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1. 8. 17. 22:34

 

지난 726, 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신안갯벌, 보성과 순천갯벌, 서천갯벌, 그리고 고창갯벌, 이상 네 군데의 우리나라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세계적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하는 2150종의 동식물군이 서식하는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서식지이며,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가졌다는 이유를 제시했는데, 인천과 새만금 일원의 갯벌은 포함되지 않았다.

 

2000326, 이용이 아니라 존재 가치를 기리며 자연에 상을 드리는 환경운동을 실천해 주목받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새만금 갯벌의 백합에게 제5풀꽃상을 드렸고, 그 갯벌의 보전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어린이에게 부상을 주었다. 당시 어린이는 어른이 되었고 수억 세월 장엄하게 자리를 지키던 새만금 갯벌은 33km가 넘는 제방에 둘러싸여 존재 가치를 잃었다. 준비가 늦어 자연유산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인천 환경단체가 아쉬워한 강화 갯벌은 존재 가치를 잃지 않았지만, 광활했던 인천 갯벌은 흔적마저 잃었다. 자연유산 신청이 앞섰다면 보전되었을까?

 

최고급 자동차 광고의 메카가 된 송도신도시는 휘황찬란해지기 이전에 자연이 만든 광활한 갯벌이었다. 덕분에 인천에 터전을 정한 선조는 갯벌이 선사하는 생물다양성에 기대며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기후위기가 파국을 향하는 지금, 갯벌을 짓밟고 화려한 자태를 과시하는 송도신도시는 해수면이 상승해도 신기루 같은 모습을 간직할까? 산업화 시절보다 섭씨 2.0도 이상 상승하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종말을 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과학자는 추정한다. 이미 1.4도가 상승했다는 걸 부각한 IPCC는 안전선으로 기대하는 1.5도 상승의 시간이 10년 앞당겨졌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다.

 

송도신도시로 개발하기 전, 갯벌을 가로막은 철조망은 접근하면 발포함!” 하며 시민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최전방의 군사보호지역이라는 걸 그런 식으로 과시했던 철조망은 사라졌다. 갯벌도,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인천의 아낙과 조개도 휘황찬란한 신도시의 그늘 아래로 다 사라졌다. 조력발전을 위한 제방으로 사라질 뻔했던 강화갯벌은 언제까지 존재 가치를 보전할 수 있을까? ”기쁘다!“하고 화답한 대통령의 호언처럼 우리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4개 지역의 갯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자연유산 지정을 계기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지방정부의 포부가 요란한 상황은 무엇을 말할까?

 

2000년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갯지렁이가 꼬물대고, 망둥어가 설쳐대고, 농게가 어기적거리고, 수백만 마리 찔룩이와 저어새가 끼룩거리는 생명의 땅인 갯벌은 해일과 태풍이 오기 전에 모든 생명체에게 재해의 예감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자연의 파괴력을 완화시키기도 하는, 은혜로운 땅이지만 인간의 무지와 오판으로 인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갯벌과 갯벌 생명체에 대한 말로 다 할 수 없는 애정과 함께 그들이 영원토록 갯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백합에 제5회 풀꽃상을 드렸다.

 

사진: 간척사업 이전의 새만금 일원. 지금이라도 외부의 방조제를 헐어내 해수를 예전처럼 유통한다면 드넓은 갯벌은 살아나면서 지역경제를 살려내는 것은 물론이고 경관이 매우 빼어난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조개 중의 조개라 불리는 백합이 드넓게 분포하던 새만금 갯벌은 없다. 그렇다고 모든 갯벌이 송도신도시처럼 철근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짓밟혀 사라진 건 아니다. 1억 평이 넘는 새만금 간척지를 개발할 여력이 부족한 건지, 제방에 둘러싸인 간척지로 흘러들어오는 만경강과 동진강을 정화할 수단을 20년 가깝도록 찾지 못하는 건지, 백합을 잃은 새만금 일원의 갯벌은 천만다행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남았다. 상류의 농경단지에서 막대하게 흘러드는 오염원이 포함되지만, 동진강과 만경강이 갯고랑을 만들며 바다로 흘러나가는 지점의 갯벌은 아직 생명력을 유지한다. 싱싱한 백합도 그 자리를 지킨다.

 

인체로 비유하면 갯벌은 자궁이요 허파다. 수억 세월 동안 어패류의 산란터였던 갯벌에 막대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서식하며 산소를 생산하고 그 덕분에 백합과 같은 조개류가 탄산칼슘 껍질을 만들며 자란다. 그처럼 탄소를 흡수하며 기후변화를 봉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육지에서 쏟아지는 오염을 정화해주기에 콩밭과 같다. 억겁의 세월처럼 바닷물이 하루에 두 차례 밀고 썰며 다시 드나든다면? 회복력이 큰 콩팥과 허파처럼 갯벌은 살아나면서 자궁의 기능을 이내 회복할 게 틀림없다. 지난달 유네스코가 놀랐고 그보다 먼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주목한 것처럼, 새만금의 갯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찬란하게 빛낼 것이다.

 

현 정부는 어처구니없는 비행장과 서넛 핵발전소에 상응한 태양광 발전 단지를 만든다며 새만금을 파탄내려고 날을 세웠다.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파국은 앞당겨질 것이다. 학자들이 누차 지적했듯, 새만금 갯벌을 아직 죽지 않았다. 바닷물이 드나들도록 제방 곳곳을 개방하면 머지않아 예전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전기 소비가 많은 도시에 설치해야 옳다. 2000년 새만금 갯벌의 존재 가치를 지키려던 미래세대의 일부는 예쁜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들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새만금 갯벌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더욱 심각해질 기후위기를 앞두고, 생존을 호소하는 미래세대의 명령이다. (지금여기, 202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