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1. 1. 28. 22:20

 

지난해 말 노르웨이는 커다란 재난을 당했다. 어린이를 포함해 20여 명이 실종되거나 다치고 700명의 주민이 황급히 대피해야 했다. 산사태에 이은 싱크홀이었다. 오슬로 인근 도시에서 주택 30여 채를 삼키거나 파괴한 재난의 원인으로 노르웨이 당국은 최근 집중된 비를 지목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런데 큰비는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지진이나 강우를 만나면 점성 잃고 액체 상태로 흘러내리는 지반이지만, 길고 혹독한 겨울을 보내던 북유럽에 큰비가 내린 까닭을 물어야 했다.

 

201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 밴쿠버는 자칫 노르딕 스키대회를 포기할 뻔했다. 2월에 눈 대신 내린 것이다. 부랴부랴 제설기를 수소문해 가동했고 대회를 마쳤지만, 고위도 지역의 기상이변도 일상이 되어간다. 눈 덮인 시베리아에 산불이 빈발하더니 싱크홀을 만났다. 지하철 공사장에 빗물이 휩쓸자 도로 일부가 무너지는 우리나라는 애교에 불과했다. 북유럽의 무시무시한 싱크홀은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마을을 집어삼킨 노르웨이나 어두울 만큼 넓고 깊은 시베리아의 싱크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영구동토의 이누잇 가옥이 한쪽으로 기울다 무너지는 사고는 지하의 메탄이 슬금슬금 빠져나가며 생기는 현상이다. 툰드라 지대의 한대림은 길고 긴 세월 땅속에 파묻혀 토탄이나 갈탄으로 변했고 유럽의 산업화에 일조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는 풍부한 갈탄을 더는 채굴하지 않는다. 대기오염은 최신 설비로 줄일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의 메탄은 러시아에 막대한 부와 싱크홀을 안긴다. 집어삼킬 마을이 없어 주목받지 않았지만, 산불을 무시무시하게 키웠다.

 

사진: 시베리아에 나타나는 싱크홀. 기후변화로 지하에 얼었던 메탄이 녹아 빠져나가면서 거대하게 발생한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20115월 전후, 유럽은 공포에 절었다. 신선하다 믿었던 채소를 먹은 2000여 유럽인이 용혈성 요독증후군을 앓았고 20여 명이 사망한 까닭이다. 외교분쟁과 손해배상 공방이 이어지면서 원인은 오리무중이 되었어도 짐작은 한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의 비닐하우스 단지를 주시한다. 알메리아는 15세기 대항해시대 이전 울창한 숲이었지만 범선을 위해 벌채한 뒤 황무지로 방치된 곳이었다. 1980년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피레네산맥의 만년설에서 농업용수를 가져오면서 황무지는 세계 최대 비닐하우스 단지로 개과천선했다, 하지만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눈 쌓이던 피레네산맥에 비가 쏟아진다. 강수량이 부족한 알메리아는 지하수를 찾았는데, 점점 깊어졌다. 비닐하우스 농작물은 영양분을 포함하는 물을 적량 적시에 받아야하므로 알메리아는 농업용수를 재활용했다. 경쟁에 몰리는 농부는 생산비를 줄여야 했고, 이따금 농업용수 정화에 소홀했다. 용혈성 대장균이 발생한 원인으로 전문가는 추정하는데, 모름지기 인과관계는 소송에 휘말릴수록 규명이 어려운 법이다.

 

올겨울은 추워서 다행이다. 작년 겨울은 눈다운 눈을 허용하지 않았다. 요즘 털장갑 낀 손을 호주머니에 찌르고 종종걸음칠 때 보이는 부자동네의 가로수는 알록달록한 털옷을 입었다.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필요없는 장식이다. 잎사귀 갉는 애벌레를 예방하려고 예전에 짚을 씌웠다. 나방이 땅이 아니라 짚에 알을 낳도록 유도하고, 그 짚은 봄에 태웠다. 가로수 옷은 주인 취향으로 입힌 반려견의 옷처럼 부자연스럽다.

 

관측 이래 수치를 거듭 경신하는 기상이변은 2019년 여름에 형벌 같은 더위를 안겼다. 2018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 큐슈와 오키나와 그리고 대만까지 영하의 날씨에 휘감은 한파는 기후위기가 빚은 뜻밖의 사태였다. 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자 상층권에서 한기를 붙잡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졌고, 한파가 낮은 위도 지역으로 빠져나가 생긴 재난이었다. 2019년 여름의 폭염은 티베트고원 만년설의 빙하가 녹아 벌어졌다. 설원이 사라지자 상층 제트기류가 느슨해졌고, 폭염이 우리나라 쪽으로 번졌다고 기상 전문가는 해석했다.

