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22. 7. 26. 21:34

공직자 소신에 책임을 묻겠다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오징어 게임을 보았을까? 지난 721,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페테르스베르크 기후 대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집단 자살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유엔사무총장이 경고했다 보도한 언론이 제목을 이러다가 다 죽는다라고 뽑았다. 경각심 높이려는 의도였겠지만, 유엔의 책임자가 좌절했을 리 없다. 대화에 참석한 40개 국가의 고위 관료를 향해 사무총장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세계가 마음을 모아 화석연료에 중독된 삶을 서둘러 돌이키자고 호소한 것이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온이 최근 10년 사이에 모일 정도로 지구촌은 점점 뜨거워진다. 섭씨 40도가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이 바싹 긴장하는 가운데 중서부에 폭염 경보를 발령한 미국도 긴급한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경각심의 발로인데, 요즘 폭염은 가뭄을 수반한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곡물을 주로 생산하는 미국 곡창지대는 심각한 가뭄으로 바싹 타오른다. 하지만 가뭄은 시작에 불과하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해수면 상승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균 1.5km 두께의 빙하에 덮인 그린란드는 장화를 신어야 할 정도로 녹아내린다는 소식이 나온다. 무슨 의미일까? 추이를 막지 못하면 금세기 안에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을 수 있다고 국제환경단체마다 경고하는데,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7m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학자들은 일찍이 예측했다. 남극 빙하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해수면은 목욕물 채우듯 서서히 상승할 리 없다. 쓰나미가 몰아치듯 높아지는 해수면으로 세계의 해안지대는 무섭게 휩쓸릴 텐데, 인천은 해안도시다. 언제까지나 예외일까?

 

여름에 선선하던 영국도 최근 40도 기온에 뒤덮었다. 체온을 초과하는 폭염 이어지면 에어컨 없는 사람은 물론, 생태계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영국이 긴장하는 가운데 수백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 프랑스와 스페인, 해안의 범람이 일상이 된 이탈리아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지난해에 전에 없던 기상이변으로 많은 희생자를 낳은 독일의 외무장관은 남은 기간이 8년에 불과하다!”하면서 불안해했다. 유럽 최대 산업국가인 독일은 화력은 물론이고 핵발전까지 포기하며 바람과 태양에 의존하려 노력한다.

 

산업화 이후 평균기온은 1.1도 상승하자 세계는 가뭄과 폭염에 시달린다.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긴급하게 억제하지 못하면 2도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기후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때 해안이 본격적으로 잠길 텐데, 부산은 3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임해도시인 인천의 재난은 코앞에 왔다. 해난사고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해오던 갯벌을 매립한 만큼 위험을 자초했는데, 대책은 세계 초일류인가?

 

사진: 103층 초고층빌딩이 예고된 송도68공구 조감도.

 

최근 송도6·8공구 개발사업 일부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하고 언급한 경제자유구역청 차장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인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요즘, 부정적일 경제성을 걱정했는지 모르지만, 그는 미래세대의 생존을 걱정하지 않았다.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에 투자할 민간은 거의 없다. 번쩍번쩍한 최고층의 랜드마크일지라도 거품이 될 부동산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지자체도 드물다. 한데 공직자의 경제적 소신을 놓고 책임을 묻겠다니! 경제자유구역청이 인천 특정 정치권의 부속 기관인가? 미래세대의 생존을 걱정한다면, 오히려 기후위기에 신속한 대응을 촉구해야 옳지 않았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100층 이상의 초고층빌딩이 어렵사리 완공될 즈음, 인천 앞바다의 해수면을 얼마나 상승할까? 물이 몰려온다를 쓴 미국의 환경운동가는 뉴욕과 플로리다의 위기를 주목한다.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즉각 줄이지 않으면 뉴욕과 플로리다는 물론, 해안의 주요 도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는데, 미국만이 아니다. 뉴욕이 잠길 즈음 상하이도 해수면 아래로 잠길 것이다. 송도신도시가 더욱 심각할 텐데 막대한 화석연료를 소비하며 세워야 할 랜드마크라니. 철부지인가? 그 건축의 화려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화석연료를 추가로 태워야 할까? 미래세대가 볼 때, 범죄에 가깝지 않은가?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절박하게 계획하고 시급하게 실시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의 현실은 우리 코앞의 위기를 반영한다. 지금은 신기루 같은 건물의 화려함과 높이로 지역의 자존심을 살릴 때가 아니다. 시민의 행복은 부동산 자본의 한시적 이익과 아무 관련이 없다. 랜드마크 운운하며 미래세대를 위험에 빠뜨리는 도시계획은 세계 초일류는커녕 최악의 파국을 부를 것이다. 인천시는 제발 시대착오적 도시계획을 멈추길 바란다. (인천in, 2022.7.26.)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2. 7. 18. 15:42

