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21. 11. 8. 22:35

 

샤인머스캣은 낯선 과일이다. 칠레와 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눈에 띄게 늘어서 수입한 청포도라고 짐작했는데, 우리 땅에서 재배하는 일본 품종인 걸 얼마 전에 알았다. 기껏 육종했건만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겨 아쉬움이 크다는데, 약삭빠른 일본 자본도 가끔 실수하나 보다. 먹어보니 씨가 없고 아주 달다.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는 이는 포도 영양분의 85%가 씨에 있다는데, 샤인머스캣은 왜 씨가 없을까? 그렇게 육종한 걸까? 아니라고 한다. 꽃이 필 때와 열매가 생길 즈음, 식물 성장호르몬인 지베레린을 두 차례 처리한 결과란다.

 

지베레린이 사람과 가축에 해가 없다지만, 복합오염 시대에 아직 모르는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요즘 거봉도 씨가 없다.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을 텐데, 먹기 편하여지려고 씨를 꼭 없애야 했나? 바나나도 씨가 없는데, 지베레린과 관계없다. 우연히 씨 없는 열매를 찾아냈고, 알뿌리로 번식이 가능한 그 다년생 풀을 집중적으로 재배해 오늘의 바나나가 세계 과일 시장을 점유하게 되었다. 씨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깨진 자동차 유리 파편처럼 생긴 씨앗이 촘촘히 박힌 바나나를 발견하면 새 품종을 찾을 기회이므로 팔지 않으니 시장에 없을 뿐이다.

 

요즘 거리에 넘치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품종이다. 1960년대 풍미하다 자취를 감춘 그로미셸 품종을 대체했지만, 맛이 쳐진다. 크고 달았던 그로미셸은 곰팡이 감염으로 갑자기 사라졌는데, 껍질의 녹색 기운이 노랗게 바뀌고 까무잡잡한 점이 퍼질 때 단맛이 도는 캐번디시도 비슷한 곰팡이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다국적기업의 요구에 맞춘 거대 농장의 바나나 유전자가 한 그루와 다름없이 획일화되자 발생한 사건이다. 곰팡이가 나타나면 농장은 안전반경 이내 바나나는 모조리 불태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안전반경 안의 모든 닭, 오리, 메추리를 살처분하는 것처럼.

 

세계 물량의 대부분을 장악한 캘리포니아의 아몬드는 복숭아의 씨와 비슷하다. 잘 익은 커다란 과일이 필요해 지베레린을 처리하고 넘치는 꽃과 열매를 미리 제거하는 복숭아와 달리 많은 씨가 필요한 아몬드 농장은 모든 꽃을 수정시켜야 한다. 드넓은 농장에 다닥다닥 심은 나무는 많은 아몬드 생산에 최적화되어 2월 중순 한꺼번에 꽃이 핀다. 그때를 위해 화사한 꽃 벌판에 막대한 꿀벌을 동원하는데 캘리포니아의 꿀벌로 모자란다. 캐나다와 중남미, 유럽 꿀벌까지 들여와야 이웃 농장에 밀리지 않는다.

 

아몬드 농장에 모이는 꿀벌도 많은 꿀과 화분을 수집하는 품종으로 세계가 획일화되었다. 그런 꿀벌은 전통 방식, 다시 말해 여왕벌이 일벌 무리를 이끌며 분봉하는 미개함을 버렸다. 빈 벌통에 넣을 여왕벌과 수벌, 그리고 적당한 일벌을 공장에 주문하고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벌들을 대량으로 양봉한다. 유전자가 이미 획일화된 꿀벌이 넓은 아몬드 농장에서 보름 정도 질병을 나누며 흩어지자 전에 없던 문제가 생겼다. 벌통에 애벌레가 건강하게 자라고 꿀이 가득한데 나갔다 되돌아오지 않는 꿀벌집단붕괴현상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여전히 시장 좌판을 점령하는 바나나가 멸종위기라는 주장이 들리는데, 아몬드는 별문제가 없을까? 농장들의 현명한 대처로 꿀벌집단붕괴현상이 잠잠해진 걸까? 그 방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알지 못하는데, 캘리포니아의 아몬드 농장은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다. 북부 로키산맥에 겨우내 두툼하게 내린 눈이 빙하로 얼어붙었다 일년내내 흘려보내던 농업용수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지하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유전적 단순화를 우려한다

 