 

제설차가 꼼짝하지 않았던 겨울이 지나가자 지난봄에 매미나방 유충이 전국 산림과 논밭을 뒤덮었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과수원은 병균에 감염돼 잎사귀가 바싹 말랐는데, 올봄에 매미나방은 들끓지 않겠지. 하지만 기후변화는 사과 재배지를 끌어올린다. 언제까지 추석 차례상에 사과가 올라갈지 궁금한데, 제주도와 남도 숲의 요정인 긴꼬리딱새와 동박새는 강원도 일원에 둥지를 친다. 제주도 곶자왈이 훼손된 탓이 크지만, 기후위기가 곁에 왔다는 증거다. 아열대 해파리와 어패류는 일찌감치 우리 바다를 점령했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내리자 공포를 느낀 아이슬란드 소설가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변질되는 시간과 물에 대하여고뇌한 책에서 사람들의 안일한 태도에 절망한다. 생태계와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기후변화를 절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히말라야 빙원이 녹아내릴 상황에 안절부절한다. 운 좋게 나치의 사슬을 피한 조부모 덕분에 태어난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점점 강력해지는 자연의 경고를 귀찮은 소음 정도로 취급하는 자들에게 우리가 날씨다라고 외친다. ‘K방역에 취한 우리는 어떤가? 기후위기의 파국을 모면할 운이 찾아올까?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자 자동차 대기업은 2040년까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겠다 호응했다. 유럽과 일본은 2030년에 생산 중단을 선언했고 미국 새 정권도 동참을 예고하는데, 우리는 한가하다. 2040년 이전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팔 수 있다고 보는가?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2030년에 모든 화력발전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화력발전소를 계속 짓는 우리나라는 고물 발전소 연료를 천연가스로 대체하겠다며 생색을 낸다.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디지털 산업을 한국판 뉴딜로 선전하는 국가다운데, 천연가스는 기후변화와 무관하다고 믿는 걸까? 전기와 수소로 움직이는 자율자동차는 그린뉴딜인가?

 

바닷물이 시내까지 넘치자 베네치아는 8조 원의 예산으로 해수면 상승을 막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전문가들은 가당찮게 본다. 이번 세기 내에 25cm 상승할 해수면은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7미터 이상 육지를 삼킬 거로 예견한다. 해수면은 목욕물이 욕조에 차오르듯 상승할 리 없다. 해일과 쓰나미를 동반하며 해안 방호벽을 가볍게 넘거나 파괴할 게 틀림없다. 중국 상하이는 해수면 아래로 사라질 텐데, 인천공항은 온전할까? 자동차 광고의 매카인 송도신도시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해운대 아파트는 언제까지 명성을 유지할까? 이용객이 90% 이상 줄어도 만들겠다는 가덕도, 울릉도, 흑산도, 백령도의 공항은 무슨 소용인가?

 

경작이 시작된 이래 홀로세였던 지층이 오로지 인류의 탐욕으로 변질되었다.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로 변경하자고 학자들은 2000년에 제안했다. 사회학자 클라이브 해밀턴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인류가 빚은 필연적 파국으로 분석한다. 코로나19가 번지자 유럽과 미국의 부자들은 비상식량과 생존배낭을 챙겨 안전지대로 탈출했지만, 소용없었다. 인류세 지층에 탈출할 안전공간은 없다. “자네만 잠자고 있으면” “걔만 잘했다면아무 문제 없는 듯 지나가던 시절은 지나갔다.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서 시도한 인공 생태계 연구는 실패했다. 우주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공간은 연구자의 허황일 뿐 인류의 꿈이 아니다. 생태계에서 태어난 인류는 어찌되든 지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지금과 같은 삶은 틀렸다고 분명하게 경고한다. 콘크리트로 생태계를 질식시키는 삶은 후손의 몫까지 빼앗아 짓밟는다. 포유류 생태계의 97%를 차지한 인류는 식물의 70%, 동물의 60%를 먹어치운 뒤 버린다. 다양성이 손상된 생태계는 완충력을 잃었다. 파국 부르는 기후위기에 포위됐다.

