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6. 8. 7. 16:13

  

    며칠 째 비가 내리지 않아 저수지가 쩍쩍 갈라져도 숲이 우거진 산간 계류는 시리도록 맑은 물을 연실 흘려보낸다. 나무가 우거지고 숲의 스펀지 기능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숲의 스펀지 기능이 무뎌지면 큰 비를 맞은 산은 사태를 발생시킨다. 이번 장마에서 우린 전국 곳곳에서 사태로 산간마을이 무너지고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모습을 수태 보았다. 멀쩡한 산에 결을 무시한 도로를 이리저리 가설하면 물길이 교란되고 큰비는 사태를 부른다. 누군가 인재라고 규정하던데, 선조들은 조상님이 노했다고 불안해했다.

 

수십 만 평 이상 차지하는 산기슭의 골프장은 조상님을 분노하게 한다. 진입도로가 물길을 차단하기도 하지만 산의 스펀지 기능을 파괴한 코스가 문제를 일으킨다. 골프장의 그린에 사용하는 잔디는 영국 스코틀랜드 목초다. 토종 잔디는 골퍼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굴릴 수 없어 곧고 촘촘히 자라는 외국 잔디를 바싹 깎아 사용한다. 그런데 그런 잔디는 우리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골프장은 영국 스코틀랜드 기후에 최대한 맞춰주어야 한다. 겨울철에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여름에 영상 20도 이상 오르지 않는 기후 조건, 구릉지에 키 큰 나무가 없이 언제나 햇볕을 받을 수 있지만 흐른 날이 많고, 일 년 내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영국 북부의 음산한 지역이 원산지인 잔디를 입히는 까닭이다.

 

영국산 잔디는 관리해주지 않으면 우리 생태계에 살아남지 못한다. 다른 식물의 씨앗이 들어오면 뽑거나 제초제를 뿌려야 하고 곤충이 날아오면 잡거나 살충제를 살포해야 한다. 살충제와 제초제를 농토보다 고농도로 자주 사용하는 관계로 그린에 상주하는 캐디의 경우 기형아 출산율이 평균 6배에 달한다는 통계자료가 나온다.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한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한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수시로 뿌려야 하므로 이웃 농민들의 원성을 산다. 지하수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나무가 드문 구릉지다. 땅값이 저렴한 산에 골프장을 조성하려면 산기슭을 구릉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를 위해 산기슭은 지그재그로 깎아, 비행기에서 근교 산림지대를 허문 골프장을 보면 기생충에 갉아먹힌 이파리처럼 처참하다. 그래야 구릉지처럼 햇빛 종일 받을 수 있다. 그린의 잔디는 우리 땅 속의 미생물과 친하지 못하다. 그래서 땅을 1미터 가까이 파서 미생물을 박멸한 모래토질을 깔아야 한다. 그 위에 심은 잔디의 뿌리가 안착하려면 화학비료와 물과 제초제와 살충제를 수시로 뿌리지 않으면 안 된다. 골프장은 대략 30만 평에 그린이 18개가 기준이고, 하루 온종일 많아야 400명의 어른이 질펀하게 논다. 골프장 만드는 비용이면 국산 잔디를 깐 축구장을 열 곳 이상 건설할 수 있고, 하루 수 천 명의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다.

 

최근 대기업인 롯데가 인천의 진신인 계양산에 골프장을 건설하려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건설을 허락할 예정이라고 언론은 전한다. 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망각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미 1990년대 초, 계양산의 골프장 건설 계획이 있을 때 인천시민 수십만 명의 반대 서명과 연이은 집회로 무산된 바 있지 않은가. 이윤을 존립기반으로 삼은 기업에도 윤리가 있지만, 기업보다 지역의 오랜 자산이자 물려주어야 할 역사와 문화를 기업에 팔아넘기려는 지방자치단체는 스스로 자신의 존립근거를 차버리는 것이다. 누가 선출한 지방정부이던가. 더구나 계양산은 인천의 진산이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진산을 파괴하고도 온전한 후손이 역사 이래 있다던가.

