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6. 5. 11. 13:22
 

어떤 원예 전문가는 비닐하우스는 사막농법이라고 단정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는 농작물로 떨어지지 못한 채 어디론가 사라지고, 비닐하우스 안은 지하수를 퍼올려 적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으로, 도시는 사막이다. 내리는 빗물은 땅 속으로 스미지 못하고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따라 낮은 곳으로, 도시를 더럽혔던 오염물질을 싣고 몰려나간다. 논을 메워 조성한 아파트 단지를 생각해보자. 비 내릴 때 바닥을 뒤덮던 수분이 비 그치자마자 사라지는, 전에 없던 마술을 선보인다.


중동과 상동 신시가지, 그리고 삼산동 아파트 단지는 얼마 전까지 드넓은 논이었다. 광활했던 김포평야의 끝자락으로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포집해 도심의 열섬화를 예방했고, 무엇보다 빗물을 머금어 홍수 피해를 크게 완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지역은 빗물을 머금지 못할 뿐 아니라 열섬화를 크게 부추긴다. 논을 평균 2미터 이상 성토한 곳에 철근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깔았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오염물질을 내뿜는 온갖 자동차들이 밤낮없이 질주한다.


계양구 아파트 단지와 김포 신도시까지, 추가 개발되었거나 개발 예정인 김포평야는 일찍이 갯벌이었다. 수도권의 조상들은 갯가에서 수많은 먹을거리를 충당했을 거고, 육지와 바다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갯벌인 까닭에 홍수 피해는 물론, 영양분의 상당량을 바다에 의존했을 터이니 가뭄 피해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갯벌이 있으면 해일 피해도 없다. 몇 해 전 마산의 해일은 매립이 원인이었다. 작년 초 동남아시아 쓰나미도 해안의 습지를 매립한 데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한 바 있다.


수천 년 이어왔던 갯벌이 일제에 의해 평야지대로 바뀌었을 때에만 해도 수해를 몰랐는데, 당대에 와서 아파트 단지로 차례로 뒤바뀌자 비만 내리면 낮은 지역은 빗물이 고이는 상습 피해지역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도심의 대기와 아스팔트의 떼를 벗긴 흙탕물이 순식간에 밀려들어 해마다 몸살을 앓아야 했던 계양산 기슭의 농민들은 더는 참을 수 없어 민원을 제기했고, 범람하는 한강으로 빗물을 퍼올리는데 한계를 느끼던 당국은 서해안까지 방수로를 파기로 약속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홍수의 원인을 제공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기획하고 실행한 공사 주체들이 배상은커녕 일체의 사과도 하지 않았지만 지역의 민원을 들어준 자세는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방수로에 의한 환경 문제와 생활문화권의 단절을 고려하며 어느 규모로 어떻게 방수로를 건설해야 옳은지 주민, 건설 관계자, 그리고 환경과 문화인류학 전문가들이 사전에 충분히 논의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그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주민을 속이기까지 했다. 폭이 좁아도 가능하건만 운하로 넓혀야 수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80년대 말 농사용으로 매립한 인천 경서동 매립지를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한 정부는 복토를 위해 막대한 흙이 필요했고, 이해가 맞은 관계당국은 주민들을 속이고, 환경단체와 이간질하며 운하를 홍수방지용으로 치장했다. 하지만 폭 20미터의 방수로로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에 침묵한다. 게다가 운하는 당시 재정이 어려운 건설회사에 이윤을 보전하려는 눈물겨운 배려로 기획되었건만, 그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은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못마땅하게 여겨 실력행사도 불사했다. 결국 폭 40미터로 환경단체와 합의하고 이후의 확장여부는 다시 논의한다는 약속마저 파기하려는 당국은 폭 100미터인 운하를 ‘경인운하’로 이름 붙이곤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장마를 앞두고 신선한 소식이 들려 주목된다. 전라남도는 전국 최초로 강진천과 준전천이 만나는 강진읍에 홍수 조절용 생태호수를 60억 원의 예산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태풍과 집중호우로 둑이 무너지고 주변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강이나 하천 옆에 대규모 인공호수를” 확보하겠다는 당국자는 평소에는 갑문을 통해 들고 나가 일정량의 물이 고이는 저수지를 유지해 주변에 산책로와 꽃밭들을 갖춘 호수공원으로 활용할 것이며, 홍수 때 갑문을 열어 하류의 범람을 막겠다고 그 계획을 지난 4월 소개했다. 이를 위해 1만5천 평에서 2만 평에 달하는 평균 수심 2미터의 호수를 조성한다고 전한다.


나아가 나주 만봉천, 화순 지석천, 담양 영산강 상류도 1800억 원의 예산으로 10여만 평 규모의 홍수조절용 생태호수도 계획하고 있는 전라남도는 주민들의 휴식 공간은 물론 홍수조절과 산불진화용 물 공급과 같이, 1석3조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도시 지역과 가까운 도내 10여개 강과 하천에도 같은 호수를 더 만들 포부를 밝히는데, 전라남도보다 예산 규모가 큰 인천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기만과 협잡으로 경인운하를 계획하는 중앙정부와 관련 건설업체에 밀려 감히 헛기침도 자제하는 방관자의 태도가 아니던가.


부산항 수출입 화물이 실려 오갈 것처럼 그림 그리며 밀어붙이는 경인운하의 원죄는 따지지 않겠다. 폭 40미터의 방수로라면 김포평야를 메워 생긴 수해를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을 것이지만, 더 많은 비, 폭우, 태풍이 몰아칠 경우를 대비해, 상습 피해지역 주변에 전라남도처럼 홍수조절용 생태호수를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온갖 새들과 물고기가 노니는 생태호수가 생기면 수도권에 관광객이 답지하는 소중한 학습장소를 얻게 되고 주민들은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의 자부심으로 승화될 수 있다.


상습 피해지역은 주민과 합의하여 사전에 보상하는 것을 전제로 생태호수를 조성하고, 간혹 범람하는 곳은 발생한 피해를 그때마다 보상하면서 농사를 짓도록 유도하면 좋을 것이다. 주민이 원하면 집이나 도로를 안전한 곳으로 이전하거나 높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홍수피해와 예산도 줄이며 환경문제, 생활문화권 단절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갯벌이 사라져 깃들 곳 찾지 못하는 귀환 생명가치들을 반갑게 만날 수 있어, 생태계를 위해,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더 없이 반가울 게 아닌가. 민원을 개발의 빌미로 삼는 구태에서 벗어나 내일을 생각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길,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과 지방행정당국에게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환경미디어, 2006년 6월호)

어디 한두가지라야...
논 농사의 포기가 가져 올 후폭풍을 생각하면...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