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21. 9. 18. 10:49

 

1960년대까지 세계를 풍미한 바나나 품종 그로미셸이었지만 현재 자취를 감췄다. 뿌리를 썩게 만들며 창궐하는 곰팡이 때문인데, 캐번디시가 빈자리를 메웠다. 그로미셀보다 풍미가 덜한 캐번디시도 곰팡이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는 바나나가 멸종위기에 몰렸다고 경고한다.

 

필리핀이든 파나마든, 뿌리로 분양한 바나나의 유전자는 한 그루처럼 똑같다. 최고 효율로 막대한 이윤을 독점하려는 다국적기업은 바나나의 유전자를 획일화했다. 바나나만이 아니다. 세계 소비량의 80%를 점령한 미국의 아몬드도 비슷하다. 2월 중순 한꺼번에 아몬드의 꽃가루 수정을 위해 북중미와 남미 그리고 유럽에서 캘리포니아 아몬드밭으로 몰려오는 꿀벌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효율화가 빚은 결과다. 멀쩡해도 구제역 핑계로 살처분하는 세계의 모든 돼지, 근처에 조류독감바이러스가 검출된 조류 분변이 있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죽이는 닭, 오리, 메추리가 그렇다.

 

최근 우리나라에 과수화상병이 돈다. 사람 사이의 코로나19처럼 과일나무 사이로 전파되는 과수화상병은 코로나19처럼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다. 확산을 막으려는 당국은 감염된 나무의 반경 100미터 이내의 모든 과일나무를 잘라내 파묻고 향후 5년 동안 과수원을 금지한다. 기후변화로 주산지가 북상하는 사과나무는 100년 뒤 북한에 심어야 할 거로 환경부가 예측한 바 있다. 기후위기는 심화하는데, 이러다 제사상에 사과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지난 5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의 일부 개정을 예고했고, 생활협동단체를 비롯해 환경단체에서 크게 비판한 바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유전자가위 기술의 묵인에 있다. 정부는 같은 종 내 유전자 교환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식품 관련 산업계의 주장을 대변하지만, 같은 종인가 아닌가와 관계없이, 조작한 유전자는 생태계에서 안정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등한시했다. 엄격한 실험실 조건에서 나온 결과를 생태계에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외면했다. 뜻하지 않게 이동, 변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같은 종이라도 GMO로 인식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그 점을 강조하면서 유전자가위 기술의 도입과 그 승인 또는 묵인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사진: 유전자 가위 기술의 이미지. 산자부는 유전자 가위 기술로 같은 종의 유전자를 조작해 변형한 농작물의 규제를 풀 의도의 입법을 예고해 파란을 일으킨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20162월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미 정보국은 살아있는 세포 DNA를 변경하는 유전자편집, 그중 유전자가위(CRISPR) 기술을 대량 파괴와 확산의 무기로 상정했다. "살인 모기"의 예처럼, 주식을 위해 파종하는 농작물을 없애는 전염병의 가능성 여부, 심지어 사람들의 DNA를 잘라버리는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독특한 식문화를 가진 어떤 인종에게 불리하도록, 유전자가위 기술로 특정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합을 변형하여 은밀하게 유포할 가능성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대량 학살 생물학무기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설계할 수 있다는 미 정보국의 상상은 우리는 전율하게 한다. 미 정보국의 상상력은 허구가 아니다. 우리 산자부에서 제안하는 개정안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얼마든지 악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완충력을 말소하는 유전적 단순화를 경계해야 한다. 다수확을 위해 농작물을 단순화한 녹색혁명은 지역적 단작을 몰고왔고, 녹색혁명은 다수확의 필수조건인 과도한 화학농업을 확산해 돌이키기 어려운 문제를 농업계에 퍼뜨렸는데, GMO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글리포세이트로 인한 생태계 파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유전자 획일화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어떨까?

