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8. 1. 15. 15:54


우리 집만의 사정은 아닌가? 갑자기 비가 내려도 우산을 사기 싫다. 가까운 편의점마다 잔뜩 내놓은 우산의 질이 형편없다거나 가격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집에 멀쩡한 우산이 많지 않던가. 여기저기에서 받은 우산도 많고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나왔다 하는 수없이 구입한 우산도 몇 개나 된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지 않다. 일기예보를 믿기에 어디서든 잠시 피하면 내리던 비는 대개 금세 그친다.


일기예보는 다음날의 강수량과 기온을 주목하고 그에 대비하면 그만이었는데, 최근 미세먼지 예보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다고 마스크를 챙기는 건 아니다. 개 당 수천 원 호가하는 공업용 마스크가 아니라면 미세먼지를 거르지 못하지 않나. 그나마 1회용인데, 더욱 꺼림칙한 초미세먼지는 거르지 못한다. 마음이 편하지 않기에 사둔 공업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 쉬기 다소 불편하다. 걷는 거리를 최소로 줄이는 방법을 찾는데 그친다.


미세먼지 예보가 방송사마다 제각각이다. 어느 방송은 오후에 물러설 예정이라 예보했는데, 다른 방송은 아무 이야기도 없다. 그러더니 저녁 종합뉴스는 나쁨수준으로 악화될 테니 내일 출근할 때 마스크를 꼭 챙기란다. 어떤 마스크를 말하는 겐가? 미세먼지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앱이 있다지만 휴대폰에 깔지 않았다. 그 역시 정확하다고 믿지 않는 까닭인데, 뉴스를 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측정기들이 대부분 사람들이 숨 쉬는 높이인 지상 1.5에서 10미터 사이보다 훨씬 높게 설치돼 있다는 게 아닌가.

측정기가 엉뚱하게 설치된 사례는 미세먼지 뿐이 아니다. 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인 지역의 먼지 측정기가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있다며 항의하는 주민들은 미세먼지 측정기가 서울숲 한 가운데 있는 뉴스를 보고 놀라지 않을 것이다.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측정기를 엉뚱한 곳에 설치하고 측정된 수치를 호도하거나 왜곡하고 싶을 것이므로. 방사성 물질, 다이옥신 농도가 국가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휴일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저녁부터 나빠질 예정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오후에 집을 나섰다. 만보를 걸으려 동네를 걷는데 목이 컬컬하고 눈이 따가워진다. 예민한 건가? 지례짐작을 한 걸까? 기침이 자주 나오려하니 중간이 돌아왔다. 새벽부터 높아진다는 예보를 믿고 저녁 먹고 나선 오늘, 겨울밤 공기가 상쾌했기에 만보를 채우고 돌아왔는데, 속았다. 내일은 더욱 나빠진다는 게 아닌가.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받지 않겠단다.


서울시는 승용차 사용을 억제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요량인 모양이다. 서울시민들은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지만 인천은 아니다. 승용차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 저감장치 없는 대형 화물차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은 미세먼지 감소보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높이는데 기여할 거로 보이는데, 그 정도 정책으로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어들까?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다량 유입되는 건 분명 사실인데, 우리 대책은 여전히 마스크뿐인가? 미세먼지 때문에 큰 고통스런 곳은 정작 중국일 것이다. 최근 중국은 미세먼지의 주범인 난방용 석탄 사용을 중단시켰다고 소식통은 전한다. 석탄을 대신할 천연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일이라 당황하는 시민들은 추위에 떨거나 강력히 항의한다는데, 덕분인지 관광객은 예전과 다른 공기를 맞게 되었다고 소식통을 덧붙였다. 그래도 중국에서 미세먼지는 막대하게 날아온다. 중국 동해안에 밀집한 석탄화력발전소까지 가동을 일제히 중단한 건 아닐 테니까.


난방에서 미세먼지가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는 도로를 탓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만큼은 아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된 당진은 빨래조차 못 널 정도라는데, 당진 못지않게 많은 인천은 겉보기 맑다. 저감장치가 철저하기 때문이라지만 초미세먼지는 사정이 다르다. 눈에 띄지 않아도 피해가 치명적인 초미세먼지는 현재 전혀 차단할 수 없다. 인천 300, 수도권 2000만 인구의 폐를 향해 마구 배출되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석탄화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초미세먼지 예보는 아직 없다. 정밀한 측정기가 개발되기 전이라 시기상조라는데, 연탄을 멀리하며 먼지를 줄인 우리는 초미세먼지를 피할 방법이 없다. 이 겨울, 정확하지 못한 미세먼지 예보에 의존하며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는 거리를 최소화하거나 난방 철저한 실내에 머무는 수밖에. (지금여기, 2018,1,15)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7. 4. 28. 11:15


10여 년 전, 독일 루르지방을 다녀왔다. 독일 최대의 공업단지로 유럽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악명을 떨쳤던 지역이지만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공장을 문화인들의 창작공간으로 꾸며 개방한 루르지방은 파란 하늘 아래 나무가 가득해 바람이 신선했다. 두 세대 전에 끔찍했다. 루르지방을 떠난 바람은 스웨덴에 산성비를 뿌려 유적을 시커멓게 녹일 정도였다.


