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22. 2. 18. 21:10

 

뉴욕 맨해튼의 오랜 랜드마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02층이다. 아직 이름이 붙지 않았지만, 송도신도시의 랜드마크로 103층 빌딩이 68공구에 예정돼 있다. 1929년 시공해 2년 만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환갑 진갑을 넘어 100년 역사도 넘길 텐데, 여전히 뉴욕 마천루에서 가장 유명하다. 2001911일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이 1970년대 초 완공된 뒤 50년 동안 최고 높이를 양보했지만, 회복했어도 예전 명성은 퇴색했다.

 

경제 공황으로 공간이 꽤 비었고, “엠티스테이트 빌딩이라는 세간의 비아냥도 받았지만, 해마다 400만을 넘나드는 관광객으로 부도를 면한 맨해튼 랜드마크는 미국 패권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00층 넘는 건물은 미국보다 아시아에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고 패권이 아시아로 넘어간 건 아니다. 2007뉴욕타임스는 당시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중동 국가에서 세우려는 100층 이상의 건물 경쟁을 선진국 진입에 대한 열광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분석이기보다 조롱에 가까웠다.

 

인천시와 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68공구의 103층 빌딩 이름을 어떻게 정할까? 사라진 송도 갯벌에 얽힌 문화와 역사가 반영될지 알 수 없는데, 정작 151층 쌍둥이 빌딩을 한사코 요구하는 송도신도시의 일부 주민들은 가시화되는 103층 빌딩을 결국 받아들일까? 알 수 없는데, 유럽에 초고층빌딩은 매우 드물다. 시민들은 경관을 오만하게 독점하는 건물을 꺼린다. 숲과 낮은 건물로 편안한 지평선을 볼썽사납게 거스르는 높이에 대한 불쾌감만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지 않던가.

 

그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제시한 68공구 103빌딩 구상도. 기후위기 시대의 신기루에 가깝다. (그림은 인터넷에서)

 

고층일수록 건물은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부를 과시하는 산유국들은 앞다투어 500m 넘는 건물을 세웠고 사우디아라비아는 1km 높이의 건물을 과시할 태세다. 하지만 그런 건물은 막대한 에너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설과 유지가 어렵다. 무한정으로 낭비하던 석유는 어느새 고갈이 드러났다. 2005년을 정점을 지난 석유와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낭비는 미래세대를 위협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초고층 건물은 이제 자랑이 아니다. 탄소중립을 서둘러야만 할 시기에 부끄러움의 상징으로 손가락질받을 것이다.

 

영겁의 세월 흘러내린 백두대간의 유기물이 갯벌로 쌓이고 쌓인 서해안은 리아스식이다. 바다에서 닥치는 풍상을 견딘 리아스식 해안이기에 재난에 무척 안전하다. 수많은 어패물의 산란장이요 터전인 갯벌은 우리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천혜의 어장이었다. 어패류가 지천인 인천 갯벌은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예방하지만, 매립되었다. 이제 재난 예방은 옛일이 되었다. 아스팔트와 철근콘크리트 더미인 송도신도시는 지구온난화 원인을 제공했으면서 위기를 가중한다. 온실가스가 배출 없이 유지할 수 없는 데에도 103층 건물을 필두로 초고층 건물을 여럿 추가하려 들지 않던가.

 

건물이 높을수록 그늘은 깊다. 그늘진 뒷골목의 음습한 분위기만이 아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거론한 6411, 강북에서 강남을 잇는 시내버스의 첫 승객들처럼 송도신도시의 휘황찬란한 건물은 수많은 노동자의 고단한 노동을 동원해야 유지할 수 있다. 건물을 출입하는 자동차는 교통사고와 혼잡을 키우고 주변 공기는 지저분해진다. 문제는 기후위기에 직면한 미래세대다. 온실가스를 이례적으로 내뿜을 송도신도시 103층 건물은 미래세대에게 자부심으로 남을 수 있는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오르면 색다른 그림이 있는 티셔츠와 엽서를 기념품으로 판다. 건설 노동자 10여 명이 H빔에 나란히 앉아 점심 먹는 장면인데, 랜드마크에 방점을 두는 송도신도시의 103층 건물도 전망대를 마련하겠지. 어떤 랜드마크를 기념품으로 팔까? 드넓던 갯벌은 아니겠지.

