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1. 10. 15. 11:13

 

‘RE100 선언이 있다. 2050년까지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바람과 태양처럼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20211월 기준으로 구글, 베엠베, 이케아를 비롯해 세계적인 284개 기업이 선언에 동참했고 우리나라는 SK그룹 계열사 8곳과 LG화학, 그리고 한화큐셀이 참여한다고 소식통이 전한다.

 

RE100 선언은 지키지 않는다고 규제가 뒤따르지 않지만, 기업은 신뢰를 내걸었다. 구글과 베엠베 같은 기업은 아직 완벽하게 실천하지 않아도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넓게 설치하며 노력하는 자세를 연출한다. 올 초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할 제도를 마련한 우리나라에서 RE100 선언에 동참한 기업은 어떤 실천을 준비하나?

 

그림: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해외 기업들. 선언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은 최근 동참하기 시작했다. 선언은 광고에 불과하다. 행동이 진정성을 보이게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받은 그림..

 

지난 917일 화상으로 열린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메탄서약의 가입과 동참을 촉구했다.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자는 미 대통령의 요구에 우리 대통령이 화답한 모양이다. 선도하겠다며 에너지, 농업, 폐기물 분야의 실천을 약속했다는데, 내용은 무엇일까? 논의 과정에서 소외된 시민은 그저 궁금하다.

 

다음날 기업과 전문가들이 한국ESG학회를 창립했다.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라는 ESG는 어떤 진정성을 연출할까? 학회장으로 선출된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은 ESG가 자리 잡도록 정부와 시민조직이 참여하는 ‘ESG 진흥원을 제안했는데, 시민단체는 금시초문이다. 가치를 소비하는 사회변화를 감지한 기업은 참여를 선언했는데, 텔레비전 광고와 별도로, 구체성은 무엇일까?

 

빈 깡통이 요란하다.”라는 속담이 새삼스럽지 않다. 최근 IPCC6차 보고서에서 위기 신호의 시한을 앞당겼다.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환경단체는 탄소중립 시기를 최소 10년 이상 앞당기라고 정부와 기업에 촉구하는데, 밀실에서 전문가와 논의를 급조하는 우리는 선언이 넘친다. 진정성 있는 실천은 왜 보여주지 못하는가?

 

실천 없는 계획에 진정성은 없다. 핵발전과 석탄발전소를 고집하는 정부는 세계 대부분 국가가 실시하는 전기 선택의 자유를 여전히 외면한다. 소비자는 한국전력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을 위한 RE100 선언은 속 빈 강정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물론이고 가정도 아이에게 떳떳한 전기를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진정성이 생긴다.

 

정부 계획대로 탄소를 감축한다면 2050년 탄소중립은커녕 파국을 모면할 수 없다고 환경단체는 단정한다. IPCC가 절박하게 요구하는 섭씨 1.5도 이하의 상승이 실패하면 미래세대의 생존이 불투명한데, 이제 선언은 지겹다. 진정성 있는 실천이 시급하다. (갯벌과물떼새, 202110월호)

 

 
 
 

자원·에너지

디딤돌 2021. 10. 15. 11:07

 

얼마 전 6차 보고서를 펴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탄소중립 시기를 10년 이상 앞당기라고 각국 정부에 요구했다. 수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위기를 보수적으로 진단하는 까닭에 IPCC의 요구는 의미가 큰데, 우리는 상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5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중 2가지는 대통령이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에 미달한다. 화력발전소를 전부 퇴출하는 방안만이 유효한데, 우리 석탄화력발전소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IPCC 요구보다 느긋한 우리 정부의 목표 시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실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영흥도의 화력발전소는 오늘도 맹렬하게 가동된다. 석탄을 걷잡을 수 없게 태우며 막대한 온배수를 내놓는다. 수도권의 하늘은 지저분해지고 공기는 더워지며 인천 앞바다의 수온은 높아진다. 2040년 이전에 탄소중립, 다시 말해 배출하는 탄소의 전량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보고서를 거듭하면서 위기를 정교하게 진단하는 IPCC는 생태계의 파국을 예고한다. 다음 세대의 생존이 위험해질 거라는 경고다.

