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5. 2. 7. 23:13

 

핸드폰 광고였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텔레비전 전파를 탄 광고가 한동안 불편하게 만들었던 적 있다. 아기를 안은 엄마가 남대문을 비껴 지나가는 버스에서 남대문이 국보 1라고 가르쳐주자, 막 말문이 트였을 정도로 보인 아기는 그러면 국보 2호는?”하고 물었던 광고였다. 그 아기는 영특한 걸까? 영특했다면 엄마 국보가 뭐야?”하고 물어야 했다.


당시 그 광고에 문제의식을 드러낸 광고 전문가는 없었는데, 우리 사회에 어른스러울수록 아이를 대견하게 여기는 부모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대학생인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에서 송사답사를 떠듬거리며 읽는 꼬마를 보며 착잡했는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흐뭇하기만 했다. 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심지어 유치원부터 선행학습에 몰두하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으니 여전하겠지?


누가 큰돈을 지원했는지 작년 한 송년회는 고급 호텔에서 열렸다. 송년회 하던 별도의 방을 제외한 넓은 홀에 일반 손님들이 모여들었는데, 음식 값은 상당히 부담스러웠어도 연인들은 물론, 부모와 들어온 유아와 초등학생들도 음식을 고르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형편없다는 걸 모를 텐데, 부모는 알까? 관심은 있을까?


식량의 4분의3 이상을 수입하면서 해마다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음식쓰레기를 내놓는 국가답게, 음식 값 때문에 자식 기죽이고 싶지 않은 부모들이 넘친다. 돈을 충분히 벌어들이는 부모들은 고급 식당을 자녀와 드나들기에 별 부담이 없을 텐데, 앞으로는 어떨까? 개인이나 국가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구입하거나 수입할 식량이 국내에 부족해지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석유위기가 이미 가시화되었는데, 우리의 안일한 분위기가 몹시 불안하다.


국제 석유가격이 치솟자 경제사정이 주춤하고, 치솟는 석유가격은 1000미터 지하의 모래와 바위틈에서 셰일가스를 끌어올리도록 추동했지만 앞으로 어찌 바뀔지 모른다. 지상의 생태계를 황폐화하는 셰일가스가 에너지 시장에 넘치자 석유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석유가격이 떨어지면 셰일가스 개발은 주춤할 것이다. 그러면 석유가격은 다시 오르고 잠깐 반등하던 경제사정도 동반추락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배 터지도록 먹는 식량은 막대한 석유의 지원 없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석유로 가공하는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불가능한 단작은 석유를 들이키는 농기계가 필수다. 대형 트럭과 창고, 비행기와 오대양을 누비는 거대한 선박이 동원된다. 대부분의 산업축산을 뒷받침하는 옥수수는 옥수수에서 얻는 칼로리의 10배 석유가 지원되어야 파종, 경작, 수확, 저장, 이동이 가능하다. 그 옥수수를 16킬로그램을 먹여야 쇠고기 1킬로그램을 얻는데 세계의 유정은 바닥을 드러냈다. 가진 돈이 많다 여기는 우리, 마냥 안심할 수 없다.


요즘처럼 풍족한 삶은 지속될 수 없다. 지금 추세로, 유아들이 어른이 될 때 위기가 닥칠 것으로 석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늦기 전에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선행학습에 길든 아이들과 고급 식당을 즐겨 찾기보다 다가올 식량위기에 대처할 마음가짐을 심어주어야 한다. (푸른두레생협 소식지, 2015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