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4. 4. 23. 11:29

 

해마다 4월 중순의 주말이면 벚꽃이 흐드러진 길을 찾아 나선다. 여의도 윤중로 아니더라도 사람들로 북새통인 거리를 천천히 걷는 이유는 단순하다. 화사한 벚꽃을 만끽하려는 것도 흥분에 겨운 상춘객과 어울리려는 것도 아니다. 꿀벌이 한 마리라도 볼 수 있을지 궁금한 까닭이다. 올해도 한 시간 여 걸었고, 꿀벌은 볼 수 없었다.


봄나들이 때 조심해야 했던 꿀벌은 왜 자취를 감췄을까. 우리나라의 토종벌은 애벌레들이 전염병에 걸렸는지 한꺼번에 죽는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미국과 유럽은 건강한 애벌레와 가득한 벌꿀을 두고 양봉업자의 벌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예전에 없던 일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은 4년을 버틸 수 없다는데, 그리 아인슈타인이 이야기했다던데, 왜 우리는 긴장하지 않는 걸까.


도시 근교에서 자취를 감춘 꿀벌이 농촌에 아직 많을까? 소음과 먼지, 악취와 밤낮 없는 빛으로 사시사철 정신없는 도시에 꿀을 가진 꽃이 드물다. 양봉업자도 접근하지 않으니 도시 근교에 꿀벌이 드문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좀 지나치다. 농촌에 꿀벌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꽃이 피면 윙윙 몰려들던 꿀벌을 더는 과수원에서 보기 어려워졌다고 걱정한다. 붓으로 일일이 가루수정하는 일은 힘겨울 뿐 아니라 효율도 떨어진다.


아카시아나 밤꽃을 따라 벌통 실은 트럭이 오르내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만 개가 넘는 벌통을 화물열차에 싣고 대륙을 오르내리는 미국은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을 연구해온다. 많은 꿀을 빠른 시간 내에 모아오는 품종으로 단일화된 꿀벌은 타고난 유전자의 다양성이 줄어든 만큼 환경변화에 이겨낼 힘을 상당히 잃고 말았다. 그런 꿀벌의 벌통에 응애가 접근해 애벌레에 알을 낳기 시작하자 양봉업자는 응애만 죽이고 꿀벌에게 해가 없다는 살충제로 대응했다. 하지만 응애는 이내 내성을 가졌고, 더욱 강력한 살충제로 바꾸며 거듭 뿌리자 그만 꿀벌들에게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응애 뿐이 아니었다. 일반세균과 곰팡이를 비롯해 여러 가지 바이러스의 공격을 항생제와 소독으로 맞섰지만 얼마 가지 않아 한계를 만나고 말았다. 꿀벌보다 작은 생물들이 약품에 금방 내성이 갖췄고, 더욱 독한 약품을 뿌리면 꿀벌이 중독돼 일찍 죽어 가나거나 꿀과 꽃가루를 충분히 가져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꿀벌이 접근하는 꽃에 온갖 농약이 살포되는 거였다. 전에 없던 현상이다. 가져온 꿀과 꽃가루가 농약에 오염되자 애벌레의 생존과 부화율이 둔화되고 말았다.


몸이 만신창이가 돼도 생존을 위해 알을 낳고 꿀과 꽃가루를 가져와 애벌레를 키워왔는데, 농화학회사가 새로 개발한 농약, 기생충이나 병균을 죽이고 꿀벌만 살려낸다던 농약이 문제를 키웠다고 미국의 소식통은 전한다.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그 농약이 살포된 뒤부터 꿀벌들이 꿀이 가득하고 애벌레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벌통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적으로 그 농약 때문일까? 다국적기업인 농화학회사는 연구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받아들이면 뒤따르는 손해배상 소송을 감당할 수 없지만, 회사의 주식가격이 뚝 떨어진다. 연구결과를 섣불리 받아들인 최고경영자는 주주총회에 소환돼 문책당할 테니, 어떡해든 게 부정해야 한다. 문제의 농약 때문과 꿀벌이 벌통에 돌아오지 않는 과정이 과학적으로 소상하게 밝혀진 게 아니라면서 손해배상 청구도 외면할 것이다. 법원은 다국적기업의 손을 들어줄 게 거의 분명하다. 돈 많은 기업은 막강한 변호사들을 대거 동원하므로, 경험에 미루어 양봉업자가 이길 재간은 없다.


꿀벌을 괴롭히는 현상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 다시 말해 GMO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기업의 이익에 편향되지 않은 독립 과학자들은 의심한다. 정확한 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히지 못했으니 GMO를 판매하는 다국적기업이 피해를 배상할 리 만무하다. GMO 농작물에는 항생제가 포함된다. 그런 농작물에서 꿀과 꽃가루를 가져와 벌통에서 나누는 꿀벌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가 가중되고, 그 피해는 과수원, 농장, 그리고 사람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진맥진한 꿀벌에게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꿀벌이 벌통으로 돌아갈 기운마저 빼앗을 것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난다. 도시는 물론이고 산골 구석까지 설치된 기지국에서 사방팔당으로 뿜어대는 전자파가 꿀벌의 방향찾기를 교란한다는 의심인데, 역시 과학적 근거는 밝히기 어렵다. 밝힌들 휴대전화 관련 다국적기업이 순순히 인정할 리 없다. 허구헛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시민들은 어떨까?


