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22. 4. 18. 17:42

 

겨울가뭄으로 산천초목이 목이 탔고 울진에 사상 초유의 산불이 발생했지만, 천지사방이 봄을 알린다. 봄은 본다는 의미라는데, 마른 대지에서 봄소식이 들려 마음이 벅차다. 근교에 딱새가 둥지를 치고 저어새가 멀리서 찾아왔다. 고마울 따름이다.

 

봄비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해갈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감지덕지, 시커멓게 타들어 간 산록이 푸릇푸릇하고 마음을 다시 잡은 농부는 쟁기를 들었으리라. 고층빌딩과 이웃한 텃밭에 몸과 마음이 건강한 도시농부들도 삽을 들었다. 4계절이 아직 명확한 나라에 사는 건, 행복이다. 봄비가 대지를 적시면 메마른 땅이 조금씩 회복되겠지.

 

양철 지붕이 녹을 정도로 뜨거운 산불에도 풀씨가 싹을 틔우는 건, 표토, 다시 말해 땅 가장자리의 흙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겨울가뭄이 아무리 심각해도 다채로운 식물의 씨앗들이 표토에 남아 있다면 자연은 거뜬히 회복한다. 건강한 생태계의 모습이 그렇다. 사시사철 순환하는 대자연은 생태계의 숨결이고 인간도 덕분에 숨 쉬고 밥 먹을 수 있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바다 바닥의 생태계가 살아 있어야 해양생태계의 순환이 자연스럽고 건강하다. 바닷물의 순환이 활발한 대륙붕, 그중 조간대 갯벌 생태계가 특히 그렇다. 육지에서 풍화된 흙이 화강암 모래와 적당한 비율로 섞여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 형성된 갯벌은 해양생태계의 기반이다. 수많은 어패류는 갯벌에 알을 낳고 성장하는 덕분에 바닷가에 터전을 잡은 인간은 삶과 문화를 엮어올 수 있었다.

 

사진: 아파트 공사와 갯벌 매립을 위해 인천 앞바다를 분별 없이 채취한 결과 섬지방 해안의 모래가 2m  가까이 사라진 현상. 그만큼 어패류의 산란장과 생활터전이 줄었고 사람은 먹을거리와 문화를 잃었으며 해난재해에 취약해지고 말았다. (사진은 인천환경운동연합 제공)

 

한데, 어느 순간, 풍요롭고 아름다운 해안과 바다가 엉망이 되었다. 갯벌을 매립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뒤덮은 인간의 지독한 탐욕의 결과다. 비행장과 신도시, 발전소와 공업단지를 위해 갯벌을 거듭 매립한 인간은 늘어나는 수익에 눈이 멀었다. 자신과 후손의 생존 기반인 갯벌을 거의 남기지 않고 매립했건만, 모자라는지 바다의 표면, 모래를 한정 없이 긁어낸다. 콘크리트에 섞어야 초고층빌딩을 손쉽게 돋아 세울 수 있다며 앞뒤 가라지 않는다.

 

송도신도시의 휘황찬란한 철근콘크리트가 탐욕의 모범사례다. 해운대는 물론 화성과 영종도의 신도시도, 새만금도 신기루 같은 초호화 철근콘크리트의 꿈에 사로잡혔다. 특별하다는 서울시가 50층이 넘는 아파트로 빈 땅을 모조리 채우겠다고 아우성치자 인천을 비롯한 도시마다 50층이 기본으로 여긴다. 송도신도시 해안에 103층 빌딩을 짓겠다고 하니 너무 낮다고 목청 돋우는 인간도 있으니 잇속 챙기려는 자본은 바닷모래를 열심히 긁어댄다. 후손이 살든 죽든 상관없는데, 생태계는 오죽하랴.

 

참다못한 환경단체가 성명서를 썼다. “굴업·덕적지역 해사 채취 재추진하려는 옹진군은 각성하고, 인천시는 해당 계획 반려하라!” 바닷모래 채취로 급변하는 해저지형은 회복 불가능하고 모래 속 생물이 감소하면 해양생태계 파괴는 불가피하다고 소리쳤다. 바다에 생존을 기대는 주민이 파탄하므로 일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내다 파는 행정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는데, “환경특별시를 자처하는 인천시는 묵묵부답이다. 바닷모래 추가 채취를 통제하겠다는 2019년 약속을 어긴 인천시와 옹진군은 기후위기를 부채질한다.