 

주목해야 할 세계의 소식을 올리는 환경운동가 박용남 선생의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발행하는 한 비영리 매체를 주목했다. 환경위기를 알리는 비영리 인터넷 매체 GRIST에서 우리가 반드시 살펴야 할 7가지 징후를 제시한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종합적으로 정리했어도 사실 전부터 많은 이가 경고했던 사안이다. 안정이 깨지면 지구의 기후변화는 인류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데, 그 매체가 정리한 7가지는 대서양 순환, 산호초, 그린란드 빙하, 남극 빙하, 영구동토층, 북극권의 한대 수림, 그리고 아마존 열대우림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는 영국을 비롯해 북유럽을 온화하게 만드는 멕시코만 난류가 끊어질 때 발생할 재난을 그렸다. 시베리아 혹한이 영국을 덮친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까? 손흥민이 활약하는 프리미어 리그만 끝장나지 않을 것이다. 산호초는 해양생태계의 기반이다. 수온 상승과 오염으로 호주를 둘러싼 산호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위기를 눈앞에 두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해양 관광 자원 하나가 사라지는 현상일 리 없다. 해양생태계 연쇄 붕괴는 어떤 위기로 이어질까?

 

현재 맹렬하게 녹는 그린란드 빙하는 한반도 11배 면적이다. 방치하면 이번 세기 안에 모두 녹을 거라는데, 해수면은 7m 정도 상승한다고 전문가는 예측한다. 바로 옆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부터 생존을 걱정해야 할 텐데, 무사태평이다. 거대한 남극 빙하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만 녹아서 떨어져도 대양 생태계가 급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인구가 많은 해안의 대도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림: 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던 날씨가 최근 10년에 몰려 있다.(출처는 인터넷)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잠들었던 바이러스가 깨어나 다시 창궐할 수 있다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인류와 현재 포유류의 공동 조상인 어떤 동물의 사체에서 빠져나가 느슨해진 제트기류를 타고 세계로 번질 가능성을 두려워하는데, 시베리아의 영구동토는 매머드의 사체를 연실 노출한다. 진귀한 상아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데 그칠 수 없다. 메탄이 방출되며 불이 붙으면 한반도 면적의 한대림이 화염에 휩싸인다. 사라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열대우림을 제외하고 헐떡이는 아마존도 의도인지 방치인지 모를 화재에 시달린다. 산소 생산이 위축되지만, 생물상이 절멸이 눈앞이다.

 

GRIST가 주목한 7가지에 머물 리 없다. 북중미와 유럽을 덮친 꿀벌집단붕괴현상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되었는데, 늘어나는 불임은 무엇을 웅변할까? 수십 가지 농약에 찌든 꿀벌이 새로운 농약에 노출되면서 애벌레가 자라는 벌통을 외면하는 현상은 음식의 3분의 1을 잃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건만, 사람들은 농약 살포를 멈추지 않는다. 심층적이며 포괄적인 연구로 입증하지 않았어도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개 분량의 플라스틱을 삼키는 사람은 오늘도 플라스틱 제품을 과감하게 버린다. 음식과 물로 섭취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세포막을 통과하면서 불임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음모론이 아니다.

 

배기가스를 자동차 안에 내뿜게 하면 운전자는 몇 분 안에 사망한단다. 하지만 대기에 내보내 희석되므로 괜찮다는데, 뙤약볕에 도로변을 걷는 보행자는 역겹다. 까짓 비빌 봉투 몇 장 버린다고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지만 생겼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미세먼지를 넘어 초미세먼지가 대기를 휩쓸게 되리라 애초 신경 쓰지 않았지만, 포화 상태가 되지 감당할 수 없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허용기준치 이내로 버리면 문제없다던 수만 가지 화학물질이 그렇다. 우리가 먹는 의약품들은 상승효과를 빚을 수 있다는데, 희석되니 괜찮을까?

사진: 2022년 지구촌을 강타한 폭염의 지도. (출처는 인터넷)

온실가스 발생을 더는 희석할 수 없다. 괜찮다 믿고 분별없이 쓰며 버리자, 대서양의 난류 순환에 이상이 생겼다. 산호초가 죽어간다. 영구동토층과 그린란드와 남북극의 빙하가 녹는다. 아마존이 불타면서 생물상이 위축되고 인류는 숨이 막힌다. 이대로 가면 파국을 면할 수 없다는데, 우리는 대안이라며 수소나 핵으로 희석하거나 상쇄하려 든다. 그러다 다 죽는다. 자식에게 원망 들을 우리도 결코 괜찮을 수 없다. (지금여기, 2022.7.18.)

