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2. 1. 14. 10:38

 

2022년 현재, 지구 가장자리 지층은 안전한가? 2021년은 홀로세라는 지층의 이름을 인류세(anthropocene)’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네덜란드 화학자, 1995년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이 세상을 떠난 해다. 2000년 세계층서위원회에 모여 홀로세 지층의 위기를 걱정하던 중, 무뚝뚝하게 인류세로 변경하자고 제안한 그는 20년이 지나도 회복될 기미가 없자, 자신의 삶을 홀연히 마감했다.

 

대유행의 규모를 4차례 키운 2021년 코로나19 파고를 이어받은 2022년은 감염병 파고에서 벗어나려나? 세계를 휩쓰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리나라에 와서 아직 잠잠하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경각심을 내려놓는 순간 여지없이 규모를 키우는 감염병이 아닌가. 강화한 거리두기와 백신 효과로 델타변이는 숨죽이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 바통을 받으면 달라지리라 전문가는 전망한다. 하루 1만 명 이상 확진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언제 일상을 되찾을까?

 

방역을 선도한다고 자부하는 우리뿐 아니라 의학 수준이 눈부신 해외 국가마다 코로나19 퇴치에 막대한 예산, 인력, 에너지를 동원하지만, 분명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전문가는 막중한 노력으로 어떻게든 억누를 코로나19보다 그 이후를 걱정한다. 기후변화로 녹는 동토층을 뚫고 창궐할 감염병이 한둘 아니라는 거다. 병증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코로나19 상흔이 얼룩진 지층에 만연한다면 어떤 재앙으로 이어질까?

 

사진: 농작물이든 산림이든, 뿌리가 땅 속 깊이 퍼져 건강할 때 대기의 온실가스가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줄어든다는 의미. 유기농업이라도 땅 위에서 비료를 살포한다면 땅속 생태계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 대기의 탄소가 땅속에 들어가 고정될 때 기후위기는 가장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학자들은 확신한다. (사진은 인터넛에서)

 

온난했던 홀로세 지층에 다채로운 생물이 복잡하게 어우러지는 생태계가 안정적이었다. 홀로세에 농사를 시작한 인류는 땅과 흙에서 번성해왔지만, 지나친 탐욕으로 파탄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래서 인류세다. 콘크리트로 연결이 차단된 인류세 생태계는 생물다양성이 단순해지면서 재해에 대한 완충력을 잃었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기상이변은 인류세 지층에 어떤 감염병을 퍼뜨릴지 모른다. 생태계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빗발칠 감염병은 코로나19보다 위험할 텐데, 대책은 디지털이다. 땅과 흙을 망각하며 허공을 헤맨다.

 

코로나19만이 아니다. 사스와 메르스도 박쥐가 매개했다. 비둘기만큼 커다란 박쥐는 감염병 이전에도 먹어왔는데, 요즘 사람 사이로 퍼진 이유가 무엇일까? 인류세를 맞은 땅과 흙이 황폐해진 까닭이다. 파괴된 생태계에서 퍼진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사람으로 급속히 번졌다. 결국 화석연료의 과소비가 부른 부메랑인데, 디지털로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겠다고 나선다. 디지털은 신기루다. 겉보기에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화석연료 없으면 작동이 아예 불가능하다.

 

최근 한 텔레비전 뉴스는 기후위기 대응으로 디지털 농업을 연속 소개했다. 거대한 온실에서 인공지능으로 8배 이상 수확할 뿐 아니라 운송 거리 감소로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다고 소개했다. 그럴까? 1만 년 전부터 생태계와 기온이 안정된 홀로세의 땅에서 다채롭게 농사지어온 구태를 내팽개치는 걸까? 생명공학 기술이 창안한 배양육 보도 역시 비슷한 논조였는데, 신기루다. 기술과 장비를 보급하려는 기업의 자료를 편집했지만, , , 생태계와 문화, 그리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온 숱한 생물을 철저히 배제했다.

 

인간은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한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의미인데, 생태적 동물이다. 생태계에 뒤늦게 동참한 사람은 땅과 흙을 떠나면 생존할 수 없다. 가혹한 재난을 부르는 기후위기는 탐욕스런 화석연료 소비가 땅과 하늘과 바다의 생태계를 파국으로 내몰았기 때문인데, 생태계를 배제하는 교만한 대응으로 기후위기가 극복될까? 디지털로 규격화한 농작물과 식품으로 모든 인류가 행복에 겨울 수 있을까?