 

뉴욕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빈 사무실이 늘어난다고 한다. 테러가 두렵기 때문이라는데, 송도신도시의 103층 빌딩은 테러에 충분히 대비할 거라 믿자. 탄소중립이 긴박한 기후위기 시기에 재해에 안전할까? 미래세대의 원망에 변명은 준비하고 있을까? (기호일보, 2022.2.18.)

 

 
 
 

도시·인천

디딤돌 2021. 12. 27. 21:04

 

북성포구는 사라졌다. 십자수로의 절반 가까이 매립되었으니 분명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시민의 기억에 아스라이 남은 포구는 아니다. 인천을 상징하던 포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만석부두와 화수부두를 복원한다고 하니 기대할 수 있을까? 발전을 상징하는 송도신도시는 인천의 기억이 아니다. 게다가 기후위기는 해수면을 위험하게 끌어올릴 텐데, 대처하지 않으면 가라앉을 수 있지 않은가.

 

아련한 기억을 뒤로하고 만석과 화수부두를 걸으면 북쪽으로 청라신도시가 보인다. “청라에 사시나요?” 물었더니, “아니요! 청라국제도시에 산다고요!”하고 날이 선 대답이 돌아온 그곳에 외국인이 얼마나 사는지 모른다. 날씨가 흐려 그랬는지, 어딘가 을씨년스럽다. “국제를 강조한 그분이 들으면 기분 상해할 소리지만, 숨 헐떡이는 맹수가 날카로운 이빨을 하늘을 행해 맥없이 으르렁대는 모습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내세울 것이 없지만, 인천을 전혀 상징하지 못한다.

 

송도신도시도 국제도시인가? 외국인이 드물지 않은데, 송도신도시의 일부 주민은 새로운 랜드마크를 요구한다. 랜드마크라. 낯선 곳에서 어리둥절한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는 상징을 말할 텐데,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신도시에서 151층 쌍둥이 빌딩이어야 할까? 다행인지, 151층을 강조하던 목소리가 차분해진 모양이다.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서는 순간 빛을 잃는 높이보다 국제도시의 위상과 가치를 위한 시그니쳐 타운이 추세라는 설득이 주효했을지 모르는데, 시그니쳐 타운? 아리송하다.

 

송도신도시에 랜드마크는 이미 여럿이다. 동춘동의 집 베란다에 도드라지게 보이는 동북아무역센터는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최고 높이였다. 미세먼지가 지독하게 뿌옇지 않다면 송도신도시 어디에서 볼 수 있는 랜드마크임에 틀림없다. 최첨단을 자랑하는 송도콘벤시아도 있는데, 높이가 낮아 자격 미달일까? 호주 시드니는 해변의 수려한 오페라하우스를, 프랑스 파리는 에펠탑과 개선문을 상징으로 내세운다. 높이와 관계없이,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기에 여행자는 꼭 찾아가는 랜드마크다.

 

사진: 송도신도시의 동북아무역센터 빌딩. 잠실 롯데월드타워 완공 전까지 최고의 높이였다.(사진은 인천in에서)

 