올해도 근교에 흐드러진 벚꽃을 꿀벌이 외면했는데, 서울교육청은 농약이 과학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우리 땅의 친환경급식을 비웃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GMO 농작물을 학생에게 먹일 수 있다는 뜻까지 비쳤단다. 다국적기업이 표창장을 주고 싶어 조바심이 날 지경이다. 그렇게 꿀벌은 퇴치되고, 우리네 내일은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저당된다. 점점 봄이 두려워진다. (야곱의우물, 20145월호)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0. 10. 00:57

 

미국 금융가에서 세계로 확산되는 시민 99퍼센트의 집회는 탐욕스런 자본 1퍼센트에 분노의 함성을 쏟아낸다. 경쟁을 앞세우는 신자유주의 물결은 얇아지는 중산층까지 빈곤층으로 내몬다. 소득을 일방적으로 편취하는 1퍼센트에 의해 99퍼센트가 수렁으로 빠지는 기현상은 더욱 거친 경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경쟁을 부추겨 이익을 가로채려는 세력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시장, 다시 말해 협동조합의 가치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분노의 물결을 넘어 이행해야 할 행동이다.

 

비교우위를 앞세우는 무역자유화는 결국 가진 자의 이윤에 충성하는데,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FTA’라는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전이되고 있다. 체급이 전혀 다른 미국과 FTA협정에 나선 우리나라는 곧 실행될 모양이다. 세계의 정치와 무역에 관한 의혹을 폭로해 유명해진 위키리크스한미FTA협정에 참여한 우리 고위 관료의 어처구니없는 비화를 공개했다. 협상에서 미국 요구에 응해 우리의 국회와 시민사회를 설득하겠다고 상대측에 약속했다는 게 아닌가. 그쯤 되면 우리 협상단은 차라리 미국인이거나 미국에 맹종하는 하수인이었던 셈인데, 그로 인해 이미 위축돼버린 우리 농업은 설 땅마저 잃게 생겼다.

 

공산품 수출을 위해 희생시킨 우리의 농업은 지금도 비참해 식량 자급률이 26퍼센트에 불과한 실정이다. 쌀이나마 자급할 수 있어 겨우 버티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계가 심각하다.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국가의 진정한 독립은 식량 자급에 있다고 했다. 무던한 노력으로 80퍼센트였던 자급률을 200퍼센트 이상 끌어올린 프랑스도 자국의 농업을 지키려 애를 쓰지만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쌀 이외 대부분의 곡물을 비롯해 육류와 가공식품을 다국적기업에 의존하는 우리는 한미FTA에 신중해야했건만 실패했다. 드골이 보기에 우리는 식민지나 다름없는 정도였다.

 

한미FTA가 실행될 즈음, 세계 최대 미국계 곡물 다국적기업인 카길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라는 뉴스를 지난 10월 초 국내 언론이 보도했다. 충청남도의 공장이 가동되면 국내 최대 콩기름과 사료업체의 매출을 앞지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자사 농산물을 대량 가공할 테니 소비자는 값싸고 질 좋은콩기름과 사료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격 열세에 놓일 국내업체는 고전할 게 틀림없다. 장차 국내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카길이 가격을 슬그머니 올려도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 빗발치는 민원으로 정부가 나서 가격 통제에 나선다면? 카길은 한미FTA협정의 당사자 직접 소송 조항을 근거로 우리 정부를 고소할 테고, 당연히 패소할 우리 정부는 카길이 주장하는 손실액을 세금으로 고스란히 보전해주어야 한다.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는 카길은 콩만 취급하지 않는다. 우리가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대부분을 취급하는 카길이 아예 쇠고기 매장을 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값비싼 한우가 파고를 막아낼 수 있을까.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한미FTA는 카길의 시장 진출을 통제할 정부의 수단을 무력화한다. 농축산물은 물론이고 그 가공식품까지 포괄하는 카길이 막강한 협상력으로 우리 정부를 굴복시켜 한국 내 매장에서 우리네 입맛에 맞는 미국산 쌀을 대거 진열해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농업은 어떻게 될까. 식량 자급률과 더불어 사망선고를 받지 않을까,

 

아무리 막강한 한미FTA라도 소비자의 의지까지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농약으로 땅을 황폐화시키며 농민을 착취한 관행 농산물이 낮은 가격표를 붙여도 생활협동의 소비자 조합원들이 외면했던 건, 땅과 내일을 살리려 애를 쓴 생산자 조합원들의 땀을 신뢰하기 때문이지 정부의 요구나 통제가 없었던 까닭은 아니다. 한미FTA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높아도 공정무역 커피와 설탕의 흔쾌히 사먹는 소비자의 의지가 더욱 굳어진다면, 카길 또는 그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이 땅에 거듭 문을 열어 낮은 가격으로 아무리 유혹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한미FTA협정으로 자진에서 무력해진 우리 정부에 대책을 호소할 이유도 전혀 없다.