 

유전자기위 기술이 이끌 농작물, 또는 축산물 유전자의 극단적인 획일화는 기후위기 시대에 파국을 앞당길 게 틀림없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동원해 극복할 가능성이 겨우 보이는 코로나19보다 안전할 거로 확신할 수 없다. 종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유전다양성을 잃은 농수축산물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그 여파는 인류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유전자가위라니! 기업의 이권을 외면할 수 없는 산자부일지라도, 국민의 생명을 앞장서서 위협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생태계의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가위 기술은 제한되어야 한다. ‘사전예방원칙에 의거한 신뢰할 안정성 확보 없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정책을 정부에서 마련할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산업은 생태계 안전이 기반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여기, 2021.9.16)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1. 9. 8. 22:24

 

1973년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의 행동을 연구해 노벨상을 받았다. 얼마 전, 유럽과 미국은 꿀벌이 사라진다고 낙심했는데 프리슈가 연구하던 시절은 꿀벌이 많았나 보다. 애벌레와 꿀이 벌통에 가득한데 돌아오지 않아서 전문가는 꿀벌 집단 붕괴 현상이라 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은 4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사람은 잘 버틴다. 꿀벌 집단은 붕괴를 모면했을까?

 

여왕벌 한 마리가 낳는 알로 집단을 만드는 꿀벌은 유전 다양성의 폭이 원래 크지 않다. 봄이면 일벌은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 먹은 여왕벌을 새로 옹립하고, 여왕벌 한 마리는 추종하는 일벌 무더기와 벌통을 떠난다. 양봉업자는 일벌 무리에서 여왕벌을 찾아 새 벌통에 넣고 집단을 늘렸는데, 요즘 그런 양봉업자는 드물다. 공장에서 여왕벌, 약간의 수벌, 백여 일벌을 플라스틱 통에 넣고 대량으로 판다고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의 저자는 미국의 실상을 전했다.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더 많은 꿀을 빨리 모으는 품종이 널리 보급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꿀벌 유전자는 획일화되었다. 양봉업자는 꿀을 많이 모았지만, 바이러스와 세균, 곰팡이와 천적에 거듭 노출되면서 속수무책이 되었다. 약효를 잃자 강력한 살충제로 바꿔 뿌렸지만, 두세 차례 반복되자 꿀벌이 죽어갔다. 수십 약제에 중독된 꿀벌의 집단붕괴현상은 아몬드 농장에서 퍼져나갔다. 남보다 빨리 더 많은 아몬드를 수확하려고 유전자를 획일화한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농장에 미국, 캐나다, 중남미도 모자라 유럽의 꿀벌까지 꽃가루 수정을 위해 끌어모으자, 확산한 것이다.

 

과일이 지나치게 매달리는 과수원 나무들은 유전자가 거의 같다. 과일이 무엇이든, 어느 나라나, 사정이 비슷하다. 캐번디시 품종 바나나는 세계가 한 그루와 다름없다. 그러자 영양배지 속의 곰팡이처럼 질병이 급격히 퍼진다. 전문가는 멸종을 걱정한다. 재배환경을 유지한다면 기대를 충족하겠지만, 기후가 변한다.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는 다양성을 잃은 생물에 질병을 안긴 것이다. 조류독감에 속수무책인 닭과 오리와 칠면조도 그렇다. 구제역에 살처분되는 돼지와 소는 아니 그럴까?

 

사진: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먹을 과일의 종류와 양이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출처는 인터넷)

 

타고난 유전자를 획일화하며 효율화하자 최대 이익을 챙겼지만, 잠시였다. 탐욕은 종말을 예고한다. 다양성을 잃자 환경변화 적응력을 상실한 농촌과 생태계는 암울하다. 대안을 잃은 농부는 더욱 막대한 화석연료를 퍼부으며 경작 환경을 유지하면서 질병들을 차단하려 몸부림치지만, 한계가 다가온다. 낭떠러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농작물과 축산물의 효율화에 넋을 잃었을까? 장단 맞추며 인구를 턱없이 늘린 사람의 운명은 어떨까? 더 높고 더 넓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생태계를 마구 짓밟고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펑펑 가동하는 사람은 어떤 내일을 기대하는가?(갯벌과물떼새, 2021년 9월호)

