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7. 2. 5. 01:23

 

     독일의 바이오에너지 공장을 방문한 적 있다. 역겨운 냄새는 물론 보기에도 끔찍한 가축분뇨와 식품공장 부산물이 들어가 메탄가스 발효를 거치면 검은 색 가루가 나오는데, 냄새가 사라진 검은 색 가루는 인근 농장에서 유기질 퇴비로 걷어가고 메탄은 공장과 주변 마을에 공급하는 전기로 전환된다고 관리자는 자신감 넘치게 설명한다.

 

1980년대 초반, 돼지나 소의 분뇨를 활용하여 취사용 생물가스를 얻는 시설이 제주도 농가에 성공적으로 보급된 적이 있다고 인류학자 전경수는 자신의 저서 『똥이 자원이다』(통나무, 1992)에서 밝힌다. 요즘 생물가스 시설을 사용하는 농가가 제주도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지금은 천연가스와 보일러 시대가 어닌가. 그렇다고 가축분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욱 늘었다. 가축 집단 사육으로 규모가 막대해진 축산분뇨를 우리도 바이오에너지와 유기질 퇴비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없을 리 없다. 가축분뇨만이 아니라 그냥 버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인분도 연구만 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2천만 명의 인분은 대부분 바다로 버려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정의 하수구를 거쳐 정화조에 모이면 운반차량에 실려 저장탱크에 잠시 대기하다가 인천의 한 전용부두로 옮겨져 서해 공해상 투기장으로 향한다. 1975년 발효된 런던협약은 오염물질의 해양투기를 규제하고 있지만 런던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분이나 가축의 분뇨만이 아니다. 식품공장에서 배출하는 엄청난 양의 폐기 농산물도 바다에 버린다. 해양 동물에 사료로 제공하려는 고육책일까. 해양 동물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귀농한 축산 관련 전공자는 가축 분뇨와 인분이 거의 활용되지 않는 현실을 개탄한다. 농업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는 화학비료회사를 원망하는 그는 화학비료를 농민에게 반강제로 제공하지 않는다면 농촌에서 인분과 분뇨는 소중하게 사용될 것으로 철석같이 믿는다. 밥은 아무데에서 먹어도 똥은 꼭 집에 와 누었던 시절처럼. 작년 초, 거의 100년 전 미국의 F.H. 킹이라는 농업 관료가 쓴 책이 번역돼 나왔다. 『4천 년의 농부』가 그 책으로, 저자는 인분이 높은 밀도의 인구를 오랜 세월 먹여 살린 비법이라는 걸 깨닫는다. 경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미국 땅이 벌써 황폐해졌는데, 그는 그 대안으로 인분의 활용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해양투기가 어려워진다. 국내외적으로 바다 오염을 더는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인분이나 가축분뇨를 과거나 독일처럼 활용할 방안을 한시바삐 찾아야 한다. 염분이 많다는 지적이 많지만 연구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뇨를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한다면 화석연료의 사용이 줄어들 테니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수 있고, 화학비료 소비를 줄일 수 있으니 땅이 살아날 것이다. 땅이 살면 농작물이 튼실하고, 그 농산물을 먹는 우리와 후손의 건강도 좋아지지 않겠는가.

 

인분으로 생산한 무와 배추를 먹었던 시절, 하늘은 더 없이 파랬고 물은 티 없이 맑았다. 생태계 순환에 따르던 시절, 땅도 자연은 물론 우리의 몸과 마음이 건강했다. 순환이 차단되면서 질병은 쌓이는데,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위기를 경고하는 이때, 자연을 닮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분뇨는 안 보이게 버려야 하는 쓰레기가 아니다. 건강한 내일을 이끄는 훌륭한 바이오에너지다. 그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인천e뉴스, 200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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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씨! 돌아왔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반가워요!! 얼른 뵈요!!!
동요풀님 사자의이빨입니다. 제주에서의 귀농2년차를 좌충우돌로 보내고 있습니다. 건강하신지...
돌담 너머로 비가 쏟아지고 있고, 덕분에 모처럼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습니다. 요즘은 토종종자를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동요풀님 글을 읽다보면, 글의 내용보다는 아현동 전집에서의 유쾌한 토론이 그리워집니다. ㅎㅎ. 천성이 그래서...
사자이빨! 나도 전집과 그 분위기가 그리워요. 얼마 전, 계양산 나무 위에서 골프장 반대를 위해 57일간 올랐던 신정은 씨가 풀꽃방에 왔지요. 그날 모처럼 전집에 갔답니다. 그 시장마저 재개발된다는데, 이 도시에서 인간미를 찾기는 그른 듯 싶어요. 제주도에나 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