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21. 3. 15. 22:39

 

인천시에 논밭은 얼마나 남았을까? 300만 시민은 어디에서 오는 농작물로 식구와 배불리 먹을까? 모르긴 해도 대부분 인천 바깥에서 가져올 게 틀림없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논밭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원래 그런 건 아니었다. 두 세대 전, 두리번거리면 언제나 논밭이 보였고, 50년 전 시청 자리도 넓은 밭이었다.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그때보다 훨씬 더 먹는 인천 젊은이의 키와 체격이 커졌지만, 이런 호강은 최근의 일이다. 남겨 버리는 음식이 미안할 정도로 넘치지만, 호강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올봄에도 전국의 논밭은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할 테지만,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는 불안감을 키운다.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은 수확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얼마 전 환경부는 귤을 강원도에 심어야 할 거로 전망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온난화는 우리 식문화를 뒷받침하는 과일과 채소의 생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쌀을 포함한 곡물의 생산도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요즘 우리나라는 식량의 절반 이상, 곡물은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국가도 기후위기의 덫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수입량이 충분할 경우, 대형마트의 식품매장은 적량의 식품을 적시에 내놓을 수 있다. 그런 매장을 이용하는 가정은 필요한 만큼 냉장고에 저장하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즉각 혼란에 빠진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초기, 유럽과 미국의 식품과 필수품 판매장은 사재기하려는 인파로 난장판이었다. 그 와중에 노인이나 가난한 계층의 사회적 약자는 필수 식품과 물건을 구하지 못해 소외되어야 했다. 인천은 눈앞까지 다가온 기후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갯벌이 넓던 시절, 인천은 다른 지역보다 먹을거리가 다양하고 충분했다. 드넓었던 갯벌은 이제 손바닥, 아니 손가락만큼도 남지 않았다. 여전히 갯벌과 바다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농작물과 육류처럼 인천 밖에서 가져온다. 학교 급식에 공급하는 친환경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먹을거리처럼 중요한 건 없다. 먹을거리가 보장된 이후 학습도 가능하지 않던가. 한데 요즘 인천은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건강한 식재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강화와 옹진, 그리고 영종과 극히 일부의 육지에 농토가 있지만, 개발 욕구에서 벗어나기 힘겹다.

 

사진: 인천 연종도의 한 농토에 객토 명분으로 주인 모르게 개흙을 퍼붓는 모습. (사진은 기호일보)

 

인천시도 농토와 바다의 생산을 관리하는 부서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위상이 아주 약해서 그런지, 힘 있는 개발부서에 보전의 가치를 주장하기 어려워한다. 인천시는 최근 영종도의 농토가 개흙에 뒤덮이며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어떤 사토업자가 공짜로 객토 해조겠다며 허락도 없이 영종도 농토에 개흙을 2m 이상 쏟아붓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분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동분서주할까? 손가락만큼 남은 갯벌에서 개흙을 퍼서 생산녹지를 못 쓰게 만드는데, 위기의식을 가질까? 영종도가 위치하는 중구에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다고 언론은 보도했지만, 개발부서가 몰라라 하는 건 아닐까?

 

광활했던 갯벌을 메워 만든 신도시와 인천공항은 휘황찬란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그저 신기루일 따름이다. 많은 자본으로 멋지게 꾸며도 속 빈 강정이다. 시민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순간, 도시는 폐기된다. 건강한 농토는 이 시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지역 농토가 망가지는데 설마 인천시가 먼 산 바라볼까? 만일 그렇다면 인천에 희망은 없다.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보따리를 싸야 할지 모른다. (인천in, 202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