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8. 6. 11:08

  

들어가는 글

 

‘아라뱃길’이라. 그 이름 참 난데없다. ‘아라뱃길’이라면 ‘정선 아리랑’의 후렴구, “아리아리오”에서 나왔을 텐데, 그 이름이 공모로 정해졌다니. 인천사람은 누구 하나 운하 이름 공모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인천에 만드는 운하의 이름을 도대체 누구에게 공개적으로 물었다는 건가. 강원도 정선에 가서 물었나. 청와대 지하에 있다는 워룸에서 끼리끼리 모여 공모했나. 누가 그 공모에 참석한 걸까. 현 정권 실세 중에 강원도 정선 출신인가. 아리송하기 그지없다. 여기서는 그냥 ‘경인운하’라 해야겠다.

 

경인운하는 오늘날 갑자기 구상된 게 아니라고? 고려조와 일제 강점기에도 계획했지만 기술과 돈이 없어 하지 못했을 뿐, 이제야 시작하게 된 일이라고? 박수칠 일이라는 툰데, 조상님께 감사패 받겠군! 과거 이루지 못한 토목공사이므로 이 시점에서 양해 사항이라고 주장한다면 지금이 삼남 지방의 세곡을 배로 운반하는 시대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육상 수송이 변변하지 못했던 고려 때 강화와 김포 사이의 물살 거센 염하수로를 노 젓는 배로 다니기 어려웠으니 그런 구상을 했을 테지만 도로 잘 뚫린 지금 누가 쌀을 배에 싣고 서울 궁전으로 향하나. 경인운하가 그런 짓을 해야 한다고? 지금은 쌀이 아니라 남쪽의 철강과 자동차를 인천항을 거쳐 서울로 운반할 거라고? 중국 물건을 실어올 거라고? 그럴까.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곶이었지만 세곡을 실은 배가 파도 거센 바다로 우회하지 않도록 조선 인조 때 삽으로 파내 섬이 되었다. 다리가 놓인 지금 다시 육지가 된 셈인데, 하루 종일 내려다보라. 안면도 다리 아래 어떤 배가 다니던가. 울산이나 광양에서 자동차와 철강을 싣거나 서울 한강에서 반도체를 실은 배가 한 척이라도 드나들던가. 세계에서 고속도로와 국도의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국내 물류를 배로 해결하려는 화주는 거의 없다. 삼면이 바다지만, 트럭을 활용할 따름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훨씬 더 들어 꺼린다. 앞으로 석유 가격이 정신없이 치솟은 뒤라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러자면 만만치 않은 창고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K-water’가 내세우는 경인운하의 청사진을 들여다보기 전에 요즘 ‘4대강 사업’ 때문에 자금이 쪼들릴 ‘K-water’가 어디인지 독자들이 아리송할 수 있겠다. 생수 사업체는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이번 정권에서 합병해 이름을 바꾼 ‘LH공사’와 같은 정부투자기관으로 전에 ‘수자원공사’라 했다. 여기서는 그 아리송한 ‘K-water’ 대신 ‘수자원공사’라 하기로 한다. 그 수자원공사가 내놓은 휘황찬란한 경인운하 그림은 그대로 만들어 운영한다면 파산을 면치 못하리라는 모종의 우격다짐처럼 보이는데, 그런 허무맹랑한 그림을 숱하게 그렸던 ‘LH공사’처럼 수자원공사도 빚에 쪼들리다 결국 정부에 손 내밀려는 공산인가.

 

요즘 돌아가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일본통인 호주의 역사학자 개번 매코맥이 《일본 허울뿐인 풍요》에서 걱정한 1990년대의 토건국가 일본을 돌이키는 것 같다. 토건자본과 정치와 행정이 끈끈한 ‘토건족’ 삼각동맹이 되어 국가 자본을 제멋대로 주무르다 부풀어 오른 거품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자 끝 모를 심연으로 나가떨어지게 된 일본의 사연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이 거품 터지기 전의 일본과 일치하듯 중첩되지 않은가. 한 국가에서 한 산업의 비중이 3퍼센트를 넘지 않아야 건강하다던데 우리 토건산업의 비중은 무려 20퍼센트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이 터진 거품을 물고 무너질 때의 비중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현재 지방자치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몰린 이유가 투기를 조장하는 개발 거품에 정신을 판 결과일 테고, 정부의 ‘4대강 사업’이 토건족 배불리기의 본보기일 텐데, 경인운하는 아니 그럴 것인가.

 

투자를 사칭해 투기를 조장하는 토건족과 거기에 기름을 부어 이권을 챙기는 중앙, 그리고 지방정부의 정책이 빚은 총체적 거품 잔치는 머지않아 우리에게 끝 모를 나락을 강요할 텐데, 수자원공사는 여전히 거품 같이 휘황찬란한 그림으로 우리를 속이려 든다. 경인운하의 경제적 폐해는 우선 투기 잔치의 막차를 탈 순진한 자에게 돌아가겠지만 거기에서 그칠 리 없다. 더 나아가 인천과 국가의 환경과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그린 그림을 보라. 운하란 모름지기 화물을 실은 배가 다니는 육지의 물길일 텐데, 휘황찬란한 그림은 운하라기보다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관광지다. 조용한 농촌마을이라도 그런 시설을 갖추면 관광객이 미어터진다는 경험적 자료는 물론 생략되었다.

 

 

신기루 하나

 

올 6월 말 현재 공정률 28.7퍼센트인 경인운하의 청사진을 살펴보자. 이미 조성된 굴포천 방수로 14.2킬로미터에 한강 쪽으로 3.8킬로미터를 이어보아도 18킬로미터에 불과한 그 운하는 인천 서구 경서동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까지 수로로 연결할 예정으로, 수로의 깊이는 6.3미터에 배가 오가는 수면의 폭이 80미터라고 뿌듯해 한다. 배 두 대 이상이 교차할 수 있는 규모라는 건데, 2011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수자원공사에서 2조 2458억 원이 투입해 건설하는 운하는 양 끝에 갑문과 터미널 그리고 넉넉한 배후단지가 예정돼 있다. 수자원공사는 화물운송만 담당하지 않을 운하임을 자랑한다. 계양산 일원의 수해를 예방할 뿐 아니라 관광과 레저, 그리고 문화의 기능까지 떠맡겠다고 포부를 밝히는데, 물론 그 성공의 확신은 토건족의 의도적인 상상력에 근거한다.

 

살짝 그 휘황찬란한 그림을 들여다보자. 랜드마크가 될 시천교인 워터브론터, 두물머리 생태와 바람개비 공원, 리버사이드 파크, 전통공원인 향유원과 만경원, 그리고 요트장과 박물관과 인공해변과 생태공원 들이다. 더 있다. 아니 많다. 하나같이 밑도 끝도 없는 아리송한 용어를 빌려와서 고즈넉한 농촌 마을에 요란한 시설물을 늘어놓겠다는 건데, 스토리텔링으로 해외 관광객 2000천 만 명을 수용할 예정이므로 듣는 이는 가슴을 설레야 한단다. 스토리텔링이라. 라인 강변의 “로렐라이 언덕” 비슷한 설화라도 창작해 세계 방방곡곡에 알리겠다는 건가. 선착장과 수상택시까지 동원하겠다던데, 꿈이 장하다. 한강 수상택시도 유명무실한데 누가 수상택시를 이용할까. 우리의 기존 전통 정원과 고궁에 외국 관광객이 얼마나 찾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른 곳 다 놔두고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어지다 바다에 닿는 경인운하 주변의 인공 시설을 구경하려 외국인 몇이나 올까. 현재 있는 관광 시설도 제대로 관리 운영하지 못하는 주제에 그 따위 그림을 무책임하게 펼쳐놓다니. 물론 그 그림대로 성과를 올리지 못해도 책임지는 자 없을 터. 거품만 커지자 터질 뿐.