 

한미FT협정 본격 실행을 계기로 생활협동조합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때가 되었다. 신뢰할만한 유기농산물의 활발한 거래와 더불어 생산자 조합원의 의욕을 한껏 높여줄 자본을 모을 사업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려는 농민을 적극 도와 전환기 농산물도 흔쾌히 취급하는 것은 물론, 영농비도 지원하자는 거다. 도전하는 생산자 조합원의 생계와 자립을 지원하는 비용까지 생활재의 가격에 공개적으로 포함하면 어떨까.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생활협동조합은 한미FTA의 파고 따위는 능히 극복할 수 있다. 조상과 후손 앞에 뿌듯한 일이다. (푸른생협 소식지, 201111월호)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 2. 16:19

우리에게 낯선 구제역

 

하루가 멀다 하고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퍼져나간다. 동쪽은 구제역, 서북쪽은 조류독감이라지만 겹치는 지역이 나타났고 서남쪽이라고 안전한 곳도 아니다. 2010년 마지막 날까지 전국 5개 시도의 32개 시군, 모두 72곳에서 구제역이 발생, 2385농가에서 58456마리의 소나 돼지를 살처분한 뒤, 땅에 매몰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어 16개 시군 13천여 농가의 40만 마리의 소에 백신을 처방할 계획이라는데, 앞으로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언론은 전망했다. 이러다 전국의 가축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닐까, 공연히 불안해진다.

 

구제역이 도대체 뭐기에 이 엄동설한에 이다지도 큰 위기를 전파하는가. 1800년대 말 독일의 과학자가 명명했다는 구제역은 소나 돼지와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을 집중 공격하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체온이 상승하며 발굽과 피부, 혀와 잇몸에 수포가 생겨 파열되면서 궤양으로 진전하고, 6개월 미만의 어린 가축은 심근염으로 50퍼센트 가까이 폐사할 수 있으나 성체의 사망률은 5퍼센트 내외로 낮다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하지만 경제적 손실이 커, 감염된 젖소의 경우 유방염이 발생하며 산유량이 절반 이하로 줄고 비육우나 돼지의 체중이 감소한다는데, 무엇보다 전염성이 매우 민감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축산업이 퇴치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가축 1급전염병이라고 한다.

 

구제역은 그 증상이 성경에도 기록될 정도로 오래되었다지만 축산업이 요즘처럼 활성화되기 전에는 문제를 심각하게 일으키지 않은 것 같다. 유럽이나 중남미의 대규모 축산국가들을 제외한다면 2000년 이전 우리나라는 구제역 때문에 전국의 축산업이 일시에 흔들린 적은 없었다. 전파력이 아주 빠르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요즘 문제가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성체는 시름시름 앓다가도 대부분 회복된다는데 왜 발생 농가는 물론이고 발생 농가에서 반경 500미터로 정한 안전반경 안의 가축을 모조리 살처분해야 하는 걸까. 안전반경을 사수하면 더는 퍼지지 않는다는 과학적 합리성이라도 확보한 걸까. 그런데 이번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안전반경을 간단히 넘고 말았다. 지나가는 차량에 분무하는 거리의 소독약이 이번의 큰 추위에 얼어붙었기 때문일까.

 

구제역 바이러스는 겨울에도 활동성이 높은가. 작년 봄 강화군을 중심으로 발생한 구제역은 힘겨운 방제작업 덕분에 진정된 바 크지만 여름이 다가오면서 삭으러들었는데 작년 늦가을부터 다시 전국을 소용돌이친 이번 창궐은 추위와 더불어 확산되기만 한다. 날이 풀리려면 아직 멀었으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데, 강화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안동에서 비롯된 이번 바이러스는 발생 국가를 여행한 축산업자에 의해 전파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살처분으로 감당이 어렵게 되자 백신 처방까지 감수한 올해 이후는 어떤 양상으로 바뀔까. 현장의 눈물겨운 노력에 힘입어 사라질까. 백신을 처방한 지역을 기반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건 아닐까.

 

19973, 대만의 돼지 농가를 붕괴시킨 구제역은 방송 카메라가 적극 전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경험이 없던 대만에 밀수입된 돼지 내장이 원인이었다는데, 발생 농장의 처참한 장면을 촬영한 카메라가 멀쩡한 농장을 비교하려 함부로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것이다. 날씨가 추울 때 오래 살아남는 특성을 가진 구제역 바이러스는 가축 뿐 아니라 살코기와 내장, 배설물과 사료로 전파될 수 있으며 지나간 수의사의 가운, 트럭의 바퀴, 심지어 발생 농장의 상공을 나른 비행기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한 안동에서 주변으로 퍼진 원인이 수의사의 넥타이였다는 풍문도 돈다.