 

2021년 백신을 개발한 인류는 석유로 유지되는 과학기술로 코로나19는 통제할 수 있다고 교만해한다. 티베트의 영구동토가 녹으면 온난화된 콘크리트 지층에 어떤 인수공통질병들이 스멀스멀 창궐할까? 자신의 비빌언덕인 생태계를 유린한 인류는 코로나19 이후의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입춘 지나 신축년에 들어서면 백신이 본격 보급될 텐데, 코로나19의 경고는 2020년 소음으로 잊혀질 것인가? (작은책, 20212월호)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0. 3. 31. 23:20

 

4월은 영어로 April. 알파벳 R이 있다. R이 있는 달에 굴을 먹어야 한다고 대선배는 귀띔했는데, 단골 주점은 3월이 지나면 굴을 내놓지 않는다. 인천에서 흔히 덕적도 석화라고 말하는 생굴은 4월이면 제맛을 잃는 탓이다.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덕적도의 작은 배는 고래 등처럼 둥글게 솟아오른 섬 가장자리의 양지바른 바위에 옷 든든하게 입은 아낙 한둘을 내려놓는다. 쪼그려 앉아 곱은 손으로 작은 글을 껍질을 따는데, 인천사람들이 석화라 말하는 잔굴이다. 해지기 전까지 열심히 손을 바삐 놀려도 한 주전자 채우기 어렵지만, 가격은 실하다. 절반을 깔아놓은 한 접시에 2만 원을 받으니 단골 주점에 주머니가 궁한 젊은이는 거의 없다. 떠들썩하지 않으니 편하다.


수업 개시 전에 귀찮은 회의 마치고 모처럼 둘러앉은 학회 임원들에게 단골 주점의 이맘때 명물, 덕적도 석화 한 접시를 대접했다. 숟가락으로 수북하게 떠서 앞접시에 내려놓은 뒤 양념간장을 솔솔 뿌려서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모두 만족하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동석했던 이가 전화를 했다. 지신은 괜찮았는데 몇 분이 속 불편해했다는 게 아닌가. 막걸리가 몇 순배 돌았고 안주도 여럿 나왔지만, 굴 이외에 모두 익힌 해산물이었다. 굴이 문제였나? 아닌 게 아니라 2월 말인데, 석화가 전 같지 않게 통통했다. 알을 준비하기 턱없이 빠른 계절이건만.


올봄 경칩은 35일이었다. 3월은 영어로 March. 알파벳 R이 분명히 있지만, 단골 주점은 석화 내놓기 꺼릴 듯한데 개구리는 이미 알을 낳았다. 대부분 북방산개구리다. 지리산 남녘은 한 달 전에 낳았다는데, march는 행진이라는 뜻인가?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배웠다. 동면하던 개구리가 알을 낳고 활동을 시작하니 그렇게 이해할 만한데, 북방산개구리는 벌써 알을 낳았다. 올봄이라면 강원도 도롱뇽과 두꺼비도 알을 낳았을지 모른다.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전국 평균 기온이 섭씨 3.1도였다고 기상청이 발표했다. 기상 관측 이래 1973년 이후 가장 높아. 평년보다 2.5도 정도 따뜻했다고 덧붙였다. 연수구 구도심에서 송도신도시를 잇는 교각 아래 6대의 제설차는 겨우내 한 차례도 움직이지 못했다. 기상청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남풍이 1월에 자주 유입돼 전국에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지만, 기상이변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사진: 2019년 호주 6개월을 불태운 산불의 한 모습. 10억 마리 이상의 "자연의 이웃"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출처는 인터넷)



얼어붙은 물이 녹기 시작할 때, 북방산개구리 수컷들이 리드미컬한 목청을 높이면 얼핏 비슷해도 작고 날씬한 한국산개구리가 슬그머니 경연장에 다가온다. 논에 흔한 참개구리는 4월 중순 물 고인 논에 모여 기를 쓰고 울지만, 그보다 먼저 논을 기웃거리는 청개구리는 작은 몸에 어찌나 우렁찬지 귀가 따가울 지경인데, 도시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려면 관광버스로 2시간은 나가야 한다. 운 좋으면 방죽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두꺼비들을 만날 수 있지만, 웬만한 부모는 어릴 적 동네의 어귀에서 늘 보았다. 두꺼비는 이른 봄마다 자신이 태어난 방죽을 찾는데, 물 고인 논과 방죽이 더불어 드물어지면서 두꺼비는 그만 보호 대상이 되었다.