스웨덴이 손해배상을 청구했는지 알지 못하는데, 독일은 이웃 국가의 불만에 부담을 느꼈다. 물론 자국민의 고통에 귀를 기울였다. 공장은 물론이고 도로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대기오염을 감축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요즘 독일의 공업단지를 가면 공장 면적보다 넓은 녹지에 놀라게 된다. 나무보다 지붕이 낮아 굴뚝이 보이지 않으면 공업단지라는 걸 알기 어렵다. 맑은 날 하늘은 진하게 파랗다. 애국가 3절로 애찬한 우리 가을하늘을 옮겨온 듯하다.


지난 3월 말, 우리 언론은 중국 발 미세먼지로 해마다 3만 명에 달하는 한국과 일본인이 조기 사망한다는 과학논문을 보도했다.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지자 언론은 정부의 허술한 미세먼지 대책을 연일 질타했고, 한 환경단체는 중국 정부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중국도 놀란 걸까? 자국인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한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인 94%는 한국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어 한다고 즉각 보도했다. 한국의 오염 발생을 무시하고 중국만 탓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보도한 중국 언론의 내용을 우리 언론은 되받았고.



https://namu.wiki/w/미세먼지


미세먼지의 발생을 놓고 경합하는 우리와 중국 언론의 자극적 태도는 시민들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걸 방해한다.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그 논문의 핵심은 한국과 일본의 3만 명이 공연히 죽는다는 폭로가 아니었다. 중국 미세먼지는 중국인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지만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와 일본도 상당한 미세먼지를 공장과 화력발전소와 도로에서 내놓고 그로 인한 조기 사망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중국 과학자가 다수 참여한 논문은 다른 나라에서 소비할 물건을 만드느라 중국인의 희생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슬며시 강조했다.


2007년 미국의 한 기자가 중국산 물건을 거부하며 1년 동안 경험한 고충을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라는 책으로 전한 적 있다. 중국 물건을 회피하는 게 그리 어려운 모양인데, 우리도 마찬가지이겠지.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무역 적자에 불만이 많다. 성폭행에 비유하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보복 으름장을 놓았지만, 경제학자들은 냉소적이다. 중국 압박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역풍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중국은 미국과 부자나라의 소비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걸까? 우리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중국 물건을 사용하지 않으면 중국인들이 지금보다 행복해질까? 어쩌면 그럴지 모른다.


우리 환경단체는 중국 정부만 고발하지 않았다. 자국 관영언론의 여론조사에 임한 중국 네티즌들은 우리 환경단체가 한국 정부도 고발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제 어느 나라나 미세먼지는 일상화되었다. 비와 바람이 없으면 예외가 없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국내 원인이 대략 40%를 차지하고 중국도 비슷하다고 관련 과학자는 주장한다.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이른 미세먼지는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옳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미적거린다. 유럽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발표와 달리 대책은 한가롭다. 중국도 비슷한 건가?


정부는 지난 43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미세먼지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세간의 냉소를 피하지 못했다. “경유차 생산과 운영 과정의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노후 경유차에 대해서는 수도권 진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지만 엄격한 통제 수단을 제시하지 않은 정책은 선언에 불과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노후 발전소를 과감하게 축소하겠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추가는 여전히 허가한다. “주변국과의 환경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자국의 대책에 진정성이 없다면 주변국도 냉소를 보일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농도를 향후 10년 내에 현재의 유럽 주요도시 수준까지 체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다시 선언했지만 감동은 없었다. 자동차 생산을 선도하는 독일의 의회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보다 훨씬 초라하지 않던가. 북유럽의 국가들은 앞 다투어 독일 의회와 비슷한 조치를 예고하는데, 10년 뒤 우리 대기의 미세먼지는 유럽처럼 줄어들까? 중국은 경각심을 공유할까? 우리에게 미안해하기라도 할까? 독일처럼 자국인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서두를까?