 

축산업자도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야 한다. 다만 그는 구제역 발생 국가와 발생 지역이 어디인지 미리 숙지해 피해야 했고, 당국은 발생한 곳이 어디인지 사전에 구체적으로 알려야 했다. 우리나라가 시방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을 막지 않듯, 구제역 발생국 가도 관광객을 막을 리 없다. 다만 방문자에게 구제역 발생 지역을 소상히 알려주고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구제역 발생 국가에서 방문한 여행객에게 방역 없이 축산농가의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입국할 때 알려야 했다. 하지만 우리 축산농가에 취업한 외국 근로자 중 누구도 방역을 필하고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에게 경각심이 약했다.

 

 

백신은 정부의 마지막 수단이었나

 

살처분. 중립적 용어임에 틀림없지만, 왠지 거부감이 든다. 멀쩡한 생명을 죽이는 조치가 아닌가. 이번 살처분 때문에 동물보호 단체들이 발끈했다. 가축의 생명을 지나치게 많이 죽인다는 점에 아연해 하면서도 그 방법이 무자비하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살처분은 안락사로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시간과 물량에 치이는 현장은 규정을 지키기 어려워한다. 아니 불가항력을 내세워 잔혹한 살해에 이어 매립하거나 생매장까지 자행된다고 동물보호 단체들은 분노한다. 덩치가 큰 소는 주사로 죽이지만 다른 가축과 격리하지 않은 채 수행하고, 돼지는 구덩이에 몰아넣고 굴삭기 삽날로 제압해 죽인다는 게 아닌가. 그 경우 패닉 상태가 되는 돼지의 공포는 극에 달할 테고, 돼지의 저항으로 바닥에 깔아놓은 비닐이 찢어져 구제역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침출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많은 자본을 들여서 대규모로 사육하는 기업형 축산업은 대체로 살처분을 묵묵히 받아들이지만 소 한두 마리를 정붙여 사육하는 농가는 불만이 많다. 사망률이 높지 않은 질병인데 불문곡직 안전반경 이내의 멀쩡한 가축까지 모조리 죽이는 행위는 비록 도축을 목적으로 키우는 가축이라 해도 잔인하다고 강변한다. 소 한두 마리 입식해 농사짓는 농부는 살처분하러 나온 공무원을 경계하고 살처분을 회피하려다 포기하고서, 소가 사라진 외양간을 식구를 잃은 듯 바라보며 식음을 전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국이 보기에도 안락사는 번잡하다. 돈도 힘도 인력도 많이 들어간다. 과로사 당하는 공무원이 발생할 정도였지만 이번 구제역의 경우, 전파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는 마지막 수단을 내놓았다. 백신이다.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다. 예방을 위한 처방이다. 정부는 링 백신을 투여한다고 발표했는데, 링 백신은 처방의 방법이지 백신의 종류를 뜻하는 건 아니다. 발생 지역의 둘레 10킬로미터 외곽에 성곽을 쌓듯, 주사를 놓아 더 퍼지는 걸 막겠다는 고육지책인데, 전문가들은 완벽한 대책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처방된 백신의 역가가 최고일 경우, 가축 중 85에서 95퍼센트에 항체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지만,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개체가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이미 감염되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가축은 백신 처방 후 미미한 증상을 보여 자칫 경시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한 전파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백신 처방 이후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이차 감염을 반드시 막아야 하고, 그때까지 감옥처럼 철두철미하게 인적 물적 통제가 시행되어야 하는데, 경험상 쉽지 않다고 걱정한다.

 

문제는 백신의 효과가 완벽한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또한 이번에 바이러스를 죽여 희석한 사백신이라고 주장하지만 바이러스 특성 상 죽은 바이러스도 유전자 교환으로 생명력을 다시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백신의 효과를 가질 텐데, 생백신은 가축에게 구제역 바이러스를 직접 넣는 행위이므로 아무리 희석해도 면역력이 약한 가축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산 바이러스든 죽은 바이러스든, 백신이 처방된 가축은 두 차례 주사 뒤 두 주 이상 혈청에 이상이 없으면 도축이 가능하고 한 달 이상 문제가 없어야 이동이 가능하지만, 자유로운 수출을 위한 청정 지위를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살처분한 뒤 3개월, 백신 투여한 뒤 최소 1년이 지나야 수출이 가능하니 손실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축산업 전문가들은 백신 처방이 몰고올 다른 측면의 후폭풍을 걱정한다. 시장에서 소화할 물량이 모자라면 수입업자는 당연히 국제시장을 노크할 텐데, 구제역 발생 국가의 수입을 지금처럼 거부한다면 수출국이 세계무역기구에 우리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 경우 구제역에 오염된 살코기와 내장이나 가죽과 같은 도축 부산물이 들어올 수 있고, 이후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구제역의 발생과 전파를 신속하게 차단할 수단마저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백신 투여 결정을 해당 부서는 꺼려했다는 후문이 돈다. 하지만 살처분에 들어가는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청와대에서 강력히 백신 처방을 요구했다는 건데, 이미 주사하기 시작한 백신은 돼지에게는 아직까지 예외다. 내수를 목적으로 사육하는 한우와 달리 돼지는 수출까지 염두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전파 능력이 소보다 3000배나 강한 돼지를 예외로 한 농림수산식품부의 고충을 축산농가들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돼지의 죽음을 방치하는 정부의 방침에 동물보호 단체들은 저항하고 있다. 돼지에 구제역 예방을 위한 백신 투여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기회에 동물의 복지 차원에서 무자비한 살처분 규정을 다시 검토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축산농민이 책임질 일인가

