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8. 3. 13:36

 

지금은 한밤중. 가로등이 밝은 아파트단지의 작은 녹지에서 매미가 사생결단하듯 운다. 매미는 밤에 울지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이 된 도시에서, 비좁은 녹지라도 이게 어디냐 울어대던 수컷은 경쟁에 치인다. 그 일부가 훤한 가로등 아래에서 울어젖히자 동참한 수컷이 늘었을 텐데, 어느새 일상이 되었나?

 

한 달 넘게 오르내리던 장마전선이 물러난다고 기상대가 예보하기 직전, 매미는 울었다. 장마가 물러났다는 걸 매미는 슈퍼컴퓨터보다 명확하게 선언했고 머지않아 귀뚜라미가 가을을 예고할 텐데, 밤을 고집하는 귀뚜라미와 달리 매미는 사람이 뒤바꾼 환경에 적응하는 걸까. 그런데 잠깐! 얼마나 급했는지, 비 내리면 낮에도 울지 않던 매미가 이런! 비 내리는 밤에 울기 시작했다. 장마철 뒤 며칠 햇볕이 작열하더니 그것도 잠시. 회색도시의 알량한 녹지는 밤낮 없는 국지성호우로 푹 젖었는데, 밤비를 선도하는 매미가 등장한 겐가.

 

밤비 맞으며 운 수컷이 용케 짝을 만났을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태어난 굼벵이가 삼사년 뒤 세상에 나오면, 비 내리는 밤을 피하지 않을 가능성이 다른 개체보다 높겠지. 밤비를 마다하지 않는 짝을 만날 확률도 높겠지. 한데, 매미가 비 내리는 밤에도 울어야 할 정도로 비가 요즘 많아진 이유는 도대체 뭘까.

 

기상대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을 주목한다. 적도 태평양의 수온이 예년보다 0.5도 이하로 5개월 이상 계속되는 현상인 라니냐가 올해 유난히 강력하다고 한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라니냐에 밀려 우리 남쪽 바다에 여태 남았는데, 중국에서 요즘 발달하는 물풍선이 북태평양 고기압 전면에서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와서 마침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기단과 부딪혀 국지성호우로 여기저기에서 터진다고 기상대는 풀이한다. 하지만 라니냐가 왜 강력해졌는지, 중국에서 오는 물풍선은 왜 극성인지 풀이하지 않았다. 1990년대 말 이후 나타난 그런 이변이 해마다 심화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많은 학자들은 라니냐와 반대인, 다시 말해 적도 태평양의 수온이 예년보다 0.5도 이상으로 5개월 이상 계속되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자주 반복되면서 강해지는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는다. 지구온난화는 온실가스 축적이 원인이고, 온실가스 축적은 화석연료의 지나친 낭비가 원인이므로 우리나라에 국지성호우는 해마다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행태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대책은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고 항구적이어야 한다.

 

비가 원래 많은 남중국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는데, 이맘때 중국에서 발생하는 물풍선은 샨사댐과 진정 무관할까. 흔히 양자강이라 말하는 중국의 장강은 세계 최대의 샴사댐에 막혀 서울 두 배 가까운 호수에 400억 톤에 이르는 물을 담고 있다. 증발되는 수증기도 늘 텐데, 텔레비전 일기예보를 기억해보라. 물풍선을 가진 구름은 한결같이 장강 유역에서 올해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왔다. 중부지방에 정체전선을 이루며 터질 때마다 그랬으니 내년과 그 이후에도 그럴 게다. 게다가 더욱 심화되면서.

 

내년 장마철 이후 올해보다 많은 매미들이 비 내리는 밤에 울지 모르는데,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줄였다고 떼를 쓰는 우리의 현 정부는 매미만큼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아 6미터 깊이로 담아놓을 4대강의 16개 대형 보들은 높이가 10미터 이상이다. 모습을 드러냈어도 완공되지 않은 만큼 아직 물을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2년 가까이 밤낮없이 바닥에서 파낸 모래가 강가에 산처럼 쌓이면서 생태계가 파탄이 난 우리 4대강은 한반도에 흐른 이후 처음으로 깊어졌다. 그래서 걷잡을 수 없던 이번 빗물을 지역에 따라 꽤 받아주었지만 제방이 온전하기에 범람을 피할 수 있었다. 대형 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인데, 사고는 완공 이후에 본격 속출할 터.