독일 의회는 선언이었지만 북유럽 국가의 정부는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미세먼지와 지구 온난화 물질을 내놓는 내연기관이 도로를 달리는 시대는 머지않아 마감할 것으로 보이는데, 2030년은 멀지 않았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가능할 텐데, 우리는 디젤 자동차에 오염물질 저감장치 부착도 의무화하지 못한다. 유럽처럼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생각도 없다. 햇볕이 우리보다 약한 독일은 지난해 태양발전만으로 전기를 자급한 날이 많았건만 우리 정부는 시민의 안전보다 석탄발전과 핵발전 자본의 이익을 먼저 배려한다.


대안이 무엇이냐고? 전기가 없으면 산업이 마비되고 실업자가 속출한다고? 구태로 꾀죄죄한 주장은 이제 폐기할 때가 되었다. 공기가 우리 60년대처럼 청량한 유럽을 보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라면 유럽은 각 급 학교에 휴교령이 내린다. 유럽에 전기가 없던가? 망했나? 그 바람에 실업자가 속출했다고? 미세먼지는 그 지역 노동자와 어린이의 생명부터 위협한다. 내일을 위기로 몰아넣는 건데, 미세먼지 규제를 미루면 자본도 국가도 궁극적으로 손해를 피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손실도 막대할 것이다. 그 점을 우리 정부가 진정 모를까?


방어무기라는 사드(THAAD) 문제로 중국이 우리 기업과 문화의 교류를 제한한다. 부아가 끓는 네티즌 중 미세먼지를 거론하며 중국에 상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가 나온다. 감정적으로 동의하고 싶은데, 우리가 솔선하지 않는데 중국이 꿈쩍하겠나? 오늘도 목이 매캐하고 눈이 뻑뻑하다. (작은책, 20175월호)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6. 9. 27. 23:28


기억 속에 가장 더웠던 여름이 지나간다. 언론은 1994년 이후 최고였다고 비교하는데, 22년 전에도 올해처럼 폭염 기간이 길었을까? 돌아서자마자 화장실을 찾아야 할 만큼 물을 마셔댔는데, 안전한 물을 구하기 어려운 아프리카나 남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긴 더위를 견딜까?


한참 더울 때 싱가포르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열대의 한적한 어촌이었을 싱가포르는 중계무역으로 적지 않은 부를 축적했고 여전히 분주하게 성장하는데, 부지런한 시민에게 안정된 수입을 보장하는 싱가포르는 모자란 물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많은 돈과 에너지가 필요한 고도정수처리였다. 무더위에 시민들은 어떻게 부지런할 수 있나? 잠시도 꺼놓지 않는 에어컨이었다. 작은 섬에 밀집시킨 석탄화력발전소가 전기를 넉넉하게 공급하지 않는다면? 싱가포르는 가당치않은 신기루로 돌변하겠지.


연중 섭씨 30도 안팎인 싱가포르에서 돌아오자마자 맞은 폭염은 다시금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드는데, 리우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은 기력을 쏟아 결승선을 통과한 육상선수들은 트랙에 몸을 던지며 숨을 헐떡이는데, 그들 손에 음료수 병이 쥐어진다. 목이 타겠지. 하지만 숨이 더 가쁘다. 그렇다고 누가 특별한 공기를 내어주는 건 아니다. 병에 담긴 깨끗한 물은 상품이지만 공기는 언제 어디서나 무료다. 아무도 공기를 가공하지 않는다.

 



세포핵이 뚜렷한 모든 생물은 음식이나 물처럼 산소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생명유지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부당하다. 생명은 생태계 안에서 축복받아야 할 존재지 부담일 수 없지 않은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식량을 이웃과 함께 구하고 나눴다. 평화(平和)밥을 공평하게 먹는다.”는 의미다. 동등한 자리에서 음식을 공평하게 나눌 때 시시비비는 일어날 리 없는데, 지금 식량은 상품이 되었다. 심지어 무기화되었다. 안보와 주권 차원으로 확보하라고 남을 다그친다.


마실 물을 병에 담고 다니는 세상을 상상하고 진저리친 시절이 있었는데, 불과 한 세대 전이다. 물을 담는 그릇이야 값도 생김새도 천차만별이지만 물 자체는 언제나 동등했고 무료였다. 목마른 이에게 언제든지 충분하게 제공되었지만 오염되면서 재화가 되었다. 이제 돈이 없으면 소외된다. 이후 수인성 질병이 늘었다. 물을 정화처리하며 돈을 버는 기업이 생겼고 식량 공급업체를 이어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생명을 담보로 사적 이익을 챙기는 세상이 넓어진 것이다.