 

“한강과 서해를 큰 생태축으로 연결해 시민이 물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수변공간은 물론, 교통축을 통해 물길은 사람과 교류하게 된다.” 제법 근사하다. 그를 위해 경인운하와 용산, 그리고 강화를 잇는 크루즈 코스를 개발하고 주변에 9천여 가구와 2만 5천 여 가구의 휴양용 주거타운을 지을 테니 그린벨트를 해제해달란다. 그렇구나. 결국 공사비 마련을 위해 그린벨트까지 허물며 투기꾼을 대환영하겠다는 건데, 그런 그림으로 시민들 현혹시키려 드니 정부 말이라면 덮어놓고 믿으려 하는 순진한 주민들이야 멋모르고 찬성할 밖에! 그 바람에 음식점을 하는 이,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들이 기대를 가졌다고 한다. 관광 사업을 구상하는 이도 생겼단다. 완공까지 2만 5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3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지 않던가. 한데 그 청사진 속에 정작 원주민에 대한 배려 따위의 계획은 빠졌다.

 

경제성도 대단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물론 그 과정은 투명하지 않고 꼭꼭 숨긴 자료도 여태 제시하지 않지만 운하 건설과 운영 방면에 선진기술을 보유한다는 네덜란드의 ‘DHV’라는 회사에서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2006년 1.76으로 평가했다고 수자원괘사는 큰소리친다. 건설 관련 비용과 그로 인한 편익을 다양한 변수를 상정해 계산해서 1 이상의 수치가 나오면 경제성이 있다고 전문가는 평가하는데, 무려 1.76이라. 대단한 사업임에 틀림없긴 한데 어딘가 이상하다. 0.1 이하로 평가한 시민단체는 자료를 꼼꼼히 제시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네덜란드의 그 회사는 희한하게 수자원공사와 올 4월 28일 자문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혹 입막음인가?

 

이상한 게 더 있다. 우리 토건족의 대부인 국토해양부 산하 KDI는 2003년 0.92에서 1.28로, 2008년에선 1.065로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계산했다는 게 아닌가. 수 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경제성이 어찌 그리 들쭉날쭉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겐가. 집히는 데가 없는 건 아니다. 공사 원가에서 누락시킨 부분이 많다는 항간의 의혹을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환경단체는 경제성 평가가 1.0 이상 나오게 하려고 현 국토해양부의 전신인 당시 건설교통부가 KDI의 자료를 예닐곱 차례 수정하도록 반송했다는 의혹을 여태 지우지 못한다.

 

 

신기루 둘

 

수자원공사는 경인운하를 이미 조성된 굴포천 방수로 14.2킬로미터에 한강 쪽으로 3.8킬로미터를 잇는 물길이라 설명하지만, 굴포천 방수로는 이미 조성된 게 아니다. 현재 조성 중에 있다. 굴포천 조성 비용이므로 운하 건설 비용에서 제외하는 자료 마사지를 자행한다면 경제성 맞추는 건 식은 죽 먹기. 그뿐인가. 운하를 건너는 12개의 다리 건설 비용을 전부 공사 원가에 포함한 게 아니란다. 휘황찬란한 관광 시설의 공사비는 누구 몫인가. 나중에 투자자가 알아서 할 일이므로 원가에 포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편익은 부풀렸다는 의혹이 짙다. 2만 5천 개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가서 현장을 보라. 무척 적막하다. 덤프트럭과 굴삭기 몇 대 말고 없는 채용한 인원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환경 피해는 계상하지 않았을 거라 환경단체는 의심한다. 김포터미널을 만들면 천연기념물 재두루미의 서식환경이 훼손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는 마당이 아닌가. 김포 갑문으로 바닷물이 한강으로 스미거나 반대로 운하에 갇혔던 한강물이 인천 앞바다로 스며들 때 발생할 생태계 교란은 제대로 조사되었다는 흔적이 없다.

 

5기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일주일이 된 지난 7월 7일, 수자원공사는 한진해운과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하기로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맺었다고 전격 발표했다. 세계 9위 컨테이너 선사와 500과 150TEU 선박, 다시 말해 대략 6미터 길이의 컨테이너 500개와 150개를 실을 화물선을 내년 하반기 부두 개항과 동시에 운영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보도자료를 뿌린 것인데, 양해각서는 말 그대로 “서로 약속을 기억하자”는 의미 이상은 아니다. 나중에 번복할 수 있는 약속에 불과한데 수자원공사는 산수를 제대로 하긴 한 걸까. 물류의 성격과 그 현장을 이해하고 있긴 할까. 트럭 500대 또는 150대에 나눠 실을 물량을 화물선 한 척에 모아 실을 것이므로 ‘녹색물류’라고 자화자찬한 수자원공사는 환경 비용이 “도로의 14분의1, 철도의 3분의1 수준이고 에너지 효율은 도로의 9배, 철도의 2.5배 이상”이라고 치적을 자랑하기 바빴다.

 

이번 정권은 그게 문제다. 언어를 모독하는 바로 그것. 그중 하나가 ‘녹색’이다. 아무데나 ‘녹색’을 가져다 붙이니 개나 소나 ‘녹색’을 찾는 형국이 되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고작 컨테이너 500개 실을 화물선을 운영한다던가. 정부가 하자고 하니 눈치 보아야 기업에서 하는 척하는 겐지 알 수 없으므로 실효성은 부두가 완성된다는 내년이 아니라 이 정권이 힘을 잃을 그 이후에 알아봄 직한 일인데, 생각해보자. 18킬로미터에 불과한 경인운하를 배로 운송한다고 녹색이 될 수 있겠나. 화주에서 시간은 금인데, 트럭이면 20분, 화물선이면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물론 화물을 옮겨 싣는 시간, 부두에 대기하는 긴 시간은 제외했다. 하지만 시간은 예서 더는 따지지 않기로 하고, ‘녹색’이라. 운하와 부두를 축조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철근시멘트, 그 철근시멘트를 만들고 운반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덤프트럭과 굴삭기가 움직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둘째로 치자.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고 내린 뒤 화물선에 싣고, 다시 트럭에 옮기는데 들어가는 석유 에너지는 왜 생각하지 않는 건가. 참으로 편리한 녹색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보통 녹색이 아니라 ‘녹색성장’이겠지.

