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5. 9. 2. 00:32
 

생태경제학이란 분야가 있으니 당연히 생태경제학자도 있다. 그들은 당대 투자자의 가시적 이익보다 다음세대의 건강한 생명을 염두에 두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새만금 간척사업보다 갯벌 그대로 보존하는 편이 배 이상 이익이라고 계산한다. 경제학자 중에서 극히 소수에 불과한 그들은 여간해서 대학이나 연구소에 자리잡지 못한다. 아니, 소신을 펼칠 수 없는 까닭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지 모른다.


생태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 최근 책을 펴냈다. 그는 자신의 책 제목처럼 2000년대 첫 10년을 《아픈 아이들의 세대》로 규정한다. 수많은 개발과 재개발로 뒤덮인 우리나라는 현재 100만분의 10에서 2.5단위의 먼지 농도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수준이므로 도시를 빠져나가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어디로 갈 것인가. 서울은 어느 한 구석 안전한 곳이 없다고 자료를 제시하는 그는 인천으로 주민등록을 옮길 것 같지 않다. 인천의 대기질이 전국 최하라는 보도를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도차가 있겠지만, 최근 언론은 도시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80퍼센트에서 아토피 피부질환이 나타난다고 보도한다. 원인 찾기에 골몰하는 전문가들이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특효약이 광고되고 어떤 수입연고제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부모들의 안타까움을 더하는데, 민간요법 경험담은 주의를 환기하게 한다. 현미를 포함한 유기농 식단을 마련하거나 유기화학제품을 피하고 실내를 강제로 환기하니 차도가 있단다.


그런데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만나는 유기농산물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실내장식을 비롯하여 가구나 의복, 각종 방향제와 살충제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유기화학물질을 피하기 어렵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충만한 도시에서 거액의 환기장치를 가동한들 효과가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생활권이 먼 근교로 나갈 형편이 못되고, 근교라고 개발열풍에서 예외가 아니다. 안전이 의심스러운 색소와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이 무제한으로 노출된 마당에 아이들의 건강을 어떻게 회복시키나.


지난 10년간 초등학생의 아토피성 피부염이 130퍼센트 증가했다고 민주노동당은 자료를 근거로 발표했다. 초등학생 열 명 중 두 명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세 명 중 한 명이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는다는 것인데, 4세 이전의 아이에게 그 정도가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친구들과 한창 뛰어놀 아이들 교실에 위험 농도 이상 배출되는 유해물질은 정부와 교육기관의 투자로 완화할 수 있고, 지역의 유기농산물로 급식을 제공하면 음식을 통한 아토피 질환은 감소될 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발 열기에 휩싸인 도시에서 미세먼지는 어쩐담.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는 현실적 대책은 약하다. 먼지 발생을 원천봉쇄할 수 있도록 운행되는 자동차 수를 줄이고, 배기가스를 철저히 단속해야겠지만 앓는 자식이나 친지를 가진 시민들 스스로 건강한 대기를 위한 실천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캠페인만으로 부족하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 게 더욱 편한 도시, 자동차보다 자전거, 자전거보다 보행자에 우선권이 있는 행정을 시민들과 더불어 만들어가야 한다.


보행도로에 금 그은 자전거도로로 생색내는 행정은 어림없다. 양쪽 차선을 과감히 줄여 자전거에 할애하고, 차도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자동차가 끼어들 수 없게 크고 작은 나무를 심고, 자전거와 보행자도로 사이에도 같은 방식의 가로수를 심는다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안전한 가로수 터널을 통해 직장과 상가와 학교와 관공서와 공원을 편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석유값 걱정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신도시와 공단에서 쏟아내는 미세먼지만으로 최악을 차지한 인천에서 아픈 아이 키우는 시민들은 무엇을 원할까. 이사가길 원한다면 비극이다. 자본의 이익을 배려하는 개발보다 다음 세대의 유권자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녹색도시를 민주적으로 가꿔나가야 한다. (기호일보, 2005년 9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