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6. 8. 31. 21:40


지난 7월 말, 드디어 어린 황새 두 마리가 독립을 선언했다. 실로 긴 시간 기다림 뒤의 경사다. 예의주시할 일은 가볍지 않게 남았지만 마지막 한 쌍의 텃새였던 한 마리가 1971년 밀렵꾼의 총탄에 쓰러진 45년 만에 황새가 다시 텃새로 우리 땅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으리라.


20159, 예산군 예당저수지 주변에서 황새 8마리가 먼저 방생되었다. 1996년부터 주의 깊게 연구하며 증식해온 한국황새생태연구원에서 가진 자연적응 훈련을 마친 개체였다. 1995년부터 러시아와 독일, 그리고 우리보다 5년 먼저 복원에 들어간 일본에서 꾸준히 들여온 황새는 복원센터에서 부지런히 개체수를 늘렸지만 바로 자연에 풀어줄 수 없었다. 짝을 찾아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부화시킨 뒤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과정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자격이 주어진다.


복원 연구 20년 만에 자연으로 나간 8마리의 황새는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았기에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한 마리는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철새 본능이 있었던 걸까? 희한하게 오키나와의 한 공항에서 비행기와 충돌해 죽었는데 나머지 7마리는 국내 여기저기에서 잘 살고 있다. 살아남은 7마리 중 예산에 둥지를 마련한 황새 한 쌍이 두 마리의 새끼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했고, 무럭무럭 자라던 새끼가 제 삶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난 것이다.


황새 방생 1년 전에 일본에서 2년생 황새 암컷이 경상남도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왜 봉하마을이었을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성을 다해 만든 유기농업단지에서 농약 냄새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 황새를 우리는 봉순이라 이름 붙였는데, 시베리아에서 찾아온 겨울철새인 황새 무리 중 한 수컷과 잠시 어울리더니 헤어졌다. 시베리아 수컷과 짝을 이뤄 우리 땅에 정착하길 바랐지만 일본으로 돌아갔고, 이후 6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봉하마을을 이따금 들리더니 얼마 전 자신의 고향에서 짝을 만났다고 한다. 황새는 부부가 평생 해로하는데, 황새봉순이 부부는 둥지를 어디로 잡을까? 혹 봉하마을은 아닐까?


황새 한 쌍이 새끼를 건강하게 키우며 살아가려면 여의도 절반 정도 면적의 유기농업 마을과 논이 필요하다고 한다. 방생한 황새들을 정성을 다해 보살피는 일본 효고 현 도요오카 시는 유기농업으로 안전한 서식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방생한 모든 황새들이 살아가려면 좁을 것이다. 도요오카 시에서 황새를 바라본 관광객들이 시중보다 훨씬 비싼 쌀과 농작물을 흔쾌히 구입하며 유기농업을 지원하지만 늘어나는 황새를 모두 감당할 정도로 농촌 지역이 넓은 건 아니다.


봉순이는 우리 자연에서 잠깐 미호를 만났다. 미호는 황새복원연구센터의 울타리를 슬그머니 빠져나온 1년 생 애송이였다. 어리둥절히는 미호와 잠시 안전한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던 봉순이는 일본으로 떠났고 미호는 농약에 중독된 먹이를 먹고 혼절한 적 있다. 도요오카 시에서 농약 없는 먹이를 먹던 봉순이는 봉하마을에서 안전한 먹이를 찾을 수 있었지만 복원센터에서 내어주는 먹이만 먹던 미호는 그만 쓰러졌고, 주민의 신고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봉순이는 하는 수 없이 비좁아진 고향으로 돌아갔을지 모른다.


퇴임한 대통령의 노력으로 친환경 농업에 나선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봉하마을 들판은 95만 제곱미터의 면적으로 여의도의 절반에 불과하다. 황새 한 쌍이 겨우 살아갈 공간인데, 최근 정부는 봉하마을을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지 이용 가능성이 낮은 지역이라고? 각종 규제를 풀어 개발하겠다는 의지였을까? 정작 봉하마을 주민들은 의아했다. 몸과 마을을 모은 주민들이 유기농업을 훌륭하게 일궈나가는 지역이 아닌가. 그동안 친환경 농업단지로 표창했던 정부의 전례는 무엇이란 말인가?


정부 발표에 대해 마을대표는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시도했다는 의심도 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는데, 해제를 원하는 대부분의 지역과 달리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취소하라고 하니 담당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정책국은 놀랐나보다. 결정을 보류하고 주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정부의 수정안이 나왔다. 일단 다행인데 안심해도 좋을까? 유기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만이 아니다. 황새복원연구센터에서 해마다 방생할 황새의 처지에서 살펴봐야 한다. 황새만이 아니다. 경남 우포늪에서 복원을 위해 개체를 늘리고 있는 따오기도 넓은 유기농업단지가 절실하다.


총소리가 나도 날아가지 않는 따오기를 서양 포수들은 멍청한 새라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때 이야기다. 화사한 붉은 깃이 아름다운 따오기를 우리 조상은 해치지 않았다. 논둑을 다니며 해충을 제거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는데, 한 가마 씩 잡아가는 포수에게 그저 값나가는 표적에 불과했고, 그만 황새보다 먼저 우리 땅에서 사라졌다. 황새나 따오기나 농약에 치명적이다. 농약 냄새를 기억하고 피할 능력을 배우지 못한다면 복원하려 방생해도 소용없을 것인데, 우리나라의 유기농업단지는 시방 늘어나고 있는가?


유기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조금씩 증가하지만 유기농업단지가 눈의 띄게 확산되는 기미는 아직 없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좋은 농산물을 고르는 중산층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지만, 충분치 않다. 우리는 건강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유기농업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사에서 그칠 수 없다. 미생물에서 사람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살리는 농업이어야 한다. 내 가족에서 이웃으로, 가족과 이웃이 다채로운 생물이 건강하게 이어지는 생태계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방생한 황새가 거푸 가족을 꾸리고, 반세기 만에 우리 땅에서 태어난 어린 황새가 건강하게 살아가야 할 유기농업단지는 예산에 한정할 수 없다. 따오기가 방생될 우포늪도 사정이 녹록치 않다. 황새와 따오기가 방문자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자연을 갖고 싶다면 유기농업단지를 전국에 획기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내일의 행복이 가격에 포함된 고가의 유기농산물을 흔쾌히 구입하며 유기농업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지만 우선 봉순이가 선뜻 신접산림을 꾸릴지 모를 봉하마을부터 보전해야 한다. (작은책, 2016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