알을 바가지 크기의 덩어리로 낳는 북방산개구리와 참개구리, 그리고 조랑박 크기로 낳는 한국산개구리는 겁이 많다. 천적을 보자마자 물속으로 뛰어드는데, 이른 여름 포도송이처럼 낳는 무당개구리는 서두르지 않는다. 피부독을 믿는지 모르는데, 염주처럼 수초 사이로 알을 길게 늘어놓은 두꺼비는 도무지 겁이 없다. 피부 독에 혼비백산한 뱀과 족제비도 외면할 걸 잘 알기 때문일까? 보란 듯 떼로 몰려다니는 방죽은 올챙이들도 천적의 인기척에 수초 아래 숨어드는 다른 올챙이들과 달리 아랑곳하지 않지만, 5월 중순 자동차 바퀴를 조심해야 한다. 엄지손톱 크기의 어린 성체들은 야심한 시간, 호수 주변의 아스팔트에서 처참해질 가능성이 크다.


가끔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개구리들은 대개 미국 개구리 소리를 낸다. 생태 의식 없는 광고회사가 손쉽게 미국 자료를 사들이는 모양인데, 경칩을 맞은 얼마 전 인터넷에 마스크로 입을 가린 개구리가 등장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한국에 없는 개구리를 경칩 모델로 데뷔시켰는데, 그렇듯, 올봄은 개구리보다 코로나19가 깨웠다. 이후 우리는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아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청하며 봄을 구속했다. 개강을 2주 연기했다지만, 젊은이들은 그때 봄을 만끽할 수 있을까?


화강암 모래가 맑은 물과 장단을 맞추며 흐르는 중상류 하천에 모래무지가 한했는데, 요즘 4대강에서 자취를 감췄다. 낙동강 상류 내성천의 감돌아 흐르는 모래 속에 황급히 몸을 감추던 흰수마자는 이 시간 어디로 그 가녀린 몸을 숨겼을까? 대형 보를 철거해 모래톱이 되살아나면 회룡포에 다시 선보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회의적인 생태학자가 늘어난다. 독성 녹조가 끈적이는 무산소 수괴를 견딜 고유 담수어류는 드물 테니까. 대형 보가 모래와 강물을 가로막자 찐득한 펄 범벅이 된 4대강에 수많은 동식물이 사라졌다. 망가진 생태계에 화가 스민다.


흐트러진 생태계를 파고드는 외래종은 국립공원의 미국자리공과 도시 하천의 돼지풀만이 아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는 생태계가 주위에 보전되었다면 변화된 RNA 바이러스라고 해도 일순 창궐할 수 없다. 그물코처럼 조화로운 먹이사슬에서 조절되면서 다양성을 유지할 텐데, 시방 우리와 세계의 인류사회는 코로나19 창궐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생태계를 붕괴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부메랑이다.


지난해 기상이변은 유별났다, 6개월 이어진 호주 산불은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절명할 정도로 생태계를 불사르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화마를 잠재운 빗물은 상처받은 생태계를 어루만지겠지만 퍼부은 폭우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3년보다 더 더웠던 유럽의 불볕더위가 인도를 휩쓸며 경작지를 태웠고 러시아와 알래스카의 동토를 불살랐다. 영겁의 세월 쌓여 매장된 메탄이 30도 가까운 더위에 녹아 타오른 동토의 불길은 한반도 면적을 넘었다는데, 올여름은 잠자코 지나갈까? 거대한 산불과 폭염을 부른 여름철 기상이변은 겨울철에 폭한을 부르는데, 북미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붙더니 난데없이 태국과 인도 심지어 이집트까지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균형을 잃은 생태계는 기상이상을 불러들인다. 주홍날개꽃매미는 전에도 중국에서 날아왔지만 안정된 생태계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해의 더위와 가뭄은 그런 곤충들의 폭발적 증가를 걱정하게 만든다. 조경업무로 공직을 마친 선배는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지나면 해충이 늘어났다는 경험을 돌이킨다. 동면 중인 알과 애벌레가 얼어 죽지 않는 탓이라는데, 그건 과수원과 농토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밀은 6.0%, 쌀은 3.2%. 옥수수는 7.4%, 콩은 3.1% 생산량이 감소한다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연구팀이 분석했는데, 해충 때문이라고 한다. 살충제와 제초제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토양 생태계가 더욱 황폐해지는 걸까?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1922<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다. 수백만 1차대전 희생자들이 파묻힌 대지에서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봄을 한탄했다고 문학평론가는 해석한다. 눈 한 번 내리지 않은 따뜻한 겨울에 개구리가 알을 낳았다. 혼란스러운 생태계에 태어난 생명이 앞으로 온전할지, 올해 4월은 잔인하지 않으려는지, 걱정이 커진다. (작은책, 20204월호)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8. 9. 1. 00:09

