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04. 3. 8. 13:09
아마 햇살 따뜻한 봄날 아침이었을 것이다. 효성 지극한 선비가 아버님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다. 자식을 그윽하게 바라보던 노인이 고개를 떨어뜨리는가 싶더니, 아비의 가슴에서 한 줄기 빛이 빠져나가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닌가. 황급히 쫓아 나간 선비는 막 교미하는 암캐의 몸으로 한 줄기 빛이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야단을 하며 개를 떼어놓았다. 개 주변을 잠시 맴돌던 한 줄기 빛은 아담한 집의 작은 방으로 쏙 들어갔고 댓돌에는 짚신 한 쌍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헛기침을 하며 기다린 선비는 옷매무세 고치는 내외를 불러내곤 큰 절을 했다. 10달 후 태어날 아이는 제 아비라는 것을 젊은 부부에게 알려야 했던 것이다.

대만이라던가. 한 아기는 3명의 어머니를 두었다. 법적인 엄마와 자궁을 빌려준 엄마, 그리고 난자를 기증한 엄마. 의료기술의 발달로 거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아기를 안을 확률이 높아졌다. 정자나 난자가 부족해도, 심지어 만들지 못해도, 자궁이 없어도 그렇다. 머리 좋은 대학생의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는 고리타분한 방식이 아니다. 정자나 난자를 만드는 정원세포나 난원세포만 건강하다면 그 세포들을 쥐의 고환이나 난소에 넣어 대신 만들게 하여 불임클리닉에서 인공 수정하여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면 된다.

짝짓기 후에 배란하는 호랑이의 습성 상, 백두산호랑이 난자는 구하기 어렵다. 황우석 교수는 그래서 핵이 제거된 고양이 난자에 백두산호랑이의 체세포 핵을 넣어 전기 충격을 가했다. 수정란처럼 배반포까지 분열하면 자궁에 착상해야 하는데, 고양이 자궁은 너무 작다. 호랑이나 배란도 안 된 백두산호랑이의 자궁은 곤란하다. 사자나 소는 어떨까. 사자는 호랑이와 유전적으로 가깝지만 연구 자료가 부족하다. 소의 자료는 많다. 황우석 교수는 백두산호랑이의 체세포가 들어간 고양이 난자를 분열시켜 소 자궁에 착상했고, 초기 잘 성장하던 그 배아는 모두 죽고 말았다. 만일 태어났다면 아기 백두산호랑이는 자신을 백두산호랑이로 생각할까. 혹시 고양이에 왠지 모를 친밀감 있는 송아지로 착각하지 않을까.

30대 남성의 체세포를 소의 것으로 짐작되는 탈핵난자에 넣고 14일 이상 세포분열을 시도해 물의를 일으켰던 황우석 교수는 세계가 인정하는 동물복제 전문가다. 이미 5년 전에 고능력 젖소 영롱이와 비육우 진이를 복제한 바 있다. 작년 말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도 복제했다. 만일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영롱이와 진이를 전국의 목장에 보급하면 가난한 축산농부들은 금방 부~자 될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유전자 다양성이 상실된 복제소는 환경변화에 민감할 터이므로 일정한 축사 환경을 유지할 시설을 갖추는 자본만이 이익을 독점할 것이다. 공장식 축산이 개선되지 못하면 질병은 계속 만연될 것이다.

체세포 핵으로 핵이 치환돼 5일 정도 시험관에서 분열된 난자는 배반포 상태가 되고, 자궁에 착상하면 체세포 임자의 어린 모습으로 태어난다. 1996년 영국에서 돌리라 이름붙인 양이 그렇게 태어났다. 이제 사람도 가능해졌다. 황우석 교수가 인간배아를 복제했기 때문이다. 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하지 않아 그렇지 착상했다면 복제인간으로 태어났을 것이다. 굳이 인간의 자궁도 난자도 불필요하다. 건강한 난자만 충분하면 그만이다.

성숙한 여성 16명의 난소에서 모두 242개의 난자를 채취하여 하나의 줄기세포를 얻어낸 황우석 교수는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켰음을 발표했다. 앞으로 인간의 각종 세포조직과 장기를 만들면 불치병 난치병 치료가 가능해져 60조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언론은 과장했다. 그리고 척추가 끊어진 개가 치료받은 후 어설프나마 걷는 모습을 보여주어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환자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척추 끊어진 개가 걷는 화면은 이번 연구와 관련이 없다. 현재까지 신경세포 이외의 분화는 없으며 분화확률도 높지 않았을 것이다. 엉뚱한 세포로 분화한 경우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분화된 신경세포는 영원히 신경세포로 머물지 않는다. 주위 환경에 따라 암세포로 다시 변할 수 있다.

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아니다. 복제인간이 아니라도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다. 배아는 분명한 생명이다. 242분의 1의 확률로 얻은 줄기세포는 자궁에 착상하면 태어날 생명을 파괴한 것이다. 그래서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배아복제를 엄격히 규제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징역 20년도 불사한다. 배아복제 이외 방법으로 불치병 난치병 치료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하는 영국도 배아복제가 시도되지 못했다. 안정적이고 윤리적인 연구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 발효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허락 없는 배아복제는 규제하고 있다. 그 법 조항을 잘 알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이번 인간 줄기세포 연구는 윤리와 거리가 먼 것이다.

황우석 교수가 유도한 줄기세포는 사람의 난자를 사용했으므로 부작용이 없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동물 난자로 만든 줄기세포를 사람에 적용할 때 당연히 부작용이 있지만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도 부작용이 있다. 환자 체세포를 복제하여 만든 줄기세포는 치료용으로 부적합하다.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완벽할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그랬을까, 황우석 교수의 연구논문이 실린 사이언스의 편집장은 “지구상 얼마 안 되는 사람들에게나 사용될지 모르는 하나의 재미있는 이론적 가능성”으로 평가했다.

242개 난자와 배아를 희생시키는 배아복제는 일부 계층을 위해 후손의 생명과 생태계를 위협한다. 황우석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불교의 윤회사상에 빗대었지만, 현재는 물론 과거에서 미래까지 삼라만상이 연결되어 순환된다는 윤회사상을 배아복제에 연관할 수 있을까. 다양성을 파괴하는 복제가 생명의 순환을 약속할 수 있을까. 배아를 복제하는 생명공학자가 자신의 연구목적에 따라 윤회사상을 함부로 판단해도 무방한 것일까. 윤회사상까지 폄훼하는 생명공학을 불교는 어떻게 평가하고 대처해야 할까. (2004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