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20. 12. 1. 14:29

 

작년과 달리 올겨울은 쌀쌀할 거라는 예보가 나왔다. 그래서 그런가? 11월에 들어서니 찬 바람이 인다. 거리에 오리털외투로 무장한 시민들이 종종걸음이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닐 성싶은데, 추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 아무리 추워도 만보를 쉬지 않고 걸으면 등에 땀이 밴다. 뺨에 스치는 바람이 차도 몸이 더우면 답답하다. 그렇다고 외투 벗으면 느닷없는 한기가 엄습한다. 코로나19가 여전하다. 감기는 피해야 하니, 얇은 옷 한 벌 더 입고 밖에 나선다.

 

코로나19 이후 동네병원에 감기 환자가 무척 줄었다고 한다. 손 씻기가 강조되고 어디를 가나 손 세정제가 비치돼 있으니 그럴 만하겠다. 기침 일으키고 콧물 흘리게 만드는 감기는 코로나19처럼 재채기보다 손으로 쉽게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병이라지 않던가. 실내는 물론, 걷는 사람이 드문 거리라 해도 마스크를 습관처럼 착용하는 분위기에서 동네 의원의 수입도 줄었겠지. 추위로 곱은 손이 떼에 찌들 때까지 동네방네 누볐던 1960년대, 누런 콧물을 줄줄 흘릴지언정 조무래기들은 감기라는 걸 모르고 살았다. 21세기 아이들은 건강할까?.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긴 외투로 몸을 돌돌 마는 아이들은 털모자와 목도리로 빈틈이 없는데, 감기를 달고 산다. 손을 유별나게 세척하는 요즘은 예외겠지만, 피부가 새하얀 도시 아이들은 걸핏하면 병원행이다. 바지춤에 흙을 묻히고 집에 들어서면 목욕탕에 순순히 끌려가는 요즘 아이들이 손 씻기를 거부할 리 없는데, 고기를 원 없이 먹어도 면역력이 떨어진 걸까? 할아버지는 물론 아버지보다 키와 허우대가 부쩍 커졌지만, 자라는 동안 여름이 겨울 같고 겨울이 여름 같은 실내공간에 머물며 허약해졌는지 모른다.

 

시골에 사는 아이들은 어떨까? 요즘 어느 시골이든 아이가 드무니 그 여부를 짐작하기 어려운데, 도시 어린이도 자연에서 흙을 만지며 놀면 짧은 시간 안에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핀란드의 연구를 최근 한 신문이 전했다. 서너 살 어린이 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자는 어린이집 마당을 숲과 비슷하게 바꿨고, 흙에 작은 나무와 이끼 종류를 심으면서 하루 한 시간 반, 한 달 정도 놀도록 유도했더니 뚜렷하게 건강해진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핀란드 학자는 생물 다양성을 주목했다. 토양 미생물을 만난 도시 어린이에게 사람 피부에 분포하는 프로테오박테리아가 다양해지면서 면역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날마다 숲을 돌아다니는 시골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졌다는데, 핀란드 숲이 특별할 리 없다. 우리도 다양한 토양 미생물이 분포할 게 틀림없다. 위도가 높은 핀란드의 겨울은 무척 매서울 텐데, 감기 잘 걸리는 어린이는 어느 나라가 더 많을까?

 

사진: 수원 드림봉사단 어린이들이 텃밭을 체험하는 모습(인터넷에서)

 

자연을 체험하지 못하는 현대 도시의 생활환경이 어린이의 면역체계를 약화한다고 주장한 핀란드 학자는 도시에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추가한다면 아이들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자연이 박탈당한 도시에서 아토피, 알레르기, 당뇨, 만성 소화장애, 그리고 면역력이 떨어진 현상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강화 유기농 마을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아토피로 피부가 거칠게 부어오른 도시 아이는 가려움을 이기지 못해 짜증이 심했지만, 6개월 만에 피부가 깨끗해지면서 상냥해졌다. 온갖 치료가 소용없자 강화의 유기농단지를 찾았고, 제철 유기농산물을 먹으며 산과 들을 뛰어놀자 생긴 효과였다.

 

분교 대부분이 통폐합된 읍면 단위의 아이들은 건강할까? 흙을 만질 기회가 있을까? 입시를 위한 선행학습에 주력할수록 산과 들로 돌아다닐 틈이 없는 건 어디나 비슷할 텐데, 주변에서 자연을 찾기 어려운 도시는 말해 뭐랄까. 놀이보다 학과 성적에 치중하는 도시에 텃밭이 있는 학교가 더러 있지만, 모든 학생이 한 시간 이상 놀 규모는 아니다. 없는 것보다 낫더라도 흙 묻기 무섭게 비누로 씻어낼 테니, 피부 박테리아가 늘어나기는커녕 붙어있기도 어렵다.