 

입추와 처서가 지났으니 가을인가? 하지만 파란하늘이 여전히 두렵다. 유래 없는 티베트의 고기압이 높은 하늘을 점령한 올해, 우리 여름은 전에 없이 맑고 뜨거웠다. 뜨거운 날이 계속되면서 하늘은 활기를 잃었다. 소나기조차 뿌릴 기운을 내지 못했다. 태양의 입사각도가 줄었으니 아침저녁의 바람이 분명히 선선해졌지만 더위에 지친 우리는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을 반기기 어렵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철근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막아서는 도시는 공기와 땅을 달궈놓았다. 살아 있는 것들에 저주를 퍼붓는 태양 아래 원인 제공자는 형벌을 요구받는데, 모면하려 황급히 그늘로 숨어드는 인간은 숨이 턱턱 막혔다. 한데 철근콘크리트 안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바뀌었다. 저주받는 거리와 이어진 재래시장의 상인은 마른 선풍기 바람에 축 늘어져 헐떡였지만 양판점 지하 식품매장은 늘 왁자지껄 했다. 에어컨을 앞세우는 인간들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를 누비는 승용차 안의 인간도 치솟는 폭염을 비웃었다.


양판점 식품매장의 냉장 커튼 안쪽에서 싱싱함을 과시하는 과일과 채소들은 염천 하늘 아래 농부의 땀방울을 받으며 자랐다. 뒤 돌아서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잡초들을 손으로 뽑는 유기농민은 하늘을 함부로 원망할 수 없다. 납품 시간 맞추려 챙 넓은 모자 아래에서 미지근한 물 연실 들이키던 단양군 한결농원의 농군은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제목 없는 시 한 편을 올렸다. 에어컨이 만든 시원함으로 폭염을 비켜가는 도시인을 대신해 형벌을 받으며 하늘에 용서를 빌어야 했을까?

 

하늘이시여,

대자연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욕심 많고 잔인하며 어리석은

인간세상 벌하시는 건 달게 받사오나

염치불구하고

하루만 비 내려주시옵기를

간청하나이다.

시퍼런 하늘을 올려다 보기

두렵고 무섭나이다.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의 기록이라던 이번 폭염은 높은 하늘에 거대한 열돔이 드리웠기 때문이라고 기상전문가는 분석했다. 열돔? 영어로 ‘heat dome’로 체육관 같이 거대한 지붕이 뜨겁다는 의미일 텐데, 지상 5km에서 12km 사이 중상층 대류권에 정체되는 뜨거운 고기압이 지상의 공기를 솥뚜껑처럼 가둬놓는 현상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그건 이번 폭염의 원인이 아니다. 열돔 현상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라고 기후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구의 온도가 예년에 없이 높아지면서 티베트 고원에 쌓인 눈이 일찍 녹아 나타난 결과라는 게 아닌가.


잘 알다시피, 지구온난화는 북극해의 두툼한 얼음을 녹인다. 북극권의 얼음이 얇아지자 북극항로가 열렸다고 환호하고 북극해 아래 가스층 개발을 놓고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지구촌 생태계에 광범위하게 전가된다. 얇아진 얼음을 쇄빙선으로 깨며 북극해의 항로를 줄이면 수출입 업자들의 주머니는 그만큼 두둑해지겠지만 북국권의 터줏대감인 북극곰은 먹이와 삶터를 잃는다. 그뿐인가? 북극권 상층의 공기층을 붙잡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며 아래 위도 국가들은 때 아닌 한파에 몸서리쳐야 한다.


