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1. 4. 30. 00:14

 

가덕도 신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었다. 2029년에 완공되면 가덕도의 동남권 공항은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 되는 게 확실하기에 예비타당성조사 따위를 간단히 생략한 걸까? 가덕도보다 먼저 면제된 새만금 간척지의 공항에 12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설계와 기반조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공항이 먼저 들어서면 승객이 모여들면서 개발 바람이 휘몰아칠까? 청사진처럼 송도신도시 뺨 칠만큼 휘황찬란해질까?

 

새만금 간척지의 외곽 제방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비상할 목적으로 착공한 지 30년에 가깝지만, 외곽의 제방 이외에 진전된 사항이 여전히 없다. 허허벌판인 간척지로 들어오는 동진강과 만경강의 수질 역시 개설될 가망이 없다. 드넓은 갯벌일 때 조개의 왕으로 일컫던 백합이 흔전만전했고, 바다로 나간 강물은 어느 정도 정화되었지만, 틀어막힌 지금은 코를 움켜쥐어야 한다. 문제는 간척지 개발이다. 3ha 가까운 간척지를 해수면보다 높게 메우려면 막대한 흙이 필요한데 주변에서 충당할 수 없다. 결국 해수면보다 낮출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해수면보다 낮은 공항은 언제까지 유용할까?

 

부산과 전북의 희망사항이 이루어질지 충실한 조사가 없었지만, 조사 필요조차 없이 분명한 사실이 있다. 수많은 연구로 예측이 한층 정교해진 지구온난화가 그렇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해수면이 생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학자들은 전망한다. 요즘 북극해는 단단하게 얼지 못한다. 남극 빙하가 갈라지며 떨어져 나가는 상황인데 그린란드의 빙하는 맹렬하게 녹는다. 그 속도를 늦추지 못하면 이번 세기 안에 해수면이 7m 정도 상승할 거라는데, 가덕도와 새만금을 포함해 우리나라 곳곳의 공항은 쓸모 있을까?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했다. 화석연료를 태워 대기 중에 내보내는 만큼의 탄소를 2050년까지 어딘가에 흡수하겠다는 의지인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단 믿기로 한다.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땅이나 나무가 상당량을 흡수해야 할 텐데, 탄소 포집을 염두에 둔 건 아니겠지? 여러 국가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탄소를 포집하는 실험을 하지만, 과정에서 석탄 소비가 대폭 늘어날 뿐 아니라 탄소를 영원히 묻을 장소를 확보하지 못한다. 앞으로 가능해질까? 전문가는 고개를 흔든다.

 

30년 이내에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우리는 얼마나 서둘러 산업을 개편해야 할까? 그런 논의에 참여한 바 없어도 관심 있는 시민의 한 사람인데, 정부의 진정성 있는 정책을 느끼지 못한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에 고심하는 유럽은 시민운동이 거세져서 그런지 정책변화가 피부에 닿는데, 우리는 한가하다. 시민운동의 힘이 약한지, 수소경제 운운하는 데 그친다. 자동차 몇 대의 연료를 바꾼다고 탄소중립 시대가 열리지 않는다. 어떻게 수소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탄소중립에 역행하는데, 우리가 거론하는 방식은 서글프기만 하다.

 

한 국회의원이 가덕도 신공항이 일으킬 기후문제를 제기하자 여당의 모 국회의원이 수소연료전지로 운행할 비행기의 이착륙을 운운했다. 가당찮다. 그런 비행기를 연구한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어도 어디선가 상상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비행기가 한 국가의 경제를 끌어올린다고? 우리보다 연구와 투자 규모가 작지 않은 국가의 연구자는 수소연료전지 자체에 시큰둥한데, 자동차를 넘어 비행기까지? 예비타당성조사가 생략되니 별 상상력을 다 동원한다. 상상력보다 과학이어야 진정성이 있는 법이다. 보조금을 챙길 수 없는 수소는 결코 경제성을 기대할 수 없다.

 

언제부터일까? 주로 잘 사는 지역에 해당하는 사실이겠지만, 사람은 곡물이나 채소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고기를 주로 먹어왔다면 송곳니가 어금니보다 많아야 정상인데, 이상한 노릇이다. 고기는 인류 진화 과정에서 최근의 선택일지 모르는데, 우리가 요즘 먹는 고기는 사실 고기처럼 보이는 석유에 가깝다. 곡물 사료를 먹이는 미국산은 물론이고 콩깍지나 짚을 푹 삶은 여물을 먹이는 한우는 없지 않은가. 호주산은 방목으로 키웠어도 석유에 가깝다. 한국 수출용은 도축 6개월 전부터 사료를 먹인다지 않던가. 옥수수가 주요 원료인 사료는 그 무게의 10배 석유를 동원하며 재배했다.

