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5. 4. 17. 17:22
 

최근 한 신문은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현황을 심각하게 보도했다. ‘국가 항생제 내성 안전관리사업’ 모니터링 결과, 오염된 식품과 축산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대장균과 장구균의 80퍼센트에서 테트라싸이클린 내성을 보이고, 사람을 잘 감염시키는 폐렴구균과 황색포도상구균도 페니실린이나 메치실린에 각각 73과 66퍼센트 내성을 보인다고 전했다. 최후의 보루인 반코마이신 내성 세균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은 0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최악이라고 경고한다.


우리 항생제 내성률이 유난히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 사용량이 줄어들었어도 아직도 병의원에서 항생제가 남용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양식장과 산업축산에서 비롯되는 식품으로 들어오는 경우를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폐쇄된 공간에 밀집 사육하거나 양식하는 까닭에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고 발생한 질병은 순식간에 확산되므로 손실을 걱정하는 사업자는 항생제 첨가 사료를 사용하려 들고, 식품에 잔류하는 항생제는 소비자의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까닭이다.


요즘 식품매장은 잔뜩 쌓은 싱싱한 딸기로 입맛 잃은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한 겨울부터 시장에 나온 아기 주먹만한 딸기는 한입 베 물어보면 가운데가 비었을 정도로 부풀어올랐다. 그런데 딸기는 이름 봄의 채소가 아니다. 자연생은 늦봄에 속이 꽉차게 영글고 그리 크지 않다. 기껏해야 호도 정도다. 요사이 딸기는 일찌감치 식물성장호르몬을 처리하여 보일러 가동한 비닐하우스에서 과성장시킨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비닐하우스와 성장호르몬 처리는 딸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곧 여름철 채소인 참외와 수박이 앞다투어 선보이고, 터질듯 부푼 복숭아와 사과와 배가 과일상점을 장식할 것이다.


과일나무는 고농도로 자극하는 성장호르몬을 감당하기 버겁다. 충분히 자라지 않았을 때부터 호르몬 처리하는 까닭에 어릴 적부터 큰 과일을 주렁주렁 매달아야 하는 과일나무는 상당한 비료에 의존해야 하고, 감염과 상처에 취약한 관계로 살충제와 제초제를 수시로 뿌려야 한다. 상품성을 위해 수확 이후에 농약을 뿌리고 왁스를 바르고 심지어 강한 빛깔을 내도록 약품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남보다 빨리 많이 생산해 큰돈을 벌어들이고자 욕심이 빚는 반자연적 과수농업은 생산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겉이 반지르르한 과일을 필요 이상 과식하는 소비자가 없다면 비자연적인 농업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먹을거리로 인한 질병은 과다한 소비를 좇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우리 욕구는 내구성 있는 공업제품에서 그 소비가 더하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문구는 “댁에는 있쑤?” 이후 사라졌다. 아직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텔레비전도, 조금만 수선하면 대를 물려줄 수 있는 가구도, 때도 끼지 않은 멀쩡한 옷도, 고장 한번 없던 자동차도, 심지어 주택도 필요 이상 보유하거나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바꿔치운다. 기능을 조금씩 추가하며 바꿀 것을 종용하는 핸드폰, 컴퓨터, 관련 소프트웨어는 위화감을 조장한다. 소비로 늘어나는 가계 부담은 돈벌이를 위해 시간을 더 쪼개라 강요하고, 가족과 친구들은 그만큼 소원해진다.


넘쳐나는 상품은 폐기물로 이어져 매립장과 쓰레기소각장은 계속 확대되고, 침출수와 악취는 민원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민원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전에 없던 환경호르몬은 남성의 정자수를 줄이거나 정자 자체를 기형으로 만들고 아토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데, 말초적 대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오염된 환경에서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상혼은 고가로 치닫는 공기정화기와 정수기를 장만하라고 유혹하고, 진작 인기상품이 된 항균제품과 더불어 은나노제품들이 시장을 속속 노크하고 있다. 질병을 양산하는 오염된 환경에서 주기적 건강검진은 필수라는데, 그래서 늘어나는 환자는 의사와 병원의 수와 질이 거듭 상향 조절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환경오염 덕택이다.


1960년대, 당시 담임선생님들은 일주일에 한번은 꼭 목욕할 것을 우리에게 당부했다. 수도꼭지를 솜이불로 덮어 겨울을 지내야 했던 시절을 넘어 손닿는 곳에 온수가 콸콸 쏟아지는 요즘, 물을 받아 설거지하는 아낙은 없다. 형이 물려준 셔츠가 행주에서 걸레로, 아궁이를 막다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던 시절은 여름철 뭉게구름도 겨울철 고드름도 흔했는데,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요즘, 매캐한 도시를 긴장시키는 오존주의보와 경보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유행과 제복의 공통점은 개성이 없다는 점이다. 연예인의 의상과 장신구가 삽시간에 퍼지는 현상은 개성과 거리가 멀다. 남들이 다 갖고 있으니까 나도 구입한 상품들은 대부분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그런 물건들이 필요한 이웃에게 가면 개성 있게 사용될지 모른다. 조금만 수선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품도 많다. 그래서 생각있는 사람들은 3R에서 5R을 주장하며 참여한다. 이른바 리퓨즈Refuse, 리듀스Reduce, 리유즈Reuse, 리패어Repair, 리사이클Recycle이다. 많은 사람들은 리사이클부터 떠올리지만 리사이클은 맨 나중이다. 리퓨즈가 먼저다. 아예 구입하지 않는 일이다.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미국인처럼 풍요롭게 살고 싶은 63억 명의 욕심은 도저히 채울 수 없다. 석유 생산량, 곡물 수확량, 어획고들은 1990년대를 지나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소비 추세로 가면 멀지 않아 급격한 곡선으로 바뀔 것으로 경고한다. 항생제 내성과 아토피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 젊은이의 정자 활성이 장년층에 비해 떨어지고 기형이 많은 사실은 내일을 어둡게 한다. 북미원주민들은 7대 후손을 생각하면서 일을 추진한다는데, 어떻게 하면 선조가 물려준 환경을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하게 전해줄 수 있을까.


요즘 상업 웰빙이 극성이다. 그런데 내 웰빙은 이웃이 웰빙일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웃에는 조상과 후손, 그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생태계와 문화도 두루 포함된다. 내일을 위한 웰빙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될 수 있는 한 자연스런 삶을 추구하는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싶다. 과거에서 내일의 삶에 대안을 찾자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리퓨즈, 개성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물건부터 구입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툰자, 2005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