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2. 5. 7. 21:45

 

대선 앞두고 한 방송사에서 조선 초기의 사극을 편성했다. 다분히 시청률을 의식했겠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다. 다만,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을 노골적으로 탄압할 가능성이 큰 정권으로 넘어갈 즈음이므로 그 사극에 나왔을지 모를 두 인물의 시조를 생각해본다. 역사의 교훈과 전혀 관계없다.

 

고려를 지키려는 정몽주와 조선으로 넘어가려는 이방원 사이에 오고 간 시조에 두 종류의 새가 등장한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싯구에 대해 겉 희고 속 검은 이 너(백로)뿐인가 하나라하며 충돌한다.

 

역사의 결말은 잘 알 테고, 백로 속이 검은지 모르지만, 요즘 속은 물론 겉까지 검은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녹색 분칠을 한다. 이른바 그린와싱이다. 과육은 붉은데 껍질이 푸른 수박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바와 관계없이, 덕지덕지 녹색 분칠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화력과 핵발전소에 설비를 납품하는 두산이 그렇고 자동차 내연기관을 가장 많이 만드는 현대가 그렇지만 으뜸은 포스코.

 

그림: 포스코에서 제시하는 수소환원제철의 회로. 하지만 합리적 근거 없이 선언에 그칠 뿐이다. 언제 어느 용량의 수소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다.(그림은 인터넷에서)

 

기후악당국가의 악명을 지우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단연 포항제철의 다른 이름인 포스코다. 국내 이산화탄소의 13%를 배출하면서 포스코 뒷자리가 녹색으로 변하는 광고로 의식 있는 시청자를 조롱한다. 문제 삼으면 표현의 자유를 들먹일 텐데, 그 기업은 철 제조 과정에서 감당 못할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중단해야 할 화력발전소를 이 시간에 짓고 있다.

 

탄소를 퍼부으면 철이 깨끗해지지만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현재 포스코의 일이 그렇다. 탄소 대신 수소를 퍼붓는다면?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물이 나올 것이다. 포스코는 2030년부터 수소 사용을 시작할 것처럼 약속을 남발하지만, 그때는 늦다. 게다가 쉽지 않을 텐데, 광고는 녹색 분칠이다. 과연 젊은이들이 속을까?

 

녹색분칠 행사장의 연단에 의식 있는 젊은이가 들이닥쳐 단말마를 토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이 실상을 파악하리라 기대한 건 아닐 것이다. 자신들의 앞날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걸 표현했는데, 이런! 현 정부는 의로운 젊은이에게 벌금 수백만 원을 안겼다.

 

작업장에서 해마다 여럿 사망케 하는 포스코는 장차 얼마나 많은 수소가 필요하고, 순수한 수소를 모으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허비되며 온실가스를 내뿜는지 밝히지 않는다. 비윤리적인 그 기업은 세대정의를 무시한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의 숨결을 옥죄려 드는 걸까?

 

지구의 날며칠 뒤 서울 강남의 포스코센터앞에 모인 젊은이는 굴지 대기업의 그린와싱에 분노했다. 기득권 이익을 반영하는 근대문명보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염려하는 녹색문명을 요구했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시민들은 그린와싱을 이해했겠지? (갯벌과물떼새, 2022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