 

최근 6차 보고서를 채택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면 이번 세기에 90cm 이상의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곧 등장할 정부는 엉뚱하게 전기요금 상승과 GNP 하락을 걱정하며 탄소중립에 명백히 역행할 계획을 내놓는다. 절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해수면이 90cm의 배 이상 상승할 거라 IPCC가 경고했건만, 미래세대의 생존을 노골적으로 위협한다. 태풍과 해일이 극심하고 산불이 더욱 가혹해지겠군! 그 상황에 인천시는 바닷모래 채취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화사해지는 봄에 마음이 울적해진다. 뉴스를 피한다고 기후위기가 완화될 리 없는데, 자신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입시와 취업에 목을 매는 젊은이에게 미안하게 짝이 없다. 춘래불사춘(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이 왔건만 봄을 느끼지 못한다. 내일을 살아갈 세대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하니. (지금여기, 2022418)

 

 
 
 

생태계·동물

디딤돌 2022. 3. 21. 16:38

 

울진 산불은 완전히 꺼졌을까? 바싹 마른 산록에서 번지는 불은 꺼진 듯해도 확신할 수 없다. 달구어진 흙에 묻힌 불씨가 바람 타고 날아가 쌓인 낙엽을 태운다. 그렇더라 울진 산불은 재발하지 않겠지. 며칠 전 전국을 적신 봄비가 산간에 눈으로 적지 않게 쌓였다. 낙엽이 척척해졌을 것이다. 숨은 불씨까지 샅샅이 찾아내던 소방관의 노고가 컸는데, 상당한 나무와 낙엽을 잃은 울진보다 양양에서 간성으로 이어지는 산록은 조심해야 하리라. ‘양간지풍은 산불을 몰고 오지 않던가.

 

미국 LA를 포함하는 캘리포니아 숲은 걸핏하면 산불에 휩싸인다. 규모도 커서 서울 면적을 뛰어넘는다는 뉴스가 일상일 정도다. 거듭되는 산불에도 숲이 남았다니 캘리포니아가 넓긴 넓은가 본데, 산불이 계속되는 지역이라면 초원이어야 정상이다. 태평양에서 고온다습해진 공기가 로키산맥을 넘으며 건조해져 캘리포니아에 산불을 번지게 한다고 전문가는 분석하는데, 주 당국은 산불을 크자마자 나무를 거듭 심는 걸까? 산불이 끊이지 않는다. 산록이 건조해지는 겨울철 양양에서 고성 사이로 번지는 산불의 원인도 캘리포니아와 비슷하다는데, 예전에도 요즘 같은 산불이 빈번했을까?

 

유럽인이 정차하기 전까지 캘리포니아는 아름드리나무로 울울창창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10여 명이 편안하게 마주 앉아 회의나 만찬을 가질 크기의 목재는 지금도 미국 서부의 숲에서 가져온다는데, 캘리포니아 일원은 태고 이래로 수천 년 수령을 가진 나무로 가득했다고 전한다. 건조한 계절풍이 일상이더라도 산불이 없었다는 뜻일 텐데, 양양과 고성 사이의 산록도 비슷했다고 산림 전문가는 귀띔한다. 일제가 목재로 쓸 커다란 나무를 모조리 베어간 이후 헐벗은 양양과 간성에 산불이 잦아졌다는데, 일제 강점기 이전 양양과 간성 사이의 숲은 울창했고 강수량이 적은 겨울에도 산불이 드물 정도로 습기가 충분했을지 모른다.

 

사진: 2019년 양양에서 간성 방향으로 발생한 산불의 상흔. 출처는 news 1.

