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18. 4. 3. 13:12

 

질병이란 무엇인가?” 황우석 전 교수의 연구부정이 드러나기 이전, 의과대학생들에게 줄기세포의 한계에 대해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질의 시간에 손을 든 학생은 자신들은 인간 질병의 95퍼센트 이상을 치료할 거라는 사명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리 배웠겠지만, 2004년 황우석 전 교수와 사이언스 투고 논문의 공동저자였던 문신용 서울대학교 의학대학 교수는 달랐다. 연구부정이 발각되기 이전, 당시 과학기술부 주관의 응용세포연구단의 단장이었던 문 교수는 윤리위원에게 고백을 했다. 자신 있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환자에게 친절하기로 했다고.


파문 직전까지, 아니 스스로 신부직을 던진 이후에도 사제의 자세를 잊지 않은 이반 일리치는 병원이 병을 만든다!” 천명했다. 사람의 평균 수명 연장은 의료수준이 아니라 영양상태 그리고 개인위생의 증진과 밀접하고 최근 걷잡을 수 없게 늘어나는 의료비의 대부분은 효과가 의심스런 진단과 치료행위 때문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회사는 환자보다 다수의 정상인에게 판매하는 약으로 더 많은 이윤을 거둬들인다. 불안을 팔아서 돈을 버는 기업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데, 그들이 원하는 질병은 무엇일까?


큰 키와 멋진 외모를 자랑하는 젊은이를 소개하면서 개그맨들은 한때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다고 추켜세우던 적이 있다. 최근 일본의 유전학회는 우성 또는 열성이라는 표현을 자제하기로 결정했다는데, 우월하다니! 크가 크고 잘 생기면 우월하다는 겐가?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흐뭇한데, 그렇다고 그렇지 않은 친구보다 우월한 걸까? 학업 성적이 높으면 공부를 잘하는 걸까? 성적이 낮으면 키가 작은가? 키가 크니 잘 생기고, 돈 잘 벌고, 성격 좋은 사람은 드라마 주인공에 국한되지 않던가?


2003년 마무리한 인간 유전체 연구는 유전자의 수가 생각보다 적은 것을 확인했다. 과학자들이 유전자에 의한 현상으로 파악한 경우보다 훨씬 적었기에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을 형성한다는 기존 가설을 수정해야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면역에 관계하는 단백질은 매우 많다. 유전자보다 훨씬 많으려면 면역 현상에 따라 여러 유전자가 다양하게 이합집산하며 발현한다는 새로운 가설이 필요했다. 혈액형처럼 하나의 유전자가 발현에 관계하는 경우가 있지만 키와 몸무게처럼 다양한 유전자가 관계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지능이나 외모는 몇 개의 유전자가 관여할까? 그걸 모두 파악한다면 의학은 인간의 질병을 확장한 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리메이킹 에덴에서 저자 리 실버는 유전자를 세대마다 보강한 인간 계층을 상정한 뒤, 여건이 어려워 보강하지 못한 계층과 장차 종이 나누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한 그런 현상을 아무도 통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가더라도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향상시키려는 부모의 의지를 누가 감희 반대할 것인가? 하지만 농작물이나 원예작물, 그리고 몇 가축을 제외하고, 그 책이 발간된 지 20년 지나도록 인간의 유전자를 개선 또는 향상시키려는 시도는 아직까지 없었다. 사람의 유전자들이 어떤 염색체에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과학자들이 열심히 지도를 그리며 밝혀내고 있지만 아직 분명치 않고 유용하지도 않다.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교환하는 과정이 정교하지 않으니 과정에서 숱한 실패가 발생할 게 분명한 까닭이다.


2011크리스퍼 유전자가위기술이 출현하면서 사정이 바꿨다. 합성생물학의 역사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이후 유전자가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관련 과학자들이 평가할 정도로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 수 만 번을 실험해 단 한 차례 성공하더라도, 성공한 사례를 선발해 양산하는 GMO 기술은 다국적 농화학기업이 주로 농작물에 적용해 상업화했다. 그 과정에서 실패한 사례는 폐기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실험 방법의 부정확성 탓에 사실 성공했다 믿는 농작물에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런데 유전자가위는 달랐다. 성공 확률이 눈에 띄게 행상되었을 뿐 아니라 비용도 다른 연구보다 대폭 줄일 수 있다.