 

개구리를 보려고 관광버스를 타야 하는 아이의 눈에 흙은 물론, 모래도 가깝지 않다. 아파트단지의 어린이놀이터는 흙을 철저하게 치웠다. 화학 포장재로 푹신한 바닥 위의 조합놀이대는 천편일률이고, 그네 아래 모래를 깔렸지만 좁고 위험하다. 모래 놀이터는 민원의 대상이다. 주머니에 들어간 모래가 세탁기에 쏟아지지 않나!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젖은 모래 속에 쑥 넣은 주먹 위를 두드리며 부르던 전래동요를 기억하는 어린이가 있을 거라 기대할 수 없다.

 

도시 변두리였던 인천의 주안 일원은 논밭이 넓었지만, 지금 흙은 찾기 어렵다. 대신 다닥다닥 다세대주택으로 어지럽고 좁은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가 걷기조차 방해하지만, 얼굴을 그럭저럭 기억하는 주민들이 지나치면서 안부를 묻는 공간이 되었다. 한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10여 지구의 재개발로 시방 몹시 어수선하다. 재개발 조합은 초고층 아파트단지로 솟아오를 단꿈에 젖었지만, 정든 주민들은 헤어져야 한다. 다시 만날 기약은 없다.

 

40층을 넘나드는 초고층 아파트단지에 주민을 위한 주차장은 보이지 않는다. 건물 사이의 녹지는 커다란 나무와 아기자기한 조경수목, 그리고 다양한 풀꽃으로 근사하게 장식되지만, 자연을 흉내 내지 못한다. 지하를 파내 챙긴 흙으로 조성한 녹지가 빗물을 머금지 못하는 탓이다. 주민들은 지하의 넓은 콘크리트 공간에 차를 두는데, 큰비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주차장이 자칫 물바다로 변한다. 그뿐인가? 제초제 뿌리는 녹지라면 위험할 수 있다.

 

주택 보급률이 100% 넘어섰다는데, 아파트 가격은 왜 오르는 걸까? 동네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진정 필요한 걸까? 주택이 낡았더라도, 이웃의 숨결이 유지되는 마을로 가꿀 방안은 없었을까? 일부 자본의 이권보다 훨씬 소중한 다음세대의 행복을 위해, 어릴 적 삶터를 고향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꾸며야 옳지 않을까? 한때 대구시는 담 없는 마을을 만들면서 주민을 지원했는데, 그 사업은 확산되지 않았다. 담과 더불어 주차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텃밭을 조성했다면 달랐을지 모른다.

 

비타민A가 풍부하지만, 달지 않아 그런지, 아이들은 좀처럼 당근을 먹지 않는다. 좋아하는 카레나 갈비찜에 넣어도 쏙 빼내 엄마 속상하게 하지만, 텃밭에서 가족과 재배했다면 다르다. 당근만이 아니다. 땀 흘리며 심은 씨앗에서 자라오르는 농작물을 주말마다 호기심으로 바라보다 수확하는 기쁨은 기다린 보람을 안겨준다.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유치원이나 학교에 텃밭이 필요한 이유가 그렇다. 자연이 아니라도 텃밭을 경험하는 아이들은 건강하다. 피부 박테리아와 비타민A가 풍부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성도 커진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의 시민은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는 도로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건물의 높이를 자랑하지 않는다. 텃밭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조성돼 있는지 관심이 크다. 원하는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지만, 가족과 이웃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인 까닭이다. 텃밭이 부족한 도시는 스트레스가 많다. 시민들은 다른 도시로 떠나고 싶다. 다음 선거에서 시장 자리를 지키려면 어떻게든 텃밭을 확보해야 한다. 독일 뮌헨은 시내의 낡은 아파트단지를 더 높게 재개발하지 않았다. 텃밭으로 바꿨다.

 

흙은 도시를 건강하게 만든다. 빗물을 땅으로 스며들게 하는 텃밭과 생태공간이 보전되는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코로나19에 움츠러들 리 없다. 예로부터 아이와 간장독은 겨우내 밖에 내놓아도 얼지 않는다고 했다. 다채로운 토양 미생물을 보전하는 흙이 있기 때문이리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생물 다양성을 제거한 도시는 겉보기 휘황찬란해도 허약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인 이유가 그렇다.