물 없는 단식은 불가능하다. 100일 넘는 단식을 두 차례나 한 지율스님도 항상 물을 옆에 두었다. 무호흡 단식은 상상할 수 없는데, 공기는 어디에나 풍부하다. 허파를 가진 동물은 물론, 세포 안에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을 가진 모든 생물은 산소가 대기에 충만하므로 생존이 가능하다. 호흡을 조금 참을 수 있어도 목숨을 스스로 끊을 만큼 처절한 인내심을 가진 이는 없다. 아무도 자신의 호흡을 위해 돈을 준비하지 않는다. 받을 자가 누구란 말인가?


모든 생물은 맑은 물과 공기가 있으므로 진화해왔는데, 언젠가부터 공기마저 안심할 수 없게 돼간다. 생물의 오랜 진화 역사에 없던 일이다. 장마철 가축분뇨가 섞인 작은 물웅덩이에서 밤마다 울던 맹꽁이는 농촌에 화학물질이 보급되면서 사라졌다. 진화 역사에 없는 물질은 맹꽁이를 비롯해 수많은 생명을 생태계에서 지웠다. 요즘 공기는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생태계 순환을 교란하는 물질이 섞인다. 소음과 악취만이 아니다.


일찍이 자연에 소음과 악취가 있어왔다. 화산폭발이나 지진, 운석, 홍수, 산사태, 해일과 쓰나미가 감당할 수 없는 소음을 일으키고 먼지와 더불어 악취가 이어졌으리라. 그때마다 새로운 생태계가 열렸다.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는 하천 생태의 순환을 이끌었고 거대한 운석은 지구 생태계의 대 멸종을 초래하게 했다. 그 후 생태계는 다시 다채로워지며 안정된 상태로 회복되었지만 인간의 산업화 이후 발생한 악취와 소음은 공기를 일상적으로 오염시키며 생태계를 단조롭게 만든다. 피할 수 없는 생물은 다음세대를 잇지 못할 지경이다.

 



과학기술로 오염된 물을 정화처리하는 세상이므로 오염된 공기도 처리할 수 있을까? 잠시 그렇게 속일 수 있겠지. 집안에 분유와 음식 찌꺼기가 퍼지면 바퀴가 어디선가 들어온다. 바퀴약을 뿌리면 죽거나 사라지지만 분유나 음식 찌꺼기는 바퀴약을 뒤집어쓴 채 남고, 거기에 미생물이 붙어 늘어날 것이다. 얼마 안 가 악취가 발생하겠지. 악취를 제거하려고 화학물질을 살포하면 잠시 코를 속일 수 있지만 미생물은 어느새 내성을 강화하고 바퀴도 뿌리던 약에 끄떡없게 되리라.


파리 모기와 바퀴 한 마리 접근할 수 없이 고급 창호로 외부와 차단한 주택은 건조하므로 답답하다. 충실한 냉난방으로 실내온도가 쾌적하더라도 가습기 없으면 잠자리의 호흡이 편하지 않다. 수돗물보다 깨끗할 거라 믿고 생수를 사용하지만 가습기는 여지없이 물 떼를 드러낸다. 물 떼는 미생물의 침입을 의미한다고 귀띔하는 가습기 살충제 광고는 미생물을 죽이라고 속삭인다. 과학자를 동원해 아기에게 안전하다고 광고하니 철석같이 믿었는데,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만나고야 말았다.


산업화가 야기한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은 지구를 빠른 시간에 데웠고 곳곳을 사막으로 뒤바뀌게 한다. 부자 국가의 정상들이 누차 감축을 약속해도 온실가스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사막화된 땅에서 바람 타고 솟아오르는 미세먼지는 공장지대를 거치며 전에 없이 국경을 넘나든다. 구름과 만나면 산성비를 쏟아내게 하는 미세먼지는 자국은 물론 인접 국가의 산림을 훼손하고 문화재를 녹이며 호수의 생태계를 교란하지만 항의할 수도, 뾰족한 대책도 없다. 자국의 숲과 습지를 마구 파괴하며 개발하는 처지에 피해자를 자처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특히 그렇다. 먼지를 잡아주던 갯벌과 논습지가 급속히 사라진다.


중국 서해안의 산업단지와 핵발전소를 지나는 미세먼지는 산성비 뿐 아니라 중금속과 방사성 물질까지 몰고 올 텐데, 우리 서해안은 초미세먼지를 막대하게 배출하는 화력발전소가 그득하다. 머리카락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한 초미세먼지를 마스크로 막을 수 있는가? 숨 쉬기 곤란할 정도로 촘촘한 필터를 무사통과해 허파꽈리에 박힌다는 초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라지만 화력발전소가 있는 한 배출을 막을 수 없다. 그러자 실내정화기 제조회사가 상품광고를 앞세우며 등장했다.