 

사상 최악의 살처분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전파가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구제역 위기 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높이고 행정안전부 내에 중앙 재난안전 대책본부를 구성했다. 담당 장관은 총괄 상황 관리와 부처 간 협조체계 구축, 지자체 방역활동 지원 등 범정부적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가축 전염병 때문에 중앙 재난안전 대책본부까지 가동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한 언론들은 정부의 뒷북 대응을 지적하고 나섰다. 허둥대다 초동대응과 차단방역에 실패했고, 링 백신 접종도 때를 놓치면서 감시 대상 지역을 추가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지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의 정부는 어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소비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면서 예방을 위해 축산 농가의 외부 모임이나 이동, 그리고 지역 축제도 자제할 것을 농부에게 거듭 요구했다.

 

담당 장관이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나 소의 살코기를 먹으라고 권한 건 물론 아니다. 안전반경 내의 가축은 시장에 나올 수 없으니 안심해도 좋고, 살처분된 4퍼센트를 제외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예전처럼 소비해 축산농가의 시름을 덜어달라는 당부였다. 하지만 인접하지 않은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까닭에 증상이 드러나기 전에 도축된 가축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연말연시에 고기를 자주 먹은 이는 꺼림칙할 것 같다. 왜 이번 구제역은 지역을 건너뛰며 전파되는 걸까. 예전처럼 꼴을 베거나 여물을 쑤어 한두 마리 외양간에서 키우거나 마을에 마련된 목초와 건초를 주며 여남은 마리를 사육했다면 구제역이 지금처럼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전파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몇 군데 안 되는 가공공장에서 생산한 사료를 전국으로 출하하는 이때, 농부가 사전에 예방할 수단은 거의 없다. 그러니 농부도, 사료업자도, 어쩌면 식당의 고객 역시, 자신도 모르게 구제역을 전파했을지 모른다.

 

지난해 1222,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20105월 강화 일원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발의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 빠르게 의결해 구설수에 올라야 했다. 여야 대치국면에서 연내 처리는 물 건너 간 것으로 치부하다 전격적으로 합의한 개정안의 내용은 축산농가를 다그치고 있다는데 특이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축산인의 신고와 소독을 의무로 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에 앞서 까다로운 절차를 수행하도록 규정한 대목은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고의든 아니든 구제역을 전파한 농가에 벌금을 매기는 것으로 개정했고, 그 정도로 부족했는지 1년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벌칙을 강화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축산을 면허제로 바꾸면서 농장 폐쇄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정부의 통제 권한도 한층 강화했는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큰 피해의 원인을 제공한 농가는 엄벌에 처하겠다고 신설한 처사는 아무래도 지나치다 아니 할 수 없다. 축산농가를 억압하자는데 여야가 서둘러 의기투합하다니.

 

이번 구제역 파동의 죄인은 누구인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소독을 자청하지 않은 안동의 축산인인가. 가운은 갈아입었지만 같은 넥타이를 매고 다른 농장에 갔다는 수의사인가. 최초로 의심 신고가 있었던 안동에서 간이 검사로 음성이 나와 방심하다 사태를 키운 지방 공무원인가. 가축 분변을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트럭 운전기사인가. 농부와 그 식구의 마을 밖 이동을 철저히 차단했어도 개와 고양이를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한 현장 공무원인가. 소독약을 얼어붙게 만든 이번 겨울의 혹독한 추위인가. 아니면 심화되는 구제역 확산에도 설비와 인원을 확충하지 않고 방역 행정까지 일원화하지 않아 서로 허둥대며 비협조와 책임전가가 난무하게 이끈 정부인가. 과연 누가 으뜸 책임자가. 작년 말에 개정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축산업 방역 체계를 여전히 방기하는 정부를 놔두고 가장 손쉬운 농민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자식 같은 가축을 파묻고 심신이 지친 전국의 농부들은 FTA 체결로 곧 쏟아져들어올 값 싸고 질 좋은미국과 유럽의 고기를 바라보느니 차라리 축산업을 포기할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대체 무슨 생각에 젖었나.