 

북풍한설을 막아주고 마실 물과 실한 목재, 그리고 조상의 영택을 제공하는 진산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우리 조상은 그런 산을 오르지 않고 들었고, 산에 들 때에는 나막신을 신지 않았다. 불경스럽기 때문이다. 가난한 주민에게 땔감과 물을 내주며 헐벗은 계양산을 이제라도 보전해야 한다.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나무를 심어야지 골프장 기업과 부자들의 질펀한 놀이를 위해 파괴해야 하는가. 윤리와 역사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롯데와 계양구는 정신차려야 한다. 그러다가 조상님 화 몹시 내실라. (기호일보, 2006년 8월 18일?)

당신이 그동네에 살아봐 그런 얘기 할수 있는지!
사기꾼 놈들

 
 
 

도시·인천

디딤돌 2005. 10. 19. 00:56
 

얼마 전 억새축제가 한창인 하늘공원을 다녀왔다. 10년 전 무너진 삼풍백화점 쓰레기를 마지막으로 매립한 난지쓰레기처리장이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개과천선한 하늘공원은 막 피어오른 억새와 억새만큼이나 물결치는 인파로 가득 차있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억새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 뒤로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옆으로 시야를 돌리니 쓰레기소각장 굴뚝 넘어 이웃하는 노을공원이 한가롭다.


하늘공원보다 넓은 노을공원도 쓰레기매립으로 생긴 봉우리다. 생활쓰레기를 매립한 후 30년 이상 안전과 생태계 회복을 모니터링하는 독일과 달리, 매탄가스 분출이 많은 쓰레기의 매립 종료 10년도 못돼 공원으로 개방하는 용감한 도시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저주받은 듯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매립장에 두툼한 고무판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억새를 심은 하늘공원은 찾아오는 인파로 발 딛을 틈 없지만, 같은 방식으로 만든 노을공원은 왜 한가로울까. 모두 세금으로 조성했던 아니던, 골프장은 원래 이용객이 가득차도 드문드문한 법이다.


서해안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한강에 물들면 노을공원의 내방객들은 넋을 잃을 정도로 황홀할 텐데, 퍼블릭을 강조하는 9홀 규모의 그 골프장은 고작 200명 시민에게 그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그런데도 세금으로 만든 골프장의 운영당국은 귀띔한다. 저렴한 이용료로 저소득계층도 이미 대중화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한다고. 골프장이 대중화되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저렴한 이용료? 서울시와 입장료를 놓고 다투는 현재 무료지만 아무나 가나? 골프 장비를 갖춘 고급 승용차에게 입장이 허용될 것이다. 물론 빌린 골프 장비를 들쳐매고 걸어올라가도 공식적으로는 입장이 가능하겠지만 그럴 저소득계층이 있을까.


일회 3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골프장 운영자와 2만 원 이하를 주장하는 서울시 당국은 저소득계층도 이용할 수 있다고 생색내는 모양이다. 2만 원을 저렴하다고 판단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어처구니없지만, 골프채를 휘두를 것으로 예상하는 한가한 저소득계층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참으로 용하다. 공평무사해야 할 세금을 그렇게 소비해도 되는 것일까. 파란 가을하늘 아래 한가롭게 꽉 찬 노을공원의 200여 내방객들은 와글와글한 하늘공원의 이용객들을 얼마나 불쌍히 여길지, 알 수 없다.


골프장에 가려면 골프연습장부터 출석해야한다. 값비싼 외국 잔디를 서툰 동작으로 뜯어내면 여간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골프연습장도 대부분 고급승용차로 입장한다. 골프연습장의 코치들은 초보자 티를 벗은 이용객에게 은근히 골프 장비를 구입을 유도하고 필드를 권유한다. 골프연습장은 위화감을 조장할지언정 녹지를 파고들지 않는 이상 생태계 파괴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위화감이 더한 골프장은 어떤가. 외국산 잔디의 생육에 필수적인 화학비료와 고독성농약만이 아니다. 4천 종이 넘는 자생식물을 뿌리째 걷어내고, 뿌리는 지하수는 인근 주민의 농업용수는 물론 마실 물까지 오염시키거나 고갈시킨다.


최근 대부분의 서울시민들은 노을공원을 가족공원으로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권리주장이다. 세금은 모름지기 다수 시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하므로. 그런데 만약 인천의 어떤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골프장 업자나 된 듯, ‘저렴한 이용료’와 저소득계층을 위한 ‘대중화된 골프’ 운운하며 위화감 조장하는 골프연습장을 개설한다면, 세금 내는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녹지가 부족한 인천에서 그럴 리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인천e뉴스, 200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