 

수자원공사와 정부는 경인운하를 이용할 화물선이 중국과 일본을 오고갈 듯 주장한다. 심지어 호화 여객선을 띄우겠다고 호언하기도 하는데, 그런 그림은 조금만 들여다보는 수고를 들여도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금방 드러나게 된다. 운하를 왕복하는 배와 대양을 오고가는 배는 그 구조가 엄연히 다르다. 물 깊이가 낮은 운하에 바닥이 깊은 해양 용 선박을 띄울 수 없다. 그런 배를 띄우려 운하를 깊게 판다면 주변 경작지와 지하수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만 토목에 들어가는 비용도 감당할 수 없다. 경인운하를 깊게 팔 경우, 홍수 예방이라는 태생적 임무는 포기해야 한다. “홍수 예방” 운운하는 이야기는 뒤로 미루기로 하고, 운하를 왕복하는 바닥 편평한 배는 속도를 낼 수 없다. 속도를 내면 소비되는 연료가 크게 늘어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도 운하를 많이 사용하는 독일은 시속 8킬로미터 이하의 속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느려터진 경인운하 18킬로미터를 이용할 컨테이너에 무엇을 실을 수 있을까. 원목이나 석탄과 같은 벌크화물을 컨테이너에 실을 리 없으니 완성품이어야 할 텐데, 시간을 다투는 화물일 리 없다. 안전을 요구하는 화물도 확률이 무척 떨어진다. 그 방면에 문외한이라도 상상은 가능하다. 인천항이나 평택항까지 가지고 갈 수출입 화물은 아닐 게 거의 틀림없으니 남는 건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경인운하의 부두 사이를 오고간 뒤 트럭에 옮겨 실어도 무리가 없어야 할 화물일 게다. 서울의 한강에서 싣고 느릿느릿 인천으로 보낼 화물이 도대체 뭘까. 서울은 주로 소비하는 도시다. 생산하는 완성품이 없으니 컨테이너에 무엇을 실어야 하나. 인천에서 무엇을 서울로 보내야 하나. 바다와 갯벌이 거의 개발돼 잡히는 물고기가 드물고 소금도 인천에서 나오지 않는데.

 

컨테이너 화물? 사실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럽이나 미국의 운하용 선박 대부분은 컨테이너 화물을 싣지 않는다. 그저 원유와 석탄과 시멘트와 원목과 같은 벌크 화물을 취급한다. 그런데 벌크 화물이 경인운하 구간을 이동할 까닭이 없다. 서울이나 인천이나, 그런 화물을 원하는 사업체가 없지 않은가. 석유나 시멘트나 원목은 취급하는 항구가 따로 있다. 이제 남는 건 수도권 생활 쓰레기와 바닷모래다. 그렇다. 바로 그거다. 새벽마다 동네 후미진 곳에 적치해두었던 생활쓰레기를 트럭에 싣고 경서동의 매립지를 다녀오는 수고는 수도권의 도시마다 피하고 싶을 것이다. 앞으로 한강의 부두는 생활쓰레기 부두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 생활쓰레기를 싣고 인천에 내린 뒤 바로 가까운 경서동 매립장으로 가면 지금보다 편리하고 민원도 줄어들겠다. 또 한강 부두에 인천부두에 쌓아둔 바닷모래를 운반하면 얼씨구나 가지고 갈 건설업체가 많을 것 같다. 일거양득이로다. 때문에 인천 앞바다의 생태계는 절딴 나고 악취 나는 경인운하의 관광효과는 반감되게 생겼다.

 

 

신기루 셋

 

채무액이 1년 전보다 75퍼센트 증가한 서울시는 한강에서 경인운하와 연결하는 이른바 ‘서해비단뱃길’을 만들겠다고 작년 11월에 발표했다. 빚이 16조 원이 넘는 서울시 투자 SH공사에서 추진하려는지 알지 못하지만, 하필 홍콩에서 “중국 상해와 홍콩 마카오, 일본 등을 국제적으로 연결하는 동북아 수상관광 거점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한 모양이다. 이른바 ‘홍콩선언’이란다. 그를 위해 승객 120명이 이용할 수 있는 5천 톤 급 국제 크루즈선을 도입해 중국과 일본의 주요 도시를 오가는 테마형 관광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발표했다는데, “서울이 여객, 관광, 크루즈가 한 번에 가능한 세계 수준의 동북아 중심 수상 관광도시로 도약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장담한 서울시장은 “한강이 대한민국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점쳤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술 더 떠, 국내에 방문한 외국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로 활용할 2천에서 3천 톤 급 국내 크루즈선도 운항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서남해와 연안도서를 관광할 수 있는 여행상품으로 개발할 구상에 잠겼다는 것이다. 할렐루야!

 

수자원공사는 2천만 명의 해외 방문자가 경인운하를 다녀갈 것이라 하고, 서울시는 외국인의 필수 관광코스를 개발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 무척 바쁘게 생겼다. 서울시와 수자원공사가 서로 경쟁할지 상생할지 그림만으로 알 수 없으나, 성공에 대한 김칫국 여부는 예서 따지지 말고, 여의도에서 ‘르네상스’ 운운하는 용산을 거쳐 여의도를 지나 경인운하로 들어갈 크루즈선은 바닥이 편평할 텐데, 고작 120명을 태운 고급(?) 관광선을 선뜻 또는 덥석 받아들일 중국과 일본의 무모한 항구도시가 어디인지 무척 궁금하다. 그런 관광 상품을 해외에 팔 생각에 젖은 여행사가 어디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는 든든한 생명보험회사와 동업하겠다는 언질이라도 확보한 걸까. 아니, 괜한 걱정일지 모른다. 사업을 담당하는 기업과 발주한 철도공사가 시방 자금 문제로 서로 고소고발 으름장을 놓는 마당이 아닌가. 6명의 사망자를 낳은 용산 개발은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거품이 꺼질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서울시의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아리송한 서해비단뱃길 사업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벼른다. 그를 위해 행주대교와 양화대교의 교각 폭을 넓히고 상판을 아치로 바꾸려던 공사도 중단시켰다고 한다. 중랑천과 안양천도 오고갈 뱃길도 무산될 모양이지만 과연 서울시가 토건족을 위한 빚잔치를 그만둘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굴포천과 경인운하를 연결하려고 구상한 부천은 어떻게 진행하려는지 아직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다. 수상택시와 수상버스를 위해 수천억 원을 들이 부을 예정이라던 부천시의 단체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뀌었다. 신기루를 감지했을까.

 

어처구니없게 휘황찬란한 거품성 그림에 매혹된 투기꾼이 대거 몰리지 않는 한, 경인운하 관련 사업은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여의도에 천백 평 규모의 선착장과 터미널, 거검 항만과 거점 호텔들의 그림은 남의 땅을 개발하겠다고 허위광고를 낸 뒤 순진한 투기꾼 돈 챙기고 달아나려는 범죄자의 구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혹평하면 선출직이든 아니든, 고위든 말단이든, 담당 공무원은 충정을 몰이해한다며 무척 서운해 할까. 자신의 돈이라면 그런 겉만 번지르르한 그림으로 시민들 현혹시키려 들지 않을 것이다. 세금은 남의 돈이 아니다. 이윤이 기대된다면 기업에 먼저 나설 것인데, 경인운하든 서해비단뱃길이든 부천의 연결 구간이든, 기업은 조용하다. 그저 정부 발주의 토목건축에 촉각을 곤두세울 따름이다. 경인운하 사업은 세금 ‘먹튀’다. 그렇다. ‘먹튀현상’은 미국의 금융회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6월 고양시는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 7.49제곱킬로미터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자고 환경부에 제안했다고 한다. 정확한 명칭이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10회 ‘람사르 총회’를 2008년 10월 창원에서 개최한 우리나라는 1997년 협약에 가입해 우포늪과 순천만을 비롯해 11개 습지를 등록한 바 있는데, 고양시에서 장항습지를 추가로 등록하자고 정부에 발의를 요청한 것이다. 환경부가 진정 환경을 생각하는 정부의 부처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마땅하지만 요즘 ‘4대강 사업’에서 보이는 태도는 그리 긍정적일 거라 기대하기 어려운데, 고양시는 서울의 서해비단뱃길이 실현된다면 장항습지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한다. 5천 톤이 넘는 배를 운항하기 위해 한강의 신곡수중보를 14킬로미터 아래 하성대교 예정지로 옮긴다면 수위가 1.1미터 상승할 테고, 그러면 재두루미와 저어새, 그리고 국내 최대로 서식하는 말똥게와 고라니와 버드나무 군집은 온전할 수 없을 게 분명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한 술 더 떠, 10억 톤이 넘는 골재를 채취하겠다고 벼른다. 현 서울시장은 환경운동가 출신이라던데….

