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21. 7. 26. 21:56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가장 믿을 만하다는 유럽, 그중 독일에서 걷잡을 수 없는 홍수가 발생해 15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틀 만에 비가 150mm 이상 내렸다고 한다. 여름 한 철에 강우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는 우리나라에서 150mm는 특별하지 않지만, 독일은 1000년 만의 기록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인터뷰에 응한 독일인은 이구동성으로 생전 처음이라 대처할 방법도 알 수 없었다며 진저리쳤다.

 

2003년 섭씨 44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폭염으로 3만이 넘는 희생자를 낳은 프랑스의 경험도 예전에 없었다. 체온보다 13도나 높은 49.5도의 열돔(heat dome)에 당한 지난 6월 말의 캐나다도 예상할 수 없었다 했다. 평소 여름이 선선해 부잣집도 에어컨이 필요 없기에 속수무책이었는데, 그런 기상이변은 급박하게 반복된다. 지난겨울 난방장치를 모르던 미 텍사스의 한파, 작년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타죽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던 호주의 6개월에 걸친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기상이변이 내년에 우리나라에 닥쳐도 하등 이상치 않을 상황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잠깐, 10년 전 인천의 희망을 생각해본다. 어떤 꿈에 부풀었을까? 2009년 동북아무역센터 건물이 윤곽을 드러낼 때, 갯벌이 더 넓었던 송도 매립지에서 도시축전을 열었으니 지금과 같은 초고층빌딩을 꿈꿨을까? 낡아 허름한 여기저기 원도심을 헐어내고 재개발에 열중하는 인천은 지금 어떤 꿈에 사로잡혔는가? 40층 초고층 아파트단지로 점철된 발전된 인천을 상상하는가? 인천 민주화의 상징이요 많은 민주인사의 성지인 화평동의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를 존치할 것처럼 발언한 지 하루 만에 번복한 인천시는 어떨까? 40층 아파트단지를 발전된 인천으로 확신하는 모양이다.

 

사진: 현 미문의 일꿈교회, 예전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초창기 모습. 인천 억압된 산업화의 사슬에 저항한 인전 민주화의 문화적 역사적 기억의 장소. 하지만 40층 초고층 아파트단지는 그 가치를 무시한다.(사진@국민일보)

 

10년 뒤 인천시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가정하자. 인천시민은 발전에 얼마나 겨워할까? 미끈한 승용차들이 넓은 아스팔트를 종횡으로 누비고 초대형 상가에서 세계 초일류의 명품과 진귀한 음식을 쇼핑하면서 하루하루가 행복할까? 눈 마주치면 인사 나누던 다세대주택이 깔끔하게 사라진 초고층 아파트단지는 10년 후에도 안락한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

 

2030년까지 2010년의 절반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면 세계 평균 기온이 1.5도 오르는 걸 피할 수 없다고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주장한다. 1.5도가 상승하면 생태계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인데, 기준은 현재가 아니다. 현재보다 1.5도 상승하는 걸 막자고 말한 인천시의 어떤 국회의원은 공부가 부족했다. 기준은 산업화 이전이다. 적어도 1990년의 평균 기온보다 1.5도 이상 상승하면 위험하다는 건데, 이미 1.0도 이상 상승했다. 겨우 0.5도 남았는데, 실패하면 이번 세기 이내에 그린란드의 빙하는 모두 녹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수면이 7m 정도 상승하는 걸 막지 못할 것이다. 2008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IPCC는 만 명이 넘는 기후 관련 과학자의 집합체로, 10만 편이 넘는 논문을 분석하는데, 정교해진 예측을 해마다 내놓는다.

 

콘크리트는 생산 과정에서 같은 무게에 버금가는 온실가스를 내놓는다. 초고층빌딩은 그만큼 지구를 데웠지만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인천에 드넓었던 갯벌은 온실가스의 대표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던 자연의 공간이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자동차는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을까? 자동차가 질주하는 아스팔트는 석유화학 물질이다. 호화판 상가에서 소비하는 전기는 무엇으로 만드나? 그 상가를 채우는 온갖 화려한 상품과 음식은 막대한 화석연료를 태우는 거대한 선박이나 항공기로 운반한다. 10년 내 인천은 지금보다 행복할까? 후손은 생존 가능할까?

 

최근 <잃어버린 지구>라는 제목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1970년대 기후위기를 예측한 과학자가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힌 저자는 당시 합당하게 대처했다면 위기가 지금처럼 심각해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한다.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권, 그리고 그런 정권에 아부하는 과학계 거두의 왜곡과 안일한 대응은 1970년대의 미국 상황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발, 발전, 성장이라는 신기루에 눈이 멀어 과학이 예측한 기후위기를 한사코 외면하는 기득권은 대한민국도 득세 중이고 2021년 인천도 다르지 않다. 온실가스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누적된다면 10년 뒤 인천 앞바다의 수위는 얼마나 상승할까? 태풍과 해일은 훨씬 강력해질 텐데, 재해를 완충할 자연을 잃은 공항과 항만, 해안의 공단과 건물은 안녕할 수 있을까?

 

백신이 공급돼도 감염자가 늘어나는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명적이지 않지만 거듭 변이된다. 1918년 당시 세계 인구의 2% 이상 사망케 한 스페인 독감은 애초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느닷없이 돌변했다. 기후변화가 초대한 코로나19는 장차 어떻게 변할까? 코로나19 이후에 다가올 감염병은 어떤 모습일까? 완충능력이 사라진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생태계와 인류사회에 안길 텐데,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천박하기 짝이 없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잘 되었다 믿었던 국가들도 속수무책인데,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상이변에서 예외일 수 없는 인천은 개발 중이다. 10년 뒤 인천시민은 누구를 원망할까? 10년 뒤 인천시는 재난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으려 들까?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롤스로이스를 타는데 아들은 제트비행기를 탄다네. 그런데 손자는 낙타를 타야 할 걸세.” 탄식하는 아랍의 속담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모를 리 없다. 손자가 낙타를 탈 수밖에 없을 때, 비행기와 롤스로이스는 있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텐데, 과연 낙타가 온전하게 남았을까? (인천in, 202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