섬유소와 탄수화물이 넉넉한 바나나는 자체로 훌륭한 식품이다. 샤인머스캣이 양판점 매대의 중앙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지만, 플랜트 농장에 경작지를 빼앗겨 식량이 모자라는 국가에 구황식품으로 무척 요긴하다. 다국적기업은 어쩌다 나타나는 바나나 씨앗을 활용해 곰팡이를 이겨낼 품종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지만, 유전자가 워낙 단순해 쉽지 않다고 한다. 육종할 유전자를 조작 방법으로 다른 식물에서 찾는 노력을 거듭해도 성과가 없는지, 생명공학자는 유전자가위 기술에 희망을 건다. 문제의 곰팡이와 반응하는 유전자를 찾아 잘라내겠다는 건데, 그럼 해결될까? 다른 곰팡이는? 바이러스나 병균도 유전자가위로 창궐할 때마다 해결할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양봉업자를 좌절하게 만든 꿀벌집단붕괴현상은 우리나라도 드물지 않다는데, 미국 양봉계는 50여 질병이 축적되면서 고민이 깊다. 곰팡이와 병균은 물론이고 애벌레에 알을 낳는 응애가 침입한다는데, 응애만 죽이는 살충제를 거듭 뿌리자 끄떡없어지고, 강력해지는 살충제는 꿀벌을 비실거리게 만드는 게 아닌가. 그런 현상이 늘어가는데, 양봉업계는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몸에 달라붙는 응애를 떼어내는 행동을 보이는 극동아시아의 꿀벌을 활용해 새로운 품종을 육종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극동아시아라면, 한국의 토종벌을 뜻하나? 우리 토종벌로 육종한 꿀벌 개체를 요즘 양봉산업처럼 잔뜩 늘리면 소용없을 것이다. 유전자는 여전히 단순할 것이므로.

 

금세기 말이면 한반도에 사과나무 재배가 불가능할 거로 환경부는 예견했다. 지대가 낮은 경상북도의 사과밭은 과수화상병으로 벌써 적지 않은 손실을 본다. 경기도 북쪽으로 옮긴 사과밭도 안전하지 않다는데, 과수원에 심은 사과의 유전자는 아주 단순하다.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돼 과수원마다 다른 품종을 심더라도 소용없다. 같은 품종이 다닥다닥한 과수원의 유전자가 획일적이므로 과수화상병 같은 질병에 쉽게 걸린다. 사람 사이에 코로나19 델타변이의 전파 속도가 빠른 현상과 비슷하다. 확산을 막으려는 당국은 감염된 나무 반경 100m의 모든 사과나무를 잘라 파묻고 향후 5년 동안 재배를 금지한다는데, 사과나무만의 사정이 아니다. 퍼지는 질병은 과수화상병만이 아니다.

 

과수화상병 박테리아를 막아내도록 사과나무의 유전자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제거하는 연구가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는데,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면 금세기 이내에 사과는 제사상에 오르지 못하겠지. 그때를 대비해 감귤을 강원도에서 딸 연구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는데, 현재 우리 정부는 열대과일의 재배를 지원한다. 4계절이 뚜렷한 지역이므로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이 필수인 열대과일은 적지 않은 에너지를 별도로 요구하며 기후변화를 부추길 게 틀림없다.

 

우리나라 식품 대기업의 라면이나 만두, 초코파이와 커피믹스가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국내보다 해외 판매량이 많을 정도라는데, 그에 자극을 받은 걸까? 유전자조작 농산물 관련 산업의 주무부인 산업통상자원부(이후 산자부)에서 유전자조작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들고나왔다. 지난 526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의 일부 개정을 예고한 산자부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같은 종 내의 유전자를 교환하므로 유전자조작과 달라 문제가 없다고 인식한다. 지난 913, 한살림생협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담당자는 고위 공무원답게, 유전자가위 기술로 개선한 농작물이 성취할 수출입국의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유전자결정론의 함정

 

국제학술지 논문의 부정이 폭로되기 전, 황우석 박사는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개발할 것이라 기염을 토했다. 걷잡을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 우리 사회를 열광의 도가니에 넣은 그는 유전자가 아니라 배아복제를 연구하는 생명공학자였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노벨화학상을 받은 2020년 이전의 호언이었으니 배아줄기세포로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개발할 것처럼 장담했는데, 그는 성과보다 계획을 내놓았고, 그때마다 기자들이 대서특필했다. 덕분일까? 보통 과학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연구비를 독식했는데, 황우석 박사가 받은 연구비는 지금도 많은 과학자의 로망일지 모른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1997년 새로운 천국을 희망한 리 실버를 소환한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수였던 그는 2000년대 초가 되면 결혼 전에 배우자의 사주팔자가 아니라 유전자 목록을 교환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점치면서 신혼부부의 유전자를 사전에 검토하는 주치의가 장차 태어날 아이의 성향을 알려줄 거라 예상했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인간의 모든 염색체와 유전자를 분석하는 인간 유전체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었고, 그 연구에 이어 인간 유전자의 지도를 정확하게 그리면 좋은 유전자로 교환하는 상상이 난무했다.

