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2. 1. 14. 17:11

 

고급이든 보급형이든, 요즘 아파트는 50층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진다. 좁은 땅에 많은 집을 지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주택이다. 창문을 마음껏 열 수 없다. 세상에 어떤 동물도 자기 새끼들이 위험한 높이에 집을 짓지 않은데, 에너지를 마음껏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까지 예외일까? 시멘트를 사용하게 된 이후의 사건이다.

 

시멘트는 고운 석회석 가루와 흙을 섞어 섭씨 2천 도의 온도로 구워서 만든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를 섞는 경우가 있는데, 석탄재는 화석연료의 부산물이다. 시멘트는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도자기 가마처럼, ‘소성로라고 하는 장치에 시멘트 재료를 넣고 연료를 함께 넣어 구워야 하는데, 시멘트 무게와 거의 비슷한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지구온난화의 큰 원인으로 기후학자는 주목한다.

 

예전 도공은 도자기를 구울 때 소나무 장작을 사용했다. 소성로에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만, 요즘은 재활용 구실로 폐타이어와 버린 비닐들을 보조 연료로 넣는다. 그런 쓰레기에 중금속이 섞일 수 있고 그렇게 만든 시멘트는 당연히 해롭다. 보조 연료에 철저한 사전 검사가 필수인데, 실수를 빙자한 방임이 생긴다. 심지어 핵발전소가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의 타이어를 수입해 태운 적 있다. 건물에서 방사능 검출되었다.

 

사진: 시멘트 공장에 보조연료. 폐타이어가 상당량 앃여 있는데, 한때 핵발전소 폭발 이후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폐타이어까지 태워, 당시 건축물에 방사능이 배출되기도 했다.(사진은 최병성 목사 글에서)

 

시멘트에 자갈을 섞으면 콘크리트가 되어 더욱 단단해지고 철근을 넣으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콘크리트로 고속도로도 만드는데, 문제는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이다. 콘크리트에 생물이 살 수 없다. 나무가 울창한 생태계와 조개와 물고기의 터전인 갯벌에 막대한 콘크리트로 공항과 도시와 공장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콘크리트로 만든 시설은 온실가스가 마구 배출한다.

 

요즘 중국은 세계에서 사용하는 시멘트의 절반을 생산한다. 중국에서 1년 사용하는 콘크리트를 영국에 붓는다면 국토가 운동장처럼 편평해질 거라 영국 언론이 지적할 정도다. 그래서 그럴까? 중국 대도시에서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순식간 세계로 퍼졌다.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전파되었다지만, 예전에도 먹은 박쥐가 요즘 문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콘크리트가 생태계를 지나치게 파괴했기 때문이리라.

 

공항과 고속도로를 타고 더욱 지독한 감염병도 곳곳으로 퍼질 날이 다가온다. 생태계가 무너진 결과인데, 화석연료 소비를 부추기는 시멘트는 기후위기와 기상이변으로 이어진다. 높은 건물이 즐비한 도시는 그늘도 많다. 사이코패스 같은 범죄가 전에 없이 늘어난다. 시멘트의 부작용이 아닐까? 대선에 기후위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선 뒤 이어질 지방선거는 어떨지 궁금해지는데, 환경단체가 나서야겠다. (갯벌과물떼새, 20221월호)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1. 9. 8. 22:24

 

1973년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의 행동을 연구해 노벨상을 받았다. 얼마 전, 유럽과 미국은 꿀벌이 사라진다고 낙심했는데 프리슈가 연구하던 시절은 꿀벌이 많았나 보다. 애벌레와 꿀이 벌통에 가득한데 돌아오지 않아서 전문가는 꿀벌 집단 붕괴 현상이라 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은 4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사람은 잘 버틴다. 꿀벌 집단은 붕괴를 모면했을까?