 

인천시의 조기 폐쇄 압박을 무시한 걸까? 남동발전주식회사 영흥본부는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1호기와 2호기의 연료 전환을 언급했다. 용량이 더 큰 3호기에서 6호기의 연료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미세먼지 줄이려는 선의로 들리지만, 기후변화로 위기로 치닫는 지구의 안위는 살피지 않았다. 인천시의 조기 폐쇄 요구와 청와대의 2050 탄소중립에 귀를 막으며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화력발전 당국의 오만함은 어디에 근거할까? IPCC는 물론, 대통령도 무시하게 만드는 어떤 권력기관이 뒤를 봐주는 걸까?

 

사진: 충청남도의 해안을 차지하며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력발전소. 출처는 인터넷.

 

중국의 파급력을 경계하던 미국이 호주와 오커스(Aukus) 동맹을 체결하자 발끈한 걸까? 최근 중국은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금지했다. 작년 거대한 산불로 10억 마리가 넘는 희귀 동물을 잃은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다. 우리 화력발전소 대부분이 호수산 석탄을 태우고 중국은 우리보다 월등하게 많은 석탄을 소비하는데, 호주산 석탄이 끊어지자 당장 전력난이 발생했다. 민원이 들끓었을까? 중국은 슬그머니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재개했다고 한다.

 

미국의 압박이 자극을 주었는지, 중국에 애국주의가 뜨겁다고 언론이 보도한다. 지나칠 정도라는데, 호수산 석탄은 다시 수입해야 했다. 우리는 애국주의를 무색하게 만든 중국의 실상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호주와 척지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전기를 과다하게 소비하는 지금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는 절대 약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자는 뜻이다. 인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남동화력주식회사 영흥본부는 우리 생활 주목할 게 뻔하다.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석탄 태우기를 멈출 리 없다.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이 지나갔어도 올해는 더웠다. 가을에 접어들어도 섭씨 30도를 넘나들자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 보툴리눔 균이 12년 만에 다시 창궐했고 저어새를 비롯한 많은 철새가 죽었다. 기상이변이 걱정인데, 내년은 어떨까? 불볕더위가 심해질수록 에어컨이 늘고, 에어컨이 늘수록 지구 기온이 오른다. 남동화력주식회사 영흥본부는 석탄 수입을 멈출 리 없다. 신혼부부 가전제품의 필수가 된 에어컨뿐인가? 햇볕 좋은 우리나라에 빨래 건조기가 왜 필요하다는 건가? 미세먼지가 많아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늘어나서?

 

최근 남동화력은 인천 앞바다에 풍력발전 단지를 계획하는 모양이다. 어업권 보상이 순탄하지 않다는데, 우리 식탁을 눈여겨보라. 바다에서 올라오는 어패류가 많다. 어업권 보상으로 포기해야 하는 식량이 아니다. 어업과 상생하지 않는 풍력은 발전량이 많더라도 필요 없다. 친환경일 수 없다, 우리는 밥을 먹는 생명체다. 전기 꽂아야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데, 기후위기에 경각심 느끼지 못하는 전력 당국과 정부는 시민과 미래세대를 로봇 취급한다. 우리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는 탓이 아닐까? (기호일보, 2021.10.15.)

 

 
 
 

도시·인천

디딤돌 2021. 10. 6. 11:11

 

계양산은 인천의 진산이다. 풍수지리에 관심 없는 시민은 계양산을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계양산은 숱한 고통을 안고 그 자리에 위치해왔다. 북풍한설을 막아주는 진산은 그 지역에서 아버지 같은 의미의 산이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품은 장소지만, 결을 무시하는 개발이 풍수지리를 제거하면서 계양산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진산은 그저 등산로 이상의 가치를 잃어가는지 모른다.

 

계양역에서 계양산 북사면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려면 골프장으로 파헤치고 싶었던 롯데그룹의 땅을 지나야 한다. 그 땅 일부는 오랜 시간 울타리로 시민의 시선을 차단한 불법 개농장이었다. 등산객은 25년 이상 소음과 악취로 눈살 찌푸렸는데 지금 조용해졌다. 관심 있는 시민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폐쇄되었기 때문인데, 목숨 건진 덩치 큰 개의 일부는 해외로 입양되었지만 160마리 정도는 안전한 임시보호소에 남았다. 현재 자원활동가의 보호를 받으며 입양을 기다린다는데, 계양산을 떠나지 못한다.

 

질 낮은 사료를 먹여도 성장이 빠르도록 어설프게 육종한 농장의 개들은 극단적 근친교배로 질병을 피하지 못할 뿐 아니라 좁아터진 철망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보호소는 넉넉하게 넓힌 철망을 땅바닥으로 내렸다. 철망 사이에 발이 빠져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면할 수 있지만, 본성처럼 대지를 뛰어다닐 수 없다. 장기간 불법을 방치하던 계양구청은 갑자기 무단 형질변경이라며 철거명령을 내린 모양이다. 개농장으로 환원하라는 의미는 아닐 테고, 진산의 면모를 되찾게 하겠다는 의지일까?

