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21. 3. 20. 22:38

 

우리나라의 어패류 평균 소비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보았다. 아마 인터넷일 것이다. 책자가 아니라 핸드폰으로 스치듯 읽는 내용은 세세하게 기억하기 어려운데, 생선 문화가 전통적으로 다채로운 일본보다 우리의 어패류 소비가 진정 많을까? 그럴지 모른다. 커다란 섬으로 구성된 일본보다 어업 관련 인원과 투자가 적더라도 우리는 세계에 유례가 드문 갯벌을 가졌다. 플랑크톤부터 크고 작은 어패류의 산란장이고 터전인 갯벌은 다양한 어패류는 물론이고 독특한 해양문화를 선사한다. 우리나라에 어패류 소비가 많은 건 당연하다.

 

인천이라 그런가. 따뜻해지자 생굴을 선뜻 내놓지 않지만, 4명 이하로 어울리는 주막마다 생선은 빠지지 않는데, 머지않아 이런 일상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서해 연안에 풍력발전 시설을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커다란 계획이 쏟아진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막대하게 배출하는 화력발전소를 대체하겠다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바람에서 구하려는데, 그 대상지를 서해 연안에서 찾는다고 한다. 인천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관련 에너지 전문가는 경제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모양인데, 거기에 해양생태계와 문화는 포함했을까?

 

일찍이 헨리 소로우는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체온 유지를 위해 집과 음식 이외에 옷을 더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새끼 키울 때를 제외하고 집도 필요치 않은 동물이 많은데 사람은 집과 옷이 요란하고 음식은 얼마나 복잡한지 모른다. 그런 의식주를 유지하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까? 전기를 몰랐던 소로우가 다시 태어난다면 인간의 탐욕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할 텐데, 인류가 전기를 사용한 시기는 역사에서 극히 예외적인 찰나에 불과할 것이다. 전기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기후위기 철퇴를 맞은 인류는 탄소중립 운운하며 풍력을 거론한다.

 

사진: 영흥도 내 남동화력(주)의 영흥본부 구내에 보여주기 위한 풍력발전. 남동화력은 인천 앞바다 일부 지역에 풍렬발전 단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그 해역의 어민은 물론이고 지역의 전기 소비자인 인천시민과 일체의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

 

풍력을 획기적으로 늘이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정도로 탄소가 줄어들까?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태우는 발전보다 발생량은 분명히 적지만, 풍력도 탄소를 내보낸다. 게다가 바다 한가운데 대규모로 세운다면 배출량이 적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높이 100m 가까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워 유지하다가 폐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그뿐이 아니다. 갯벌이 형성된 우리 서해안은 천혜의 어장이다. 먼 조상부터 서해안에서 구한 어패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그 자체였다. 없어도 생존할 수 있는 전기와 차원이 달랐다.

 

거대한 선단을 끌고 인공위성으로 물고기 이동을 파악하며 무지막지한 그물로 싹 쓸어가는 원양어업은 해양의 지속성에 충격을 주지만, 우리 연안의 자그마한 어선은 남획과 거리가 멀었다. 선조가 물려준 고기잡이를 고집하는 어부라면 바다가 허용하는 테두리를 지키려 노력했는데, 천혜의 어장에 불쑥불쑥 솟는 풍력발전기는 어선의 안정된 고기잡이를 방해할 게 틀림없다. 한데 에너지 전문가는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하는 모양이다. 그는 사람을 전기만으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인식하고 싶은 걸까?

 

어민들은 풍력발전을 덮어놓고 반대하는 게 아니다. 어민은 물론이고 해양생태계와 문화를 이해하는 시민과 지속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보전 기능한 범위에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패류 없는 밥상이 어색한 인천시민의 한사람이 볼 때 대단히 합리적이다. 한데 에너지 전문가는 그 정도 풍력이라면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하는 걸까? 그렇다면 풍력은 인천 앞바다에 올 수 없다. 인천시 전역의 크고 작은 지붕을 활용하는 햇빛발전이 낫다. 정부는 이윤을 노리는 에너지 대기업에 막대한 예산을 퍼부을 게 아니다. 생존을 위해 탄소제로를 실천하려는 시민을 도와 지붕 햇빛발전에 전폭 지원해야 옳다.

 

한국전력 같은 대기업에 모든 전기를 의존하지 말자. 지역에서 자급할수록 낭비는 줄어든다. 탄소제로에 빠르게 다가간다. 지붕 넓은 관공서가 많은 인천시는 도로 방음벽이나 터널을 이용하면 좋다. 쏟아지는 햇빛으로 전기를 사시사철 알뜰하게 생산할 수 있다. (기호일보, 2021.3.19.)