 

온난화되는 영구동토에 얼어붙었던 바이러스들이 깨어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생물 다양성을 잃은 회색도시는 바이러스의 창궐을 차단하지 못한다. 추위가 예고된 올겨울에도 콧물 흘리지 않고 뛰어놀 아이를 위해 흙이 건강한 놀이터를 도시 곳곳에 마련하면 어떨까?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시대, 코로나19보다 무서운 질병에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작은책, 202012월호)

 

 
 
 

생태계·동물

디딤돌 2020. 9. 16. 21:59

 

라틴문학을 세계에 알린 백 년 동안의 고독. 마콘도 마을에 정착해 100년 동안 흥하고 망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1967년 소설은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고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깨알 글자로 500페이지 넘는 소설을 몽환적이라 평론가는 칭송했는데, 얼마나 감미롭게 숨넘어가는지,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바나나 농장 노동자 이야기가 나온다. 바나나는 수선화나 튤립처럼 뿌리로 증식시키는 다년생 풀이다. 그 무거운 열매 덩어리를 껍질이 아직 푸를 때 따서 농약 통에 풍덩 빠뜨렸다. 꺼내길 반복하던 노동자들은 망가진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쉬거나 화장실 시간도 부족했고 농약 묻은 손을 닦을 기회조차 없었다. 무엇보다 생계비에 모자랐던 노동자들은 광장에 모여 저항했는데, 모두 사살되고 말았다. 광장을 에워싼 건물 모퉁이의 기관총을 난사한 농장주는 사체를 바다에 내버리고 손을 털었다. 마르케스는 다국적기업의 폭압을 고발한 거였다.

 

그림: 세계에서 주로 생산하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품종으로 유전다양성이 거의 없어 곰팡이에 쉽게 감염돼 전문가들은 멸종위기를 염려한다.  

 

노동자들은 그로미셀 품종을 재배했을 게 틀림없다. 1960년대까지 세계를 풍미했으니까. 그 품종은 이제 자취를 감췄다. 뿌리를 썩게 만들며 창궐하는 곰팡이 때문이지만, 다행인가? 캐번디시가 빈자리를 메웠다. 요즘 우리가 주로 먹는 품종인데, 사실 그로미셀보다 풍미가 덜하다는데, 캐번디시도 같은 곰팡이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나나가 멸종위기라는 소문이 돈다. 여전히 저렴하게 수입하는지, 마트의 지하 식품매장과 거리의 좌판에 가득한데. 무순 영문인가?

 

유전다양성이 완벽에 가깝게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재배하든 파나마에서 재배하든, 뿌리로 분양한 바나나의 유전자는 한 그루처럼 같다. 그래야 생산에서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지배하는 다국적기업은 최고의 효율로 막대한 이윤을 독점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이 먹자 덤비는 곤충이나 곰팡이 같은 존재다. 미리미리 듬뿍 뿌리는 제초제와 농약으로 처리하는 다국적기업도 당황했다. 그로미셀을 쓰러뜨렸던 곰팡이가 더욱 강력해져 다시 나타날지 짐작하지 못했고, 강력한 농약도 소용없었나 보다. 기다렸다는 듯, 폭압을 소환했다. 곰팡이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농장을 모조리 불태운다. 과거 노동자를 살해하듯.

 

기업 이윤을 위해 조상의 유전자 대부분이 제거된 농작물이 파국에 휩쓸리는 운명은 바나나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세계 소비량의 80%를 점령한 아몬드도 비슷하다. 2월 중순 한꺼번에 꽃 필 때, 꽃가루 수정을 위해 북중미와 남미 그리고 유럽에서 캘리포니아 아몬드밭으로 몰려오는 꿀벌의 운명은 집단붕괴현상으로 이어졌다. 멀쩡해도 구제역 핑계로 살처분하는 세계의 모든 돼지, 근처에 조류독감바이러스가 있다며 죽이는 닭, 오리, 메추리가 그렇다. 기상이변에 맥 못 추는 사람은 어제까지 온전할까? (갯벌과물떼새, 2020년 9월호)

 

 
 
 

생태계·동물

디딤돌 2020. 6. 16. 08:01

 

사람 사이에 조용히 확산하는 코로나19처럼 과일나무 사이로 전파되는 과수화상병이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충청북도의 사과 과수원을 중심으로 조용하고 빠르게 창궐하는 모양이다. 1780년 미국의 사과 과수원에서 발견된 과수화상병은 불에 탄 듯 나무들을 말려죽인다는데, 우리나라는 2015년 안성의 배 과수원에서 처음 관찰된 이후 해마다 늘어나더니 올해 극성이라고 언론이 보도한다. 현재 전국의 1%400여 사과 과수원에 전파되었지만, 이런 추세라면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리라.