1995년 갯벌 매립으로 시작한 송도신도시는 자체로 우리나라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최신 자동차 광고의 메카일 뿐 아니라 재벌가 집안싸움이 주제인 드라마의 지리적 배경이 될 정도로 휘황찬란하지 않던가. 신도시를 꿈꾸는 지역마다 송도신도시를 전범으로 여기는데, 사실 기후위기 시대에 해안의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 태평양의 작은 도서국만 해수면 상승에 피해 지역일 수 없다. 충청도까지 아열대화한 바다는 머지않아 인천의 해수면을 끌어올릴 텐데, 송도신도시는 시방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송도신도시가 차지한 갯벌은 인천의 소중한 랜드마크였다. 영겁 세월이 만든 리아스식 해안에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바다에서 다가오는 재난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았을 뿐 아니라 수많은 먹을거리의 기반이었다. 송도에서 고잔으로 이어진 어촌계에서 잡아들이던 어패물은 인천의 오랜 문화였지만 지금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도의 식물성플랑크톤과 탄산칼슘으로 구성된 조개껍데기는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며 지구온난화를 예방해주던가? 콘크리트 더미인 송도신도시는 온실가스를 지독하게 내뿜는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목전에 두고 송도신도시의 랜드마크 타령은 철없는 투정보다 나을 게 없다.

 

송도신도시 인근에 아시아 최대의 가스저장탱크가 비죽비죽 위용을 자랑하는데, 해수면 상승에 견딜까? 해수가 치고 들어와도 작동이 원활할지 궁금한데, 온난화로 높아질 해수면은 욕조에 따뜻한 물 채우듯 얌전하지 않을 거라는 데 있다. 우리 해역은 세계 평균보다 수온 상승이 크다. 수온 1도가 상승하면 태풍이 2배 이상 거세진다고 전문학자는 예측하는데, 연약지반 위의 랜드마크는 송도신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견인할 정도로 든든할 수 있을까?

 

모래땅의 신기루인 두바이 부르즈할리파는 800m를 상회하지만 머지않아 1km의 높이를 내세울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킹덤타워에 가려질 텐데, 역시 기후위기 앞에서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걷잡지 못할 에너지 낭비를 수반해야 유지될 높이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상징으로 손가락질받을 것인가? 이미 찬란한 송도신도시는 랜드마크 운운하며 신기루를 추가할 노릇일 수 없다. 갯벌로 돌이킬 수 없다면, 차라리 해수면 상승의 무서운 파고를 다소 완충할 인공 다도해를 랜드마크로 궁리를 하면 어떨까? (인천in, 2021.12.27.)

 

 
 
 

도시·인천

디딤돌 2019. 11. 26. 13:55

 

6개월 전 동춘3동에서 앵고개를 넘어 동춘1동으로 이사를 했다. 송도신도시가 자리하기 이전, 조개잡이를 위해 갯벌에 드나들던 맨손어업 종사자들의 고단했던 삶터 소암마을이 있던 곳이다. 소음이 끊이지 않고 베란다를 열기 무섭게 먼지가 밀려들던 간선도로 옆 아파트에서 멀리 벗어나니 승용차 없이 다소 불편하지만 한결 쾌적해졌다. 이른 아침에 베란다로 나가면 떠오르는 햇살로 한 쪽 면이 빛나는 초고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이가 동북아무역센터라고 말하는 건물인데, 겨울에 접어들면서 희부옇게 변한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2016롯데월드타워가 솟아오르기 전까지 잠시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등극했던 동북아무역센터는 높이 305미터다. 만년 2위를 우스개로 요즘 유행어로, “콩라인이라 말한다던데, 이름이 포스코타워-송도로 바뀐 현재, 머지않아 콩라인도 양보해야 할지 모른다. 서울과 부산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건물들이 완공을 서두른다하지 않던가. 그렇더라도 포스코타워-송도는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신도시에서 분명히 독야청청하다. 인천 최고 높이임에 틀림없는데, 이런! ‘청라시티타워가 그 영예를 빼앗을 모양이다.


우여곡절을 딛고 마침내 청라시티타워가 착공했다. 강화와 서울 남산은 물론이고 북한 개성도 한눈에 들어온다는 청라시티타워는 인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착공식에 참석한 이는 찬사를 보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448미터로 세계 6위라지만 인천은 물론이고 한국 최대의 높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는 550m가 넘는다. 2020년 완공 예정이라는 서울 강남구의 현대자동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570미터를 넘길 거라고 호언했다. 그런데 한국 최고? 아리송하다.



