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3. 7. 23. 16:46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오염된 방사선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염, 다시 말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데 한 가구에 500만 엔이 들어간다는 보도가 일본에서 나온 모양이다. 500만 엔이라면 우리 돈으로 5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물론 제염한다고 방사성 물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물로 닦거나 오염된 흙을 걷어가도 방사성 물질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뿐이다.


정확하지 않지만, “내가 마시려고 떠 놓은 물에 누가 똥 쌌어?”라는 내용이 있는 시의 제목은 양변기.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서양인이 평가한다는 양변기는 수인성 전염병을 크게 줄였다. 6번 교향곡 초연이 대성공을 거둔 차이코프스키는 상기된 상태에서 냉수를 마신 뒤 콜레라로 사망했다는데, 양변기는 그런 수인성 전염병을 유럽에서 몰아내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처리된 사람의 배설물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양변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우리 조상은 기생충 감염은 많았어도 수인성 전염병은 드물었다. 배설물을 퇴비로 발효시켜 자신의 논밭에 뿌렸기에 4천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농작물로 농사를 지어도 해마다 풍년이었다고 1900년대 초, 미국 농림성의 고위 관료 프랭클린 히말 킹이 자신의 책 4천년의 농부에서 감탄했다.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들여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정화시킨 물로 배설물을 휩쓸어내는 양변기는 수인성 전염병을 크게 줄였지만 농토는 그만 지력을 잃었다. 유럽이나 우리나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땅이 황폐화되었다.


제염 작업으로 후쿠시마 일원의 흙은 한 군데 끌어 모으지만 일본 당국은 뒤처리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핵발전소의 중저준위 폐기물처럼 콘크리트와 섞어 철제 드럼통에 넣은 뒤 안전한 장소에 영구 밀폐해야 정상이지만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그 방법 밖에 없을 거라고 전문가는 예상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보듯, 핵발전소는 폭발 뒤 처리는 매우 어렵다. 발전소가 애초 없었다면 좋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든 아니든, 핵폐기물과 오염물질을 그 지역에서 처리해야 한다면, 핵발전소는 세워질 수 없을 것이다. 한데 핵발전소 주변 인구밀도가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는 안전관리가 형편없다. 부정부패가 만연됐다.


현 정권의 인수위원 시절, 내정자였던 윤성규 현 환경부장관은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의 연장을 언급해 인천시를 자극한 적 있었는데, 최근 인천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여해 갈등조정을 약속했다. 환경부장관이 언급한 갈등조정이란 쓰레기 처리의 원칙, 다시 말해 발생한 장소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서울과 경기도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미 한 차례 기한이 연장돼 2016년에 폐쇄하기로 합의했건만, 그 매립장으로 2016년 이후에도 서울과 경기도가 싣고 갈 쓰레기를 밀폐형 탱크로리로 운반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 있는 곳은 갯벌이었다. 광주를 짓밟아 집권해서 그랬을까, 이태 동안의 흉작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전두환 군사정권이 쌀 증산을 위해 동아건설에 황급히 매립권을 안겨주었지만 당시 동아건설은 서산을 매립한 현대건설과 달리 농사를 회피했다. 그 매립지 일부가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다양한 어패류를 오랜 세월 무한히 내주면서 육지의 오염물질을 정화했던 인천의 갯벌이 논이나 밭이 아니라 수도권 생활쓰레기 매립장으로 버림받은 것이다.


수도권으로 부는 편서풍 지대의 서편에 자리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매립되는 쓰레기의 거의 절반인 45퍼센트는 서울에서 오고, 경기도 쓰레기가 39퍼센트 매립된다. 악취를 감당할 수 없던 매립지 주변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음식 쓰레기의 반입이 현재 저지되었지만 저항이 없었다면 계속되었을 것이다. 음식 쓰레기 반입이 저지되자 지방자치단체는 대책을 마련해야했다. 마을 어귀의 쓰레기에서 악취가 풍기지 않았던들 대책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쓰레기는 발생 지역에서 처리해야 옳다. 그래야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는 발생 원인을 생각하며 줄이려 노력한다. 발전소가 없는 서울의 전기 소비량이 가장 높지만 태양이나 바람으로 전기를 지역에서 자급하는 독일의 마을들은 아끼고 효율을 높이려 애를 쓴다. 우리와 달리 발전소에서 멀수록 가격이 비싸다. 수도권 매립장에 모이는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 쓰레기가 눈앞에서 쉽게 사라지면 발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재활용이나 재사용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정의가 퇴색되고 낭비는 촉발된다.


수도권 매립지 시한은 4년 남았다. 이제라도 준비하면 2016년까지 자기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시민들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할 것이고 낭비 요인을 차단하려 애를 쓸 게 틀림없다. 에너지 소비도 줄이고 지구온난화도 그만큼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발생시킨 쓰레기로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야곱의우물, 2013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