 

온전한 정신과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결코 수립되거나 시행될 수 없는 경인운하와 서해비단뱃길은 토건족을 배불리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파격적인 개발을 제안한다면 사정이 바뀔 수 있겠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강원랜드’와 같은 도박장을 설치한다면 예상외의 돈벌이가 가능할지 모른다. 물론 내 쌈지의 돈이 남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도박꾼보다 수수료를 떼는 도박장에서 돈을 더 벌듯, 도박장의 운영 주체는 짭짤할 수 있겠다. 수도권에 근사한 명분으로 내외국인이 출입가능한 도박장을 그것도 야릇하게 만든다면 2천만은 아닐지라도 라스베이거스 부럽지 않은 도박꾼들의 방문을 기대할 수 있겠다. 다만 강원랜드와 제주도의 카지노의 불같은 항의를 견뎌야 할 테고 우리네 정서가 걸림돌일 뿐. 물론 이 글이 도박장을 권장하려는 목적이 아니니, 제발 오해말길 바란다.

 

 

신기루 넷

 

경인운하 계획은 고려조가 아니라 굴포천 방수로에서 급조돼 나왔다. 부평의 만월산에서 발원해 부천시를 거쳐 김포시 고촌읍에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굴포천은 현재 한강의 홍수위보다 4미터 정도 낮아 상습 수해가 발생한다. 1987년 전국적인 큰비로 굴포천 일대에서 16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천만 평이 넘는 농경지가 침수하자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는 공약으로 부랴부랴 굴포천 주변에 고인 물을 서해로 빼내는 방수로를 발표했다. 1992년 그 사업을 시행했지만 기왕 만드는 방수로를 운하로 활용하자는 토건족의 기특한 발상으로 3년 후 운하로 변경, ‘경인운하주식회사’를 설립해 민간사업으로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거듭 드러나는 환경문제에 대한 반대운동에 부딪혀 노무현 정부 초기에 사업이 중단되었으며 2003년 감사원에서 사업 경제성이 과장되었다고 지적해 공식 반려되었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토건족의 집요한 공작에 힘입었는지 2009년 1월 현 정부에 의해 ‘경인 아라뱃길’로 개명된 뒤 다시 추진된 것이다. 요는 수해가 발생하자 얼씨구나 추진하게 된 눈물겨운 토건사업이라는 거다.

 

한강 홍수위보다 굴포천 수위가 낮은 건 한양에 도읍을 정한 뒤 한강의 하상 관리가 자연스럽지 못했던 탓이 클 텐데, 그렇다고 굴포천이 상습적으로 홍수 피해를 받은 건 아니었을 것이다. 상습 피해가 있었다면 호수나 범람원으로 유지되지 농경지와 마을로 개발돼 주민이 살 리 없기 때문이다. 이따금 큰비가 내릴 때 피해가 작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잊을 만하면 사망자가 속출하고 무려 천만 평이 넘는 농경지가 침수되는 정도는 아니었을 터. 1987년의 홍수 피해는 어찌 보면 범람원 자리에 마을과 농경지가 조성된 탓도 있을 테지만 워낙 큰비가 내린 데 큰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1987년 당시 홍수 대책의 일환으로 방수로가 선호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지만, 사실 드문 빈도로 내리는 거대한 홍수 피해를 방수로만으로 해결하는 건 무모했다. 생태호수 개념의 범람원을 조성하는 방법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주의 만봉천과 화순의 지석천, 그리고 담양의 영산강 상류가 홍수 조절용 생태호수를 조성해 상습 홍수 사태를 해결했다. 평상시 학생들의 생태 학습효과는 물론이고 산불진화용 물 공급도 기대할 수 있는 넓은 범람원을 만들어 비가 갠 뒤 모인 물을 비우는 방식이다. 굴포천은 피해 면적이 그 하천들보다 넓다면 방수로와 생태호수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었다. 평소 호수가 딸린 농경지로 활용하다 큰비가 내릴 경우 범람원으로 홍수를 완충하면서 방수로를 활용해 고인 물을 서해안으로 빼내는 것이다. 그런 대안이 비용도 훨씬 적고 민원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효과가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비가 터무니없이 적어 기각된 게 아닐까 싶다. 그 정도의 예산으로 이 땅의 막강한 토건족의 먹성을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운하로 밀어붙였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억측인가.

 

그런데 한창 공사 중인 경인운하와 가까운 계양산 북측 저지대는 최근 들어 빈도가 잦은 홍수에도 자주 피해를 입는다. 무슨 변고가 발생한 게 아니라 삭막한 도시화의 필연적 부작용이다. 공원 일원과 택지의 좁은 녹지를 제외하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철두철미하게 덮여 있는 도시는 사막이다. 내리는 비는 바닥을 흥건히 적시며 허겁지겁 어디론가 낮은 곳으로 사라지지만 전혀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다. 녹지가 부족한 만큼 빗물을 완충하지 못한다. 1987년 대홍수 이후 지금의 중동과 상동 일원의 김포평야가 아파트단지로 개발되었다. 평야보다 높게 성토된 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칠갑을 한 것이다. 그러자 굴포천은 자주 범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공출 명목으로 쌀을 빼앗아가려고 일제가 논으로 매립하기 전에 갯벌이었던 김포평야가 다시 매립돼 도시로 개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평야일 때 아주 드물었고 갯벌일 대 거의 없었던 홍수 피해가 요즘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건, 빗물을 완충할 수 없는 도시의 필연적 한계다.

 

굴포천이 인천 앞바다와 가까우니 상막한 도시의 한계를 방수로가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지만 진정한 대안인 범람원은 몰랐거나 외면했다. 경인운하는 앞으로 굴포천 일원의 홍수 피해를 막아줄 수 있을까. 잦은 빈도의 홍수라면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일 경우 걱정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유난히 큰 인천 앞바다가 만수위일 때 빈도가 낮은 거센 홍수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해수위는 경인운하 수위보다 높다. 걷잡을 수 없게 큰비가 내릴 경우 경인운하의 내부 용량으로 저장할 수 없는 빗물은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소에 물을 빼낼 수 없는 운하의 약점이 그럴 텐데 수자원공사는 장마철에 물류를 제한하고 운하의 물을 빼내면 된다고 주장한다. 보름 정도면 충분하단다. 만일 그렇다면 화물선 탑재를 기다리는 수도권 2천만 명의 생활쓰레기와 바닷모래는 부두에서 보름 동안 악취를 뿜어낼 수밖에 없을 건데, 문제는 슈퍼컴퓨터도 예보하지 못하는 국지성호우에 있다. 지구온난화로 최근 부쩍 늘어난 물풍선 같은 국지성호우는 예고가 없지 않은가. 강우량의 기록도 번번이 경신되기만 한다.

 

 

나가는 글

 

이번에 5기 지방정권이 바뀐 인천시는 한강 유역 주변 11개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경인운하에 대한 재검증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주민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으로 작성했을 뿐 아니라 자의적인 경제성 평가를 작성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인운하를 엄격하게 검증해 중앙정부에 대안을 건의하겠다는 취지다. 30퍼센트 가까운 공사 일정의 진척이 있지만 더 늦기 전에 모색해보겠다는 재검증위원회의 대안은 무엇이어야 할까.