 

바이러스인 코로나19와 달리 세균으로 전파되는 과수화상병은 코로나19처럼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다고 한다. 잠복기가 3년에서 20년 정도로 길뿐 아니라 감염 초기 증상이 없어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당국은 걱정한다. 일부 가지에 증상이 분명해도 멀쩡한 가지는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는 까닭에 코로나19처럼 감염이 의심스러운 과수원을 전수조사해야 할 형편이라는데, 확산을 막으려는 당국은 감염된 나무의 반경 100이내 모든 과일나무를 잘라내 파묻고 향후 5년 동안 과수원을 금지한다고 한다.

 

사진: 요즘 가장 많이 소비되는 캐번디시 품종의 바나나로 흔하디 한하지만, 곰팡이 오염으로 멸종 위기에 있다고 한다. 상업적 효율화를 위한 극단적 품종개량의 역풍이다.

 

과수화상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섭씨 25도에서 29도의 습한 날씨에서 창궐한다고 한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이 지나더니 올해는 모내기 시작 전부터 비가 잦았다. 고온다습한 날씨를 좋아하는 세균이 면역력 약한 과일나무에 침투할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분석한 농업기술원 담당자는 한반도의 아열대화를 촉진하는 지구온난화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공급 부족으로 올 추석에 사과 가격이 오르는 걸 걱정한다지만, 누구보다 농부의 어려움이 크겠지.

 

지구온난화가 과수원의 위기를 불러온 건 이미 오래전이다. 대구 일원이 주산지라고 배웠던 1970년대에서 50년이 흐른 요즘, 사과 주요 생산지는 충청북도가 차지한다. 하지만 심각해지는 온난화를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강원도가 사과 주산지의 지위를 차지할 것이다. 벌써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 사과 과수원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기후 전문가는 북한 지역으로 올라갈 가능성까지 점친다. 사과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과일나무 사정이 비슷한데, 전에 없던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빠르게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면역력이 낮아졌다는데, 과일나무의 면역력은 왜 요즘 약해진 걸까?

 

바나나는 주로 뿌리로 증식시키는 다년생 풀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가장 팔리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품종인데, 사실 한 그루나 마찬가지다. 생산성이 좋은 바나나 한 그루를 찾아내 그 뿌리를 늘려서 광범위하게 심었기 때문인데, 곰팡이 감염이 퍼지면서 현재 캐번디시 품종은 멸종위기라고 한다. 품종을 극도로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타고난 유전다양성을 잃었고 거듭된 화학농업으로 면역력마저 잃자 그만 곰팡이 공격에 무력해졌다는 건데, 과수화상병에 속수무책인 사과는 아니 그럴까?

 

전 세계의 아몬드 소비는 대부분 미 캘리포니아에서 담당한다. 살구 씨앗과 비슷한 아몬드의 생산 효율성을 위한 품종개량은 유전다양성을 크게 위축시켰다. 밀집시켜 광활하게 재배하는 과수원에 질병이 창궐한다면? 가격이 오른 사과를 제사상에 올릴 우리는 아몬드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과일뿐 아니라 딸기, 토마토, 감자가 그렇다. 옥수수와 콩이 그렇다. 조류독감 발생으로 살처분되는 닭, 구제역으로 살처분되는 돼지가 그렇다. 생산성을 위해 타고난 유전다양성을 거의 지운 농작물, 과일, 가축이 그렇다. 한두 품종으로 획일화하여 공장처럼 광범위하게 사육하고 재배하는 현대 농업이 대부분 면역력을 잃었다. 질병에 속절없다.

 

석유를 가공한 비료와 제초제와 살충제를 최적으로 동원하는 공장식 농업, 그렇게 생산한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공장식 축산은 인간의 면역력을 약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삶 역시 다양성을 잃었다. 동물 사이로 조용히 전파되기에 무시했던 코로나19가 동물에서 사람 사이로 퍼지면서 노약자와 기저질환자에 치명적인 질병으로 돌변했다. 치료제와 백신이 근본 대안일 수 없다. 유전다양성을 확보해 면역력을 회복해야 재앙은 심화, 반복되지 않는다. (지금여기, 20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