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05. 9. 1. 14:28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 이본 배스킨 지음, 이한음 옮김, 돌베개 2003년



일요일 오후, 악랄한 선임하사는 공사장 각목을 던져주며 뜬금없이 명령한다. 점호 전까지 신발장을 만들라는 거다. 투덜거리던 병사들이 움직이는데, 얼음이나 자를 톱으로 각목을 커고 자르며 두드려 박더니 어느새 그럴듯한 신발장을 만들어냈다. 헬기로 아무데나 떨어뜨려도 시간 내에 복귀하는 그들,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진 병사들이 모여 있기에 군대는 극한 상황도 충분히 극복할 것 같다. 병사 부려먹는 맛에 사는 장교들을 제대로 귀환할런지, 선임하사에게 물어볼까나.

 

1992년 리오 데 자네이루 환경회의에 모인 세계 정상들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약속했다. 논에 개구리가 사라져도, 제비와 배추흰나비들이 보이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아무 지장 없는데 왜 생물다양성을 중요시할까. 생물종의 종류가 많거나 적은 게 사람의 삶에 도대체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은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전문가들의 용어를 쉽게 고쳐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사람들에 의해 생태계는 어떻게 교란되는지, 우리의 삶은 그로 인해 어떻게 피폐해졌는지 진상을 이야기한다.

 

생물종이 얼마나 많아야 생태계는 환경변화를 이겨낼 수 있고, 생태계 유지에 꼭 필요한 생물종은 무엇인가. 생태계의 역동적 과정은 생물다양성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 그런 문제를 고민한 국제과학연맹이사회 산하 환경문제과학위원회는 전 세계 수백 명의 생태학자들을 동원, 3년간 연구했고 6권의 논문집을 발간했다.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시민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로 요약했다.

 

사람의 쾌적함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생물다양성은 사람 때문에 위태롭다. 홍연어가 올라올 때면 회색곰과 대머리독수리를 비롯하여 코요테, 밍크, 수달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연출했던 미국의 한 국립공원은 어업당국이 민물곤쟁이를 상류에 방류하면서 엉망이 되었다. 밤에 홍연어의 먹이인 동물플랑크톤을 민물곤쟁이가 먹기 때문인데, 홍연어와 함께 대머리독수리와 회색곰들이 사라지면서 공원과 마을의 수입도 사라지고 말았다. 여문 곡식을 쪼아 먹는다고 참새를 없애자 해충이 득실거린 중국의 옛 사례는 무엇을 말하는가.

 

숲을 밀어대는 코끼리 떼는 무법자인가. 코끼리가 없다면 초원은 유지될 수 없고, 초원이 줄면 대형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은 생존이 버겁다. 사람의 좁은 소견은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성게를 먹는 해달을 없애자 늘어난 성게들이 갈조류들을 먹어치워 바다목장이 사막이 된 사례, 순록을 보호하려 늑대를 몰살시키자 먹이가 부족한 순록들이 떼로 죽었던 사례들은 생태계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단순한 간섭이 얼마나 무모한지 보여준다.

 

생물다양성은 환경변화에 대한 완충효과를 극대화한다. 생태계 유지에 결정적인 이른바 ‘쐐깃돌 종’은 인간의 간섭이 없어야 생태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물, 토양, 기후와 대기의 안정은 생물다양성으로 담보할 수 있다. 추천의 글을 쓴 폴 에릭 교수는 생물다양성을 인간의 생명유지 장치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은 결국 인간 생존법을 일러주는 셈이다. (발간 예정 서평집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