기 두려웠는지 모른다.


봄볕은 강하다. 아직 나뭇잎이 넓지 않을 때 내리 쪼이는 햇볕은 멋모르고 돌아다니는 이를 지치게 한다. 그늘이 없는 보행자도로를 봄볕 속에 걷는 일이 그리 흔쾌하지 못한데, 공공 주차장을 지나려니 아스팔트에 반사되는 열기가 뜨겁다. 바닥에 잔디블록을 깔아놓은 독일은 나무를 충분히 심어 주차된 차와 주차장을 시원하게 만들던데, 우리 주차장은 마냥 뜨겁다. 주차한 사람은 시동 걸자마자 에어컨부터 켜고 싶을 테고, 도시는 그만큼 더워질 것이다.


주차장에 나무를 심으면 주차면수가 줄어든다. 예산 대비 효율화를 먼저 생각하는 자치단체는 나무 심자는 의견을 탐탁하게 여길 것 같지 않은데,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자는 의견을 내놓으면 뭐라고 할까. 예산이 많이 들어가므로 우선순위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할까. 한데 태양광 발전 시설 아래 차를 두면 차도 도시도 그만큼 시원해질 것이다. 에어컨을 그만큼 덜 사용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전기가 생산되는 만큼 화력발전이나 핵발전 시설을 줄일 수 있다.


인천은 수도권에서 화력발전 시설이 가장 많은 곳이다. 280만 인천 인구는 물론이고 인천에 유난히 많은 산업시설과 공항과 항만이 사용하고도 한참 남을 만큼 전기를 생산한다. 인천에서 쓰는 전기의 대략 2.5배를 생산하느라고 막대한 양의 석탄과 천연가스를 태워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도 상당하다. 발전소 측은 기술이 좋아 많은 오염물질을 절감한다고 말하지만 워낙 발전 규모가 막대해 배출되는 양이 많다. 한데 문제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다. 국제적 노력에 발맞춰 우리나라가 줄이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면 인천의 발전소는 가동을 멈춰야할지 모른다.


사용하는 전기의 17퍼센트 정도를 바람이나 햇볕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서 구하는 독일은 핵발전소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당장 9기를 껐고, 나머지 8기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데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전기가 모자라지 않았다. 그런 독일은 우리보다 햇볕이 강하지 않다. 오히려 약한 편이다. 바람도 그리 거세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도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적극 찾아야 한다. 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를 일방적으로 당하는 인천이 특히 그렇다.


위험천만할 뿐 아니라 후손 대대로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물려주어야 하는 핵발전소를 우리도 독일처럼 단계적으로 폐쇄하자고 제안하는 한 전문가는 국토의 2퍼센트에 태양광 발전시설로 덮으면 전기를 자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햇볕이 약한 날, 밤에 사용하는 전기를 감안해도 4퍼센트면 충분하다고 덧붙이며 우리나라 도시의 면적이 16퍼센트라고 했다. 그렇다면 도시의 4분의1만 태양광 발전시설로 덮으면 핵발전소는 물론이고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력발전소도 퇴출시킬 수 있다.


     우선 도시의 주차장과 지붕 넓은 대규모 체육시설, 관공서, 학교의 건물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나아가 주택과 상업시설도 가능해질 것이다. 도시의 8분의1만 덮어도 도시는 덜 덥고 덜 위험해질 것이다. 화력과 핵발전소의 위험은 당장 줄어들 것이다. 그를 위한 논의가 지방과 중앙정부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햇볕이 더욱 아까워질 여름이 다가온다. (기호일보, 2012.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