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6. 10. 16. 22:49


아직도 인천을 서울과 수도권의 관문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까? 그럴지 모른다. 대부분의 언론은 여태 서울, 부산 다음에 대구, 광주, 대전을 습관처럼 읊조린다. 인천은 그저 관문이라는 투다. 인천이 대구보다 50만 이상 인구가 많건만 두 도시의 국회의원 수가 같다는 사실을 모르는 인천시민이 많다. 알아도 의아해하는 경우는 드물다. 머지않아 300만에 이를 인천시민 중 인천시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하는 시민은 더욱 드물다.


송도신도시의 멋진 건물은 최첨단을 자랑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와서 견학한다지만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로 가을에도 뜨거워지는 바다를 따라 태풍이 관통하면 비참해질 수 있다. 해운대의 풍광을 오만하게 독점한 마린시티보다 피해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혹독할 것이다. 천혜의 갯벌을 매립한 자리에 세운 최첨단이라도 완충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태풍 차바가 적나라하게 경고했다.


항공사에서 서울인천공항운운할 때 인천시민은 부아가 끓는다. 인천의 오랜 자산이던 갯벌을 매립해 차지한 공항은 분명히 인천공항이거늘 왜 서울을 앞세우는가? 하지만 인천의 실상은 어떤가.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시설을 끌어안으며 불안에 떨고 그들의 생활쓰레기까지 처리하며 코를 움켜쥐고 있다. 인천시가 사용하는 전기의 3배 이상 생산해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하는 대가는 모독에 가깝다. 수명을 단축시키는 1급 발암물질, 초미세먼지 세례가 아닌가.


관문이므로 감수하라는 이야기에 진저리만 칠 수 없다. 당장 돌이킬 수 없다면 역발상을 구상해야하지 않을까? 비록 대구와 같은 수의 국회의원이지만 그들이 의지를 모으면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를 사회정의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 또한 인천시민이 행동할 수 있다. 인천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끼도록 인천시와 마음을 모을 수 있다. 300만이라는 인구의 수가 자랑일 수 없다. 인천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를 거리를 발굴해야 한다. 많지 않은가?


번쩍번쩍한 빌딩은 더욱 화려한 건물이 등장하는 순간 빛을 잃는다. 하지만 독특한 문화와 역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모일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그런데 그런 가치는 환경이 보전되는 동안에 빛을 발할 뿐이다. 갯벌도 해안의 모래도, 바다 한가운데의 풀등도 개발로 사라져가고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으로 위기를 맞았어도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재해를 완충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하며 무한한 먹을거리를 내주었던 갯벌은 섬 지방 이외에 손가락만큼 남았지만 아직 그 자리에 수많은 철새가 온다. 세계적 진객인 저어새가 자리 잡았다. 해사채취와 해안매립으로 어패류의 산란장이 사라져 자취를 감춰가지만 아직 진귀한 먹을거리를 바다에서 얻을 수 있다. 다른 지방에서 구할 수 없는 자부심이요 행복이다. 발굴할 인천의 가치는 가슴 벅찰 만큼 많다.


부산 마린시티 이상의 재해가 덮치기 전에 우리는 인천에 뿌리내릴 후손을 위한 환경정책을 환경정의와 세대정의 차원에서 실천할 때가 되었다. 인천시는 지난 10환경주권을 선포했다. 이제까지 희생이 강요되었지만 300만 시민, 아니 그보다 다음세대 인천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중요한 선언이다. 하지만 선언으로 그치면 안 된다. 낮은 집값보다 문화와 역사가 자랑스러워 뿌리를 내린 인천시민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실천이어야 한다.


선포 단계지만 분명한 환경주권이므로 인천시민의 안전과 자존심을 살피려는 흔적이 보인다. 제도적 한계는 인천시민의 행복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이 시민들의 의견을 살피며 개선해야겠고 예산의 한계는 우선순위를 조정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려함과 최첨단은 재해 앞에 사상누각이다. 두툼한 돈보다 살가운 이웃이 내일은 든든하게 만든다. 하지만 환경이 불안하면 모든 게 불안하다. 자존심보다 행복, 행복보다 생존이 중요하기에 환경주권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어쩌면 더욱 강화해야 할 정책이다. 그러므로 기대한다. (기호일보, 201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