광고의 그래픽은 미세먼지는 물론 초미세먼지까지 발본색원할 듯 수선을 떨지만 실상은 영업비밀이다. 모기장보다 조금 촘촘해 보이는 필터가 온갖 미세먼지를 막아준다니 소비자는 그저 신묘할 따름인데, 균까지 막아준다는 항균필터에 ‘OIT(옥틸이소티아졸론)’라는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가습기 살충제에 놀란 가슴은 공기정화기 소식에 덜덜 떨게 생겼다. 가정용 에어컨 33개 모델과 공기청정기 51개 모델에 문제의 항균필터가 장착됐다는데, 뒤늦게 회수명령을 내린 환경부를 소비자는 믿어야 하나? 바꿔 장착할 항균필터는 안전할까? 이때다 싶은 자본의 광고는 새로운 그래픽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겠지.

 



화강암 모래가 흐르는 강물을 마신 유럽인은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전염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강에 화강암 모래가 흐르던 우리나라에서 조상은 수인성전연병을 알지 못했지만 강물을 정화시켜 마시면서 예방주사가 필수가 되었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겨우내 언다. 깨끗하기 때문이지만 이제 4대강은 지류가 아니면 얼지 않는다. 그냥 마셔도 되는 강물을 대형 보로 틀어막아 굳이 오염시킨 뒤 과학기술을 동원해 정화처리하면 마실 수야 있겠지만 돈과 에너지를 공연히 낭비해야 한다. 그렇게 상승한 GNP는 소비자의 행복과 무관하다.


지구온난화는 대기의 산소를 고갈시킬 것으로 최근 영국의 한 대학 연구진이 밝혔다고 한다. 바닷물의 수온 상승으로 대기권의 산소 70%를 책임지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태계에 이상이 초래하기 때문이라는데, 바닷물 온도가 섭씨 6도 오르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멸종하고 대기 중 산소가 고갈된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2100년엔 바닷물 온도가 6도 오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에서 바닷물의 온도가 100년 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했다. 2100년은 그리 멀지 않다. 그 이전부터 인류와 생태계는 참기 어려운 고통을 강요받을 텐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의 삶은 얼마나 참혹해질까?


식물성 플랑크톤이 밀집된 갯벌부터 막무가내 개발하는 우리나라의 예전 광고 한 컷, “모기가 후두드득!” 기존 분무기에 끄떡없던 모기들이 향기 좋은 신제품에 맥을 못 춘다는 내용의 광고는 밀폐된 승강기 안에서 모기약을 분무하는 만행을 저질렀건만, 이웃들은 그저 흐음하며 향기를 음미할 따름이었다. 그 모기약 아직 약효가 분명할까? 그 사이 모기는 내성을 높이지 않았을까?


산소를 생성하는 지역부터 집중 개발하는 자본은 오염된 공기마저 자산으로 여긴다. 모기약과 가습기 살충제를 넘어 공기정화기를 판매할 기회가 아닌가. 그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고? 사태의 원인을 파악한 뒤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누가? 어떻게? 자본의 이익에 충성하는 법과 제도는 전문가의 권위적 용어에 주눅이 든 소비자를 소외시킬 따름인데? 소비자와 후손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독립과학자, 그들을 지원하는 제도와 시민단체는 아직도 없어야 하나?


아무리 수려하고 편하게 디자인해도 방독면은 부담일 텐데, 자본이 구상할 서글픈 광고는 고급 방독면에 계층적 지위를 부여할지 모른다. 공기마저 자본에 포섭된다면 우리는 방독면 쓰고 우쭐대는 군상을 거리에서 마주할지 모른다. 이미 생수병이 그렇지 않은가. 생수병이 물 오염을 해결했던가? 오염된 대기는 돈 밝히는 자본이 해결하지 못한다. 자본의 무책임한 질주를 멈추게 할 소비자와 시민운동으로 지켜낼 수 있다. 답은 자본이 앞세우는 과학기술보다 자연스러움에 있다. 대기가 오염되기 전, 우리 조상의 삶이다.


맹렬했던 이번 여름이 싱가포르보다 더웠어도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어디선가 귀뚜라미가 운다. 그러고 보니 매미가 처절하던 울음을 그쳤다. 들쭉날쭉할지언정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으니 아직 숨 쉴만한데, 내년 이후는 어떨지. (작은것이아름답다, 2016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