 

그림: 유전자가위 기술을 상상하는 그림으로 출처는 인터넷.

 

신혼부부 앞에서 주치의는 태어날 당신 아들은 운동을 좋아할 텐데 야구에 적성이 맞고, 투수보다 유격수를 추천할지 모른다고 리 실버는 전망했다. 젊어서 담배를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면 60세 이전에 폐암에 걸릴 확률이 80%가 넘으니 금연을 권하거나 수정란 유전자를 폐암 피할 유전자로 바꾸라 권유할 거로 예견하면서, 그런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자식에 좋은 유전자를 주입하는 걸 누가 통제할 수 있겠는가? 좋은 유전자를 세대마다 바꾼 부유층은 그렇지 못한 일반 계층과 어울리지 않을 테고, 그렇게 10세대가 이상 지나면 다른 종으로 구별되고 서로 관심이 없어질 거로 리 실버는 예상했다. 침팬지를 만난 사람이 애정을 느끼지 않듯.

 

최근 KBS 강의 방송에 출연한 한 생명공학자는 자신과 가족의 유전체를 검사했다고 뿌듯해했다. 초기 30억 달러에 달하고 15년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던 연구가 요즘 100만 원 정도에 하루면 충분하다고 밝힌 그 과학자는 개개인의 유전자를 미리 파악한다면 나이 들어 생길 질병을 피하거나 장점을 살리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4년 전 리 실버의 기대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인가? 자신에게 있는 황반변성 유전자가 자식에 없어 다행이라는 과학자는 피아노 연주하는 아들의 예술성을 주시했다.

 

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규제하지 않는 미국을 선망하는 그 과학자는 방송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주목했다. 나이 들어도 황반변성이 나타나지 않을 유전자로 미리 치환할 수 있다는 것인데, 퇴행성 질환은 황반변성만이 아니다. 그는 빈부의 차이로 혜택에 차별에 생기는 걸 절대 반대한다지만, 좋은 유전자로 바꾸고 싶은 부모의 욕구를 제도로 통제할 수 있을까? 사회정의가 분명해서 유전자가위 기술에 불이익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자. 어린 모차르트와 무병장수 노인이 들끓는 세상은 누구를 행복하게 할까?

 

좋은 유전자가 무엇일까? 키 크고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만드는 유전자? 지능이 높으며 오래 살도록 몸을 튼튼하게 하거나 질병 유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유전자일까? 생명체는 에너지를 제공하면 설계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고 유전자는 기계의 정교한 부품이 아니다. 유전자는 있으므로 반드시 발현하는 게 아니다. 유방암과 난소암 관련 유전자가 있다는 주치의 소견으로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미리 수술로 제거해 이른바 졸리 효과를 일으켰지만, 그 유전자가 있어도 건강하게 사는 여성이 훨씬 많다. 90%의 여성은 일생을 건강하게 살아간다고 했다. 유전자는 발현될 환경에 놓이지 않는다면 침묵하는 게 보통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유전자가위 기술을 응용하면 무섭게 변화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과학자도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더 무섭게 등장할 인수공통 바이러스도 대처할 수 있을까? 아마 당연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겠지. 상황에 맞는 백신을 만들어 긴급 승인을 받는다면 막아낼 것이라 믿고 싶겠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만이 북적거리는 세상을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타고 들어와 급속히 번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떤 생물학자는 증권투자에 빗대, “인간을 블루오션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완충력을 잃을 정도의 개발로 생태적 다양성과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지구는 화석연료 과소비로 점점 뜨거워지면서 기상이변이 곳곳에서 속출한다. 감당할 수 없는 80억 인구를 목전에 놓고, 인류는 유전자가위 기술로 무슨 호사를 기대하는가?