 

땅을 물질로 파악하는 디지털은 기후위기 대응일 수 없다. 미래세대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다. 코로나19를 초대한 화학농업과 공장식 축산을 예찬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달라야 한다. 땅과 흙이 살아난 마을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이웃에 생태계는 물론, 선조와 미래세대의 삶과 문화가 포함되어야 인류세는 파국을 면할 수 있다. (기호일보, 2022.1.14.)

 
 
 

공동체·인간

디딤돌 2021. 12. 31. 15:22

 

사회 일각의 치킨 논란이 뜨겁다. 유명한 음식 평론가가 우리 치킨은 작고 맛이 없다고 비판하자 양계업자들이 울분을 토했는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논란에 슬며시 끼어든 형국이다. 외국인들이 다시 먹고 싶은 우리 음식의 1위가 치킨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대부분 3kg인 외국과 달리 1.5kg에 불과한 우리 육계는 해외 종자일 뿐 아니라 수입 사료에 의존하고 튀김용 기름은 물론, 요리 주재료도 수입한다고 평론가는 덧붙였는데, 해마다 10억 마리 가까이 튀기는 우리 치킨은 고유 음식이 아닐까?

 

어릴 적 아버지가 어쩌다 통닭 한 마리 들고 오면 꼬맹이들은 잔치 기분으로 들떴는데, 요즘 통닭은 없다. 치킨이란다. 고유 음식이라면 이름이 외래어일 리 없다. 양념이 다채로운 우리 치킨은 독특한 풍미를 내세우는데, 무엇보다 육질이 부드럽다고 자랑한다. 그도 그럴게, 1.5kg에 맞춰 고작 4주 살리지 않았나. 부드럽다기보다 물렁물렁한데, 마당을 헤집으며 벌레 잡은 적 없으니 절대 쫄깃할 수 없다. 가마솥으로 고아낸 백숙과 달리 병아리가 빼곡한 양계장에서 사료만 축낸 치킨은 뼈마저 부드럽다.

 

두루미와 겨울철새가 내려앉는 요즘, 서해안 일원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여지없이 검출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갯벌 지역을 찾은 철새는 먼 거리를 쉼 없이 날아 기진맥진이다. 서둘러 체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주변에 먹이는 물론이고 쉴 자리가 태부족하다. 논밭에서 탈곡 뒤 떨어진 알곡을 찾을 때가 있었지만, 대규모 양계장과 축사가 그 기회마저 차단했다. 둘둘 만 볏짚 사이에 젖산균을 넣고 비닐로 뒤집어씌운 건포 사일리지가 들판에 쌓였어도 철새 몫이 아니다. 주변의 축사로 향할 것이다.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철새의 분변에 바이러스가 늘었다.

 

독감에 걸리더라도 며칠 푹 쉬며 잘 먹으면 사람도 철새도 쉽게 회복되지만, 요즘은 다르다. 분변 씻어내던 갯벌이 논밭으로 바뀌더니 커다란 양계장과 축사가 거듭 들어섰다. 양계장 환기구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철새 분변을 빨아들인다. 철새 분변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되더라도 살처분으로 이어지는데, 병아리가 바글대는 양계장은 오죽하겠는가? 고병원성이라면 반경 3km 이내의 닭과 오리, 메추리도 모조리 죽인다. 양계장 간격을 3km 이상 띄었다면 죽일 가금을 줄이고 살처분 인부의 과로사도 피하겠지만, 해마다 10억 마리의 치킨을 감당하려면 대안이 없다며, 정부 관계자는 단호하다.

 

갯벌과 모래, 크고 작은 섬들이 파고를 막아주는 우리 서해안은 리아스식이다. 예로부터 리아스식 해안은 재난에 안전할 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의 터전이 되어 풍요로웠지만, 이제 옛이야기다. 논습지마저 사라지면서 생물상은 지극히 단조로워졌다. 사람과 가축 이외에 눈에 띄는 생물은 드물다. 고속도로가 가로지르며 도시가 확장되자 생태계는 단절되었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늘어났으며 재해에 속수무책이 되었다. 2000년 이전에 금시초문이던 조류독감이 창궐하더니 비행기로 2019년 착륙한 코로나19가 고속도로를 타고 무섭게 번져나갔다.