 
 
 

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16. 7. 3. 03:00


몇 해 전,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 굳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라 고집하는 한 과학잡지가 특집을 마련했다. GMO를 연구하는 생명공학자의 주장을 근거로 앞으로 100억 가까이 증가할 지구촌 인구의 부족한 식량을 유전자 변형 식품이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내용이었다. 그 잡지는 GMO가 환경이나 인체에 해를 미치지 않도록 과학기술계에서 얼마나 애를 쓰는지 눈물겹게 전했다.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단장도 화답했다. “유전자 변형 작물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에 밀려서 우리 정부가 이 연구에 늦게 지원해 못내아쉬워한 그는 연간 15조 원에 달하는 기술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 식탁은 외국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이 된다며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발굴한 유전자가 국제 특허를 얻는 것이 당면한 과제임을 주장했다. 나아가 세계 최초로 벼 유전자를 속속들이 밝혀낸 우리 기술이 드디어 세계 종자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출발을 했다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과학잡지의 예견은 어느새 현실이 돼 가는가? 지난 정권에서 사라질 뻔했던 농촌진흥청은 배은망덕에 나선다. 농민들의 요구 덕분에 조직이 살아남았건만, GMO 벼 생산으로 농민을 위협하는데 앞장서는 게 아닌가. 산업용 쌀이므로 괜찮다고 둘러대지만 GMO 벼를 심은 논은 일반 벼를 심은 논과 아주 가깝다. 꽃가루로 수정하는 식물이 벼다. GMO 벼의 꽃가루가 쥐도 아닌데, 1미터 안팎의 철망 울타리로 안전을 장담한다. GMO 벼의 조작 유전자가 일반 벼에 퍼진 사례가 미국에 있건만 사람이 직접 먹지 산업용이므로 괜찮다는 주장을 농촌진흥청은 근거 없이 늘어놓는다.


GMO 연구자나 교수들은 농사지은 적이 거의 없을 게 분명하다. 외국에 넘어간 식량주권에 안타까워하지 않은 그들은 우리의 농촌 현실과 후손에게 닥칠 식량 위기에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 식량자급률이 30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재배하는 농작물 종자의 대부분을 외국회사에 의존한다는 점도 걱정하지 않았다. GMO로 세계 종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무진 꿈보다 시급한 현황, 다시 말해 우리 식량자급의 처참한 현실에 둔감한 전문가들은 부가가치, 즉 돈벌이부터 따진다. 심화되는 지구온난화와 석유위기 시대에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이 치솟을 세계 식량의 위기가 예견되건만, GMO 타령에 그친다.


조작된 유전자는 잘 퍼져나간다. GMO의 특징이 그렇다. 중금속을 잘 흡수하는 올챙이 유전자는 우리나라 생명공학자에 의해 현사시나무와 포플러에 옮겨졌지만, 그 유전자는 다른 식물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고 담당 연구자가 경고한 적 있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더욱 주의해야 할지 모른다. GMO에 들어간 이질 유전자가 음식을 통해 사람의 유전자를 조작할 가능성은 없을까? GMO를 개발하는 다국적기업에 예속되지 않은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GMO 농작물을 생산 공급하는 다국적기업은 수만분의일 정도로 낮은 확률이라고 애써 무시하지만, 우리가 먹는 농작물 속의 유전자는 수만 개가 아니다. 그보다 무시무시하게 많다.


GMO 유채에 들어간 조작 유전자는 꽃가루를 타고 일반 유채에 들어간다. 제초제를 뿌려도 끄떡없도록 조작된 콩의 유전자가 콩에 머물지 않고 잡초로 옮겨가면서 농민들의 손실이 커진 미국의 사례는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게다가 GMO 자체가 안전한 물질이 아니다. 실험용 쥐에 GMO 감자를 먹이자 뇌와 심장이 수축되고 면역기관이 비대해져 죽는 현상은 다른 GMO 작물로 확산된다. GMO 옥수수를 먹인 닭의 폐사율이 그렇지 않은 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현상이 사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GMO 사료를 먹인 가축의 고기나 계란이나 우유는 괜찮을까? 안전을 의심할만한 연구결과가 이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사료뿐 아니라 식용으로 GMO 농작물을 가장 많이 수입한다.


