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2. 2. 15. 07:18

 

모처럼 해산물이 신선한 주막을 찾았다. 덕적도 갯바위에서 채취한 생굴을 비롯해 서해안의 물고기를 내놓는 맛집으로, 3, 4년 전, 1주일이면 8번 찾았다 너스레 떨었지만, 옛이야기가 되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연장되는 요즘은 드문드문이다. 은퇴하는 친구가 늘어나면서 거리두기와 더불어 나이에 순응하기로 했는데, 하던 일을 멈춘 후배를 위로하고 새 삶을 격려하려 두어 달 만에 찾은 단골집이다.

 

10월에 준비하지 않았던 덕적도 생굴을 드디어 주문했다. 알파벳 이름에 R자가 있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굴을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온난화로 바다가 따뜻해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10월에서 3월로 줄었다. 요즘은 그 정도가 더해 11월부터 2월이 안전하단다. 그러니 생굴은 벌써 끝물이다. 아쉬움을 접고, 시세에 따라 가격이 다른 병어조림을 추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빈자리가 없더니, 마감까지 주막 안은 우리뿐이었다.

 

우리 해역은 평균 상승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데, 생굴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제주도에 흔해진 아열대 어류가 충청도 해역에 드물지 않다고 한다. 환경부는 앞으로 100년 이내에 한반도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바다는 훨씬 빠르다고 해양학자는 주장한다. 북한 해역에 섬이 많지 않은데, 거기에서 생굴을 들여와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와 일본, 그리고 중국의 발전소마다 수온 상승을 부채질한다. 그중 중국 동해안의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마다 막대하게 쏟아내는 온배수는 황해를 집중 데울 게 틀림없다. 만일 50기 가까운 중국 핵발전소 중에 하나라도 폭발한다면? 생굴은커녕 병어도 포기해야 한다. 서해안에서 잡거나 채취하는 모든 어패류는 독극물로 돌변할지 모른다. 우리가 핵발전소를 대폭 줄이지 않는데 한 사람당 전기 소비량이 우리보다 적은 중국이 핵발전소를 포기할 리 없다. 내내 안전할 수 있을까? 그러길 학수고대한다.

 

주막에서 마신 막걸리는 인천에서 생산했다. 인천사람이므로 일부러 선택하는데, 멋도 괜찮다. 쌀막걸리다. 쌀은 국산일까? 따지지 않았는데, 그러려니 믿는다. 쌀농사에 화학비료와 농약이 덜 들어간다고 하니 기후위기 시대에 최적의 술일지 모른다. 기후위기가 부르는 기상이변으로 홍수와 가뭄이 예전과 다르게 빈발한다는 경고가 잇따르는데, 벼농사는 지하수를 보전할 뿐 아니라 풍수해를 어느 정도 완화해준다. 막걸리는 소주나 맥주보다 친환경인 게 틀림없는데, 많이 마시면 소용없겠지.

 

그림: 2013년 우리 곡물 자급 통계. 농토가 대폭 사라진 요즘은 자급률이 더욱 떨어졌을 것이다.

 

짧은 시간을 쪼개 간단한 피자와 수제맥주 파는 식당으로 2차를 갔다. 수제든 기성이든 맥주에 맥아가 들어가고 맥아는 수입했을 것이다. 호주에서 맥아를 수입한다는 국산 맥주도 즐기는데, 텔레비전 광고는 끝없는 맥아 밭을 보여준다. 그런 농업은 석유로 가공한 화학비료와 농약과 제초제가 필수다. 석유를 펑펑 태우는 거대한 농기계를 사용하는 산업농업이다. 맥아에서 얻는 열량의 10배 이상 화석연료를 태웠을 테니 맥주는 기후위기에 일조했다.

 

얇은 피자를 주문했다. 밀가루가 들어간다. 밀가루는 틀림없이 미국에서 수입했는데, 끔찍할 정도의 산업농산물이다. 미국 농업은 막대한 석유 없이 불가능한데, 아직 밀가루 가격은 저렴하지만, 슬금슬금 오른다. 참았던 라면 가격이 오르는 걸 보면 틀림없는데, 이유는 재룟값 상승이라고 한다. 재료? 국제 석윳값이 오르는 현상을 반영하겠지.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변하는 상황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하지만, 머지않아 상승 일변도일 거라 전문가는 확신한다. 고갈이 멀지 않기 때문이다.

 

피자에 토핑으로 올라가는 소시지와 양념류도 화석연료 없이 생산이 거의 불가능한 산업농산물이거나 축산 가공물이다. 석유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언젠가 만나기 어려워질 텐데, 한참 뒤의 일일까? 식량 전문가는 낙관하지 않는다. 국제 원유는 2005년에 이미 생산 정점을 찍었으므로. 석유와 수입 식량의 가격상승은 피할 수 없다. 걷잡지 못하게 오를지 모른다.

 

핵심은 기상이변이다. 미국 경작지의 물 부족 현상은 심화하는 중이다. 석유에 의존하는 대규모 경작으로 생태계에 돌이키기 어려운 변화가 생겼기 때문일 텐데, 석유 과소비로 버티지만, 언제까지 유효할까? 자국 소비량보다 과다하게 생산하는 미국의 농민들은 거대한 보조금으로 연명한다. 미국인의 세금일 텐데, 석유위기와 기상이변이 심화하면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 농업이 무너지면? 수입 식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는 즉시 위기에 몰린다.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의 4분의 3은 수입에 의존한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직을 후보가 없다!” 외친다. 기후위기에 나름 변죽을 울리지만, 민감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성장을 되뇔 뿐인데,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경제성장이 계속될 거로 믿는 자는 미치광이이거나 경제학자라고 갈파했다. 경제성장으로 기후위기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위기를 미래세대에 안길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 대선공약은 지극히 주변적인데, 식량위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가는 인과관계가 분명한데, 대통령을 꿈꾸는 우리 후보들의 자세가 그 모양이다. 차기 정권으로 바뀌고 5년 뒤, 어떤 공약이 난무할지 점칠 수 없는데, 기후위기 대응하라는 유권자 목소리는 지금보다 처절하겠지. 마스크 대란이나 요소수 대란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인천in, 202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