 

한남정맥 끝자락에서 서해안을 호령하던 계양산은 지금 초라해졌다. 계곡을 파고든 개발에 넓은 자락을 잃었고 아스팔트에 허리가 끊겼다. 주민에게 땔감을 내주며 헐벗었어도 천천히 자연의 모습을 회복해왔는데, 땅을 소유한 사람에 의해 골프장과 천박한 놀이시설로 망가질 위기에 여러 차례 몰렸다. 그때마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겨운 노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진산보다 이용 가치에 눈이 먼 자들의 사유지가 넓게 존재하는 만큼, 위기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지난 101계양산보전을위한한평사기운동본부2차 시민행동에 돌입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2011년 발족해 300여 개인과 70여 단체의 기부로 현재까지 6,200여만 원의 기금이 모았지만, 진산을 지키기에 턱없이 모자라다. 최근 부동산 투기 열풍은 계양산도 예외로 여기지 않을지 모른다. 다시 마음을 모은 시민단체는 10년 만에 경각심을 끌어올리려 행동에 나섰는데, 호응이 얼마나 이어질지 궁금하다. 기대 이상으로 모인다면 임시보호소의 개들은 비로소 안심할 수 있을까?

 

추수감사절이면 미국은 백악관에서 한 마리의 칠면조를 사면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여생을 보내도록 풀어준다. 칠면조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한 마리만 사면할까? 그날 요리될 나머지 수백만 마리 칠면조는 매우 불결한 축사에서 비참하게 사육되어 도축되었을 것이다. 딱 한 마리를 살리는 행사를 방송 카메라 앞에서 미 대통령이 연출할 텐데, 우리 대통령은 얼마 전 우리 개고기 사육과 도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선거철을 만난 정치권부터 논란이 벌어졌고 시민사회의 논란도 이어졌는데, 시민이 구한 계양산의 개들은 언제 사면될까? 사면되면 어디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을까?

 

반려견 천만 시대를 맞았다. 반려하는 인천의 개는 얼마나 되고 본성을 누리며 살아갈까? 그리 긍정하기 어렵다. 싫증이 나거나 부담이 늘어나면서 반려하겠다던 개를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고, 입양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보호소에서 안락사되는 개도 적지 않다. 개고기 즐기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지만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를 은밀히 사육, 도축하는 농장을 금지하기 그만큼 어려운데, 아무리 살펴봐도 개는 고기용일 수 없다. 본성이 그렇다. 인류사회에 들어와 동행하는 이유가 그렇다.

 

사진: 개농장에서 도축을 위해 허공에 띄운 철망에서 사육하는 강아지. 철망 사이에 다리가 끼어 골잘해 죽는 경유가 발생한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키우던 금붕어가 동작이 느려지면서 어항에서 떠오르면 마음이 아프다. 현관문을 열기 전부터 반색하며 꼬리치던 개는 마음이 통하는 생명체다. 눈이 흐려지다 배설물을 흘리며 숨을 멈출 때 가슴이 무너진다. 비단 개만이 아니다. 집안에서 반려하든, 마당에서 반려하든, 반려를 위해 입양하는 생명체에 대한 책임은 일시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먹으려고 키우는 가축은 어떨까? 그들도 생명체인데 효율적 돈벌이를 위해 좁은 공간에 가둬 본성을 억제하며 서둘러 살찌워 잔혹하게 도축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 가축이든 반려하는 생명체든, 본성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는 언젠가 인류사회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간신히 사면된 계양산의 덩치 큰 개들은 예쁘고 작은 개를 선호하는 우리 가정에 쉽싸리 입양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보낼 것인가? 시민 성금으로 사들인 땅이든 아니든, 계양산이 아니라면 받아들일 장소를 찾기 어렵다. 미국처럼 극히 일부의 가축을 자유롭게 보호하는 생추어리 농장을 광활하게 마련할 수 없다면, 계양산에서 견뎌야 하지 않을까? 가끔 지나는 사람이야 조금 불편하지만, 철망에 갇힌 개는 많이 불편할 게 틀림없다. 그 개들이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반려동물은 물론, 축사의 가축과 어떻게 동행해야 바람직할지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천in, 20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