 

작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과학자가 사용한 종류보다 정교할 뿐 아니라 효율까지 높인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우리 과학자는 환각 성분을 없앤 대마를 활용해 어린이 뇌전증에 효과적일 거로 기대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기술로 장차 혈우병과 암, 간과 심장의 유전질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론과 실제가 기계처럼 명확할 리 없다.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갖도록 만든 농산물의 조작된 유전자가 잡초에 이동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그런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대거 방출한 몬산토(2018년 독일 농화학기업 바이에르에 팔렸음)는 유전자 이동 현상을 짐작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아닐 거라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를 포함해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은 유전자가위 기술로 농작물과 가축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에 몰두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아직 조심스럽다. 리 실버가 희망한 배아의 유전자 치환 연구는 자칫 뜨거운 윤리 논쟁에 휘말려 금지될 수 있으니 내놓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2018년 중국남방과기대학의 허 젠쿠이가 유전자가위 기술로 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 아기를 편집했다고 발표해 세계적 논란이 거세진 이후 연구에 더욱 조심스러울 테지만, 인류의 질병 치료는 성패와 관계없이 어디선가 연구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 치료에 적용하기 어렵다. 유전자가위가 60조 개 넘는 인체 세포의 정확한 위치로 이동해 치료에 성공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까닭인데, 사람 이외 생명이야 대수롭지 않겠지.

 

농작물과 가축의 효율화는 어떤 목적에 충실해야 할 텐데, 그러자면 타고난 유전자의 다양성을 과감히 희생시켜야 한다. 다양한 유전자가 환경 조건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발현하면 그 유전자를 활용하려는 기업이나 권력은 손실을 볼 수 있다. 과다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제거해 근육량을 20% 높인 돼지는 기존 축사의 돼지보다 유전자가 단순하다. 더욱 엄격하게 사육되어야 소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를 개선하는 것일까?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력을 한층 위축시킬 텐데, 저주에 가깝지 않을까?

 

미 정보국은 20162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대량 파괴와 확산의 무기에 비유했다. 특정 음식을 즐기는 민족의 재료가 되는 농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변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인종에 직접 피해를 안길 유전자가위 기술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송에 출연한 생명공학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알고 있을 권리를 제창했는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두 명의 유전체가 아니라 한 국가의 유전제가 빅데이터가 모이길 희망했다. 하지만 어떤가? 세상은 선의로 가득하지 않다. 극한 경쟁은 어떤 유혹을 받을까? 빅브라더가 딥러닝으로 응용한다면 어떤 목적이 실현될 수 있을까? 지노사이드(genocide), 다시 말해 유사시,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인종을 집중하여 타격하는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있을까?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 사는 적혈구가 찌그러진 사람은 비교적 잘 견뎌냈다. 평소 빈혈에 시달렸지만, 말라리아에 살아남은 것인데 마을에 진작 그 유전병이 없었다면 모두 사망했을지 모른다.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 또는 동식물의 유전자가 다양하다면 바뀔 환경에 이겨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환경에 불리하더라도 생물종의 유전자는 다양해야 한다.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우리는 생태적 완충력을 없애는 유전적 단순화를 경계해야 한다. GMO를 뛰어넘는 유전자기위 기술은 농작물과 축산물의 유전자를 더욱 획일화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파국을 앞당길 게 틀림없다. 종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농수축산물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인류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텐데, 유전자가위라니! 개선이라니! 아무리 기업의 이권을 외면할 수 없는 산자부일지라도, 국민의 생명을 앞장서서 위협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린란드 빙하가 맹렬하게 녹는다. 이런 추세가 억제되지 않으면 금세기 내에 해수면은 7m 상승할 거로 기후 전문가는 암울하게 예측하는데, 유전자가위로 사람을 포함한 유전자를 편집하다니. 두렵지 아니한가? 지금도 핸드폰으로 개개인의 건강정보가 보험회사로 입력될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들의 유전체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 분석돼 빅브라더의 손에 넘어간다면 나와 가족의 운명은 광고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런데도 대중은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미리 알아야 할까?

 

황반변성뿐 아니라 암 대부분은 퇴행성 질환, 다시 말해 피할 수 없는 노환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노환은 과정이지 고쳐야 하는 질병이 아니다. 나는 내 유전제 정보를 알고 싶지 않다. 내 신체는 자신과 이웃에게 언제나 솔직한데, 뭘 더 알아야 한다는 건가? 우리는 자기 내일의 신체 운명에 대해 모를 권리가 있다. (녹색평론, 202111-12,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