 

 
 
 

도시·인천

디딤돌 2022. 7. 16. 00:18

 

자동차 광고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송도신도시에 유명 연예인이나 고액 연봉을 받던 스포츠 선수가 여럿 거주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만큼 살기 좋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은데, 그들이 인천의 정체성을 얼마나 공유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고급 주택 배경으로 인천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 사실에 뿌듯해하는 시민을 만난 적 없다. 영화와 드라마에 인천의 지리와 문화, 역사와 정체성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 탓이리라.

 

청라 아파트 단지의 한 도서관에서 지역 환경에 대해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신청자는 많아도 5차례 이어진 강연을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수강자는 거의 없었다. 퇴근 이후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던 수강자는 막히는 도로에서 지치면 쉬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면서, 도로를 확장하던지 지하철노선의 신설을 원했다. 신도시보다 국제도시에 거주하는 자부심을 가진 인천시민은 대부분 서울로 출퇴근했다. 그들은 깔끔한 주변 환경에 대체로 만족했지만, 인천의 지리와 문화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었다.

 

독일 남부의 오랜 도시 슈투트가르트는 분지 지형이다. 유럽을 뒤덮은 수 km 높이의 빙하가 녹아내려 형성된 구릉 지대의 한가운데 로마 군대가 주둔했다는데, 군영에서 말죽을 끓였는지 지명이 슈투트가르트가 되었다. 영어로 스튜 가든이니 우리 말죽거리와 느낌이 비슷한데, 벤츠 자동차 공장과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거대기업 벤츠가 지역의 일자리에 큰 비중을 차지할 텐데, 정작 시민들은 벤츠보다 바람골에 자부심이 컸다.

 

독일에서 비교적 소득이 높은 슈투트가르트 시민은 분지 지형에 자동차 배기가스가 정체되는 현상을 해결하길 청원했고 시는 슈투트가르트대학교와 실증적 연구로 바람골을 성공 사례로 만들었다. 구릉지에서 시내를 관통하는 넥타강으로 바람이 불어 배기가스를 외곽의 숲으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한 것이다. 바람이 원활하도록 구릉지 고급 주택의 위치를 변경하고 멀쩡한 간선도로를 지하로 옮긴 뒤 상부를 녹지로 바꿔야 했다. 막대한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지만, 긍정적 성과를 확인한 시민은 동의했다. 바람골은 예산에 맞춰 확장되는 모습이었다.

 

사진: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했을 때를 상상한 바닷가 도시 고층빌딩의 모습으로 인천도 예외일 수 없다. (출처는 인터넷 자료실)

 

빙하에 덮인 탓에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도, 독일 도시들의 외곽은 나무가 울창하다. 숲속 아우토반을 빠져나가면 나타나는 도시들은 면적과 인구로 비교하는 걸 반기지 않는다.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이 분명하므로 도시 사이에 우열이나 서열은 없다. 학문 특색을 자랑하는 독일의 대학도 비슷하다. 서열이 없으니 일류라는 개념도 없다. 학생과 시민은 그 분야의 최고 대학이고 최고 도시라는 자부심을 품는데, 유서 깊은 유럽의 대학과 도시가 대부분 그렇다.

 

취임 일성으로 인천시장은 세계 초일류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정치인이 이부망천을 언급해 시민 자존심에 상처받은 적 있는데, 그런 망언이 다시 나오지 않게 될까? 인천은 고작 서울의 관문이거나 수도권 생활 쓰레기의 최종 처리장은 더욱 아니다. 다채로운 수산물이 가득하던 갯벌은 위축되었어도 경관과 석양이 아름다운 섬이 즐비한 인천은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가졌다. 자랑스러운 인물도 많다. 그 방면에 이미 세계 초일류이건만, 정착 인천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앞으로 달라질 것인가? 서울과 인천에 머물던 해외 무역회사 주재원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인천은 어디였는지 물었다는 풍문이 더는 돌지 않겠지?

 

기왕이면 기후위기가 심각해져도 안심할 수 있는 인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화석연료를 과하게 투입해 생산하는 해외 농산물이나 가공식품보다 강화군이나 옹진군에서 청결하게 생산한 농산물과 해산물로 안전하게 자급할 수 있는 인천이라면 초고층빌딩이 화려한 도시보다 기후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부자 끌어모으는 휘황찬란한 시설을 위해 과도한 예산을 집행하면 여유 없는 시민은 소외된다. 사회학자는 평등하면 건강하다고 주장한다. 정체성이 분명할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고 경제정의와 사회정의가 분명한 인천이라면 세계 일류로 등극하겠지. 초일류를 표방하지 않아도 시민은 행복하겠지. (기호일보, 2022.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