 

 
 
 

도시·인천

디딤돌 2021. 3. 15. 22:39

 

인천시에 논밭은 얼마나 남았을까? 300만 시민은 어디에서 오는 농작물로 식구와 배불리 먹을까? 모르긴 해도 대부분 인천 바깥에서 가져올 게 틀림없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논밭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원래 그런 건 아니었다. 두 세대 전, 두리번거리면 언제나 논밭이 보였고, 50년 전 시청 자리도 넓은 밭이었다.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그때보다 훨씬 더 먹는 인천 젊은이의 키와 체격이 커졌지만, 이런 호강은 최근의 일이다. 남겨 버리는 음식이 미안할 정도로 넘치지만, 호강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올봄에도 전국의 논밭은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할 테지만,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는 불안감을 키운다.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은 수확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얼마 전 환경부는 귤을 강원도에 심어야 할 거로 전망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온난화는 우리 식문화를 뒷받침하는 과일과 채소의 생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쌀을 포함한 곡물의 생산도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요즘 우리나라는 식량의 절반 이상, 곡물은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국가도 기후위기의 덫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수입량이 충분할 경우, 대형마트의 식품매장은 적량의 식품을 적시에 내놓을 수 있다. 그런 매장을 이용하는 가정은 필요한 만큼 냉장고에 저장하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즉각 혼란에 빠진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초기, 유럽과 미국의 식품과 필수품 판매장은 사재기하려는 인파로 난장판이었다. 그 와중에 노인이나 가난한 계층의 사회적 약자는 필수 식품과 물건을 구하지 못해 소외되어야 했다. 인천은 눈앞까지 다가온 기후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갯벌이 넓던 시절, 인천은 다른 지역보다 먹을거리가 다양하고 충분했다. 드넓었던 갯벌은 이제 손바닥, 아니 손가락만큼도 남지 않았다. 여전히 갯벌과 바다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농작물과 육류처럼 인천 밖에서 가져온다. 학교 급식에 공급하는 친환경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먹을거리처럼 중요한 건 없다. 먹을거리가 보장된 이후 학습도 가능하지 않던가. 한데 요즘 인천은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건강한 식재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강화와 옹진, 그리고 영종과 극히 일부의 육지에 농토가 있지만, 개발 욕구에서 벗어나기 힘겹다.

 

사진: 인천 연종도의 한 농토에 객토 명분으로 주인 모르게 개흙을 퍼붓는 모습. (사진은 기호일보)

 

인천시도 농토와 바다의 생산을 관리하는 부서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위상이 아주 약해서 그런지, 힘 있는 개발부서에 보전의 가치를 주장하기 어려워한다. 인천시는 최근 영종도의 농토가 개흙에 뒤덮이며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어떤 사토업자가 공짜로 객토 해조겠다며 허락도 없이 영종도 농토에 개흙을 2m 이상 쏟아붓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분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동분서주할까? 손가락만큼 남은 갯벌에서 개흙을 퍼서 생산녹지를 못 쓰게 만드는데, 위기의식을 가질까? 영종도가 위치하는 중구에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다고 언론은 보도했지만, 개발부서가 몰라라 하는 건 아닐까?

 

광활했던 갯벌을 메워 만든 신도시와 인천공항은 휘황찬란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그저 신기루일 따름이다. 많은 자본으로 멋지게 꾸며도 속 빈 강정이다. 시민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순간, 도시는 폐기된다. 건강한 농토는 이 시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지역 농토가 망가지는데 설마 인천시가 먼 산 바라볼까? 만일 그렇다면 인천에 희망은 없다.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보따리를 싸야 할지 모른다. (인천in, 2021.3.16.)

 

 
 
 

도시·인천

디딤돌 2021. 2. 16. 18:50

 

작년 1112, 인천시장은 인천시 생활쓰레기의 소각재를 매립할 인천에코랜드후보지를 발표하면서 인천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2025년까지 서구의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을 반드시 종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결기를 느끼게 한 배수진이었다. 이후 환경특별시 로고를 공모한 인천시는 청사 내에서 일회용품과 음식물쓰레기, 그리고 자원 낭비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3무청사라는데, 환경특별시를 선포한 도시답게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를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천명한 것이리라.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청사 1층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확신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일회용품 소비가 크게 늘었어도 인천시청사는 다를 듯하다. 솔선수범하는 공무원은 잔을 들고 다닐 테고, 커피숍 직원은 잔 닦는 일이 늘었겠지. 귀찮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환경특별시 선포는 여론몰이가 아니다. 인천부터 수도권매립지를 사용을 중단한다면 서울과 경기도도 물러설 수밖에 없지 않나! 한데 불안하다. 신임 환경부장관이 사용연장을 시사했다는 소문이 돈다.