 

옥수수만이 아니다. 사료에 포함되는 콩, 알파카, 클로버도 석유를 가공한 화학비료와 제초제와 살충제 없이 경작할 수 없는데, 사람이 직접 먹거나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쌀과 밀도 사정이 비슷하고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채소도 과수원도 마찬가지다. 꾸러미로 포장해서 단골에게 공급하는 가족농이나 소농이 자급하거나 이웃과 나누는 농작물이 아니라면 석유 없는 생산은 불가능한데, 문제는 석유 그 자체다.

 

코로나19 창궐이 멈칫하면 다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백신 공급과 처방이 원활해지면 머지않아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려나? 석유는 얼마나 남았을까? 산유국에서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도 수급과 가격 동향을 예민하게 주시해오는 학자는 단호하다. 2005년 이후 유정에서 퍼올리는 석유보다 소비하는 양이 늘었고 고갈에 가까워지면서 퍼올리는 비용이 점점 커진다는 것을 파악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으로 석유가격이 낮아지는 건 매장량이 충분하기보다 석유 저장탱크의 한계 때문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갈이 눈앞이라는 사실이다.

 

사진: 인천공항. 1400만평의 갯벌을 매립하고, 영종도와 영유도를 비롯해 주변 섬 300만평을 훼손해 조성했다.

 

우리가 아는 국제공항은 바다를 메웠거나 해안을 메워 만들었다. 인천공항이 그렇고 제주공항이 그렇다. 예정된 공항이 대개 그렇다. 해외도 사정이 비슷한데, 공항은 해양생태계를 크게 파괴했다. 우리나라는 갯벌을 드넓게 잠식했는데, 육지의 어떤 농토보다 생산성이 높은 갯벌은 태곳적부터 다양한 어패류를 무궁하게 제공해왔다. 채취 과정에 에너지 소비가 거의 없는 고기다. 호미와 망태기로 하루 두어 시간이면 식구 먹이고 아이들 공부시켰지만, 그 자리를 차지한 공항이 탄소를 마구 토해낸다. 1g의 개흙에 깃든 10억 마리 이상의 식물성플랑크톤이 드넓은 갯벌에서 막대한 산소를 생산하며 탄소를 제거했건만, 괴멸되었다.

 

위도가 높을수록 온난화가 빠르다. 시베리아와 위도가 비슷한 영국은 멕시코만 난류가 다가오기에 따뜻한데, 기후변화로 바뀔 수 있기에 위기감이 크다. 기상이변이 가혹해지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멸종저항 운동에 앞장선다. 인류와 생태계의 멸종을 모면하려면 탄소 배출을 서둘러 통제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는 국가는 영국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헌법에 담으려 한다. 그런 나라는 바다를 메워 공항을 만들 리 없겠지.

 

국제 환경단체는 우리나라를 기후악당국가로 분류한다. 탄소를 유난히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소를 계속 만들면서 바다를 파괴할 뿐 아니라 해외에 화력발전소를 지으며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탄소 흡수하는 생태계를 파괴하며 화력발전소를 짓는 국가답게 우리나라는 시방 공항에 정신을 놓는다. 바다를 메워 가덕도와 새만금, 그리고 백령도, 울릉도, 흑산도에 공항을 만들겠다는데, 2050년 탄소중립은 가능하려나?

 

탄소 흡수원으로 쉽게 떠오르는 나무는 훌륭한 생태자원이지만, 일단 성장하면 탄소 흡수를 멈춘다. 흙은 어떤가? 화학농업은 흙 속의 오랜 탄소를 화석연료 버금가게 대기권에 배출시켰다. 이제 달라야 한다. 석유 사용을 최대로 억제하는 유기농업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땅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탄소를 흡수할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는데. 우리는 착란을 멈추지 못한다. 금수강산을 버리고 식량의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할 따름인데, 많은 식량을 수출하는 미국은 전적으로 석유농업이다. 언제까지 우리에게 우호적일까? 석유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언제까지 내 땅에서 건강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에 늘어나는 공항은 인류와 생태계의 멸종을 암시한다. 석유 고갈을 앞둔 상황에서 후손의 건강한 생존을 생각한다면 바다와 흙을 살리는 정책이 시급하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탄소중립이다. 공항이 아니다. (작은책, 2021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