 

농부들이 애처롭지만 맡은 임무를 밤낮없이 수행해야하는 살처분 현장의 공무원들은 시방 지칠 대로 지쳤다. 자신도 구제역 바이러스를 전파할지 모르기에 현장을 떠나지 못하며 살처분을 강행하다 쇠뿔에 받혀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소독액이 얼어붙은 바닥에서 뒤로 미끄러지던 트럭에 치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임산부가 유산하기도 했다. 수천 마리의 사체를 매립하기 전에 배를 가를 때마다 터져나오는 내장과 핏물을 보아야 했다. 달아나는 돼지를 잡아 구덩이에 내던져야 하는 일은 힘겨울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안긴다. 멀쩡히 살아있던 생명을 죽이는 일 못지않게 죽은 소 앞에서 눈물짓는 나이 든 농부를 바라보는 일도 현장 공무원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악몽과 수면장애, 우울증이나 환청과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는 진단한다. 대부분 하위직인 현장 공무원들이 이번 구제역 파동에 책임질 일도 물론 아니다.

 

 

이번 구제역의 원죄

 

4대강 사업으로 예산이 모자라 그랬을까. 담당 부서에 백신 처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는 나부터 검역을 받겠다.”고 선언한 수장의 발언을 언론에 홍보했다. 솔선수범을 약속했다는 건데, 안동의 축산업자를 염두에 두고 꺼낸 발언일지 모르지만, 원죄는 지금 두문불출하고 있을 그 축산업자에 없다. 대통령이 자진해서 검역을 받아야 옳은 것인지 여부는 예서 논하지 말자. 축산업자, 지역 수의사, 사료업자, 축산분뇨 수송 운전자, 현장 공무원과 지방 정부 관계자, 그리고 허술한 축산 방역 체제를 방기한 정부보다 이번 사태로 가장 고통스런 존재는 다름 아니라 살처분 대상이 된 돼지와 소다. 가축도 고통과 공포를 느끼고 회피하려 드는 생명이다. 사람과 처지를 바꿔 생각한다면 바로 짐작할 수 있는 노릇이 아닌가.

 

축산농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문제의식을 갖는 한 전문가는 구제역 발생을 예방할 대책이 진작 허술했던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좁은 땅덩어리에서 밀집해 사육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축산업의 한계를 감안할 때, 농장 단위의 상시 방역을 실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구제역이 발생한 해외에 다녀올 경우, 검역은 물론이고 15일 이상 다른 농장의 출입을 자제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고기의 양을 상정한 뒤, 수요를 충당할 만큼 축산업을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좁은 국토에서 그 정도의 고기를 생산하려면 소와 돼지를 밀집해 사육할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했을 것이다. 그런 과밀 축산업은 축사에서 태어난 송아지와 새끼 돼지를 받아 사육하기보다 종돈이나 한우 종축농장에서 태어난 우수 품종의 송아지나 새끼 돼지들을 일괄 구입해 사육하는 편을 선호한다. 한데 지난 1224일 경북 영천군의 한 종돈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허겁지겁 계열 농장에 납품된 돼지 17700마리와 반경 3킬로미터 내의 돼지까지 살처분했지만 다른 종동장이나 종축장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한우개량사업소와 같이 우수 한우 수천마리와 그 암소에 정액을 공급할 우수 황소를 보살피고 그 황소의 정액을 냉동해 보관하는 기관은 안전한 지역으로 관리하던 우수 가축의 일부와 보관된 정액을 분산시키고 오가는 사람과 차량을 철저하게 소독하며 직원의 출퇴근을 잠정 금지했다고 한다. 한국 축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데, 왜 우리 축산의 미래를 몇 군데 안 되는 사업소에 맡겨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었다. 그런 종돈이나 종축사업소에서 전국의 농가로 공급하는 우수 한우나 우수 돼지는 조상이 물려준 다양한 유전자를 충분히 보전하지 않는다. 육질이나 경제성을 고려해 최선의 품종으로 육종하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를 잃었다. 그렇게 유전자가 단순해진 품종을 사육하는 축사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소기의 상과를 올릴 수 있는 까닭에 개선된 시설로 수시로 교체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엄선된 사료를 그때그때 제공하고 적시에 항생제와 호르몬을 처방해야 한다. 그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으므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우수 품종만 고집해야 한다. 한데 그런 품종일수록 환경변화에 취약하다. 조상과 달리 구제역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구제역뿐이 아니다. 구제역과 시방 동시해 창궐하는 조류독감도 마찬가지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검출된 전북 익산시의 닭과 역시 고병원성인 조류독감이 검출된 충남 천안시의 오리가 그렇다. 안전반경 3킬로미터 이내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를 살처분했고 경남 사천시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검출된 청둥오리가 발견되자 그 안전반경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죽은 닭과 오리와 메추리는 대부분 조류독감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죽어야 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생매장 되었을 것이다.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저병원성이면 300미터 안전반경, 고병원성이면 그 10배인 3킬로미터 안전반경 내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가 반드시 살처분되어야 한다는 이유도 가축이 제공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품종개량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잃자 질병에 가축들이 아주 취약해진 데 있다. 결국 사람의 탐욕이 이끈 현상이다. 미국산 유전자 조작 옥수수로 가공한 사료를 우리나라에 막대하게 팔면서 동시에 미국의 닭고기와 돼지고기와 쇠고기 수입을 동시에 요구하는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횡포도 가진 자의 잔혹한 탐욕이다. 광우병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자연스러움으로

