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1. 2. 7. 12:32

 

어릴 적 겨울이면 창문에 성에가 예뻤는데, 요즘 어린이들은 성에를 알까? 처마의 수정 고드름을 발로 엮어 각시 방 영창에 매달자고 60년대 동요로 노래했는데, 요즘 도시에 고드름은 여간해서 수정처럼 얼지 않는다. 추위와 눈이 드물다기보다 아파트 일색인 도시에 지붕과 처마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리라. 아파트의 이중창에 성에가 앉을 리 없지.

 

영하 10도 밑도는 한파가 열흘 이상 이어지자 아파트 벽을 따라 폭포수가 거대하게 얼어붙었다. 동파된 관에서 물이 흐른 모양인데, 날 풀려 무너지면 지나는 주민이 크게 다치거나 주차된 차가 파손될 우려가 있겠다. 신고해달라는 소방관의 당부가 뉴스에 등장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겨울은 유별나게 춥다. 20년 만의 수도권 한파라고 기상청은 그 위력을 비교했는데, 원인을 온난화 역설로 주장했다. 북극해에 빙하가 형성되지 않자, 냉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거다. 한파가 몰아친 겨울이 지나면 여름에 불볕더위가 닥치는 경향이 있다던데, 관측 이래 최고였던 2018년 더위는 티베트고원의 제트기류가 문제를 일으켰다. 고원의 만년설이 녹자 냉기 붙잡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진 결과라고 했다. 온난화가 여기저기 제트기류를 느슨하게 만드나 본데, 온난화의 이유는? 모르지 않겠지.

 

사진: 가덕도공항 상상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고속도로와 공항을 타고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는데, 탄소제로2050을 선포한 K방역 선도 국가는 여야 불문, 공항 타령으로 정권을 이어가려고 애를 쓴다. 이런 방식이라면, 코로나19의 묵직한 경고는 더욱 무서워질 게 분명하다.

 

경쟁 뚫고 항공회사에 입사한 젊은이가 치킨을 배달한다. 전도양양하던 젊은이만 직장을 잃은 건 아니다. 평생 키운 여행사를 포기할 수 없어 사무실 구석에서 생선회를 썰어 배송하던 사장이 택배 노동자가 되었다. 특집방송을 편성한 방송사는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했다.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명적이지 않아도 증상 없는 이에게 슬그머니 감염되니 속수무책인 그 바이러스는 기저질환 있는 노인에 치명적이다. 젊은이는 두려울 게 없지만, 부모가 위험할 수 있다. 그러자 집합금지 명령이 이어지고 자영업자와 자영업자가 고용한 젊은이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시대의 유행어가 된 사방의 하소연이다. 오후 9시에 집으로 나서야 하고, 친구 만나던 카페가 문을 닫고, 재난지원금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고, 집안에 뒹굴자 살이 확 찌는 현상은 코로나 때문인가? 안전하고 효능 좋은 백신과 치료제가 시의적절하게 공급되면 산뜻하게 해결될 현상일까?

 

우리는 물론, 나라마다 거대한 공항이 그리 많아야 했나? 코로나19 이전 하늘에 뜬 항공기는 저토록 많고 비행기로 떠다니는 승객이 하늘을 채우는 게 정상이었나? 화력발전소와 자동차가 감당 못 할 온실가스를 내뿜어야 하나? 핵폐기물 후손에 떠넘기는 발전소, 핵무기를 쌓아야 하나?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한 고기를 잔뜩 먹고 살을 빼야 할까?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를 불러들인 우리 삶이 치명적이었다. (갯벌과물떼새, 2021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