티베트 고원에 쌓인 눈이나 북극해의 얼음, 그리고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는 새하얗다. 하얀 색은 햇빛을 반사시킨다. 전문가는 그런 효과를 알베도(albedo)라 하는데, 북극권의 얼음과 티베트의 알베도가 줄어들면 흡수되는 햇빛이 늘어난 만큼 온도가 오른다. 문제는 알베도가 줄어들면서 제트기류가 느슨해진다는데 있다. 북극권 아래 지역에 한파가 느닷없이 전파되듯 티베트의 온기가 주변으로 확산되는데, 그 결과 우리 상층에 열돔이 드리웠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국상공에서 겹쳐져 고기압지붕인 열돔 현상을 만들어 폭염을 주도하고 있다.-동아일보 DB 제공

사진: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국상공에서 겹쳐져 고기압지붕인 '열돔' 현상을 만들어 폭염을 주도하고 있다.-동아일보 DB 제공


지구온난화 분명한 징후는 티베트 고원과 한반도 주위에 국한하지 않았다. 언론은 1994년의 기록을 경신했다고 수치를 들먹였지만 2016년도 무척 더웠다. 작년에 폭염이 비켜간 것이 의외였다고 기상학자들이 분석하던데, 내년은 어떨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서울 면적 두 배 이상의 숲을 올 여름의 폭염 아래 화재로 잃었다. 이러다 불에 탈 숲마저 사라질까 겁난다. 숲이 사라지면 주변은 더욱 건조해지며 폭염은 심화된다. 미국만이 아니다. 지구는 끔찍하게 달아올랐다.


체온보다 기운이 높은 곳에 사람은 본디 살지 않았다. 타들어가는 사막에 사는 생명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은 터전을 삼지 않았다. 전기가 공기를 식히고 먼 곳에서 마실 물을 옮겨오면서 사람들은 사막까지 높은 건물을 짓고 아스팔트를 깔았지만 전기가 끊어지면 아비규환에 빠질 신기루일 따름이다. 2003년 폭염으로 노약자 위주로 7만 명의 목숨이 희생된 유럽은 폭염 피난처를 곳곳에 확보했다. 우리나라도 도서관과 관공서를 피난처로 개방했지만 늘어나는 희생자를 피할 수 없었는데, 전기료 누진제 완화로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어쩌면 더욱 심화될 폭염에 대비해야 하나?


아프리카의 열기가 전파되는 유럽은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열기에 몹시 당혹한다. 승용차 에어컨이 흔치 않던 유럽이지만 요즘 다를 텐데, 그들은 핵발전소 뿐 아니라 화력발전소도 줄인다. 이산화탄소와 초미세먼지를 막대하게 배출하지 않던가.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우리보다 많은 유럽의 국가는 자연에너지의 활용을 크게 늘렸다. 태양광 발전 패널을 지붕에 붙이고 풍력발전기가 드물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인 건물을 확대하고 가전제품과 생산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다. 그래도 심화되는 폭염은 피할 수 없으니 녹지와 습지를 최대로 확대한다.


공항 주변의 넓은 습지를 골프장으로 메우고 대도시 주변의 논밭을 아파트단지로 없앤 우리는 갯벌을 매립하고 산업단지와 고층아파트를 밀집시켰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대폭 늘린 대신 녹지와 습지를 없앤 것인데, 한 환경운동가는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누진제 완화로 전기요금이 줄어든 가정은 전체의 1% 이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폭염 때 매월 만 원 정도 줄어든 전기요금으로 심화될 지구촌의 폭염이 완화될까? 집이 덥다고 승용차의 에어컨을 켜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정부보조금으로 최신 에어컨을 가정마다 비치해도 가당하지 않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7월 붕괴한 라오스의 댐은 수백 명의 사상자와 수만의 이재민을 발생케 했다. 댐 건설에 참여한 우리 기업의 부실이 의심스러운데, 강우량도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예년에 없던 호우와 가뭄은 세계 곳곳에 빈발한다, 올 봄 강수량 덕분에 폭염에도 우린 마실 물이 충분했지만 봄 가뭄은 점점 지독해진다. 내년 폭염은 견딜 수 있을까? 폭염은 농작물을 타들어가게 했는데, 녹조로 끈적끈적한 강물은 쓸모없었다. 에어컨과 누진제 이외의 대책이 급하다.


독일 의회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의 생산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고 많은 국가에서 공감했는데, 핵발전소 대신 화력발전소 중설로 대응한 우리나라는 오는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총회를 개최한다. 인천 송도신도시의 초호화 송도컨벤시아에 모여들 텐데, 송도신도시는 지구온난화를 자연적으로 예방하는 갯벌을 매립해 조성했다. 고급 승용차로 모일 세계의 기후전문 관료와 학자는 그 사실을 인식할까? (작은책, 20189월호)

안녕하세요...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B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