 

구제역으로 시름에 잠긴 농부에게 지불되는 보상금을 노린 사기전화가 극성을 부린다는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살처분한 돼지를 매립한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농가의 우물에 피가 섞인 지하수가 나왔다고 한다. 당황한 관계자는 지하수 오염이 아니길 희망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방역당국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전자가 단순해진 가축을 한꺼번에 많은 수로 공장처럼 사육하는 축산업의 관행이 빚은 구제역의 1차 공포, 그리고 그에 이은 섣부른 대처가 결국 상상하기 싫은 2차 공포를 일으킨 셈이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마을에 갇히게 된 한 농부는 안전반경 내 멀쩡한 가축까지 집단 학살하는 방역은 악법이라고 외쳤다.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없는가 물으며 동물도 사람처럼 생로병사하는 게 자연의 이치라고 주장했다. 마을에서 보니 기업형 축산업을 하는 이보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 온 소농부가 반발 의사를 분명히했다면서 가축을 깨끗한 고기를 공급하는 식품으로 여기지 말고 공생할 수 있는 자연의 질서를 찾자고 하소연했다. “인간의 이기주의는 지구촌의 동식물과 공존하는 평화의 질서를 망가뜨려 왔다.”면서 동물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이 짓은 서양의 인간중심주의 도시문명관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의 외침을 우리 정부는 어느 정도 귀담아 들으려 할까. 그가 말한 기업형 축산은 외면할 게 틀림없는데,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이 죽어가자 눈물짓던 농부들은 이해하려 할까.

 

구제역과 광우병, 그리고 조류독감은 사람의 탐욕이 던진 부메랑이다. 그 탐욕으로 비만과 당뇨병이 전에 없이 늘어났고 성인병을 앓는 어린이가 전에 없이 많아졌다. 뇌혈관이나 심혈관질환, 그리고 유방암과 대장암 같은 질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고기와 유제품 들을 지나치게 섭취한 이후에 발생한 현상이라는데 동의한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콩을 사료로 가공하면서 늘어난 고기와 유제품과 계란을 배불러 터지게 먹어야 튼튼해진다고 누군가 속삭인다. 관련 학자를 동원하며 정부와 손잡고,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와 정치인들을 앞세우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유혹해온 축산자본이 그들이다. 오래 동안 집요하게 우리를 길들인 홍보의 효과가 이제 부정적으로 만개하는 부메랑 현상이라고 동의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자본의 장단에 맞춰 물려받은 식습관을 바꾼 것이 비극의 발단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구제역과 광우병, 그리고 조류독감과 그와 유사한 신종플루의 근원적인 대책은 자연스런 식습관의 회복이어야 한다. 바로 조상의 음식이다.

 

참혹한 살처분을 경험하고 차라리 축산을 포기하려는 농부가 늘어난다는 거, 송구하지만 만류하고 싶은 현상이 아니다. 외람되지만, 가축을 키우던 땅에서 땅도, 생태계도, 노후의 건강도, 후손의 생명도 두루 건강하게 살리는 유기농업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어느새 성큼 성장한 유기농업 시장에 건강한 농산물을 내놓으며 노고에 대한 소비자의 존경과 감사를 받을 용의가 없는지 그들에게 조심스레 묻고 싶다. 축산업을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걸 도와주려면 소비자들은 자본이 우리를 길들인 식습관과 전혀 다른 식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기는 명절이나 기념일에 이따금 먹고, 되도록 부드러운 살코기를 위해 지나치게 어린 가축을 도축한 고기를 삼가는 식단, 섬유소가 많은 나물과 국을 곁들인 밥을 식구와 둘러앉아 먹던 조상의 식습관이다.