 

여왕벌 한 마리가 낳는 알로 집단을 만드는 꿀벌은 유전 다양성의 폭이 원래 크지 않다. 봄이면 일벌은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 먹은 여왕벌을 새로 옹립하고, 여왕벌 한 마리는 추종하는 일벌 무더기와 벌통을 떠난다. 양봉업자는 일벌 무리에서 여왕벌을 찾아 새 벌통에 넣고 집단을 늘렸는데, 요즘 그런 양봉업자는 드물다. 공장에서 여왕벌, 약간의 수벌, 백여 일벌을 플라스틱 통에 넣고 대량으로 판다고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의 저자는 미국의 실상을 전했다.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더 많은 꿀을 빨리 모으는 품종이 널리 보급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꿀벌 유전자는 획일화되었다. 양봉업자는 꿀을 많이 모았지만, 바이러스와 세균, 곰팡이와 천적에 거듭 노출되면서 속수무책이 되었다. 약효를 잃자 강력한 살충제로 바꿔 뿌렸지만, 두세 차례 반복되자 꿀벌이 죽어갔다. 수십 약제에 중독된 꿀벌의 집단붕괴현상은 아몬드 농장에서 퍼져나갔다. 남보다 빨리 더 많은 아몬드를 수확하려고 유전자를 획일화한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농장에 미국, 캐나다, 중남미도 모자라 유럽의 꿀벌까지 꽃가루 수정을 위해 끌어모으자, 확산한 것이다.

 

과일이 지나치게 매달리는 과수원 나무들은 유전자가 거의 같다. 과일이 무엇이든, 어느 나라나, 사정이 비슷하다. 캐번디시 품종 바나나는 세계가 한 그루와 다름없다. 그러자 영양배지 속의 곰팡이처럼 질병이 급격히 퍼진다. 전문가는 멸종을 걱정한다. 재배환경을 유지한다면 기대를 충족하겠지만, 기후가 변한다.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는 다양성을 잃은 생물에 질병을 안긴 것이다. 조류독감에 속수무책인 닭과 오리와 칠면조도 그렇다. 구제역에 살처분되는 돼지와 소는 아니 그럴까?

 

사진: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먹을 과일의 종류와 양이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출처는 인터넷)

 

타고난 유전자를 획일화하며 효율화하자 최대 이익을 챙겼지만, 잠시였다. 탐욕은 종말을 예고한다. 다양성을 잃자 환경변화 적응력을 상실한 농촌과 생태계는 암울하다. 대안을 잃은 농부는 더욱 막대한 화석연료를 퍼부으며 경작 환경을 유지하면서 질병들을 차단하려 몸부림치지만, 한계가 다가온다. 낭떠러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농작물과 축산물의 효율화에 넋을 잃었을까? 장단 맞추며 인구를 턱없이 늘린 사람의 운명은 어떨까? 더 높고 더 넓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생태계를 마구 짓밟고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펑펑 가동하는 사람은 어떤 내일을 기대하는가?(갯벌과물떼새, 2021년 9월호)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1. 8. 17. 22:34

 

지난 726, 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신안갯벌, 보성과 순천갯벌, 서천갯벌, 그리고 고창갯벌, 이상 네 군데의 우리나라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세계적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하는 2150종의 동식물군이 서식하는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서식지이며,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가졌다는 이유를 제시했는데, 인천과 새만금 일원의 갯벌은 포함되지 않았다.

 

2000326, 이용이 아니라 존재 가치를 기리며 자연에 상을 드리는 환경운동을 실천해 주목받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새만금 갯벌의 백합에게 제5풀꽃상을 드렸고, 그 갯벌의 보전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어린이에게 부상을 주었다. 당시 어린이는 어른이 되었고 수억 세월 장엄하게 자리를 지키던 새만금 갯벌은 33km가 넘는 제방에 둘러싸여 존재 가치를 잃었다. 준비가 늦어 자연유산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인천 환경단체가 아쉬워한 강화 갯벌은 존재 가치를 잃지 않았지만, 광활했던 인천 갯벌은 흔적마저 잃었다. 자연유산 신청이 앞섰다면 보전되었을까?

 

최고급 자동차 광고의 메카가 된 송도신도시는 휘황찬란해지기 이전에 자연이 만든 광활한 갯벌이었다. 덕분에 인천에 터전을 정한 선조는 갯벌이 선사하는 생물다양성에 기대며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기후위기가 파국을 향하는 지금, 갯벌을 짓밟고 화려한 자태를 과시하는 송도신도시는 해수면이 상승해도 신기루 같은 모습을 간직할까? 산업화 시절보다 섭씨 2.0도 이상 상승하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종말을 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과학자는 추정한다. 이미 1.4도가 상승했다는 걸 부각한 IPCC는 안전선으로 기대하는 1.5도 상승의 시간이 10년 앞당겨졌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다.