시민단체의 반대가 빗발치자 우리 정부는 사람이 직접 먹는 GMO는 수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 있다. 현실은 어떤가? 전북 김제평야 근처에 심은 GMO 벼는 산업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디에 쓸 산업용인지 농촌진흥청은 용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산업용을 식용으로 둔갑시키지 못하도록 감시하거나 처벌하는 제도를 사전에 확보하지 않았다. GMO를 가장 많이 개발해온 미국도 자국민의 주식인 밀은 극히 조심한다. GMO 밀을 개발했지만 자국민에게 보급할 생각이 없다. 산업용도 마찬가지다. 식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우리 정부는 자국민의 식탁을 오염시키려고 혈안이다. 산업용 GMO 벼는 생산량이 얼마 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럴까? 꽃가루가 바람으로 이동하는 한 걱정은 태산만큼 커진다. 일반 벼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지역에서 생산한 벼는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농민의 파산이 뒤따를 것은 불문가지다.


우리가 막대하게 수입하는 GMO 농작물은 대부분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몬산토가 보급한 씨앗의 산물이다. 그 중 라운드 업 레디 소이빈이라는 별칭을 가진 콩은 몬산토가 독점 판매하는 제초제, ‘라운드 업을 뿌려야 생산이 가능하다. 모든 식물을 말라죽게 만드는 그 라운드 업의 주성분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글라이포세이트라는 독성물질이다. 몬산토의 GMO 콩은 라운드 업을 뿌려도 끄떡없지만 그 콩에 글라이포세이트가 묻어 있을 수 있다. 그뿐인가? ‘라운드 업이 땅속에 남는 관계로 전통 농작물을 심기 꺼림칙하다. 한 번 GMO 콩을 심으면 계속 몬산토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악명을 가진 몬산토다운 전략일 텐데, 시방 열대우림 아마존은 GMO 콩을 심느라 대규모로 연실 파괴되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마존에 존재하는 열대우림은 단일한 품종의 농작물을 드넓게 심는 이른바 플랜트 농업에 아주 취약하다. 땅 위의 생태계는 다채롭고 풍부하지만 땅 속의 생태계는 온대지방이나 한대지방에 비해 단순하고 영양분이 척박하다. 그런 열대우림을 거대하게 파괴하고 심는 농작물은 화학비료는 물론이고 살충제와 제초제 없이 경작이 불가능하다. GMO 콩을 심은 아마존 일원은 땅과 물이 글라이포세이트에 오염되니 생수를 구할 수 없는 원주민들은 죽거나 내쫓길 수밖에 없다. 베트남 우림에 뿌린 고엽제와 비슷한 현상일 텐데, 그 고엽제도 몬산토에서 개발해 독점 판매했다.