미생물학 교과서는 두 손을 모아 떠올린 바닷물에 지금까지 존재한 인류의 모든 수보다 많은 박테리오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말하고 박테리아는 일반적으로 세균을 뜻한다. 지구상의 박테리오파지는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3분의2를 매일 죽일 정도라는데, 왜 우리는 세균 감염을 허구헛날 걱정하는가? 박테리아는 자신을 감염시킨 박테리오파지의 특정 DNA 염기서열을 파악해 RNA에 기록해 놓고 다시 들어오는 같은 종류의 박테리오파지를 즉각 공격해 그 DNA를 파괴한다고 한다.


2011년 미국의 한 과학자는 덴마크의 낙농업자가 파악한 현상을 응용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고 그 기술은 상업화되었다. 세균이든 농작물이든 심지어 사람의 유전자든, 21개 염기서열로 구성된 특정 DNA를 파악해 그 서열이 기록된 RNA를 실험실로 주문해 구입할 정도다.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 5년 만의 일이다. 이제 세균이든 농작물이든 원예작물이든 가축이든, DNA 염기서열을 실수 없이 찾아가 파괴해 유전자의 기능을 파괴하는 그치는 게 아니다. 파괴한 부분에 새로운 DNA서열을 삽입해 유전자를 교체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핵심 유전자를 파괴해 불임을 유도한다면 해마다 수백만 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말라리아 뿐 아니라 댕기열병과 같이 모기가 전달하는 여러 질병에서 인류가 해방될 수 있겠다. 하지만 모기는 박멸대상일까? 수천 종에 달하는 모기 중 일부만 없애므로 생물권에 이상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지만 그럴까? 얽히고설킨 생태계의 그물, 그 그물의 변화무쌍함을 우리가 거의 모르는데, 까짓 나쁜 한두 종 정도는 없애도 무방한 걸까? 나쁘다 좋다는 판단을 편의를 앞세우는 인간이 독점해도 좋을까? 유전자가위 기술로 특정 모기가 결국 사라진다면 인간이 합리화하며 발본색원하려는 질병과 곤충은 과연 말라리아와 댕기열병, 그리고 모기에서 그칠까?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전 세계가 한 그루나 다름없다.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다. 뿌리로 퍼뜨리는 다년생 풀이다. 다년생 바나나 작물을 바싹 자르면 다수의 뿌리가 드러나는데, 그 뿌리를 하나하나 뜯어내 심어 재배하면 다시 싱싱한 바나나가 매달리지만, 그 작물들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전 세계의 바나나가 그렇다. ‘캐번디시품종인데, 유전적 다양성이 결여된 탓에 곰팡이에 매우 약하다. 1960년대까지 비교적 흔했던 그로미셸품종은 곰팡이 감염으로 작물계에서 사라졌는데 캐번디시 품종도 현재 위기에 놓였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곰팡이를 물리칠 수 있을까? 그런 기대로 연구하는 과학자가 있지만, 바나나에 곰팡이가 급속히 퍼지는 건 곰팡이에 약한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건 단견이다. 지나친 단작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진데 근본 원인이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새로운 품종을 아무리 개발해도 단작을 거듭한다면 곰팡이는 오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심장이나 콩팥과 같은 장기를 기다리는 환자가 201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27천명에 달하지만 기증자는 그 10분의1도 못되는 게 현실이다. 기다리다 희생되는 환자도 상당할 텐데 그들을 위해 돼지와 같은 다른 종의 장기를 대신 이식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를 거듭했지만 면역거부로 실패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해결해줄까? 우리 연구자들이 면역거부에 관계하는 유전자 2가지 밝혔다지만 면역에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아니다. 다른 종의 장기를 사용하려면 면역 관련 유전자의 기능을 파괴하는 데에서 그치면 안 된다.


돼지의 장기에는 돼지 몸에 언제 들어와 공생하게 되었는지 모르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가 있다. 그런 공생 현상은 돼지 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진화 과정에 들어왔을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대략 돼지 전체 유전자의 5%에서 10%가 될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한다. 그 바이러스 중 어느 하나라도 인체에 들어와 돌이킬 수 없는 문제 - 과학자는 돼지 바이러스가 치명적 질병이 되어 인류 사회에 창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무리 정교할지라도 유전자가위 기술이 그 바이러스들을 모두 파괴할 수 없다. 사람에게 유해한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꼼꼼하게 찾아내 선택적으로 파괴한다면 사용 가능할까? 그 일련의 연구가 빚을 필연적 어려움과 비용을 차치하고, 안전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끔찍한 부작용 13세기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페스트 창궐과 같은 악몽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20178월 우리나라의 한 연구자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태아에 접목해서 비대성 심근경색증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우리 언론이 일제히 반색을 했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시대착오적 생명윤리 관련법 때문에 치료 기술을 확보해도 현실에 적용할 수 없다는 걸 한탄했다. 연구 결과를 얻어 특허를 출원하는 국가에 특허권이 독점 부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기술로 치료할 불치병과 난치병 분야는 다양한데 생명윤리가 발목을 잡으면 우리 의료기술은 한없이 뒤쳐지고 국가 부가가치도 그만큼 기회를 잃을 것인가? 과거에 많이 듣던 말이다.


