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6. 8. 19. 14:30


630일 오전, 창원시 도심은 흰뺨검둥오리 가족의 이동으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창원시 주변 생태연못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창원천으로 새끼 11마리가 포함된 흰뺨검둥오리 12마리는 공무원과 경찰 그리고 시민들의 도움으로 아스팔트와 맨홀에서 1시간 가까이 뒤뚱거리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흰뺨검둥오리는 우리나라 전국에 흔한 텃새다. 그런 오리 때문에 창원 도심의 도로가 한 시간 마비되었지만 이동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마음 조리며 안전하게 건너가기를 성원했다.


호주와 미국의 해변에 거북이 나타나면 주민들은 저녁 무렵 도로에 나와 자동차 운전자에게 서행을 당부한다. 알을 낳으려 모래사장으로 나가는 걸 보호해주려는 행동인데, 전단을 받고 표시판을 본 운전자는 서행하다 거북을 피하거나 도로 건너로 옮겨준다고 한다. 자연에 대한 작은 배려는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는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이른 봄에 두꺼비나 북방산개구리가 알을 낳으려 호수나 물 고인 논으로 아스팔트도로를 건너거나 비 내리는 초여름 야심한 밤에 막 변태한 어린 성체들이 도로를 덮을 듯 건널 때마다 자동차의 서행을 당부하는 이가 우리나라에 있다. 하지만 도로는 터진 개구리 사체로 뒤덮인다. 개구리를 위한 이동통로처럼 동물을 위해 서행하는 운전자는 아직 드물다.


지난 81일 인천의 환경단체들은 송도신도시와 배곧대교 민간투자사업의 시행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흥시의 배곧신도시를 잇는 1.89킬로미터의 4차선 배곧대로를 놓아 이동 시간을 10여 분 단축하겠다고 민간 건설업체가 2년 전에 제안한 바 있다. 최근 배곧도시의 민간투자가 경제성이 있다는 한국개발원의 예비 타당성 결과가 나오자 인천시와 시흥시는 반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이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배곧대교 계획을 반대하라고 인천시에 촉구했다.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인천의 마지막 갯벌인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배곧대교는 저어새를 비롯해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이자 도래지를 파괴한다고 걱정하는 환경단체들은 송도갯벌 동쪽에 철새들의 안정적 서식을 도모하는 생태섬을 조성하려는 인천시의 이율배반을 걱정한다. 배곧대교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람사르사무국은 송도갯벌의 람사르등록을 취소할 것이니 인천시와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할 것으로 경고했다.


시드니 올림픽을 준비할 때, 보호종인 금개구리가 나타난다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호주 당국은 설계를 마친 주경기장의 위치를 변경했고 그에 따른 비용을 감수했지만 환경올림픽을 표방해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호주는 손해를 보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호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친환경 이미지를 얻었고 이후 올림픽을 유치하는 국가는 친환경을 앞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배곧대교에 진정 경제성이 있을까? 스스로 찾아온 세계적 희귀조인 저어새를 자동차 소음과 빛으로 몰아내면서 경제성을 내세울 수 있을까? 한국개발원은 생태적 가치를 조사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고, 배곧대교를 추진한다면 인천시와 시흥시는 생태맹이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다. 시민의 행복은 경제적 이익에 제한되지 않는다. 속도를 숭상하면서 자연을 잃은 사람은 생기와 온기를 잃는다. 드넓은 갯벌과 그 갯벌에서 얻는 다채로운 어패류와 이야기를 잃은 시민들은 손가락만큼 남은 갯벌에 찾아온 철새와 저어새마저 잃어야하는가? 자연을 잃은 시민과 다음세대 시민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나.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자 담당자가 경제성 보고서를 변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강화 인근에 조성하려 했던 조력발전도 비슷했다. 전기 생산으로 얻을 이익에 편중, 생태와 경관의 가치를 폄훼했다. 2014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의 상징동물로 저어새를 천거한 인천시는 배곧신도시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보다 다음에 인천에 거주할 시민의 행복에 주목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호일보, 2016.8.19.)

 
 
 

도시·인천

디딤돌 2015. 4. 20. 18:24


오늘도 남선정 선생은 새벽에 관찰 장비가 가득한 낡은 차를 몰고 남동공단유수지로 향했을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저어새가 찾아왔으니 유수지 가운데의 작은 섬을 멀리서 전후좌우로 살피곤 수업에 늦지 않으려 학교로 차를 돌리겠지. 그는 시흥시 배곧신도시 방향을 어김없이 바라보았을 것이다. ‘저기에 다리가 놓으면 어쩌나여러 가닥의 굵은 쇠줄로 다리 상판을 들어올리는 방식이라니 저어새가 부딪힐 텐데. 학교에 가서도 그 생각에 골몰하다 수업 마치면 남동공단유수지로 핸들을 돌릴 것이다.


