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21. 5. 26. 09:13

 

오랜만에 시위에 참여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라서 피하기 어려웠는데, 궂은 날씨였지만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충청남도와 경상남도에서 동참한 환경단체 회원들과 탈석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인파가 많은 터미널 근처를 에워쌌는데, 시민의 시선은 대체로 우호적으로 보였다. 갸웃하며 다가온 사람도 있었다. 저렴한 석탄을 포기한 대안이 무엇이냐 물으며, 태양과 풍력도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지 반문했다. 신호가 바뀌자 급히 자리를 뜬 그와 긴 시간 이야기할 수 없어 아쉬웠다.

 

태양광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충당하려면 국토의 10배 가까이 필요하다는 언론의 통계가 있었다. 10여 년 전이다. 당시 정권의 눈치를 살핀 건지 알 수 없는데, 의도적이 아니라면 소수점을 잘 못 찍은 실수였다. 요즘 태양광 효율은 더 높아졌다. 국토의 5%만 덮어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근거를 들며 나온다. 국토 5%의 면적은 지붕과 도로를 활용해도 찾을 수 있다는데, 정부는 새만금에 핵발전소 4기에 해당하는 전기를 태양광으로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간척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가까워도 33km가 넘는 새만금 방조제 내부는 아무런 시설이 들어서지 못했다. 조삼모사처럼 개발 계획이 변경될 따름인데, 애초의 농사 계획은 사라지고 화려한 계획이 무성한데, 허허벌판에 그리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자본가가 있을까? 간척지를 해수면보다 높게 성토하려면 상당한 매립토가 필요한데 아무리 많은 세금을 퍼부어도 가당하지 않은 모양이다. 해수면보다 낮게 개발할 거라는 소문도 들린다.

 

해수면보다 낮은 간척지에 비행장을 포함한 개발이 가당할까? 온난화가 심해지는 만큼 해일과 태풍이 거세어지는데, 해수면 상승 이후 온전할 것인가? 그런 간척지에 태양광? 어처구니없다. 태양광을 선도한 유럽의 경험을 참고해보자. 태양광은 소비자와 마을 단위로 최대한 자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인 방법은 유럽의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다. 핵발전소 규모의 태양광발전은 사례도 없지만, 새만금에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사진: 제주도 남쪽 해안의 해상풍력단지.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남동화력(주)에서 운영한다.

 

인천은 어떤가? 얼마 전 인천시는 2030년까지 8조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인천형 수소경제, 해상풍력단지, 시민형 태양광발전을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상세한 계획을 살피지 못했는데, 어떤 수소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친환경 여부는 갈린다. 이제까지 수소연료발전에서 수행하던 방식이라면 환경에 반한다. 무시할 수 없는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가 낭비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 의지를 반기지만, 그 과정에 반드시 시민사회와 투명한 논의를 수반해야 한다.

 

인천시의 계획에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더 있다. 해상풍력이다. 인천 앞바다는 갯벌과 모래가 어패류의 중요한 산란장과 터전을 형성한다. 갯벌과 모래가 있기에 조상이 처음 자리잡은 이래 현재에도 중요한 어장을 유지해온다. 대형 선단의 어업이 아니라서 지속 가능했다. 맨손이나 작은 어선으로 다채로운 어패류를 잡아들여 시민의 식탁을 소박하면서 풍성하게 약속해왔다. 이번 인천시의 해상풍력이 어장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시민은 신선한 밥과 반찬을 먹는 생명이다. 생산한 전기를 충전하는 로봇이 아니다. 풍력발전을 계획하는 자본이 어민을 매수하려 든다는 소문이 사실 아니기를, 괴담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언론은 인천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고 보도했다. 단일 발전소 규모로 세계 최대인 석탄화력발전 시설이 영흥도에 존재할 뿐 아니라 서구에 가스화력발전소가 여럿 있어서 그럴까? 인천시 300만 시민이 소비하는 전력의 3배 가까이 생산할 능력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온난화가 예상보다 심화하는 상황에서 인천시는 행정력을 최대로 끌어모아야 한다. 현 인천시민의 건강을 생각해야 하겠지만 그 차원에서 멈출 수 없다. 다음세대 시민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화력발전소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의 보급을 늘리는 일은 아무리 서둘러도 빠르다 할 수 없는데, 과정에 시민이 소외되면 아무 소용없다. 시민 의식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행정은 지속력을 잃을 수 있다. 차제에 하나 더 인천시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신재생에너지라는 애매한 정의보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확보가 시급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은 에너지의 효율화와 절약이다. 그를 위한 중단기 계획을 시민사회와 더불어 마련하길 바란다. (인천in, 202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