 

검증위원회에서 범람원 개념의 생태호수라는 대안을 찾아내길 강하게 희망하면서 동시에 방수로로 환원될 현 경인운하의 재활용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 하구의 오염된 물이 정체돼 악취를 풍기는 운하가 아니라 평소에 지역주민과 인천시민, 그리고 내외국인의 휴식과 휴양 장소가 되는 아름답고 쾌적한 녹지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운하로 생활권이 차단되므로 다리를 더 건설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던 주민들도 반가워할 게 틀림없다. 생활권이 녹색으로 연결될 게 아닌가. 터전을 잃을 뻔한 김포시 고촌면 전호리 평야지대의 재두루미도, 장항습지의 저어새와 고라니와 말똥게도 예전처럼 보전될 것이다. 토건족 수중에 들어가기 직전의 막대한 예산이 소외되었던 복지와 문화와 교육으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굴포천 일원에 홍수가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빗물을 완충할 수 있는 비오톱(biotop)을 도심 곳곳에 조성해야 한다. 공원에 나무와 풀을 넉넉하게 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하수와 이어질 수 있는 호소를 곳곳에 마련하는 일이다. 빗물이 침투할 수 있도록 적어도 공공건물의 구조를 우선 개선하고 새로 짓는 건물은 유럽의 많은 도시가 현실화하듯 반드시 빗물을 재활용하거나 완충해 지하로 스밀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비오톱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시는 깨끗해지고 그만큼 열섬화현상도 줄어들 것이다. 복중의 열대야현상도 크게 완화될 게 틀림없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경인운하 사업방향의 수정을 요구했다. 운하와 대양을 오고갈 수 있는 화물선과 여객선으로 중국과 무역에 나서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호언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불가능하니 재조정하라고 권고한 것인데, 사실 전부터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에서 주장한 내용의 반복이었다. 그나마 선거는 민의를 경청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으므로 민주사회에서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정부의 꽉 막힌 오만과 독선을 심판했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시민들의 엄중한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고즈넉한 농촌에 휘황찬란한 시설을 즉각 유치해 당장 큰돈을 벌어들일 것처럼 그림 그리며 주민들을 선동하거나 현혹시키는 일은 정부의 몫이 아니다.

 

경인운하가 수자원공사의 그림대로 개발된다면 주민들은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 숱한 경험이 그를 증명해왔다. 이제 시민사회는 더는 어설프게 속지 않을 것이다. 홍수 피해를 해결해줄 듯 거룩한 표정으로 다가와 거품 같은 그림을 핑계로 터전에서 내쫓는 행위는 시민사회는 물론 주민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경인운하는 반드시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숱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던 환경단체, 사회단체, 그리고 주민들과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 시간이 들더라도. 거기에 하나 더. 경인운하 옆에 왕복 4차선 도로와 자전거 길을 내어 교통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거두어야 한다. 교통문제는 별도의 사안으로 논의해아 한다. 통행료를 징수할 도로를 미끼로 경인운하를 다시금 유혹하려는 시도 역시 정부의 몫과 거리가 멀지 않은가. (작가들, 2010년 가을호)

 
 
 

도시·인천

디딤돌 2010. 7. 2. 20:56

 

모처럼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집 근처에서 맹꽁이도 운다. 인천만이 아니라 전국이 마찬가지인지 프로야구 4게임이 전부 취소되었다는데, 이런 비, 참 오랜만이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장마다운 장맛비가 아니던가. 작년인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기상청에서 ‘장맛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장마전선이 오르내리기는 하는데 예년과 달리 언제부턴가 마른 장마철이 계속되다 느닷없이 몇 시간 집중호우가 쏟아지곤 했다. 며칠을 두고 지루할 정도로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사라졌기에 ‘장맛비’라기보다 장마철에 오는 ‘국지성 집중호우’라고 기상청은 수정하고자 했다는 것이었다.

 

방학을 맞은 큰애, 그리고 기말고사를 마치고 일찍 들어온 막내와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 점심 먹으러 다녀왔다.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넓은 우산을 쓰고 걸으며 다녀오니 후텁지근했던 몸이 모처럼 상쾌해졌다. 아파트단지의 녹지와 가로수, 근린공원의 크고 작은 나무들과 그 안에 숨죽인 직박구리와 장마철이 지나길 땅 속에서 기다리는 매미 유충, 그리고 사람까지, 이 땅의 생명들은 이맘때 흥건하게 비를 맞아야 약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잠깐! 이 정도 비가 몇 시간 계속된다면 ‘4대강 사업’의 현장은 어떻게 될까. 또한 경인운하는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관동대학교 토목학과의 박창근 교수는 “작은 재앙이 큰 재앙을 막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홍수는 대개 제방 정비가 완전하지 않는 지류와 작은 하천에서 발생했다. 기록을 경신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정비가 거의 완벽한 4대강 본류에서 수해가 발생한 사례가 드물건만, 현 정권은 ‘살리기’라는 용어를 참칭하며 강물의 흐름을 좁히고 차단하며 강 한가운데 콘크리트를 들이붓고 있다. 그 상황에서 큰비가 내리면 공사장 인근에 재앙이 발생하겠지만 그 규모는 아직 작을 것이다.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가 4대강의 흐름을 16군데에서 막은 뒤 지역주민과 후손에게 발생할 재앙에 비한다면 애교에 불과할지 모른다.

 

4대강과 거리가 멀고 강물의 흐름과 연관도 없는 인천은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이 시점에 눈여겨볼 곳이 따로 있다. 이른바 ‘아라뱃길’로, 그 이름이 붙기 전에 ‘경인운하’라 한 곳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더라도 아직까지 내린 비라면 너끈히 애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계양산 주변으로 한꺼번에 몰려드는 빗물을 바다로 빼내는 역할을 말한다. 바로 방수로의 기능이지만 운하로 완공된다면 사정이 바뀔지 모른다. 화물선이 오고갈 수 있는 물높이를 유지한 상태에서 국지성호우가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들 때 서해안이 만수위라면, 수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의견을 참고했는지 모르지만, 강원도 정선과 거리가 꽤 먼 인천에 뜬금없이 들어선 ‘아라뱃길’은 공연한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거다.

인천시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정한 이름이지만, 그리 정했다니 일단 쓰기로 하자. ‘아라뱃길’은 운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운송할 것인가. 대양은 물론이고 황해를 건너며 중국을 오고가는 수출입화물은 타지 못할 것이다. 아라뱃길은 기껏해야 5천 톤 급 화물선이 다닐 텐데 그 크기에 값비싸거나 무거운 자동차나 철강 따위를 실을 수 없지만, 실으려는 수출입과 국내 물류의 화주도 없을 거로 본다. 해양을 오고가는 배는 육지 내의 물길을 다니는 배와 바닥이 다른 게 보통이다. 바닥이 뾰족하게 깊어 저항을 줄이며 바다를 달리는 대형 화물선과 달리 운하를 다니는 바닥이 편평한 배는 풍랑을 만나면 쉽게 뒤집히고, 막대한 기름의 과소비 없이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런 배를 환영하는 수출입 항구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없다.