사진: 청라시티타워 조감도. (출처, 인터넷)


서울 여의도와 부산 해운대 일원의 하늘을 찌르며 올라가는 건물들도 청라시티타워보다 높을 예정이라는데, 청라시티타워는 건물이 28층에 불과하다. 청라시티타워는 아래 쪽에 조성할 건물 높이를 자랑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상하이의 동방명주처럼 건물보다 전망이 가능한 건축물 공간의 높이를 거론하는 가보다. 롯데월드타워 역시 꼭대기 층에서 전망이 가능하다던데, 전망 전용 건축물의 높이는 별도로 분류하는 세계기준이 있는 건가? 여전히 아리송한데, 50년 동안 운영할 민간회사는 적지 않은 승강기 이용료를 요구하겠지.


경제 사정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20095, 한 언론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대한민국의 마천루 건설계획을 걱정했다. 당시 세계에 100층이 넘는 건물이 5개에 불과한데 우리나라는 10개 가깝게 추진되기 때문이었다. 우리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에서 경쟁적으로 올리려는 100층 이상의 건물 건축 붐을 2007뉴욕타임스선진국 진입에 대한 열광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는데, 분석이라기보다 조롱에 가까웠다. 청라시티타워도 애초 110층 건물을 기획했다. 사정 상 무산된 송도신도시의 151613m 쌍둥이 빌딩 인천타워가 예정대로 세워졌다면 지금 자랑거리일까? 북한의 105323m 유경호텔처럼 부담으로 남지 않을까?


최근 영국 가디언기자의 심층 취재를 우리말로 번역해 엮은 스리체어스의 지구에 대한 의무지구에서 가장 파괴적인 물질로 시멘트를 꼽았다. 지난 60년 동안 배출한 80억 톤의 플라스틱 총량보다 많은 시멘트를 지난 2년 만에 생산했다며 콘크리트에 포함되는 탄소함량은 지구 자연환경의 총량을 넘어선다고 기자는 밝혔다. 세계에서 1년 동안 사용한 시멘트로 영국의 산과 계곡을 평편하게 메워 테라스처럼 만들 수 있다면서 미국이 20세기 100년 동안 사용한 시멘트를 3년에 소비하는 중국이 세계 시멘트의 절반을 생산한다고 덧붙인 기자는 철근콘크리트 건축물과 부정부패의 불가분 관련성을 지목했다.


110층을 28층으로 줄여도 초고 높이의 전망대가 될 청라시티타운은 인천의 어떤 랜드마크로 등극될까? 착공식을 주의 깊게 취재한 기자는 인천시가 친환경도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견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착공식이 열린 날 인천 상공을 덮은 미세먼지가 주변 경관을 대부분 희뿌옇게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한 기자는 다른 질문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근사한 랜드마크의 높이보다 인천의 대기환경 개선이 시급한 게 아니었을까? 분명한 것은 시멘트 소비가 늘어날수록 대기환경은 악화된다는 사실이다.


일본 도쿄의 634m 스카이트리나 중국 상하이의 468m 동방명주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을 텐데, 바다와 도시를 전망하고 다양한 쇼핑과 전시장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밀 청라시티타워에 국내외 관광객이 운집하길 기대하는 인천시는 안타깝게 시민들이 청라시티타워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거의 살피지 않았다. 포스코타워-송도를 인천시민이 자신의 자랑으로 여기지 않듯, 착공했으므로 청라시티타워를 랜드마크로 덥석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50년 동안 이윤을 남기며 운영할 민간업자는 누구이고 어떻게 선정할까? 하지만 운영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시설을 어떻게 조성해 시민과 어떤 마음을 나눌지 궁금해지는데, 그 여부를 이제부터 시민과 얼마나 논의할지 역시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청라시티타워 완공 전까지 인천의 대기환경을 어떻게 개선하려고 노력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인천in, 201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