 

울진에서 잔불 정리하는 소방관들은 비탈진 산록에서 타다 남은 낙엽을 일일이 긁어내느라 비지땀을 흘렸고 짊어진 물을 낙엽 사이에 흥건히 뿌렸다. 얼마나 고됐을까? 노동 강도에 비해 수당이 작다고 언론은 애잔하게 보도했는데, 낙엽 잃은 산록은 건강하게 살아날까? 맨흙이 드러난 산록에 뿌린 물은 흙을 얼마나 적실까? 흙 속에 풀씨는 봄비를 맞으면 싹을 틔우고 때를 기다리던 여러 씨앗이 차례로 움을 틔울 텐데, 언제 예전의 모습으로 회복되려나? 낙엽이 남고 그 위에 봄비가 내리거나 쌓인 눈이 봄볕에 녹으면 회복이 빠를 텐데, 상처를 깊게 남긴 이번 산불은 깊은 걱정을 남겼다.

 

빗물을 연구하는 학자는 울진 산불을 보며 산록이 건조해진 현상을 주목했다. 산기슭 곳곳에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다면 산불이 이번처럼 확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고 아쉬워했다. 산불이 진화된 이후 회복된 숲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빗물이 잠시라도 고이다 흙으로 흡수될 수 있어야 한다고 빗물 연구자는 여러 매체에 소신을 밝혔지만, 산림청이나 산불 전문가는 이구동성으로 산불 진화용 헬기의 추가 도입과 소방차 진입을 위한 임도를 언급했다. 캘리포니아나 울진, 양양과 간성 역시 과거보다 임도가 촘촘하다. 산불의 규모와 횟수가 증가했고 산불 진압 헬기도 전에 없이 늘었다.

 

울진은 송이버섯 주산지라고 한다. 우리나라 채취량의 30%에 달한다는데, 산불이 무시무시하게 번진 산록은 대개 소나무로 채워 놓았다. 대부분 인공림이다. 송이버섯 채취를 위한 조림인지 알지 못하지만, 양간지풍으로 산불이 드세지는 지역 역시 소나무가 압도적으로 조림돼 있다. 소나무 낙엽이 켜켜이 쌓이는 산록에 송이버섯이 많겠지만, 기후변화로 예년보다 현저하게 건조해진 상황에 획일적으로 심은 드넓은 소나무는 산불을 부른다. 그것도 거대하게. 흙 속에서 움트길 기다리는 수많은 풀과 나무의 씨앗이 올라와 다채로운 식물이 가득한 생태계를 자연스레 회복한다면 산불은 무척 줄어들고 규모도 위축될 수 있다고 관련 학자는 아쉬워한다.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어우러지는 산록에 넘어진 나무와 동물 발자국이 남긴 작은 물웅덩이가 흩어져 있다면 양양이나 간성,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거듭되던 산불도 크게 줄어들지 모른다. 건강한 생태계가 긴 세월 보존된다면 아름드리나무들이 그 자리를 차치할 텐데, 돈벌이가 신통한 목재와 버섯을 원하는 사람은 긴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임업으로 경제성 있는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산불 진화용 헬기를 준비했지만, 위기를 부르는 기후변화로 비 내리는 시기가 혼란스럽고 강수량이 들쭉날쭉한 상황이 빈발하면서 산불이 거대해지고 무시무시해졌다. 목제와 송이버섯, 헬기와 임도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나. 기후위기 시대에 산불은 생각과 삶의 전환을 요구하는데. (지금여기, 2022321)

 

 
 
 

생태계·동물

디딤돌 2021. 11. 26. 10:08

 

수능이 끝날 시간에 안과 가려고 택시 탔더니, 라디오에서 퀴즈가 나온다. 수능 마친 아이는 무엇을 먹고 싶을지 묻는데, 짜장면? 예전이라면 몰라도 요즘 고등학생이 짜장면을 찾을 리 없단다. 탕수육도 아니란다. 치킨으로 정정한 진행자는 수능 종료 전에 주문하라고 조언한다. 너나없이 주문할 테니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보통이란다. 집안에 수능 치를 아이가 없어 관심이 없었는데, 안과에서 나오니 도로가 답답하게 막혔다. 어디나 마찬가지라는데, 수능 마친 학생은 치킨집을 찾았을까?