 

철광석은 제철소와 가까운 항구로 직접 갈 일이고, 철강과 자동차는 주말이나 명절 이외에 그리 막히지 않는 도로를 활용하는 편이 시간도 절약되고 안전하며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지방과 수도권을 다니는 화물은 면적 비례로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속도로를 활용할 것이다. 굳이 화물차에서 선박으로 몇 차례 옮겨 실으며 고작 18킬로미터에 불과한 ‘아라뱃길’을 이용할 리 없다. 화물은 옮기는데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도난과 안전에 문제도 발생할 수 있지 않던가. 하지만 ‘아라뱃길’을 선호할 수도권 화물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생활쓰레기와 바닷모래가 그것일 가능성이다. 지방정부들은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으로 향하는 트럭의 수를 줄일 수 있을 테고, 건설업체는 다량의 모래를 쉽게 확보하니 좋을 텐데, 고작 그 이유로 거약의 예산을 들여 육상 생태계를 끊고 해양 생태계를 교란해야 한다는 건가.

‘아라뱃길’에는 하루 몇 차례 오고가지 않는 배를 위해 한강 하구의 오염된 물을 늘 채워야 하므로 악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 물이 배가 갑문을 통과할 때마다 일정 양의 물이 바다로 빠져나갈 테니 인천 앞바다의 지속적 오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이는 ‘아라뱃길’을 한강에서 서해안으로 나가는 요트에게 내줄 수 있다고, 마치 훌륭한 관광자원이라도 되는 듯 주장하는데, 얼어붙은 현 정권이 아니라, 남북한 화해 이후 대폭 늘어날 한강의 요트는 직접 풍광 좋은 하구로 나가는 게 훨씬 낫다. 깎아지른 절벽 말고 볼거리가 전혀 없는 ‘아라뱃길’에서 악취를 참으며 천천히 지나갈 정신 나간 요트가 과연 몇 대나 있을 것인가.

 

토목학자들은 내심 ‘4대강 사업’을 운하로 규정한다. 운하가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인데, 21세기의 화물을 텅 비는 고속도로 대신 느려터진 내륙의 운하를 이용할 화주는 없을 거라고 물류학자들은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요사이 인기 있는 화물은 특히 시급을 요하는 ‘경박단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가볍고 얇으며 크기가 작고 취급하는 화물의 수가 적은 전자나 디지털 제품 위주가 아닌가. 그런 화물은 비행기를 이용하지 배에 싣지 않는다는 것이다. 느려터진 운하는 어처구니없고, 위험천만한 운하용 선박으로 오대양육대주를 다닐 어처구니없는 화주는 이 세상에 없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현재 공사가 하염없이 진행되는 ‘4대강 사업’과 ‘아래뱃길’은 어찌 해야 하나.

 

새롭게 취임한 현 인천시장은 ‘아라뱃길’의 홍수피해 방지 기능은 살리되 운송기능은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언론이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초 ‘굴포천 방수로’로 계획되었던 기능으로 환원하자는 의지다. 그를 위해 ‘아라뱃길’의 폭을 늘리고 깊게 바닥을 파낼 하등의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름도 애초의 방수로로 돌아가야 취지에 맞을 것이다. 방수로로 환원된다면 한강의 오염된 물이 차지 않을 테니, 평상시에 녹지로 유지하다 큰물이 들 때 방수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내릴 큰비를 대비해, 유럽의 라인강 유역에서 볼 수 있는 범람원을 방수로 주위에 조성하는 대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수위가 낮은 생태호수로 관리하다 방수로가 감당할 수 없는 큰물을 잠시 모아두는 기능이다. 그런 호수는 주변 녹지의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생태학을 위한 교육 효과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공사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한 진지한 논의가 투명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제 와서 중동과 상동 아파트단지를 위해 김포평야를 성토해 매립한 행위가 계양산 주변의 홍수피해를 빈발하게 한 원인이라는데 초점을 맞출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없을 테니까. 하지만 다시 멀쩡했던 지역에 홍수피해가 집중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아직도 농토를 계속 성토 매립하는 신도시 개발정책에 일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어선 마당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주택을 더 지어야하는지 당장 검토해야 하지만, 만일 대단위 개발이 필요하거나 어느 규모 이상 재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면, 일정 면적 이상의 ‘비오톱’(biotop)을 그 단지에 조성해야 한다는 걸 상기하자는 것이다. 홍수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지하수위를 보전하려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일찍부터 펼친 행정으로, 그들은 새로운 개발부지는 물론이고 기존 도시의 곳곳에도 ‘비오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빗물을 완충하고 지하수와 연결할 수 있도록 일정 면적 이상의 녹지를 확보하고 그 녹지에 호수를 조성하는 일이다.

 

‘장맛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할 정도로 국지성 호우가 빈발하고, 슈퍼컴퓨터로 그 예후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는 이때, 도시의 녹지와 습지는 더없이 중요하다. 녹지가 태부족해 도심의 열섬화가 타 도시에 비해 현저히 심한 인천은 머지않아 도시 곳곳에 ‘비오톱’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늦기 전에 ‘아라뱃길’부터 사업의 성격을 환원시켜야 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국지성 집중호우’로 사나워지기 전에. (인천in, 2010.7.?)

 
 
 

도시·인천

디딤돌 2009. 8. 17. 11:09

 

지구온난화로 변수가 복잡해져서 그랬는지 기상대가 시점을 예보하지 않았던 올해의 장마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초기 남중국의 수증기까지 받으며 막대한 위력을 발휘하다 주춤하긴 했어도 지루하게 오르내린 장마 덕분에 불볕더위는 예전보다 지체되었는데, 입춘이 지난 요즘 한낮의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이 더위는 언제 주춤하려나. 작년 가을, 겨울철새가 날아올 때까지 계속된 더위는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와 인근 외암도 주변의 오염된 갯벌에 보툴리늄 균을 창궐하게 했고, 감염된 구더기를 먹은 겨울철새들이 떼로 죽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올해는 무사할까. 형편없이 줄어든 인천의 갯벌은 겨울철새가 내려앉을 자리를 제한할 텐데, 이래저래 걱정이다.

 

나이 들면서 뜨끔해진 관절을 위해, 의사는 자주 걸으라고 권한다. 한데 아직은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쪼이는 거리를 걷는 일은 곤혹스럽다. 지하철 서너 정거장을 걷다보면 어깻죽지에서 시작된 땀은 어느새 허리를 타고 내러가 바지 뒤춤까지 척척하게 적시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가로수 그늘을 택하는데, 그늘이 하필 보행자도로의 일부를 차지하는 자전거도로에 멈출 때가 많다. 가로수가 보행자도로까지 드리워준다면 좋으련만. 빗물을 충분히 받으면 가지를 넓게 펼치며 자라 올라 그늘도 넓지만 대개의 가로수는 그런 호사에서 벗어나 있다. 딱딱한 땅에 박힌 채 방치된다. 빗물을 잘 흡수하도록 심은 가로수를 보행자도로를 따라 좌우에 배치한다면 그늘이 녹지의 터널처럼 이어질 텐데, 그런 거리는 인천에 매우 드물다.

 

입춘이 지나서 그럴까. 아침저녁으로 조금은 선선해졌는데, 벌써부터 청설모란 녀석이 아파트단지 둔덕에 심은 잣나무를 탐한다. 어디에서 왔을까. 청량산인가 문학산인가. 분명한 건 녹지가 예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청설모가 늘면 황조롱이나 삵이 따라 들어오겠지만 사람이 많은 도시는 어림도 없다. 청설모가 눈에 띄기 전, 직박구리가 먼저 눈에 띄었다. 갯벌을 메워 조성한 연수구 아파트단지에도 시간이 지나니 나무들로 우거졌고, 새들이 먼저 찾아왔으리라. 나무에 벌레가 생긴 걸까. 벌레가 있어야 새가 날아들고, 새가 있어야 도시의 녹지에 생동감이 깃드는데, 가로수에 살포되는 농약은 직박구리를 한동안 달아나게 했다.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겠지.