 

세계 지질학자가 층서위원회로 모여서 지층의 명칭을 규정하거나 수정한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위기를 맞은 지층을 걱정하던 중, 묵묵히 듣던 네덜란드 출신의 파울 크뤼천이 지금은 홀로세(Holocene)’가 아니다. ‘인류세(Anthropocene)’로 수정하자.” 퉁명스럽게 제안했다고 회의 참여자가 전한다. 기후위기를 경고해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회(IPCC)’20218‘6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사람의 행위가 원인이라고 공식화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서둘러 억제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일 텐데, 어쩌면 20211, 오존층 연구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은 이미 파악했을지 모른다. 돌이키기 어렵다고 확신했을까?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빙하가 물러난 이후 1만 년 동안 온화하던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류가 현재 딛고 있는 지층이 파국을 앞두었다는 뜻이란다. 현 지층 다음에 인류는 없다고 지질학자들은 확신한다. 한국의 산업화를 연구한 호주 사회학자 클라이브 해밀턴의 지적처럼, 징후가 점점 뚜렷해졌어도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기 거부하는 인류가 인류세를 자초한 셈이다. 생태학자는 현존 포유류에서 그 증거를 찾는다. 모든 포유류에서 사람의 무게가 30%를 점하고 67%는 가축, 고래에서 들쥐를 망라한 나머지 포유류는 고작 3%에 불과하다는 게 아닌가. 매우 불안정한 생태학적 역피라미드다.

 

46억 년 전 태양에서 분리된 지구는 여전히 뜨겁다. 펄펄 끓는 용암이 살짝 굳은 지각 아래에서 이따금 분출돼 지형을 바꾼다. 23.5도 기운 축으로 하루 한 번 자전하며 1년에 한 차례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는 표면의 70%는 깊고 얕은 바다, 30%는 높낮이가 들쭉날쭉한 육지로 구성돼 있다. 수억 년 동안 무수한 생물이 바다와 육지에서 생을 이어가면서 다채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지구에 인류는 가장 늦게 동참했다. 공전과 자전하는 지구 표면의 모든 강은 1년에 한 차례 범람하고 한 번 바싹 마른다. 계절에 따르는 무역풍은 태풍과 파도 에너지를 해안에 꾸준히 전달했고 덕분에 인류도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생태계의 역피라미드 먹이사슬은 결국 붕괴한다. 안정된 생태계에서 먹는 생물은 먹히는 생물의 10%를 넘지 않는데, 무슨 연유로 여태 붕괴하지 않을까? 순환 시간이 긴 생태계 변화는 사람 시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6500만 년 전, 지름 10km의 운석이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지각을 강타했을 때, 당시 생태계를 구성하던 생물종의 70%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불과 1만 년 사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이른바 5 대멸종이다.

 

사진: 지층에 새겨진 5차례 대멸종의 역사. 현재 진행되는 현재 인류의 탐욕으로 진행되는 멸종은 5차례 순간보다 훨씬 빠르다. 제6의 멸종으로 학자들은 진단한다. (출처는 인터넷)

 

인류는 1만 년 전부터 농사를 지으며 생태계를 조금씩 교란하기 시작하더니 불과 100여 년 전 화석연료와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질식시킨다. 우주 형성 과정에서 완성된 금속의 핵을 파괴하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를 토해내게 만드는 인류는 생물 진화의 핵심인 세포핵의 유전자를 조작해 생태계 순환과 진화를 멋대로 교란한다. 1만 년 전 서서히 사라지던 생물이 요즘 급속하게 자취를 감추는 이유는 무엇인가? 6500만 년 전과 비교할 수 없게 사라지는 생물은 생태계를 수수깡처럼 허약하게 만들었다. 생태계 역피라미드는 무언가 받쳐주지 않으면 당장 무너진다. 인류가 무지막지하게 동원하는 에너지로 붕괴를 모면하지만, 언제까지 버틸까?

 

5 대멸종은 4차례의 대멸종이 먼저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생존하던 생물종의 60% 이상 사라지게 만든 대멸종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였다. 산업화를 이끈 화석연료 덕분에 건물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자동차는 거리를 뒤덮는다. 끝모르는 에너지 과소비로 휘황찬란한 축제를 광란으로 이어가지만, 화석연료는 고갈이 머지않았다. 핵연료가 대신할 수 있을까? 파괴되는 핵은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는 폐기물을 수백만 년 남긴다. 기후위기로 다양성을 잃은 생태계는 유전자가 조작된 생물로 메울 수 없다. 방사능이 누적되는 생태계는 한순간 파국을 만날 수 있다. 1만 년 전 자신의 생태계를 스스로 교란한 인류도 안전할 수 없다.

