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2. 4. 2. 22:02

 

2021년 반환된 인천의 마지막 미군 부대는 이 시간, 공원으로 탈 바꾸려는 꿈을 실현하는 중이다. 일본군이 점유한 치외법권 지대는 광복 이후 미군이 차지했지만, 80년 지나서 시민의 품에 돌아왔다. 시민 의견을 묻지 않고 외국군에 내준 금단의 땅에 들어가 보았다. 낡고 볼품없는 막사 사이에 아름드리로 성장한 양버즘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보전하려나? 수치스러운 역사도 역사다. 시민 의견을 반영해 보전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남기겠다고 인천시는 약속했는데, 어떤 모습으로 개과천선할까?

 

미군 부대에 납품할 빵을 굽던 부평 캠프 마켓 터에서 지금도 시민 출입을 한사코 막는 곳이 있다. 다이옥신을 비롯한 화학물질로 오염되었다는데, 원인은 모른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정화는 미군의 몫이 아니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미국 부대가 마찬가지라는데, 시민단체의 항변을 무시하고 오염 상태로 인수한 주둔지는 미군 부대만이 아닐 것이다. 확장된 도시에서 떠나는 우리 군부대도 정화가 필요하지만, 국방부는 비용을 떠맡지 않았다. 장차 통일되거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남북한의 군부대가 크게 줄어도 사정이 비슷할지 모른다.

 

주둔하던 군부대의 오염은 사소할지 모른다. 고엽제 피해가 대를 잇는 베트남을 보라. 전쟁 참화는 얼마나 끔찍할까? 60년 이상 출입을 제한하는 비무장지대는 겉보기 멀쩡하지만, 땅속 유골은 처참했던 전쟁을 생생히 기억한다. 두 세대 지나서 한 구, 한 구, 발굴할 때 주위 생태계의 훼손을 최소화해야 할 텐데, 전쟁으로 파괴된 자연은 여간해서 회복되지 못한다. 젊은이 희생과 생태계 파괴를 막으려면 어떠한 전쟁도 되풀이되면 안 된다.

 

명분이야 어떻든,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 말 많고 탈도 많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길 기다린 걸까? 러시아 기갑부대는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농경지를 일거에 짓밟았다. 그 뒤 며칠, 쉽게 점령할 거라 믿은 러시아의 탱크와 장갑차는 눈 덮인 대지에 볼썽사나운 고철로 나뒹군다. 훈련이라 여기고 탱크에 탄 러시아의 어린 병사들은 목숨을 잃었다고 소식통은 전한다. 처절하게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군인과 시민은 봄볕 받은 벌판이 심각하게 오염되는 모습에 분통 터질 게 틀림없다. 전쟁이 아니라면 곧 씨앗 뿌릴 곡창지대가 아닌가.

 

군 시설이 표적이라던 러시아 미사일은 주택과 병원, 심지어 어린이 시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파괴한 군 시절에 석유 저장탱크와 천연가스 배관도 포함되었다. 석유와 가스는 군대만 사용하는 에너지가 아니지만, 미사일을 맞은 시설은 시뻘건 불길을 허공에 하염없이 내뿜었다.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대기로 배출되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방의 군수물자가 지원된다고 종군기자가 전한다. 양측의 무기는 연실 불을 뿜고, 인명이 어처구니없게 희생될 것이다. 그뿐인가? 도시와 농촌은 폐허와 황무지로 변할 것이다. 와중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낭비될까? 전쟁이 끝나도 걱정은 남는다. 복구하며 동원할 막대한 에너지는 전쟁 아니라면 불필요했다.

 

국제적 비난과 자국 젊은이의 희생을 걷잡지 못하자 푸틴은 은근히 핵무기 사용을 떠보았다. 제정신인가? 이 글이 인쇄될 즈음, 설마 사용한 건 아니겠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으름장이겠지? 언어는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를 상당히 공유하는 우크라이나만 아니라 러시아까지 파국에 빠뜨릴 무기가 아닌가. 핵폭탄을 진정 터뜨린다면? 무고한 생명을 숱하게 해친 푸틴은 세상에 남을 가치를 잃을 것이다. 희생은 사람에서 그치지 않는다. 폭심을 중심으로 생태계는 영원히 회복되지 못한다. 세계가 핵전쟁에 휘말린다면? 기후위기가 예고하는 파국은 바싹 당겨질 수밖에 없다.