가난해도 자급자족하므로 풍요롭던 지역에 대단위로 조성한 플랜트 농축산단지는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그친 게 아니다. 다채로웠던 생태계를 몇 가지 안 되는 농축산물로 획일화하지만 그 농축산물들은 지역의 가난한 사람에게 공급하지 않는다. 구입할 외화가 없으므로 소외된다. 플랜트 농업은 서구인의 기호식품이나 가공식품의 원자재로 팔려나갈 뿐이다. 다양성을 잃어 허약해진 생태계는 환경변화에 취약하다. 가뭄과 홍수에 기반을 잃을 수 있는데, 유전자가 단순한 농작물은 그때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몬산토와 같은 다국적기업이 독점 보급하는 GMO가 특히 그렇다. 농부는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세계는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식량자본에 예속돼 있다. 그들이 식량을 적시에 적량 공급하지 않으면 외화가 부족한 국가는 당장 굶주려야 한다. 식량 가격은 폭등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키겠지. 세계인들의 식탁은 한동안 위축되고 단조로워지겠지만 다국적기업은 큰돈을 벌어들이겠지. 우리의 느슨한 기준치보다 무려 130배 이상 고독성 농약으로 오염된 밀을 수출국에 되돌려 보내지 못한 우리는 아직 돈이 있으므로 안심할 수 있을까? 내 돈 내고 머리 조아리며 식량을 수입하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안전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믿고 GMO 농작물을 전 세계에 획일적으로 심은 이후, 작황이 곤두박질친다면? 지구촌 인구들은 굶주려야 한다. 콩이 그렇다. 우리는 두부를 참아야 할 것이다. 가축 사료로 막대하게 사용하는 옥수수가 그렇다. 그 옥수수를 당분으로 가공해 넣는 수많은 식품들이 사라질 수 있다. 대형 슈퍼마켓에 전시 판매하는 가공식품의 절반 이상에 옥수수 성분이 들어간다. 대부분 GMO일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나라는 주곡인 벼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GMO 벼가 퍼지면 퍼질수록 우리 농촌은 피폐해지고 말 것이다.


과학기술은 본래 허점이 많다. 돈벌이를 먼저 생각하는 과학일수록 연구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많다. 양심 있는 과학자라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완벽하다 주장하지 못한다. 자본의 이익을 위해 개발한 식품의 안전성은 연구자가 확신하기 어렵지만 현실은 어떤가?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안전하다는 신화가 차고 넘친다. 의약품은 나름대로 객관적 안전을 검증했어도 10년 이상 안전한 의약품은 얼마나 되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은 무엇을 웅변하는가? 불확실성이 농후한 GMO는 편집된 안전만 강조될 뿐이다.


특정 해충을 죽이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옥수수와 감자가 세계로 확산된 이후 그 농작물 때문에 곤충과 쥐가 죽어나간다면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게 무너질 수 있다. 연구자는 애초 예상하지 않았겠지만 쥐와 곤충을 죽이는 현상은 일회성이 아니다. 감자와 옥수수가 그렇다. 유전자가 조작된 농작물이나 축산물이 앞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일으킬지 현재 아무도 모른다. 생태계에 삶을 기대는 인간은 언제까지 안심할 수 있을까? 메론 향 돼지고기를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한다면, 그 고기를 즐겨 먹은 사람의 몸에서 메론 향이 생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메론 향 오줌을 누는 아이를 낳는 상상은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량은 상품이 아니라 이웃과 나누는 음식이었다. 음식으로 돈벌이에 나설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GMO가 식량증산의 대안이라고? 다국적기업이 보급하는 GMO는 식량증산과 무관하다. 그저 돈이 목적일 뿐이다. 다국적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후손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자학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자연에서 건강하게 살아온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자연을 물려주어야 하나? 자식이라면 재산과 생명도 다 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라면 후손에게 어떤 먹을거리를 건네주어야 할까?


돈벌이를 염두에 둔 과학기술이 안전을 되뇌며 내놓는 GMO는 에덴동산의 사과. 유럽에는 방사선 조사 식품에 이어 GMO가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회원이 많게는 수백만 적게는 수십만인 시민단체에서 불매운동을 언질하자, 지레 겁먹은 식품회사에서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런 불매운동이 가능해야하는데, 아쉽게 식품회사를 움직일 만큼 거대한 시민단체가 드물다. 잠시 불붙던 불매운동도 지속되지 않아 무시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두드리면 열린다. 거세게 두드릴수록 빨리 열릴 터. 시민단체의 힘이 부족하다면 소비자가 직접 나설 수 있다. 제철 제 고장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생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늘어나지 않던가. 종교인들이 앞장설 수 있다. 창조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가 GMO. GMO를 거부하는 운동을 교회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펼치면 어떨까? GMO 벼로 자국민을 위협하는 농촌진흥청의 행태에 분노하며 아예 모든 GMO가 시장에서 철수하게 행동할 수 있을 텐데. 들불처럼 불매운동을 전개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을 텐데. (가톨릭평론, 20167-8월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