 

힘으로 또는 돈으로 주인집 쓰레기를 셋집에 내버리는 게 관행이라면 그 집 쓰레기는 줄어들 수 없다. 타성에 젖은 주인집은 셋집에 미안해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게 생각하는 셋집이라면 점점 참기 어려울 것이다. 주인집을 미안하게 만들거나 쓰레기 발생을 줄이게 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강력하게 반발해야 한다. 인천은 셋집 신세가 아니다. 과거 군사정권이 갯벌을 멋대로 매립할 때, 이후 그 매립지를 쓰레기매립지로 바꿀 때 싫은 소리도 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울과 경기도는 타성에 젖었을지 모르지만, 매립지로 고통받은 인천시는 그동안 고통스러웠다. 반드시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고, 환경특별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인천은 환경특별시가 될까? 로고를 정하고 3무청사 기치를 높이 든다고 환경특별시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인천시가 모를 리 없다. 환경부에서 연장을 강요하더라도, 서울시와 경기도가 노골적으로 대책을 외면하더라도, 청와대마저 사용연장을 거칠게 밀어붙이더라도, 굳은 의지로 일체의 쓰레기를 받지 않는다면, 서구의 쓰레기매립장은 결국 폐쇄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인천시가 저절로 환경특별시가 되는 건 아니다. 시민이 환경특별시의 필요성을 물론, 가치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가능해진다.

 

사진: 수도권 생활쓰레기매립장의 사용기간을 2025년까지 반드시 종료하고, 그를 위해 '인천에코랜드' 계획을 밝힌 박남춘 시장은 인천을 환경특별시로 만들겠다고 2020년 11월 12일 선포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세계적 환경수도, 그리고 태양의 도시로 상찬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폐기물 처리 정책으로 유명해진 게 아니다. 1970년대 핵발전소 저지하는 강력한 행동으로 막아낸 시민과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전기를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도시의 절반 이상을 녹지로 덮었을 뿐 아니라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최대한 억제했다. 시장의 혜안이 아니었다. 시민이 요구했고 시장이 호응했기에 가능했는데, 프라이부르크보다 10배 가까이 큰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시민 의견으로 정책을 만들고 실현해야 환경특별시를 지속시킬 수 있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게 만드는 행정은 무척 어렵다. 지역에 자신의 삶이 뿌리내린 시민을 감동하게 하는 정책이 제안되고, 그 과정에 참여가 투명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영흥도의 인천에코랜드는 시민의 의견을 얼마나 수렴한 결과일까? 영흥도의 시민으로 국한하면 안 된다. 쓰레기를 내놓는 인천시민 모두, 그리고 다음세대 인천시민의 권리를 대신할 수 있는 시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라고 표현하던데, 자원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하고 재활용해야 하는지를 환경뿐 아니라 문화, 역사까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영흥도로 정한 건 분명히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더라도 시민이 흔쾌해 할 정도로 참여하고 논의해 정책을 마련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히 논의했다면 시민들의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가 가능했을 것이다. 쓰레기 발생이 많은 지역으로 장소가 정해졌을지 모른다. 폐기물을 싣고 굳이 영흥도까지 가지 않겠지. 소각장도 마찬가지일 텐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그리고 플라스틱과 마이크로플라스틱 쓰레기의 발생도 시민들과 의논해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코 높이에서 더럽히는 자동차의 내연기관도 개선될 수 있고 항만과 공항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작은 어렵다. 끈기가 필요하지만, 참여한 시민 모두 받아들일 정도로 투명하고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사회에 신뢰가 쌓인다. 시민의 신뢰가 만든 정책은 단단하다.

 

기후변화는 심각한 위기로 가깝게 왔다. 이제 환경은 생존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환경특별시가 되기 위해 인천시가 해야 할 정책은 수두룩하다. 폐기물 정책은 그중 하나다. 프랑스 파리는 시민의 호응으로 내연기관을 확실하게 몰아내기 시작했다. 영흥화력발전소뿐 아니라 거대한 항만과 비행장이 있는 인천이 어떤 모습으로 개과천선해야 국제사회가 환경특별시라고 상찬할까? 초고층빌딩과 서울을 향하는 도로를 자랑한다면 자격 미달이다. 지구온난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갯벌을 매립한다면? 낙제다.

 

주민등록이 돼 있지만 정주하지 못하는 인천의 시민들은 직장과 생활권이 있는 서울을 빠르게 연결되기를 바란다. 진정성으로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으로 환경특별시는 가당치 않다. 인천에 직장과 생활 터전을 늘리지 못하면서 인구를 늘리는 정책은 환경특별시에 역행한다. 인천에 몸과 마음이 정착하게 이끌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일까? 폐기물에서 그칠 게 아니라 깊고 폭넓은 고민이 필요하다. 환경특별시가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절박해야 한다. 후손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걸 인식해야 의미 있는 정책을 비로소 마련할 수 있다. (인천IN, 20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