 

그늘이 없는 도시의 맨땅은 나무와 풀로 덮인 녹지에 비해 같은 시간에도 훨씬 뜨겁다. 가로수 아래에서 측정해도 온도계 눈금이 서너 칸은 내려간다. 도시에 녹지가 충분하다면 시민들은 에어컨 사용을 줄일 테니 전기료가 줄고, 그만큼 저축과 생활에 여유가 생기겠지. 책을 읽는 이도 다소 늘지 않을까. 에어컨을 컨 채 텔레비전만 보던 이웃이 녹지에서 만나 더 가까워질 테고, 컴퓨터게임에 몰두하던 아이들이 공놀이에 열중할 수 있겠다. 그런 순기능을 이해하는 시민들은 도시의 녹지 확보에 관심이 높아질 텐데, 그런 기미는 유럽의 도시와 달리 우리 사회에서 감지되지 않는다.

 

 

시민을 끌어들이는 도심 녹지

 

무더운 여름에 시민들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칠갑이 된 회색도시를 떠나려 집을 나선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한강둔치처럼 숲이 없는 인위적 공간은 금방 지치게 하고, 가까운 곳에 숲이 없는 바다는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한다. 역시 녹지가 주변에 있어야 휴식을 충분히 보장하는 모양이다. 거기가 어디일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숲이 도시에 있다면 많은 시민들은 남으려 하지 않을까. 하지만 숲을 잃은 도시에서 맑은 하천은 만나기 어렵다. 빗물을 완충하는 녹지가 없는 도시에서 하천은 물을 잃었거나 아예 복개돼 지도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녹지율은 선망하는 도시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아파트단지가 분양될 때마다 반드시 강조하는 녹지율은 설득력이 그만큼 높다는 거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나무가 울창한 녹지를 자랑한다. 왕이나 영주의 사냥터로 보전되었던 녹지도 더러 있지만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숲을 적극 도입한 도심의 공원이 많다. 조경학자은 녹지가 도시 면적의 30퍼센트보다 적으면 시민들은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는데, 그를 반영하는 걸까,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은 재개발 시 녹지부터 확보하고 인구가 밀집되는 도심에 넓은 숲을 조성하려 애쓴다. 용도가 끝난 관공서나 공장, 공항 터에 공원을 조성하는 건 예사고 도로를 지하로 옮긴 자리에 숲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녹지가 도심 안에서 고립되면 생명력이 약하다. 그런 녹지는 세심한 관리가 부족해지면 시들어버릴 수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도심의 녹지 사이는 물론이고 외곽의 광대한 녹지와 도심의 녹지를 연결하기 위해 동서와 남북, 그리고 동심원으로 녹지축을 구축한다. 그러자 도심에서 시민들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새는 외부의 씨앗을 떨어뜨려 녹지의 생명력을 높일 것이다. 도심 녹지의 보전을 위한 노력은 녹지축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물서식공간이라 말하는 이른바 ‘비오톱’(Biotop)을 녹지에 도입한다. 습지와 조화를 이루는 녹지에는 곤충과 새들이 모여들 테고, 생명이 깃드는 녹지에 시민들이 모여들 것이다. 최근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비오톱을 갖춘 녹지를 도시 면적의 50퍼센트까지 늘리려고 노력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시민들은 시원해진 동네에서 주말을 즐긴다고 한다.

 

한때 인천의 녹지가 다른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통계가 작성되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빗발친 적 있었다. 당시 타 도시와 산정 기준이 달랐다던 인천시는 강화와 옹진군의 녹지를 포함한다면 녹지율이 낮은 게 아니라고 변명했는데, 시민들이 민감했던 건, 도심의 녹지가 숨이 막힐 정도로 부족하다는 걸 수치로 확인했기 때문이지 외곽의 녹지에 위안을 받고자 한 게 아니었다. 이후 공원에 나무를 심고 ‘학교숲’과 자투리녹지 들을 적극 조성하며, 재개발 터에 녹지를 우선 확보하려는 시당국의 노력에 힘입어 도심의 녹지율이 어느 정도 개선돼 왔다. 그런데도 인천의 시민들은 여전히 녹지에 목마르다. 대형 건물에 비한 상대적 녹지 증가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인천시 녹지의 꿈

 

2006년 산림청에서 주관한 산림행정평가 가운데 ‘도시 숲 조성 관리 분야’에서 광역시 중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인천시는 ‘생명의 숲’이라 이름붙인 도심 녹지를 2010년까지 1천만평방미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를 위해 공공부문은 도시공원과 자투리땅에 녹지를 조성하고, 민간은 사유지에 나무를 심도록 유도하겠다는 거다. 구체적인 계획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2006년과 2007년에 시내 70여 군데의 자투리땅에 24만 평방미터의 녹지를 이미 조성한 ‘도심 속 웰빙 녹지’는 앞으로 계속될 거고, 관공서 담장을 허문 자리에 녹지를 만들고 건물 옥상을 녹화하겠다고 한다. ‘걷고 싶은 거리’와 ‘테마가 있는 녹색길’ 그리고 ‘시가지 녹화’를 30개소 이상 추진하는 한편, 2010년까지 시내 340여 학교에 담을 허물어 자연학습장과 생태숲을 조성하겠다는 시는 인천대공원을 비롯한 15개 공원에 녹지를 확충하겠다고 천명했다. 예산까지 구체적으로 계상한 인천시는 2002년 일인당 5.7평방미터였던 도시공원 면적을 2010년까지 11.2평방미터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식 개장하기 전에 청소년을 위해 임시로 문을 연, 부평구 청천1동 장수산의 생태숲이 그중 하나가 될 것인가. “지난 2005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인천 생태숲은 시내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우수하고 굴포천과 연결돼 생태하천과 숲을 동시에 아우른 자연체험학습장 역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부평구 관계자가 소개한 그 숲은 현재 명칭을 공모하는 중인데, 1200여 평방미터의 부지에 지하와 지상 2층 규모를 가진 ‘자연교육센터’가 들어섰고, 돔형 ‘나비 생태관’을 비롯해 흙의 정원, 수생식물원, 습지원, 들꽃동산이 단장되었으며, 단풍나무숲길, 팽나무숲, 은행나무숲, 벚나무숲길과 같은 테마 숲이 조성돼 있다. 물놀이 같은 가족 단위의 휴식은 물론이고 곤충표본 만들기 같은 학교 단위의 생태 체험이 가능하다는 장수산의 생태숲은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라는데,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안정된 숲에 건물과 학습시설을 넣기보다 무너져가는 생태 공간, 다시 말해 비닐하우스가 난립된 그린벨트를 복원하며 생태숲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관심 있는 시민들과 더불어 모색했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인천시가 계획하는 ‘도심 속 웰빙 녹지’에 도로 중앙의 녹지도 포함돼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나무와 그 사이에 심은 풀들로 도로 중앙을 분리하자 회색도시가 한결 시원해졌으며 교통사고도 크게 줄었을 게 틀림없다. 차선의 폭이 다소 줄어 접촉사고의 가능성은 높아졌을 테지만, 그건 제한속도를 낮추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넓은 도로의 가운데 나무를 심는 예가 흔한 유럽을 보자. 주택이 밀집되고 학교에서 가까운 도로를 우리처럼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도시는 드물다. 시속 8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엔진과 타이어 마찰 소음으로 시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심하지만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될 수 없다.