 

치킨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나온다. 인기가 큰 프랜차이즈 회사부터 올렸지만 머지않아 덩달아 상승할 거라 예견하는 언론은 한 마리에 2만 원이 넘을 거라 진단한다. 배달요금까지 더하면 부담이 크겠다. 코로나19가 더 진정되고 단계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치맥 찾는 주당들이 흐느적거릴 테니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일까? 알 수 없는데, 치킨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원유 가격과 연동하기 때문이다. 기름 원료인 수입 콩의 가격 인상을 이유로 분석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대규모로 재배하는 콩은 파종에서 생산, 수확, 수송. 저장에 이르기까지 석유 없이 불가능하다. 콩만이 아니다.

 

맛이 얼마나 빼어나기에 치맥이 옥스퍼드 대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걸까? 외국 프라이드치킨을 먹어본 적 없는데, 맵고 달콤하며 짭조름한 양념 덕분일까? 유튜브 카메라 앞에서 엄지를 드는 외국인들은 바삭한 튀김옷 안의 육질이 부드럽다고 감탄한다. 분명한 것은 치맥 재료인 우리 닭은 외국보다 어리다는 사실이다. 삼계탕 뚝배기에 들어가는 닭은 더 어리다. 고등학교 졸업식 마치고 짜장면 먹은 중년들이 기억하는 백숙의 쫄깃함은 치맥과 삼계탕에 없다. 닭갈비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이전, 할머니 손잡고 찾은 석바위시장은 손님 보는 앞에서 살아 있는 닭을 잡았다. 끓는 물에 넣고 털을 뽑아 포장해주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비위생적이라며 냉장한 닭을 일률적으로 판다. 닭을 사는 소비자도 요즘은 거의 없다. 치맥이 대세로 바뀌었다. 사위 오면 잡던 씨암탉은 옛이야기일 따름인데, 요즘 닭은 닭이 아니다. 차라리 석유다. 도살되기 전까지 먹이는 사료가 대부분, 석유 없이 재배할 수 없는 옥수수와 콩인 까닭이다. 그런 곡물에서 얻는 열량의 10배 이상의 석유를 동원해야 예측한 수확이 가능하고, 가공한 사료를 정해진 시간에 적량 먹여야 도살 직전까지 양계장의 모든 닭의 크기가 똑같아진다.

 

사진: 켜켜이 쌓은 비좁은 철망 안에서 알을 낳는 산란계와 달리 살코기를 위한 닭은 움직일 틈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잛은 시간에 먹고 자기를 반복하고 생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의 닭은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은 미국의 예, 출처는 인터넷에서)

 

시장 상인의 손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이 한꺼번에 처리하는 닭은 똑같아야 한다. 하루 백만 마리 이상 처리하는 기계의 오차범위 밖으로 들쭉날쭉한 닭을 납품하면 그 양계장은 망한다. 값비싼 정밀 기계가 망가지지 않나. 그를 위해 축산과학이 진작 연구했고, 닭은 타고난 유전자를 읽고 극단적으로 단순화했다. 엄격한 사육조건을 지켜야 무게와 크기가 똑같으니 기계 고장이 없다. 오리도, 메추리도 마찬가지다. 돼지도 소도 비슷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멧돼지는 대개 견뎌내지만, 대형축사의 돼지는 어림없는 이유가 그렇다.

 

곡물에 의존하는 돼지와 소도 석유다. 돼지는 닭의 2, 소는 3배의 석유가 필요하다. 우유와 달걀도 비슷한데, 석유 고갈이 멀지 않았다. 산유국이 자료를 한사코 감추지만, 관련 학자는 2005년 전후 생산보다 소비량이 늘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비축량이 부족해지면 가격은 감당하기 어렵게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우리나라의 석유 가격이 들썩들썩한다. 유류세를 잠시 낮춰도 소용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석유로 고기만 공급하는 게 아니다. 의식주는 물론, 첨단 의료와 코로나19 극복도 석유 없이 불가능하다.

 

조류독감이 다시 퍼진다. 당국은 예외 없는 살처분에 들어갔는데, 2000년 이전에 우리는 조류독감을 몰랐다. 없었을 리 없는데, 조류독감은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논밭에 철새가 모여들 때 번진다. 우연일까? 안전반경보다 촘촘히 대형 양계장을 지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하는 삶이 만든 탐욕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씨암탉 잡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은데. (기호일보, 202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