 

계란과 어패류가 포함된 육식을 어금니에 대한 송곳니 비율을 넘지 않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 하나의 송곳니 뒤에 사랑니를 뺀 어금니가 4개 이어지므로 대략 20퍼센트다. 체격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면 고기를 아예 끊어도 좋다. 건강에 하등의 무리가 없어지면서 부지불식간에 자리잡은 고기에 대한 상식을 깰 수 있어서 좋다. 살코기를 줄이면 과다한 육식으로 불편했던 나와 식구들의 몸이 금세 건강해지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석유를 가공한 비료와 농약을 곡물에서 얻는 칼로리의 10배나 뿌려야 생산되는 유전자 조작 곡물 사료 수입량을 크게 줄일 테니 지구온난화 예방과 환경에 좋고 건강에도 좋다. 쌀을 포함해도 26퍼센트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어서 좋다. 광우병 위험성이 남은 미국산 쇠고기를 미군부대 이외에서 팔지 않을 테지 좋다. 그렇다고 농가에서 가축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전처럼 유기질 비료를 얻을 수 있을 정도면 훌륭하다. 소와 돼지를 가축으로 길들인 이래 대부분의 세월을 그래왔다. 바로 우리 발이 닿은 생태계에 예전부터 어울렸던 자연스러운 삶이다. (합석헌평화포럼 기고문, 20112)

좋은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가축과 의지해서 살아오던 노인들의 눈물에 가슴이 아픈 요즘입니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맺음에 대하여 아이들과 토론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의미 있는 토론을 갖은 만큼 자연과 내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이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보람을 느낌니다. 감사합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부족하나마 유기적인 농업의 의미있는 시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구조적인(자본제)모순을 유기적인 농업이나 삶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노동자,농민들이 해고,농산물 가격폭락 등으로 인해 씀씀이가 없는 가운데 한창 성장할 자식들에게 단백질을 먹여야 하는데...그래서 미국산 쇠고기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아님 미국우호주의의 영향으로 먹어야만 하는지요? 국내 농업의 100%가 유기농업으로 전환한다고 하면 그 유기농업산물을 누가 다 소비해 줄 것인지요? 실업,해고,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체제에서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건 미국,호주산 쇠고기일 뿐입니다 제 생각도 유기농업으로 가야 한다고 보지만 생산과 소비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기농산물의 생산-구입이 늘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하루 세 끼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생존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결국 자본제 체제 자체를 어떤 식으로든 바꿔내지 못하면 님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구제역을 말하고 있는데 자본주의를 가지고 오셨군요. 제가 자본주의 공부가 부족해 그 부분 답을 해 드릴 수 없어 아쉽네요.

귀하가 느끼는 문제의식, 다시 말해 자본주의가 이끈 산업농과 산업축산의 문제를 깊이 공감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을 유가농업으로 극복애야 한다고 제가 주장한 일이 없다는 걸 말씀 드리면서, 저는 유기농업을 자본주의 체제와 관계없이 후손 기준으로 생존의 차원으로 전환해야 할 가치라고 봅니다. 자본이 이끄는 산업농업, 산업축산, 그리고 가공식품의 폐해는 별도로 논의해서 극복해야 할 일이고, 그러기 위하 노력하고 성과를 보인 예는 많다는 걸 아울러 말씀드리고 싶군요.

자라나는 아이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하게 하는 일은 정당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산업축산이 만든 고기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네요. 산업축산이 몰고오는 폐해를 조금이라도 고민했다면 그런 주장은 불가능해야 하겠고,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분의 사고로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축산업은 자본이 주도합니다. 소나 돼지를 가족처럼 키우는 농가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농, 소농이 유기적으로 생산한 축산물을 위 글에서 문제시 하지 않았다는 거, 기억해주시길 당부합니다.

단백질은 어패류에도 많고 머지않은 조상이 늘 먹어온 유기축산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식물성 단백질도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식물성 단백질의 비용을 줄이는데 노력할 일은 남았고, 지나치게 많이 먹는 요즈음의 동물성 단백질 때문에 늘어나는 질병과 그 치료비용과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할 테지요. 하늘은 맑았고 이웃 사이는 밝고 따뜻했던 시절, 우리는 산업농업을 몰랐습니다. 고기를 지금보다 덜 먹어 덩치는 작았을지 몰라도 몸과 마음, 그리고 생태계는 훨씬 건강했지요.

하루 세끼 먹지 못하는 이를 위한 대책을 유기농산물이 방해를 할 리 없지요. 오히려 값싸게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어 치부하려는 이에 지배당하는 우리의 소비풍조가 결국 자급자족 가능한 땅을 착취하며 자본의 노예가 된 데 세계적 식량위기, 지구온난화와 같은 폐해의 근본이유가 있겠지요. 그 방면의 공부가 더 필요해보입니다. 현재 유기농산물의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산업농업과 산업축산이 생태계에 마구 폐해를 주는 비용을 원가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니 어떤 주의니 하는 체제보다 땅을 착취하지 않는 체제만이 세끼 식사, 내일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합니다.

내일의 생명, 우리 생명의 비빌언덕인 생태계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유기농업 이상의 대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산업농으로 거품처럼 쏟아지는 농산물과 음식 때문에 늘어난 포식을 스스로 줄여야 하고, 나아가 생태계와 땅이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인구 또한 줄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겠지요. 시간이 늦기 전에 그를 위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