 

올해는 장마 전에도 호우를 뿌리는 정체전선 형성되었고, 장마철에도 많은 비를 뿌렸다. 그때마다 산처럼 쌓인 상당한 모래들이 강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번 호우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정부가 예정한 강바닥의 모래를 전부 긁어낸다면? 길이 500킬로미터 높이 10미터 폭 100미터 규모 이상 어딘가에 쌓아야 한다. 지금처럼 강가에 놔둔다면? 호우 때마다 기껏 긁어낸 강이나 보가 만든 호수로 흘러들 테지. 그때마다 다시 긁어내기 대단히 어려우니 철근콘크리트로 뒤집어씌우거나 녹지를 만들어 눈속임하겠지. 하지만 올해와 같은 호우가 내린다면? 누차 경험했듯 다 소용없을 것이다.

 

10월까지 완공하겠다는 4대강의 16개 보마다 강물을 6미터 이상 저장한다면? 흐름을 잃은 1억 톤 정도의 물 덩어리들은 16개의 보 안쪽에서 썩어갈 터. 그 이후 규모가 큰 국지성호우가 내린다면? 이미 물을 가득 담고 있는 4대강은 그때마다 홍수 피해를 주위에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막대한 강물을 계단처럼 담는 보는 물을 쉽게 빼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차로에 길게 정차한 자동차들은 신호가 바뀌었다고 한꺼번에 움직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16개의 대형 보들은 국지성호우가 내리기 전까지 안전하게 막대한 물을 비울 수 없다. 앞의 자동차부터 한 대 씩 차례로 가속페달을 밟고 나가야 하듯, 하류의 보부터 물을 차례로 빼내야 안전한데, 초조한 시간은 오래 걸린다.

 

국지성호우는 변수가 많아 언제 어떤 지역에 어느 만큼의 물풍선이 터질지 전문가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슈퍼컴퓨터를 여러 대 사용하는 우리 기상대도 언론에 나와 볼멘소리로 하소연하지 않던가. 기상대의 예보를 믿고 16개 보의 오염된 물을 순차적으로 황급히 방류하는 도중인데, 상류에 물풍선이 막대하게 터진다면? 그 지점부터 이어지는 하류는 걷잡을 수 없는 홍수 피해를 이어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한다.

 

기껏 방류했는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4대강 유역의 주민들은 일단 악취에 코를 막아야겠지만 그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리라. 수돗물이 예고 없이, 그리고 한참 멈출 수 있다. 올 장마철 이전에 발생한 정체전선이 뿌린 강우로 4대강 사업의 임시 물막이보가 터진 구미시를 보라. 수도가 여러 날 끊어지면서 시민들은 생각하기 싫은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밥과 목욕과 세탁만 못한 게 아니라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었다. 버린 배설물이 담긴 거리의 봉투마다 악취와 벌레들을 끌어들였다.

 

4대강 사업 공사로 홍수 피해가 줄었다는 선동은 강 본류로 이어지는 지천의 피해를 무시한 주장인데, 머지않아 그 마저 왜곡이나 거짓으로 드러날 테지만 더욱 절망적인 피해는 영겁의 세월을 간직했던 경관과 생태계를 졸지에 잃었다는 사실이다. 모래를 잃고 오염된 4대강은 주변 생태계마저 항구적으로 황폐화시킬 것이다. 그러니 강물이 전처럼 흐르도록 더 늦기 전에 대형 보들을 헐어 내야 할 텐데, 도무지 대응 행동이 없다. 비 내리는 밤에 매미는 울기 시작했건만 우리는 여태 움직이지 않는다. 참으로 내일이 걱정이다. (작은책, 20119월호)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0. 8. 18. 23:57

 

이번 장마에 별 탈 없던 지역에 수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도 예보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가 원인이었다. 10여 년 전에 들어볼 수 없었던 국지성 호우가 장마 뒤에 빗발치는 원인을 전문가들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 빈도와 강도가 심각해지는 건 경험적으로 분명해 보인다. 시민들은 그저 내 지역을 빗겨가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다른 곳인들 안전할 수 없다. 이제 국지성 호우는 러시아룰렛이 되었다.

 

8월 중순, 시간 당 80밀리의 폭우로 작은 다리가 휩쓸렸던 익산 왕궁면처럼 한 달 사이에 두 번의 물난리를 겪은 대구시 노곡동도 국지성 호우였다. 배수펌프장이 작동하지 않았다지만 근본적으로 갑자기 고이는 빗물의 높이보다 마을이 낮기에 발생한 것이다. 빗물이 고이는 지점에 유수지를 확보했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었지만 기술에 의존하다 봉변을 당했다. 익산의 작은 하천이 무섭게 불어난 것도 인재였다. 하천 폭을 좁히고 직선으로 펴지 않았나.