 

도심에서 시속 30킬로미터 이상 달릴 수 없는 독일의 도로는 차선폭이 좁을 뿐이 아니라 이면도로의 주차장에 나무를 심고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 사이에 나무를 심어 걷는 이나 자전거를 타는 이가 가로수 터널을 지나도록 배려했다. 인천도 자동차도로 다이어트에 이은 자전거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차선폭을 줄여 여유가 생긴 도로 가장자리에 자전거도로를 확보하는 공사로 체증이 빚어지자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제기하지만 인천시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편리한 도로를 만들어 자동차 이용을 줄이려는 시도라면서, 자동차가 줄면 에너지 절약과 대기오염 감소의 효과가 생길 테고, 자전거의 안전한 이용으로 시민들의 건강도 도모할 수 있으니 불편을 조금 참아달라고 당부한다. 한데 자전거도로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 그런지 승용차를 포기하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 같지 않다.

 

프랑스 파리의 어떤 구는 자동차 주차장이 모자라다는 민원을 역발상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자동차 주차장을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자전거 주차장을 확보한 뒤, 집에서 학교와 상가와 관공서를 편리하게 이어주는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는 게 아닌가. 물론 그 과정에서 시민들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한 것은 물론이었다. 시방 인천에서 이는 자전거도로 관련 민원은 충분한 논의가 생략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일방적인 홍보나 설득보다 시민들이 스스로 공감할 수 있는 논의가 아쉬웠는데, 앞으로 시민의 의견을 소중하게 들을 필요가 자주 생길 것이다. 차도와 붙은 자전거도로가 햇볕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겠지만, 자전거도로를 함부로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포함해 자전거도로에 주차하는 자동차와 줄지어 정차하고 있는 택시들을 단속할 이유가 있으므로. 단속 경찰력이 부족하다면 요즘 유행하는 파파라치 제도를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외국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승용차가 줄어드는 만큼 이용객이 늘어날 테니 택시들은 자전거의 통행을 방해하면 안 된다.

 

우리의 도심 녹지도 앞으로 녹지축으로 연결해야 한다. 관교동에서 문화예술화관을 거쳐 시청을 지나 동암역까지 이어지는 중앙공원은 도로로 뚝뚝 끊어져 시민들의 적극적 이용을 방해할 뿐 아니라 외부 생태계 동식물의 유입도 차단한다. 인천시에서 끊어진 외곽 S자 녹지축을 연결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그 사업과 더불어 외곽과 도심의 녹지를 녹지축으로 연결할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도심 녹지에 살포하는 농약은 시기와 종류에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후손으로 이어지는 녹지를 위해

 

인천시는 그린벨트에 흩어진 비닐하우스가 지저분하다며 그 자리에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구체화된다면 도심 녹지의 생태적 가치는 그만큼 위축될 것이다. 오로지 잔디만 심는 골프장은 결코 생태적일 수 없다. 어지러운 비닐하우스는 정비해야 옳지만 그 방법이 일부 시민들만 이용할 골프장일 수 없어야 한다. 유럽과 일본은 도시 외곽에 주말농장을 조성한 뒤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준다. 주말농장은 자체로 훌륭한 녹지다. 시민의 의견을 참고해 이용 원칙을 만든다면 인천시는 녹지를 확보하면서 그린벨트를 정비하고 시민들의 여가 선용의 기회도 늘일 수 있다.

 

비 내릴 때 흥건했던 물이 그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지는 인천은 사막이다. 빗물이 건물로 스며들면 수해가 발생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막의 녹지는 강우량과 관계없이 건강할 수 없다. 빗물이 고이면서 피해가 완충될 뿐 아니라 지하수를 공급하는 비오톱을 도시 곳곳에 조성하고, 비오톱에 넘치는 빗물이 인근의 하천에 흘러들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수해 방지와 더불어 녹지의 연결을 위해 바람직하다. 도시가 사막화된 이후 인천의 작은 하천들은 물을 제대로 흘리지 못한다. 비오톱이 늘어나면 수량이 다소 늘겠지만 한계가 있다. 지붕 넓은 건물의 옥상을 녹화하면서 빗물을 재활용하고, 여분의 빗물을 비오톱으로 유도한다면 하천은 흐르는 물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종말처리장에 모인 하수를 정화한 뒤 바다로 한꺼번에 방류하는 건 아까운 일이다. 중간마다 조금씩 처리한 하수를 도시의 하천으로 흘리며 재활용하는 편이 녹지의 보전과 연결을 위해 바람직하고 나아가 에너지와 자원 절약에도 기여할 것이다.

 

최근 승기천을 포함해 굴포천과 장수천과 공촌촌과 나진포천 48여 킬로미터가 자연형으로 단장되었다. 115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어도 자연형이지 자연은 아니므로 아직 살아난 건 아니다. 많은 자연형 하천에서 서식 가능성이 있는 동식물을 방생부터 하는데, 성급한 마음이다. 어떤 생물이 현재 어떻게 분포하는지부터 미리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바탕에서 적합한 동식물을 조금씩 도입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도입한 생물을 보전하거나 포기해야 한다. 시는 관련 조례로 관심 있는 시민의 모니터링을 적극 후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조성한 자연형 하천을 시민 이용시설로 활용하려는 일부 지자체의 욕심이 지나쳐 생물 서식공간이 위축되거나 파괴되는 경우가 빚어지기도 한다. 하천을 따라 흐르는 녹지를 후손에게 온전히 보전하고자 한다면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이용과 보전의 조화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천 녹지의 두드러진 특징은 역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갯벌에 있다. 인천은 갯벌이 있기에 육지의 녹지도 건강할 수 있었다. 새들이 오고갈 뿐이 아니라 갯벌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육지에 공급되고, 육지의 유기물질이 갯벌에서 정화하지 않던가. 인천의 갯벌은 현재 거의 매립돼,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 둥지를 친 저어새가 먹이를 위해 즐겨 찾는 송도신도시 11공구를 제외하면 강화도 일원에 남아있을 뿐이다. 한데 강화도 주변 갯벌도 조력발전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육상의 어느 생태 공간보다 플랑크톤과 생물종의 분포 밀도가 풍부한 인천시의 갯벌은 지구촌에서 가장 빼어난 녹지 중의 하나이지만 녹지의 역할에서 머무는 것도 아니다. 태풍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까지 예방한다. 막대한 탄소동화작용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갯벌을 지금처럼 거듭 매립하여 개발한다면 우리는 후손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더욱 강해진 태풍과 그로 인한 해일과 너울이 해안에서 부서지지 않은 채 육지로 넘나들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을 테니까.

 

자연에서 태어난 사람은 녹지가 주변에 풍부해야 건강한데, 그건 후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선조가 물려준 방대한 녹지를 마구 개발해 없앴고 그 자리에 거대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세운 뒤 아스팔트로 덮었다. 그런 시설물들은 높거나 넓을수록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재생이 어려운 쓰레기를 양산한다.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 에너지 위기와 지구온난화가 이미 코앞인데 우리는 후손의 삶을 어떻게 배려해야 옳을까. 인천의 녹지는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도 개발 속도와 견준다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후손이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최소한 녹지의 순기능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발의 규모를 조적해야 한다. 여전히 부족한 인천의 녹지는 후손의 생명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리뷰인천, 2009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