 

코로나19 변이와 전파에 풍선효과가 있는 걸까? 백신 불균형 탓에 남부 아프리카에서 변이된 오미크론이 걷잡을 수 없게 번져나간다. 긴급 연구해 부자나라부터 보급할 백신과 치료제는 오미크론 변이를 진정시킬지 알 수 없는데, 인류가 일으킨 기후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고를 마무리할 리 없다. 문제는 인류의 의료 혁신도 화석연료 없이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파국을 늦추려면 온실가스를 코앞에서 내뿜는 내연기관 해결이 급하지만, 자동차와 화력발전소만이 대상일 수 없다. 비행기와 우주선도 마찬가지인데, 갯벌에 거대한 비행장을 만든 우리는 새만금과 가덕도 비행장을 서두르면서 나로호 성공을 염원한다. 요소수 대란이 극복되었으니 안심해도 좋을까? 파국 부르는 대란이 한둘 아닌데, 뚜렷해지는 인류세 증상은 어떤 파국을 예고하나? 번영보다 생존이 절박한 상황에서 2022년이 밝았다. 선거를 앞둔 새해 벽두, 우리는 어떤 내일을 선택해야 할까? (작은책, 20221월호)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9. 10. 30. 23:20

 

일본 열도를 휩쓸며 200여 인명 피해를 낸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1013일 저녁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지며 소멸되었다고 우리 언론들도 전했다. 태풍이 자주 접근하고 지진이 일상에서 멀지 않은 일본은 재난 대비가 비교적 철저한데, 사망과 실종 60여 명, 200명 넘는 부상자의 발생을 막지 못했다. 하기비스의 위력은 그만큼 대단했나보다. 언론은 5098명의 사망과 실종자를 발생시킨 1959년 태풍 베라 이후 최악이었다고 덧붙였다.


1000만 인구에 피난 지시를 내려야 할 정도로 위력의 태풍이 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10월 중순에 발생했을까? 기후 전문가는 일본으로 이어지는 북태평양의 수온이 예년보다 뜨거워 대형으로 거대해졌다고 해석했다. 하기비스는 바람도 거셌지만 폭우를 동반했다. 관측한 대부분의 지역에 400mm에서 700mm가 쏟아졌고, 온천지대로 유명한 하코네는 48시간 동안 무려 1000mm를 기록할 정도였다.


일본 10여 하천 둑이 붕괴해 인근 마을이 2층까지 침수되었을 뿐 아니라 신간선 열차까지 잠겨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소식은 불길한 뉴스로 이어졌다. 하기비스가 일본 동북부를 향한다고 예견할 때부터 걱정한 일이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오염된 흙과 풀을 무작정 담아놓은 자루는 개당 1톤에 달했다. 그 자루를 하천 가까운 부지에 임시로 2667개를 보관했는데, 대부분이 강물에 휩쓸려 내려갔다는 게 아닌가. 고작 10개를 회수했다지만 나머지는 태평양을 오염시켰을지 모른다.


올해 일본은 몇 개의 태풍을 감당했을까? 하기비스 이후에 북태평양의 수온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20호 태풍이 다가오는 건 아닐까? 개인이 생존배낭을 준비할 정도로 재난 대비가 철저한 일본도 많은 인명의 희생과 막대한 재산피해를 막지 못했다. 하기비스가 우리나라에 왔다면 일본보다 피해가 적었을 거라 확신하기 어려운데, 올해 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스치거나 접근했다. 예년에 비하면 많았다던데, 내년에 얼마나 다가오려나?


올여름은 작년보다 덥지 않아 다행이었다. 티베트 고원에 쌓인 눈이 여름에 모두 녹았던 작년은 경험상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 내년도 올해처럼 녹지 않으리라 확신하기 어렵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대기권 상류층의 제트기류가 헐거워졌다고 한다. 북극권의 제트기류가 한파를 묶지 못할 때마다 그 아래 위도에 혹한이 몰아쳤다. 지난겨울 미국과 캐나다의 추위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우리도 그 영향 범위에서 멀지 않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은 금세 지나간다. 이어 다가올 겨울은 어떨까? 혹독해도 따뜻해도 걱정이다.


올여름 아마존 열대우림 곳곳이 불에 탔다. 아마존 보전을 당연시하는 서방에 내정간섭 운운하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권좌에 오르자 한반도 수십 배의 면적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방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시베리아 동토도 여름에 불탔다. 한반도 넓이의 한대림 화재는 번개가 원인이라는데, 알라스카도 여름에 화재와 폭염으로 괴로웠다고 한다. 전에 없던 현상들이다.