 

사진: 푸틴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참략 전쟁의 참혹함. (사진인 인터넷에서)

 

전파력 강한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지상군 전투는 치명성을 높일 수 있다. RNA 유전자를 가진 코로나19는 변이가 특히 심하다. 화약이 터지며 먼지에 휩싸이는 전장의 환경은 바이러스의 변이를 촉발할 것이다.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8, 독성이 미약하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치명적으로 돌변해 급격히 퍼졌고, 당시 세계 인구의 적어도 2%, 5천만 명 이상 목숨을 잃어야 했다. 3.1운동을 준비한 우리나라도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번 전쟁에서 무사히 지나갈까? 두세 종류의 변이 유전자가 한 사람의 몸에 침투한다면, 지극히 위험한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후 어떤 변이가 무섭게 창궐할지 누구도 점치지 못한다.

 

1권력에서 히로세 다카시는 두 가지 이상의 증서를 제시하면서 전쟁의 원인을 탐구했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근대 이후 전쟁 대부분은 은행이 부추겼다고 주장하면서 기득권의 더러운 탐욕을 주목했다. 주장의 진위를 판별할 능력은 없는데, 분명한 것은, 나중에 양해되는 전쟁의 명분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리라. 푸틴이 일으킨 전쟁도 마찬가지다. 히로세 다카시가 지적한 더러운 탐욕이 원인일지 모르는데, 인류 멸종을 염려하게 만든 기후위기 시대에 전쟁은 전혀 가당치 않다. 푸틴은 당장 도발을 멈추고 탐욕이 빚은 갈등 상황을 서둘러 돌이켜야 한다.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강대국 중심의 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역사를 주도하려면, 힘을 가져야 한다.”라는 취지로 연설하면서, 김구 선생이 바라던 문화의 힘을 소환했다. 세계 6위의 군사력과 세계를 선도하는 소프트파워를 성취한 국가라고 벅차게 확인하면서, 선조의 희생과 헌신이 있어서 평화를 누릴 군사력과 세계인의 부러움 받는 문화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평화가 이어졌기에 가능한 성과라는데 동의하면서, 우리는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새롭게 추가해야 한다. 그를 위해 우리나라도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했다. 기후위기에 적지 않게 일조한 것이다.

 

힘으로 평화가 보장될까? 우크라이나는 힘이 부족했던 걸까? 군사력이 엇비슷하다면 푸틴은 엄두 내지 못했겠지만, 러시아만큼 군사력을 키워야 했을까? 더러운 탐욕이 원인 아니겠는가. 오랜 세월 전쟁이 끊이지 않던 유럽에서, 작은 국가들이 누리는 요사이 평화는 군사력과 무관하다. 숱한 역사를 돌이켜보자. 군사력이 강한 국가는 지배자의 탐욕을 어떻게 해결하려 도발했던가? 1권력은 전쟁을 부추겨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은행을 고발했는데, 정작 전쟁은 군사력이 추동했다. 갈등과 탐욕은 군사력으로 억제할 수 없다. 상호 존중하는 평화가 문화로 정착될 때 평화는 비로소 깃든다.

 

요한 갈퉁은 평화를 전쟁이 없는 상태로 해석하지 않았다. 폭력을 배제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를 염원했다. 푸틴은 탐욕을 채우려 침략했지만, 부당한 전쟁이다. 전쟁은 갈등을 키울 뿐이다. 큰 문제는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거라는 사실이다. 미래세대와 생태계에 미칠 위기를 전쟁은 악화시킨다.

 

최근 6기후위기 평가보고서를 펴낸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는 현 추세의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지 못하면 50년 안에 지구촌 평균 기온이 섭씨 2에서 3도 상승할 거로 예측했다.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7억 이상의 기아 인구가 발생하리라 주장했는데, 그 시한은 2030년이다. 10년도 남지 않았다. 온실가스 발생을 당장 멈추더라도 기온 상승을 당분간 막을 수 없다는데, 전쟁은 위기를 최악으로 증폭한다. 군사력은 해결책이 아니다. 갈등 없는 적극적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

 

석유종말 시계의 저자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석유 위기 시대의 평화를 긍정적으로 상상했다. 갤런 당 2달러일 때 마구 소비하던 석유였는데, 바닥을 드러내면서 가격이 치솟는다. 갤런 당 20달러로 상승한다면?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전투기와 함정을 도저히 띄울 수 없는 상황을 예상했다. 지구촌에 평화가 깃들 수밖에 없다는 거였는데, 언제 그런 평화가 다가올까? 에너지 위기를 그전까지 평화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갈등이 심각해질 텐데, 그때까지 인간은 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국가 사이의 갈등만이 아니다. 생존이 위태로워질 미래세대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생태계의 숱한 생물에 닥친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인류에게 평화는 깃들지 못한다. 푸틴은 거기까지 생각했을 리 없다. (작은책, 2022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