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21. 10. 15. 11:07

 

얼마 전 6차 보고서를 펴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탄소중립 시기를 10년 이상 앞당기라고 각국 정부에 요구했다. 수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위기를 보수적으로 진단하는 까닭에 IPCC의 요구는 의미가 큰데, 우리는 상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5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중 2가지는 대통령이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에 미달한다. 화력발전소를 전부 퇴출하는 방안만이 유효한데, 우리 석탄화력발전소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IPCC 요구보다 느긋한 우리 정부의 목표 시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실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영흥도의 화력발전소는 오늘도 맹렬하게 가동된다. 석탄을 걷잡을 수 없게 태우며 막대한 온배수를 내놓는다. 수도권의 하늘은 지저분해지고 공기는 더워지며 인천 앞바다의 수온은 높아진다. 2040년 이전에 탄소중립, 다시 말해 배출하는 탄소의 전량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보고서를 거듭하면서 위기를 정교하게 진단하는 IPCC는 생태계의 파국을 예고한다. 다음 세대의 생존이 위험해질 거라는 경고다.

 

인천시의 조기 폐쇄 압박을 무시한 걸까? 남동발전주식회사 영흥본부는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1호기와 2호기의 연료 전환을 언급했다. 용량이 더 큰 3호기에서 6호기의 연료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미세먼지 줄이려는 선의로 들리지만, 기후변화로 위기로 치닫는 지구의 안위는 살피지 않았다. 인천시의 조기 폐쇄 요구와 청와대의 2050 탄소중립에 귀를 막으며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화력발전 당국의 오만함은 어디에 근거할까? IPCC는 물론, 대통령도 무시하게 만드는 어떤 권력기관이 뒤를 봐주는 걸까?

 

사진: 충청남도의 해안을 차지하며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력발전소. 출처는 인터넷.

 

중국의 파급력을 경계하던 미국이 호주와 오커스(Aukus) 동맹을 체결하자 발끈한 걸까? 최근 중국은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금지했다. 작년 거대한 산불로 10억 마리가 넘는 희귀 동물을 잃은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다. 우리 화력발전소 대부분이 호수산 석탄을 태우고 중국은 우리보다 월등하게 많은 석탄을 소비하는데, 호주산 석탄이 끊어지자 당장 전력난이 발생했다. 민원이 들끓었을까? 중국은 슬그머니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재개했다고 한다.

 

미국의 압박이 자극을 주었는지, 중국에 애국주의가 뜨겁다고 언론이 보도한다. 지나칠 정도라는데, 호수산 석탄은 다시 수입해야 했다. 우리는 애국주의를 무색하게 만든 중국의 실상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호주와 척지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전기를 과다하게 소비하는 지금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는 절대 약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자는 뜻이다. 인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남동화력주식회사 영흥본부는 우리 생활 주목할 게 뻔하다.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석탄 태우기를 멈출 리 없다.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이 지나갔어도 올해는 더웠다. 가을에 접어들어도 섭씨 30도를 넘나들자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 보툴리눔 균이 12년 만에 다시 창궐했고 저어새를 비롯한 많은 철새가 죽었다. 기상이변이 걱정인데, 내년은 어떨까? 불볕더위가 심해질수록 에어컨이 늘고, 에어컨이 늘수록 지구 기온이 오른다. 남동화력주식회사 영흥본부는 석탄 수입을 멈출 리 없다. 신혼부부 가전제품의 필수가 된 에어컨뿐인가? 햇볕 좋은 우리나라에 빨래 건조기가 왜 필요하다는 건가? 미세먼지가 많아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늘어나서?

 

최근 남동화력은 인천 앞바다에 풍력발전 단지를 계획하는 모양이다. 어업권 보상이 순탄하지 않다는데, 우리 식탁을 눈여겨보라. 바다에서 올라오는 어패류가 많다. 어업권 보상으로 포기해야 하는 식량이 아니다. 어업과 상생하지 않는 풍력은 발전량이 많더라도 필요 없다. 친환경일 수 없다, 우리는 밥을 먹는 생명체다. 전기 꽂아야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데, 기후위기에 경각심 느끼지 못하는 전력 당국과 정부는 시민과 미래세대를 로봇 취급한다. 우리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는 탓이 아닐까? (기호일보,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