동토가 녹자 건물이 기우는 일이 툰드라 지역에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동토에 메탄가스가 스멀스멀 새나온다는 데 있다. 시베리아와 알라스카의 화재는 메탄가스가 부채질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시베리아 동쪽의 바다에서 부글부글 메탄가스가 방출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이다. 영구동토층의 화재로 거듭 이어지게 만든다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화될 게 틀림없다. 바다에서 방출하는 메탄가스에 놀란 러시아의 과학자는 세계 평균 기온이 단 1°C만 올라도 메탄 방출량은 20% 증가할 것으로 심각해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사진: 시베리아 동토 아래 오랜 시간 묻혔던 한대림을 포함한 유기물이 메탄으로 변해 지상으로 오르며 불타는 모습.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의 온난화 효과를 가진다. 출처는 인터넷.  


지난 814일 영국 플리머스 항에서 태양광 요트를 타고 15일 만에 뉴욕에 도착한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923일 세계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자리한 유엔본부의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연설자로 나섰다. “내 꿈과 유년기를 빼앗아간 당신들이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실패하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연설을 4분여 토해냈는데, 분노하는 툰베리를 본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로 조롱했다고 통신사마다 보도했다.


지금까지 지구는 환경격변으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 생존하던 생물종의 60% 이상 사라진 사건으로 지층에 그 흔적이 남았다. 당시 생태계를 구성하던 개체들은 대부분 생명을 잃었을 것으로 학자들은 짐작한다. 자연재해가 아닌 온전히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다고 기후학자는 주장하면서 이전보다 현저하게 빠르게 진행된다고 경고한다. 현 지층을 홀로세로 세계층서위원회가 규정했는데, ‘인류세’(anthropocene)로 바꾸자는 주장이 힘이 받는다. 인류세 이후 지층에 인간 화석은 없다는 의미다.


젊은 시절 시민 편에서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던 미국 배우 제인 폰다가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과 발언에 충격을 받아 82세에도 미 국회의사당 앞에 나가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했고,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명인인 만큼 금방 풀려났을 텐데, 이제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말하자는 사람들, 특히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많은 시민들은 투옥을 무릅쓰며 멸종저항운동에 나선다. 대멸종에서 후손이 살아남도록 저항하는 인파는 의회와 점거하며 정책의 근원적 변화를 촉구한다. 주말 서교동에 모이는 우리보다 인파가 많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오르내리는 요즘, 100년 전보다 세계 평균 섭씨 1도 정도 올랐다고 한다. 상승하는 기온을 1.5도 이하로 낮추지 못한다면 다음세대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으로 기후학자들이 경고하는데,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북아시아의 해수면 온도는 2도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전문가는 추산한다. 태풍이 잦아질 뿐 아니라 더욱 강해질 상황이 확보되었다고 분석한다. 올해 태풍이 잦았다. 태풍 사라로 사망 실종자가 849, 부상자가 2533, 그리고40만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한 1959년보다 재난 대비 수준이 향상되었지만 안심하지 못한다. 이번 일본의 피해를 보라.

어떤 환경운동가는 우리 해안의 발전소가 수온변화에 미칠 영향을 거듭 지적한다. 발전 터빈을 돌리고 나오는 고온 고압의 수증기는 물로 식혀야 하는데, 우리는 삼면의 바다에서 취수한 뒤 3도 높아진 상태에서 배출한다. 온배수다. 일본과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바닷가에 가동한다. 발전소 한 군데의 온배수로 반경 10km의 수온을 1도 이상 높인다는데, 그 여파로 동북아시아의 수온은 꽤 상승했을 것이다. 태풍의 위력과 발생횟수도 커졌을 텐데, 어느 정도일까? 발전소를 당장 멈춰야 하는 건 아닐까? 멸종저항 운동가들은 우리의 행동이 서교동에서 머물지 않기를 바랄 게 틀림없다.


핵발전소 온배수의 양은 같은 용량의 화력발전소보다 많은데, 문제는 방사능이다.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태평양에 돌이킬 수 없는 방사능을 토해냈고 앞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토해낼지 알 수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해양 생태계와 태평양 해산물을 먹는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다. 탈핵을 멈칫거리는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도 낡아간다. 우리 서해안을 바라보는 해안에 핵발전소를 집중한 중국은 내내 괜찮을까? 내년 이후의 태풍이 더욱 무서워진다. (작은책, 201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