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6. 10. 17. 16:55


나이스 샷!”

뭐라구?”

나이스 샷이라구요 부장님.”

아니, 뭐라구? 잘 안 들려!”

! ! ! ! 이라구요, 나 부장니임!”

그래? 난 또, 나가자는 줄 알았지.”

뭐라구요?”

 

때는 2020, 서울의 어떤 정부투자기관에 근무하는 나바뻐 부장과 전아부 과장의 라운딩에서 나올만한 대화 한 토막이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 서울 외곽, 김포공항 바로 옆을 차지한 골프장인데 의외로 쉽게 부킹에 성공한 전과장은 칭찬을 예상했지만 틀어지고 말았다. 5분마다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소음으로 일상적 대화는 불가능했다. 전아부 과장은 다신 나바뻐 부장과 그 골프장 예약을 하지 않을 게 뻔한데, 다른 이는 어떨까? 아무리 부킹이 쉬워도 일부러 스트레스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을까?


가을을 맞은 2016년 김포공항 주변의 습지는 갈무리하는 생태계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지만 공사를 예고하는 구석구석의 작은 붉은 깃발들이 섬뜩하게 펄럭였다. 겨울을 앞둔 작은 새들은 인적에 놀라 덤불에서 먹이를 찾다 말고 떼를 이뤄 날아가고 흰뺨검둥오리 무리도 삼삼오오 하늘을 맴돌았다. 추수를 방금 마친 들판을 때 이르게 찾은 기러기는 낙곡 많은 골프장 예정지를 기억하려는 듯 끼룩거리며 높이 나는데, 내년에 다시 올지, 기약할 수 없다.


한강 주변의 들판이므로 원래 습기가 많은데, 비행기 이착륙 소음은 참을 수 없는 민원으로 이어졌고 견딜 수 없던 정부는 일괄 구입해 20년 넘게 방치했다. 농민과 농약이 사라진 들판은 자연스런 습지로 환원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채로운 맹금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들이 드나드는 건 먹이가 되는 동물이 충분하다는 걸 반증한다. 맹금류뿐이 아니다. 하도 드물어져 보호대상종이 된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쉽게 눈에 띄고 습지 바닥에는 희귀한 수서곤충이 되살아났다.


사라지다 못해 진귀해진 생물권을 보전하기보다 골프장의 시공 일정에 맞춘 환경부의 정책은 대부분의 양서류와 파충류가 동면에 들어간 계절에 대체서식지 이전을 허락한 모양이다. 하지만 자연의 이웃인 동물에게 대체서식지는 터무니없다. 규격처럼 똑같은 아파트도 여간해서 이전하지 않는 사람은 동물의 서식지를 함부로 옮기려든다. 그것도 공사일정에 맞춰서. 대체서식지가 기존 서식지를 대체하지 못하지만 이미 동면에 들어간 양서류와 파충류들은 어쩌란 말인가? 굴삭기에 밟히거나 눌리지 않으면 골프장을 찌들일 농약에 중독될 수밖에 없어야 하는가? 대체서식지로 이전할 대상도 아닌 수서곤충들은 어찌될까?


수도권의 거의 유일한 자연습지인 김포공항 주변은 서울과 주변 수도권의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삭으러드는 생태계를 그나마 풍요롭게 해주는 샘물 같은 곳이건만 그 샘은 머지않아 틀어막히고 습지는 질식할 것이다. 여름뿐인가? 봄부터 한겨울까지 뒤덮는 도시의 먼지를 씻겨주는 일도 중단되겠지. 제비와 줄장지뱀이 보호대상종인 서울에서 어디보다 교육적 효과가 큰 습지는 사라질 것이다. 이젠 땅강아지와 쇠부엉이로 이어지는 생태계는 인쇄물로 대체해야 할 모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는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의 범위와 강도를 높인다. 먼지로 뒤덮이는 횟수가 늘어나는 도시는 시도 때도 없이 메마르다 홍수로 도로가 빗물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는 녹지만 확충하는 게 아니다. 재해를 완충하며 다채로운 생물을 보전해오던 습지를 필수적으로 확보하고 보전하는데, 우리는 오직 놀이를 위해 있는 습지를 매립하려든다. 아니 교육이나 생태적 가치보다 돈벌이를 먼저 생각한 처사일 테지만, 소음으로 가득한 골프장을 즐겨 찾는 이 몇이나 될까?


김포공항 습지에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환경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 공항공사는 물론이고 허가부서인 환경부도 대안을 모색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귀를 막고 절차를 진행하다 뒤늦게 대체서식지를 거론하지만 가녀리게 남은 자연마저 매립할 우리는 후손의 행을 앗아갈 것이다. 어쩌면 생존을 그만큼 위협할지 모른다. 하지 않아도 그만일 어른들의 놀이를 위해. 돈 많은 부자들의 추가 돈벌이를 위해. (지금여기, 201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