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0. 12. 16. 23:48

 

코로나19 감염자 현황이 하루 500명을 며칠 돌파하더니 오늘 400명 대로 떨어졌다. 내일도 줄어들려나? 긴장의 연속이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압도했다. 백신이 본격 시판되리라 예상하는 2021년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나?

 

감염재생산지수1이 넘으면 확진자는 늘어난다. 현재 1.55라고 언론이 보도했다. 한 명의 감염자가 1.55명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의미라는데, 하루 확진자가 300명 전후일 때 0.98이라고 했다. 1년 가까이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경각심이 무뎌지자 감염률이 갑자기 늘었다. 겨울에 면역력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는데, 해외 사정은 우리보다 심각하다. 언론은 믿을만한 백신과 치료제의 성과를 연일 보도하는데, 코로나19가 삼킨 2020년은 머지않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까?

 

10여 년 전,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서 벌어진 일을 반추해보자. 악취 줄이려는 의도였을 텐데, 지자체 담당자는 부레옥잠을 유수지에 넣었다. 갯벌 매립으로 조성한 산업단지는 편평하다. 큰비가 내리면 흐르는 빗물을 어디론가 보내야 한다. 지하로 흘러들면 공장 시설이 망가질 수 있으니 바닷가에 유수지를 만들어 빗물을 받았다. 문제는 산업단지의 폐수였다. 빗물만 흘러들어야 할 유수지에 폐수가 먼저 넘쳤고 악취가 진동한 것이다.

 

긴 뿌리로 오염된 호수를 정화한다고 알려진 부레옥잠은 열대성 식물이다. 수면에서 활발하게 수를 늘려 나일강 유역의 주민은 귀찮은 잡초로 여긴다지만 온대지방의 추위를 이기지 못한다. 물이 차가워지면 바닥으로 가라앉아 썩는다. 부레옥잠이 썩자 유수지의 악취가 줄지 않는데 관료는 여름이면 습관처럼 부레옥잠을 들여놓았다. 시민단체가 문제를 지적하자, 반응이 바로 왔다. 부레옥잠이 덮은 수면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 걱정 말라 다그친 것이다.

 

사진: 학교에서 예방주사를 맞는 어린이. 코로나19 백신이 보금된 이후, 생태계 교란이 불러온 감염병에 대한 경감심이 무너지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열대지방에서 부레옥잠 한 포기가 1년에 300포기로 증식한다는데, 우리 여름에 얼마나 늘어날까? 한 포기가 하루에 두 포기로 증식한다고 가정해보자. 열흘이면 1024포기가 된다. 호수의 1000분의 1을 덮은 부레옥잠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경쟁하는 식물이 없다면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는 열흘 만에 부레옥잠으로 가득할 수 있다. 경쟁하는 식물은 아디에나 있다. 부레옥잠을 먹거나 부식시키는 동물이나 미생물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리 물속 생태계를 석권할 태세였던 황소개구리는 수달과 백로가 성체와 올챙이를 먹자 생태적으로 조절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접경지대 멧돼지 사냥에 명분을 주었다. 수렵장을 연 지자체는 포상금까지 내걸었는데, 치사율이 100%라는 그 열병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한다. 치사율 100%가 가능할까? 자연에 그렇게 무서운 질병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질병의 원인균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하므로. 죽였거나 사체로 발견되는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자주 검출되지만 견뎌내는 멧돼지는 많을 것이다. 축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돼지는 왜 100% 위험한 걸까?

 

아메리카 대륙에 멧돼지는 없었다. 정착하려고 증기선을 탄 유럽인들이 사육하던 돼지도 실었는데 우리를 탈출해 자연에서 멧돼지가 되었다. 요즘 돼지는 축사를 탈출해도 멧돼지로 돌아가지 못한다. 콩과 옥수수 위주로 배합한 사료만 먹는 돼지는 얼른 살찌는 유전자만 물려받았기에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자본이 요구하는 효율화를 위해 축산과학은 유전자를 단순화했지만, 엄격한 사육환경에서 벗어난 가축은 즉시 위험해진다. 핵발전소가 폭발 이후 한동안 방치된 일본 후쿠시마 주변 돼지가 그랬다. 구제역을 피하지 못하는 소와 조류독감에 속수무책인 닭과 오리도 마찬가지다.

 

어떤 생물학자는 양손으로 퍼올리는 바닷물에 이제까지 존재한 사람보다 많은 수의 박테리오파지가 있다고 비유한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에 침입해 희생시키는 바이러스를 말하는데, 모든 박테리아의 3분의 2를 하루에 죽일 정도로 자연에 퍼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박테리아는 어제도 오늘도 온갖 질병을 퍼뜨린다. 박테리오파지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방어력이 박테리아에 준비돼 있다는 의미인데, 박테리아만이 아니다. 조상이 물려준 유전자를 보전하는 모든 생물이 그렇다.