우리 연구자의 업적을 계기로 일부 국회의원은 생명윤리 관련법의 개정을 요구했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대신하는 듯,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화답했다.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비대성 심근경색증 관련 연구를 투고해 주목된 기초과학연구원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프레스센터에서 유전자 교정 기술 도입 및 활용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을 주제로 열린 과학기술한림원 원탁토론회에서 기회가 있으면 생명윤리학자를 찾아가 밤을 새서라도 토론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유전자 결함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사람의 질병을 유전자가위 기술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는데 과연 그럴까? 그는 유전체교정연구단을 주도한다. 막대한 국가 연구비를 사용하는 그 연구단체는 유전자를 교정한다고 주장하는데, 교정이라니? 유전자가 무슨 큰 죄라도 졌나?


인체 내에서 체세포를 치료하려면 유전자가위를 특정 위치로 정확하게 접근시켜야 한다. 사람 몸을 구성하는 100조 가까운 세포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다. DNA 염기서열도 같다. 비대성 심근경색증에 관계하는 유전자가 심장에 국한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몸으로 들어간 유전자가위는 심장에 있는 문제의 DNA 염기서열만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심장의 정확한 세포의 DNA 부위로 보내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앞으로 열심히 연구하면 가능할 것이라 주장하겠지만, 그렇다면 불치병 난치병 치료가 멀지 않았다는 호언장담은 지나치다. 황우석 사태는 무모한 호언이 부정의 규모를 마구 키웠다. 그 호언은 환자와 정치인과 언론을 현혹했고, 우리 과학은 돌이키기 어려운 망신을 자초했다.


체세포의 질병은 많은 경우 노화에 의한다. 노화가 과연 질병일까? 노화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치료할 수 있고 치료하면 노화가 진정될까? 감염에 의한 체세포 치료는 유전자가위와 관련성이 작을 텐데. 선천적 유전병은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문제다. 유럽 최초로 승인된 치료제 글리베라는 일인당 1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한 암세포 치료제는 47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하는데, 유전자가위로 치료를 기대하는 질병의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직까지 유전자가위로 분명하게 치료할 질병은 거의 없었다. 있더라도 기존 치료법으로 충분하다고 생명윤리학자는 주장한다.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건 물론 아니다.


DNA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저자인 식물생리 전공의 생명윤리학자 전방욱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체세포 치료를 목적으로 체내로 투입한 유전자가 회복돼 생존하는 기간 동안 환자의 생식세포로 전이된다면 정자나 난자와 같은 생식세포의 유전자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럴 경우 다음세대에 치명적인 유전적 변화를 전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다음 세대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위 치료는 교정과 성격이 다르다. 유전자 증강도 아니다. 차라리 망상에 가까운데, 유전자가위 기술의 연구를 배아에 적용하자는 신기루 같은 제안이 나온다.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치료해 후손에 불치병과 난치병이 나타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인가? 무책임하다. 끔찍한 우생학이다.


유방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진 유전자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는 예방적 절제수술을 받았다. 그 여파는 예방적 유방절제 수술하는 여성의 수를 크게 늘렸다는데, 2년 만에 5, 난소절제수술은 4.7배 증가하게 했다는 거다. 불안한 마음으로 공연히 수술한 사람들은 평생 건강하게 사는 사람에 몸에 유방암 유전자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듣지 못했을 것이다. 유전자가 있으므로 암으로 반드시 진행되는 게 아니다. 암으로 진행할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앞으로 유전자가위 연구자들이 노화나 치매 유전자를 치료하고 키와 IQ를 높이겠다고 호언할까 더럭 겁이 난다.


201818, 과학학술지 <네이처><사이언스타임스>는 유전자가위 기술로 편집한 세포에서 면역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스탠포드대학교의 연구결과를 심층 보도했다. GMO나 배아복제와 같이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는 교만스런 기술이 인간 자신은 물론이고 생태계까지 파국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건 아닐까? 우울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오만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비윤리적이다. 사고가 빈발하는 낭떠러지를 그대로 두고 병원 시설을 개선하거나 신약을 연구하는 게 타당할까? 환자에게 교정 운운하며 부가가치를 점치고, 생물 집단의 타고난 유전적 다양성을 단순하게 획일화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장차 어떤 내일을 안내할까? (<그린 챌린지, 2018 한국환경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