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4. 2. 27. 11:02

 

러시아 소치는 막바지 동계올림픽이 한창인데, 소치가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어렵게 따뜻한 지역인 줄 미처 몰랐다. 대단한 비용으로 새로 지은 실내 경기장임에도 쇼트트랙은 물론,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들까지 넘어지는 이유를 빙질이 무르기 때문이라고 해설위원은 분석했다. 뜻하지 않게 넘어지거나 최선을 다해도 평소 기록을 낼 수 없게 만드는 기온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최첨단 냉각 장치도 소용없게 만드나 보다. 4년 뒤 평창은 괜찮을까.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들이 환영회장에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체육관 지붕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경주의 한 리조트에서 발생했다. 리조트를 소유한 대기업이 돈을 아끼려고 싸구려 건축재를 사용했기에 사고를 부른 건 아니리라. 경주는 눈이 쌓일 정도로 내리는 곳이 아니다. 건축주는 일주일 내내 눈이 쌓일 거로 예상하지 못했고 리조트 관리자는 눈이 쌓일 때 행동규칙에 익숙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정부는 신입생 환영회를 금지하고 손 털 게 아니라 남쪽 지방의 건축물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는 어떤 기상이변을 언제 어디에 안길지 모르는 마당이다.


4년 전 캐나다 밴쿠버는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고심이 컸다. 겨울철마다 내리는 눈이 많은 곳이었는데 연일 비가 내렸던 거다. 다행히 올림픽 개최 직전에 기온이 내려갔고, 인공눈을 듬뿍 뿌려 경기를 치룰 수 있었는데, 평창은 순조로울 수 있을까? 소치에서 게임이 한창일 때 백두대간 동쪽은 무시무시한 눈이 내렸지만 4년 뒤에 인공눈이 필요 없을까? 기온은 평창답게 차가울까? 지구온난화는 자연재해를 동반하며 심화되고, 폭우와 폭설이 계절을 무시하는 현상이 빈발하는데.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위협을 전문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본다. 물론 그 전에 심각한 가뭄과 홍수가 예전에 없이 빗발치며 고통을 안기겠지만 버틸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은 주거지와 경작지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해수면은 욕조에 물이 차오르듯 상승하지 않는다. 강력해지는 태풍의 영향으로 해일과 쓰나미를 동반하는 바닷물은 해안지방에 걷잡을 수 없는 재해를 안길 것이다. 그렇다면 해수면보다 낮게 조성할 것으로 알려진 새만금 간척지는 언제까지 안전할까. 10년 가까이 최우수로 선정된 인천국제공항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전라남도 강진군은 1976년 간척을 완료해 70여 주민이 여태 농사짓는 간척지 200여 헥타르를 다시 갯벌로 환원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1965년 이전에 꼬막과 다양한 조개, 개불, , 매생이가 널린 갯벌이었지만 쌀 증산을 위한 국가 시책으로 농경지로 변한 장계간척지가 그곳이다. 1.7킬로미터의 방조제로 바닷물을 가로막은 장계간척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역간척 기록을 남길까? 강진군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꼬막을 양식한다면 농가 소득이 11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기 때문이다.


역간척한 뒤 2015년부터 대규모 꼬막 양식단지를 조성하고 고급 조개 종묘장을 설치하려는 강진군은 200억의 국비 지원을 기대한다. 갯벌 1제곱킬로미터에서 63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해마다 발생한다는 정부 보고서를 인용하는 강진의 환경단체는 식량 생산 기지의 효력을 다했다며 역간척을 지지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역간척으로 200헥타르의 경작지를 잃겠지만 쌀 이상의 영양분을 가진 식량을 갯벌에서 다채롭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역간척 이듬해부터 기대했던 수익은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갯벌의 생태계가 금방 회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 지리 교과서는 우리나라 해안은 리아스식이라 복잡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매립한 곳이 하도 많아 지도 위에 자 대고 죽 그을 수 있는 해안선이 아닌가.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갯벌은 공업단지나 도시용지, 국제공항을 위해 광활하게 매립했다. 그로써 우리는 다채롭고 풍요롭던 어패류와 해양문화를 잃었고 어패류들은 산란장을 잃었다. 갯벌을 잃고 먹는 식량의 4분의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지만 지구온난화는 우리에게 곡물을 수출하는 미국의 곡창지대를 가뭄에 시달리게 한다. 그런 상황에도 우리는 한 해 20조 원 이상의 음식을 쓰레기로 버린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의 원인을 제공했던 쓰나미는 리아스식 해안의 분별없는 매립과 무관하지 않다. 지진 뒤 해안으로 밀려오는 쓰나미의 위력을 분산할 자연이 사라진 것이다. 오랜 세월 일본에서 쓰나미를 완충하며 존재해온 리아스식 해안은 우리나라에서 해일 파고를 완충해주었는데, 갯벌이 매립된 만큼 그 수단은 사라졌다. 해수면이 상승한 뒤 자연재해는 더욱 매서워질 것인데, 인천국제공항은 대책이 없다. 새만금은 제방을 넘어오는 바닷물에 잠기고 말 것이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5차보고서는 그 우려를 구체화했는데, 우리를 포함한 산업국가들은 온실가스를 조금도 줄이지 않는다.


자정능력이 빼어난 갯벌은 인체로 비유하면 콩팥이고 어패류의 오랜 산란장이므로 자궁이며 막대한 식물성플랑크톤에서 산소를 내보내는 까닭에 허파다. 농경지보다 훨씬 많은 식량을 공급하고 재해를 막아준다. 그러므로 장계간척지의 역간척은 의미가 있다. 갯벌의 플랑크톤과 작은 무척추동물이 바로 회복되지 않을 테니, 기대하는 소득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강진군은 소득증가를 앞세우기 전에 갯벌 생태계 복원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고, 역간척 이후의 모니터링도 철저하게 수행해야 한다. 다른 역간척을 위해.


역간척은 생존을 위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 장제간척지에서 서해안과 남해안의 크고 작은 공업단지와 농경지, 나아가 새만금 간척지까지 갯벌로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송도 신도시와 인천공항의 적지 않은 면적도 바다로 돌려주어야 할지 모른다. 거듭된 해안 매립으로 육지를 넓힌 인천은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해 더욱 거칠어질 해일에 무방비 상태다. 인천시는 강진군의 역간척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인천in, 201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