 

큰비가 내릴 적마다 낮은 곳을 향해 어디론가 흐르는 물은 주위의 작은 물길에서 큰 물길과 합쳐지다 폭이 넓은 강으로 흘러들어 바다로 나가야 할 텐데, 폭이 좁거나 강바닥이 마을보다 높으면 강물은 제방을 무너뜨리며 마을을 휩쓸기까지 한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넓어 보이는 강이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순식간에 흙탕물을 차오르게 하는 국지성 호우는 보는 이를 겁에 질리게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하천의 둑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정비해야 하고 필요하면 넓은 범람원을 조성해 제방 붕괴와 마을 침수를 예방해야 한다. 운하를 위해 강폭을 좁히자 알프스의 쌓인 눈이 녹는 봄마다 수해로 고생해야 했던 라인강을 독일인은 그런 방식으로 개선해 피해를 막았다.

 

우리나라의 홍수 피해는 97퍼센트가 큰 강의 지천이나 작은 하천에서 발생했다. 폭을 좁힌 상태에서 제방이 낮고 허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해방지를 위한 정비는 4대강의 본류가 지방 하천이나 지천에 치중해야 했지만 밤낮도 없이 강행하는 ‘4대강 사업’에 밀려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로 흐름을 16군데에서 틀어막는 ‘4대강 사업’은 본류의 안전을 천년만년 보장할까. 낙동강의 함안보와 남한강의 이포보는 벌써 여러 차례 턱밑까지 흙탕물을 채웠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최근 하룻밤에 300밀리의 국지성호우는 흔하고 600밀리의 비도 드물지 않다. 대만에선 작년에 3000밀리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지구촌의 평균보다 두 배나 뜨거워진 우리나라에서 그럴 가능성이 없을까. 급류를 이루는 거대한 빗줄기는 도시는 물론 골프장으로 숲을 잃은 산, 논을 밭으로 바꾸거나 밭을 비닐하우스로 덮은 농촌마을에서 전혀 완충되지 않고 강으로 몰려들 것이다. 직선으로 바뀐 좁아터진 하천에서 노도와 같이 흐르다 제방을 무너뜨리고 포장도로를 뜯어낼 것이며 흙탕물을 저지대 마을을 순식간에 공포에 몰아넣을 것이다.

 

강바닥을 6미터 깊이로 파고 댐처럼 거대한 보로 흐름을 차단하는 4대강 토목공사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걷잡을 수 없는 수해를 차단할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슈퍼컴퓨터를 동원하는 기상대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를 대비해 4대강의 대형 보는 수문을 미리 열어놓을 수 없다. 낙동강의 경우 8개의 보가 이어지므로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상류에서 느닷없이 국지성호우가 내려 늦게 수문을 활짝 열면 그 하류의 보는 순식간에 넘친다. 상류와 하류 동시에 큰비가 내린다면 더욱 걷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미리 물을 비울 수 없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강에 의존하는 도시와 농촌은 생활용수와 농사용 물을 잃을 것이다.

 

운하가 아니라면서도 배가 다닐 정도인 6미터 이상 바닥을 파놓은 4대강은 여름에도 물을 고여 놓을 수밖에 없다. 축산단지와 공업단지에서 들어오는 오수를 철저히 차단하더라도 고인 물은 썩는다. 예상 못한 국지성호우가 몰려들면 황급히 수문을 열어야 하지만 피해를 감당할 수 없을 수 있다. 썩은 물로 가득한 보에 밀려들어오는 빗물이 수문으로 빠져나가는 양보다 많다면 주변 마을과 생태계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인데,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수문을 차례로 열어도 하류의 보에 감당할 수 없는 큰물이 들 수밖에 없다. 6미터 깊이에 정체된 물이 채워진 보는 차례로 수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 별일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4대강. 아직 절반도 막지 않았어도 빈도가 낮은 국지성호우는 우리에게 경고를 몇 차례 보냈다. 앞으로 16군데가 모두 막히고 감당 못할 폭우가 내린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지구온난화 추이로 볼 때 빈도가 높은 비는 아무래도 후손에게 더욱 많이 발생할 것이다. 현 세대 건설자본, 그리고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치권의 한시적 이익을 위해 후손을 학대해야 하는가. 자식 키우는 자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즉각 중단을 위해.(야곱의우물, 201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