 

송도신도시로 개발하기 전, 갯벌을 가로막은 철조망은 접근하면 발포함!” 하며 시민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최전방의 군사보호지역이라는 걸 그런 식으로 과시했던 철조망은 사라졌다. 갯벌도,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인천의 아낙과 조개도 휘황찬란한 신도시의 그늘 아래로 다 사라졌다. 조력발전을 위한 제방으로 사라질 뻔했던 강화갯벌은 언제까지 존재 가치를 보전할 수 있을까? ”기쁘다!“하고 화답한 대통령의 호언처럼 우리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4개 지역의 갯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자연유산 지정을 계기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지방정부의 포부가 요란한 상황은 무엇을 말할까?

 

2000년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갯지렁이가 꼬물대고, 망둥어가 설쳐대고, 농게가 어기적거리고, 수백만 마리 찔룩이와 저어새가 끼룩거리는 생명의 땅인 갯벌은 해일과 태풍이 오기 전에 모든 생명체에게 재해의 예감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자연의 파괴력을 완화시키기도 하는, 은혜로운 땅이지만 인간의 무지와 오판으로 인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갯벌과 갯벌 생명체에 대한 말로 다 할 수 없는 애정과 함께 그들이 영원토록 갯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백합에 제5회 풀꽃상을 드렸다.

 

사진: 간척사업 이전의 새만금 일원. 지금이라도 외부의 방조제를 헐어내 해수를 예전처럼 유통한다면 드넓은 갯벌은 살아나면서 지역경제를 살려내는 것은 물론이고 경관이 매우 빼어난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조개 중의 조개라 불리는 백합이 드넓게 분포하던 새만금 갯벌은 없다. 그렇다고 모든 갯벌이 송도신도시처럼 철근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짓밟혀 사라진 건 아니다. 1억 평이 넘는 새만금 간척지를 개발할 여력이 부족한 건지, 제방에 둘러싸인 간척지로 흘러들어오는 만경강과 동진강을 정화할 수단을 20년 가깝도록 찾지 못하는 건지, 백합을 잃은 새만금 일원의 갯벌은 천만다행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남았다. 상류의 농경단지에서 막대하게 흘러드는 오염원이 포함되지만, 동진강과 만경강이 갯고랑을 만들며 바다로 흘러나가는 지점의 갯벌은 아직 생명력을 유지한다. 싱싱한 백합도 그 자리를 지킨다.

 

인체로 비유하면 갯벌은 자궁이요 허파다. 수억 세월 동안 어패류의 산란터였던 갯벌에 막대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서식하며 산소를 생산하고 그 덕분에 백합과 같은 조개류가 탄산칼슘 껍질을 만들며 자란다. 그처럼 탄소를 흡수하며 기후변화를 봉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육지에서 쏟아지는 오염을 정화해주기에 콩밭과 같다. 억겁의 세월처럼 바닷물이 하루에 두 차례 밀고 썰며 다시 드나든다면? 회복력이 큰 콩팥과 허파처럼 갯벌은 살아나면서 자궁의 기능을 이내 회복할 게 틀림없다. 지난달 유네스코가 놀랐고 그보다 먼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주목한 것처럼, 새만금의 갯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찬란하게 빛낼 것이다.

 

현 정부는 어처구니없는 비행장과 서넛 핵발전소에 상응한 태양광 발전 단지를 만든다며 새만금을 파탄내려고 날을 세웠다.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파국은 앞당겨질 것이다. 학자들이 누차 지적했듯, 새만금 갯벌을 아직 죽지 않았다. 바닷물이 드나들도록 제방 곳곳을 개방하면 머지않아 예전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전기 소비가 많은 도시에 설치해야 옳다. 2000년 새만금 갯벌의 존재 가치를 지키려던 미래세대의 일부는 예쁜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들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새만금 갯벌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더욱 심각해질 기후위기를 앞두고, 생존을 호소하는 미래세대의 명령이다. (지금여기, 202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