 

다채로운 생물이 어우러지는 생태계, 오랜 세월 유지되는 안정된 생태계에 외래 생물이 끼어들 틈은 거의 없다. 끼어들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지만, 교란된 생태계에 스며든 생물종은 쉽게 자리잡고, 여간해서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댐에 흐름이 막힌 호수의 배쓰와 불루길이 그렇다. 경작을 포기한 논밭과 버린 과수원을 차지한 돼지풀과 개망초가 그렇다. 핀란드의 과학자는 도시 어린이에게 흙장난 기회를 제공하자 피부에 미생물이 다양해졌고 질병에 강해졌다고 발표했다. 기생충 연구자는 구충제가 보편화되면서 인류사회에 우울증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생물이 넘치던 숲과 들을 철근콘크리트로 뒤덮어 거대해진 도시에 밀집해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은 건강한가?

 

아이와 간장독은 겨울에 밖에 내놓아도 얼지 않는다지만, 간장 담는 방법을 잊은 요즘은 아니다. 여름에 에어컨 켜고 겨울에 보일러 트는 사람은 조금만 추워도 오리털 롱코트와 목도리를 휘두른다. 비타민D가 풍부한 사람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는데, 승용차로 헬스클럽을 다녀오는 사람은 가면 같은 마스크로 얼굴을 뒤덮는다. 비타민D를 합성할 틈이 없다.

 

예방주사로 삶을 시작하는 아기는 엄마보다 먼저 산후조리원에 위탁된다. 흙 없는 유아원과 유치원을 거치면 책상에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진 빼기에 돌입하고, 대학 졸업 후 어렵사리 취업하면 햇빛 보기 어렵게 일해야 승승장구한다. 경쟁사회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행복한가? 나이 들수록 먹는 약이 늘어가는 사람은 코로나19에 무기력하다. 1937년 닭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위협적이 아니었지만, 2019년 콘크리트에 뒤덮인 도시에 다시 나타난 뒤, 고속도로와 비행기로 퍼져나가며 약에 찌든 사람을 곤경에 빠뜨렸다.

 

1차대전 참전 군인들은 1918년 스페인독감에 맥없이 희생되었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독감이 아니었다. 스페인 언론만 사실을 전하기에 그리 불렀던 독감도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변화무쌍했다. 처음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변했고 200만 젊은이들이 참호에서 쓰러졌다. 부패해 강에 떠다니는 시체에 놀란 인도의 농민들은 도시로 달아나 슬럼에 파고들었는데, 비위생적인 슬럼에 밀집한 난민이 1000만이 죽어나가자 골목은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백신이 개발된 요즘, 독감으로 죽는 사람은 획기적으로 줄었다. 다행인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백신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접경지대의 멧돼지는 살아남을까? 사람의 독감 예방주사는 널리 보급되는데, 닭과 오리를 위한 예방주사는 없는 걸까?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무섭게 안전반경 이내의 가금류는 여전히 살처분된다. 예방 차원이라는데, 반드시 죽인다. 철새가 옮긴다며 도래지에 소독약을 샅샅이 분무한다.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하는 철새는 거의 죽지 않건만, 소독약 세례를 받아야 한다.

 

202011월 말의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 1.55가 지속된다면 2021년 우리는 유럽처럼 하루 천 명이 넘는 확진자를 보게 될 거로 전문가는 경고했다. 피로감을 경각심으로 바꾼 시민들이 거리두기 강화에 동참한 효과가 빛을 보는지, 확진자가 다소 줄어 다행인데, 잠깐의 방심이 확진자를 순식간에 늘리는 상황이 두렵다. 2021년이면 코로나19 백신이 널리 보급될 거라고 전문가는 확신한다. 효과와 안정성을 기대한다는데, 믿을만한 백신이 시판되면 감염재생산지수 따위는 잊어도 될까?

 

2003년 중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 8400여 희생자를 낳은 사스 바이러스와 2015년 우리나라 186명을 비롯해 500여 희생자를 국제사회에 안긴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라졌을까?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까? 백신을 개발해 널리 보급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자취를 감출까? 알 수 없다. 많은 전문가는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라졌다 믿지 않는다. 사람과 동물을 모두 감염시키는 인수공통바이러스인 까닭에 어떤 동물의 몸에 숨었을 거로 의심한다. 영구동토에 얼어붙은 동물에 인수공통바이러스도 얼어붙어 있다. 기후위기는 영구동토마저 녹일 것이다. 어떤 바이러스가 온난화된 지구에 어떻게 창궐할까? 백신은 그때마다 준비할 수 있을까?

 

백신은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절박한 상황이니 땜질 처방이라도 감지덕지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 백신 이후의 바이러스를 근본에서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21이나 코로나22로 모습을 바꾸더라도 이겨낼 생태적 다양성, 사람과 가축의 유전자 다양성을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백신이 경각심을 상쇄한다면? 백신 이후가 더 걱정이다. (가톨릭일꾼, 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