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1. 9. 8. 22:24

 

1973년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의 행동을 연구해 노벨상을 받았다. 얼마 전, 유럽과 미국은 꿀벌이 사라진다고 낙심했는데 프리슈가 연구하던 시절은 꿀벌이 많았나 보다. 애벌레와 꿀이 벌통에 가득한데 돌아오지 않아서 전문가는 꿀벌 집단 붕괴 현상이라 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은 4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사람은 잘 버틴다. 꿀벌 집단은 붕괴를 모면했을까?

 

여왕벌 한 마리가 낳는 알로 집단을 만드는 꿀벌은 유전 다양성의 폭이 원래 크지 않다. 봄이면 일벌은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 먹은 여왕벌을 새로 옹립하고, 여왕벌 한 마리는 추종하는 일벌 무더기와 벌통을 떠난다. 양봉업자는 일벌 무리에서 여왕벌을 찾아 새 벌통에 넣고 집단을 늘렸는데, 요즘 그런 양봉업자는 드물다. 공장에서 여왕벌, 약간의 수벌, 백여 일벌을 플라스틱 통에 넣고 대량으로 판다고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의 저자는 미국의 실상을 전했다.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더 많은 꿀을 빨리 모으는 품종이 널리 보급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꿀벌 유전자는 획일화되었다. 양봉업자는 꿀을 많이 모았지만, 바이러스와 세균, 곰팡이와 천적에 거듭 노출되면서 속수무책이 되었다. 약효를 잃자 강력한 살충제로 바꿔 뿌렸지만, 두세 차례 반복되자 꿀벌이 죽어갔다. 수십 약제에 중독된 꿀벌의 집단붕괴현상은 아몬드 농장에서 퍼져나갔다. 남보다 빨리 더 많은 아몬드를 수확하려고 유전자를 획일화한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농장에 미국, 캐나다, 중남미도 모자라 유럽의 꿀벌까지 꽃가루 수정을 위해 끌어모으자, 확산한 것이다.

 

과일이 지나치게 매달리는 과수원 나무들은 유전자가 거의 같다. 과일이 무엇이든, 어느 나라나, 사정이 비슷하다. 캐번디시 품종 바나나는 세계가 한 그루와 다름없다. 그러자 영양배지 속의 곰팡이처럼 질병이 급격히 퍼진다. 전문가는 멸종을 걱정한다. 재배환경을 유지한다면 기대를 충족하겠지만, 기후가 변한다.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는 다양성을 잃은 생물에 질병을 안긴 것이다. 조류독감에 속수무책인 닭과 오리와 칠면조도 그렇다. 구제역에 살처분되는 돼지와 소는 아니 그럴까?

 

사진: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먹을 과일의 종류와 양이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출처는 인터넷)

 

타고난 유전자를 획일화하며 효율화하자 최대 이익을 챙겼지만, 잠시였다. 탐욕은 종말을 예고한다. 다양성을 잃자 환경변화 적응력을 상실한 농촌과 생태계는 암울하다. 대안을 잃은 농부는 더욱 막대한 화석연료를 퍼부으며 경작 환경을 유지하면서 질병들을 차단하려 몸부림치지만, 한계가 다가온다. 낭떠러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농작물과 축산물의 효율화에 넋을 잃었을까? 장단 맞추며 인구를 턱없이 늘린 사람의 운명은 어떨까? 더 높고 더 넓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생태계를 마구 짓밟고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펑펑 가동하는 사람은 어떤 내일을 기대하는가?(갯벌과물떼새, 202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