주걱처럼 생긴 주둥이를 바닷물에 살짝 잠긴 갯벌에 넣고 휘저으며 먹이를 잡는 저어새는 한때 700마리뿐이었다. 멸종이 예고된 상태였지만 남선정 선생 같은 이가 우리나라와 대만과 일본에서 애를 태우며 멀리서 번식지와 서식지를 지켜내자 이제 3000마리 정도로 늘어났다. 아직 안심할 정도로 늘어난 건 아니지만 저어새가 여름과 겨울을 보내는 지역에서 지금처럼 보살핀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다소 높아질 텐데, 여름을 보내야 하는 우리의 갯벌이 점점 줄어든다. 저어새들이 주로 먹이를 잡던 갯벌을 대부분 매립한 것도 모자라는지, 하필 저어새 이동통로에 커다란 다리가 놓겠다고 성화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신도시와 시흥시의 배곧신도시를 배곧대교로 이으면 자동차로 20분 단축된다고 한다. 30년 동안 고용 유발효과가 1500명이라고 한다. 해마다 50명이니, 한 달에 4명이로군. 부가가치 600억 원의 효과가 있다던데 1.89Km 길이의 4차선 배곧대교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갯벌 위에 놓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까? 시흥시는 투자를 제안한 한진중공업이 자신의 돈으로 놓겠다고 했으니 부담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저어새는 어쩌나. 그들은 생태맹(生態盲)인 게 틀림없다.


넓디넓었던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송도신도시보다 좁더라도 배곧신도시 역시 멀지 않은 과거 엄연한 갯벌이었다. 그것도 소래포구로 이어지는 알짜배기 갯골이었지만 또 아파트 일색의 인간 거주 공간으로 바꾼다. 갯골을 매립하면 풍수해를 완충할 수 없을 텐데, 25000세대 56천명이 머물 철근시멘트 건물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 천지사방의 아파트들은 머지않아 남아돌 가능성이 높다는데, 제 돈으로 다리를 놓겠다는 기업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남동공단 유수지를 고향으로 알고 찾는 저어새 100여 마리는 터전을 이참에 없애야 하는 걸까? 넘치고 넘치는 천편일륜 아파트를 놔두고 또 아파트를 짓고, 그 아파트 사이를 잇겠다고 다리를 짓는 인간은 역대 어떤 황제보다 많은 걸 차지하고 산다. 고작 20분 단축하지 않아도 충분히 빠르게 쏘다닌다. 멀쩡한 다리가 버젓이 있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또 거대한 다리를 놓겠다는 겐가. 600억 부가가치 운운하는 기업은 더 큰 이윤을 생각하겠지.


저어새가 악취가 진동하고 오고가는 자동차 소음으로 시끄러운 남동공단의 유수지를 찾는 건, 오로지 주변에 새끼들 먹일 갯벌이 인근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악취가 심해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으니 꾹 참으며 작은 섬에 머물며 먹이활동을 위해 인근 갯벌을 드나들 텐데, 배곧대교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새끼들을 먹여야 하는 저어새가 주로 찾았던 갯벌 대부분이 사라졌어도 조각보 한 쪽만큼 남았기에 찾아오건만, 인간의 개발행위가 목을 조른다.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의 상징동물로 저어새를 천거한 인간은 자연이 살아 있기에 자신도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개발과 투기에 눈이 멀었다. 제 후손의 삶이 옥조이는 것도 무시하면서.


새끼들과 뒤뚱뒤뚱 도로를 건너는 오리 가족을 자동차를 세워 기다리는 사람들은 뿌듯하다. 잠시나마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의 이웃을 배려하는 기쁨에 젖는다.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와 두루미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근린공원을 바라보는 아파트 베란다에 잣과 땅콩을 넣은 먹이통을 매달아 보자. 온갖 산새들이 찾아온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의 정서는 따뜻해진다. 한데, 한 뼘 남은 저어새의 터전을 매립하던 투기자본은 날아오는 길마저 가로막으려 든다.


갯벌과 같은 습지에 머무는 저어새는 사람에게 광산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다. 갯벌에서 무한한 산소를 공급하고 육지의 오염된 물을 정화하며 사람이 먹는 온갖 어패류의 산란장인 갯벌이 게 있기에 저어새가 찾는다. 저어새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람도 오래 버틸 수 없다. 제발, 제발, 자연과 따뜻하게 공존하려는 자세를 회복하자. 돈보다, 20분 빨리 가려는 욕심보다, 적어도 우리만큼 건강해야 할 자식의 내일을 배려해보자. 조상이 그랬던 거처럼. (지금여기, 2015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