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6. 7. 11. 14:40
 

겨울이면 수십 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간월호를 찾아 어김없이 군무를 한다. 군무가 현란한 가창오리만이 아니다.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찾아온 온갖 겨울철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때를 같이 하여 주민들은 환경단체와 연계, 철새 탐조행사를 성황리에 벌이니, 자연을 잘 보전하면 주민 소득증진에도 기여한다는 예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간월호는 서산 간척지 사이의 인공호수다. 4천만 평이 넘는 갯벌을 매립해 만든 농지에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조성한 거대한 호수로, 얼마 전까지 동양 최대였던 낙동강 하구 을숙도의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철새들이 운집한다. 그렇다면 간월호가 생기면서 철새들의 환경이 좋아진 것일까. 먹이도 먹고 쉴 수 있는 간월호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에게 낙원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수많은 철새가 간월호에 모이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간월호 이외에 깃들만한 장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갯벌이 매립되면 일부 종류의 오리와 도요새들은 먹이를 찾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쉴 곳도 사라진다. 그러니 간척지에 새로 생긴 호수일지라도 갯벌을 잃은 철새까지 모여들 수밖에 없다. 바닷물이 밀고 들 때마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갯벌의 새들마저 호수에서 먹이 경쟁에 동참하니 사정은 열악해진다. 당장 호수에 도래하는 새들의 종류는 늘어나므로 사람들은 생태계가 좋아졌다고 착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수의 새 종류는 단순해지고, 갯벌의 철새 수는 급감할 것이다.

 

최근 남동공단유수지의 활용을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유수지 바닥의 오니를 처리한 후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개발할지, 찾아오는 철새를 위해 생태적으로 보전할지를 논의한 자리였는데, 개발보다 보전 쪽으로 방향을 정리한 것처럼 인천의 언론은 전한다. 남동공단유수지에 백여 종의 야생조류가 찾아온다는 민간단체의 의견을 존중한 것인가. 아무튼 남동공단유수지에 깃드는 철새와 나그네새를 위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개발한다면 철새들은 다른 구천을 찾아 헤매고 다닐 뻔했다.

 

철새들은 악취가 진동하는 남동공단유수지를 왜 찾았을까. 깃들기 좋기 때문일 리 없다. 먼저 찾은 새들로 인산인해인 간월호에 내릴 수 없는 철새들에게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냄새가 진동하고 먹이도 부족하지만 인적이 드무니 쉬는데 지장이 없고, 아직 매립이 안 된 인근 갯벌에서 알량한 먹이라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동공단의 오폐수와 오니로 더럽혀진 유수지일망정 거기 아니라면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옳겠다.

 

인천시는 송도신도시 주변에 철새를 유인해 관망할 장소를 만들겠다고 제안했지만, 철새는 그들이 깃들 곳을 스스로 찾는다. 바로 남동공단유수지다. 그렇다면 인천시는 그 유수지를 가련한 철새에게 배려해야 한다. 친수공간 후보지는 송도신도시를 비롯한 숱한 매립지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덕분에 시민들은 철새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탐조 하고, 당국은 학생들의 자연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유수지 바닥의 오니를 당연히 제거해야 하겠지만, 철새의 눈높이에서 공사를 매우 세심하게 시간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인천 육상의 유일한 철새도래지는 후손의 자원으로 보전해야 하므로.(인천e뉴스, 2006.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