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3. 4. 4. 23:35

  한남정맥 끝자락에서 황해를 굽어보던 계양산. 계수나무와 회양목이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그 산은 지금 개발 소용돌이의 가운데 서있다. 드넓었던 김포평야를 메우며 확장되는 아파트단지가 턱밑까지 다가오고, 기슭으로 파고드는 단독 주택과 크고 작은 콘크리트 시설물로 자락이 잠식된 지 오래다. 정상에는 송신탑이 박혀 있고 송전탑이 허리를 가르고 아스팔트 도로는 맥을 자르고 말았다.


전쟁으로 집 잃은 백성에게 비빌 언덕을 제공하고 헐벗고 목마른 자에게 땔감과 마실 물을 아낌없이 내주었건만, 계양산은 지금도 인간 탐욕을 위해 희생이 강요당한다. 계양산은 험하지 않다. 멀지 않은 과거, 짚신으로 누구나 오를 수 있었는데, 산을 아프게 하는 나막신으로 산에 들지 않던 선조를 모시는 후손들이 계양산을 함부로 짓밟고 있다. 새들을 쫓아내는 울긋불긋한 등산복과 딱딱한 등산화를 갖추고 오르면서 지팡이로 콕콕 찔러대는 건 애교다. 벌써 몇 차례 대규모 골프장으로 껍질을 벗기려 들었다.


계양산은 폭이 넓다. 점점 회색도시 속의 작은 녹색섬으로 전락해가고 몰려드는 인파에 밟혀 시들어가지만 여전히 많은 생명들을 품어준다. 도시 인근에서 자취를 감춘 반딧불이와 물장군을 지켜줄 뿐 아니라 맹꽁이와 도롱뇽을 품어왔다. 골프장 예정 지역에 몸을 사리던 북방산개구리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무슨 영문인지 삽날에 난자당해 처참하게 죽어나갔지만 아직 명맥을 잃지 않았다. 품이 넓은 계양산 덕분이다. 그 와중에 두꺼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오르내리지만 계양산은 꼭꼭 숨겨준 것이다.


두꺼비가 계양산에 있다는 거, 그것도 300마리 이상 찾아와 알을 낳는다는 사실은 계양산이 골프장으로 뜯어지는 걸 막으려 애써왔던 환경단체가 밝혔다. 생태조사를 위해 찾았을 때 품에 숨은 두꺼비를 계양산이 보여주었던 모양이다. 환경단체에 보여주면 힘겹게 살아가는 두꺼비의 생태환경을 보살피리라 여겼을 게 틀림없다. 사방에서 개발의 삽날이 숨통을 조여오는 이때, 두꺼비의 존재를 알리고자 했나보다. 두꺼비는 물론 도롱뇽과 반딧불이를 포함한 모든 생명가치를 보호하고, 산도 자신의 숨결을 유지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사람이 김포공항을 만들고 온갖 건물을 세우기 전에 계양산에서 숱한 생물들과 어우러지며 생명을 만끽했을 두꺼비는 시방 가녀린 생존을 이어간다. 떡두꺼비라 하며 반기던 농경사회 시절, 두꺼비는 계양산은 물론 전국의 동네와 집집마다 흔했을 테지만 지금은 꽁꽁 숨었다. 계양산의 다남천 인근 습지와 목상동과 박촌동에 겨우 남았다. 개발의 삽날과 콘크리트가 두꺼비마저 살아남지 못하게 몰아냈기 때문이다.


이른 봄마다 자신이 태어난 연못을 찾아와 알을 낳고 5월 중순 비오는 날 밤이면 막 변태한 작은 성체들이 떼를 이뤄 산으로 흩어지는 습성을 가진 두꺼비는 이동통로를 가로막는 아스팔트가 지옥이다. 아침이면 자동차 바퀴에 밟혀 아스팔트를 덮은 손톱만큼 자란 두꺼비들이 보아야 한다. 염주 같이 길게 이어진 작은 알들을 수초에 실타래처럼 둘러 낳으면 봄이 무르익을 때 커다랗게 무리를 짓는 두꺼비 올챙이들은 호수 가장자리를 천천히 맴도는데, 그때 큰비가 내려 물이 넘치면 휩쓸려 떠내려갈 수 있다.


2012년 계양산의 생태 현황을 모니터할 때 계양산의 두꺼비 산란장은 1미터가 넘는 제방으로 가로막혀 접근이 어렵다는 걸 환경단체는 확인했다. 어린 성체들이 다시 산으로 흩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짝짓기 계절을 맞아 물이 고인 습지를 찾지 못하는 성체들은 절박한 마음에 다남천에 산란할 수 있다. 모니터링을 자문한 전문가도 지적했듯, 물이 흐르는 하천에 알을 낳으면 알이나 올챙이가 물살에 떠내려갈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알 낳을 성체와 어린 성체의 이동을 차단한다면 두꺼비의 안정적인 분포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산기슭에 계단식 논이 넓게 이어졌던 청주 산남동의 두꺼비는 주택단지로 사라질 뻔했지만 청주 시민단체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보전되었다. ‘원흥이 방죽으로 알려진 산란장은 지금 두꺼비 보전의 메카로 알려져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청주의 명소가 되었다. 서울의 우면산도 두꺼비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보전하기로 시민들이 마음을 모았고 보전을 위한 행정으로 서울시는 화답하고 있다. 수원에도 대구에도, 전국의 여러 도시에도, 추억 속에 간직해온 두꺼비가 나타나자 서식지의 보존에 애를 쓴다. 그런 일련의 움직임은 생태계의 가치를 시민사회에 각인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두꺼비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면 자손이 번성하고 재물이 들어오며 집안이 흥한다고 한다. 논밭에서 해충을 넙죽넙죽 잡아먹는 두꺼비는 우리 민화에서 은혜를 갚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신을 보호해주던 소녀를 지네가 위협하자 지네를 죽이며 은혜를 갚는다는 설화는 콩쥐팥쥐에도 이어진다. 깨진 항아리를 몸으로 막아 콩쥐는 계모가 시킨 일을 마무리하게 도왔다는 게 아닌가. 그런 두꺼비가 골프장 위기에서 벗어난 계양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계양산의 생태계를 보전하려 행동하던 시민 앞에 나타났다.


해마다 서울대공원은 어린 학생에게 우리나라 개구리들을 보여주는 행사를 한다. 한 세대 전만해도 산과 들에 흔했던 개구리를 이제 관광버스를 타고 가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개구리들과 두꺼비가 계양산에 삶을 기대고 있다. 산란장을 찾다 자동차 바퀴에 밟혀 죽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한다는데, 인천의 진산 계양산을 골프장에서 구한 시민들은 두꺼비를 구하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계양산 보전 목소리에 발을 맞춘 인천시는 어떤 행정을 준비해야 할까. (인천in, 20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