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7. 2. 20:56

 

모처럼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집 근처에서 맹꽁이도 운다. 인천만이 아니라 전국이 마찬가지인지 프로야구 4게임이 전부 취소되었다는데, 이런 비, 참 오랜만이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장마다운 장맛비가 아니던가. 작년인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기상청에서 ‘장맛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장마전선이 오르내리기는 하는데 예년과 달리 언제부턴가 마른 장마철이 계속되다 느닷없이 몇 시간 집중호우가 쏟아지곤 했다. 며칠을 두고 지루할 정도로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사라졌기에 ‘장맛비’라기보다 장마철에 오는 ‘국지성 집중호우’라고 기상청은 수정하고자 했다는 것이었다.

 

방학을 맞은 큰애, 그리고 기말고사를 마치고 일찍 들어온 막내와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 점심 먹으러 다녀왔다.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넓은 우산을 쓰고 걸으며 다녀오니 후텁지근했던 몸이 모처럼 상쾌해졌다. 아파트단지의 녹지와 가로수, 근린공원의 크고 작은 나무들과 그 안에 숨죽인 직박구리와 장마철이 지나길 땅 속에서 기다리는 매미 유충, 그리고 사람까지, 이 땅의 생명들은 이맘때 흥건하게 비를 맞아야 약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잠깐! 이 정도 비가 몇 시간 계속된다면 ‘4대강 사업’의 현장은 어떻게 될까. 또한 경인운하는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관동대학교 토목학과의 박창근 교수는 “작은 재앙이 큰 재앙을 막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홍수는 대개 제방 정비가 완전하지 않는 지류와 작은 하천에서 발생했다. 기록을 경신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정비가 거의 완벽한 4대강 본류에서 수해가 발생한 사례가 드물건만, 현 정권은 ‘살리기’라는 용어를 참칭하며 강물의 흐름을 좁히고 차단하며 강 한가운데 콘크리트를 들이붓고 있다. 그 상황에서 큰비가 내리면 공사장 인근에 재앙이 발생하겠지만 그 규모는 아직 작을 것이다.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가 4대강의 흐름을 16군데에서 막은 뒤 지역주민과 후손에게 발생할 재앙에 비한다면 애교에 불과할지 모른다.

 

4대강과 거리가 멀고 강물의 흐름과 연관도 없는 인천은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이 시점에 눈여겨볼 곳이 따로 있다. 이른바 ‘아라뱃길’로, 그 이름이 붙기 전에 ‘경인운하’라 한 곳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더라도 아직까지 내린 비라면 너끈히 애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계양산 주변으로 한꺼번에 몰려드는 빗물을 바다로 빼내는 역할을 말한다. 바로 방수로의 기능이지만 운하로 완공된다면 사정이 바뀔지 모른다. 화물선이 오고갈 수 있는 물높이를 유지한 상태에서 국지성호우가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들 때 서해안이 만수위라면, 수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의견을 참고했는지 모르지만, 강원도 정선과 거리가 꽤 먼 인천에 뜬금없이 들어선 ‘아라뱃길’은 공연한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거다.

인천시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정한 이름이지만, 그리 정했다니 일단 쓰기로 하자. ‘아라뱃길’은 운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운송할 것인가. 대양은 물론이고 황해를 건너며 중국을 오고가는 수출입화물은 타지 못할 것이다. 아라뱃길은 기껏해야 5천 톤 급 화물선이 다닐 텐데 그 크기에 값비싸거나 무거운 자동차나 철강 따위를 실을 수 없지만, 실으려는 수출입과 국내 물류의 화주도 없을 거로 본다. 해양을 오고가는 배는 육지 내의 물길을 다니는 배와 바닥이 다른 게 보통이다. 바닥이 뾰족하게 깊어 저항을 줄이며 바다를 달리는 대형 화물선과 달리 운하를 다니는 바닥이 편평한 배는 풍랑을 만나면 쉽게 뒤집히고, 막대한 기름의 과소비 없이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런 배를 환영하는 수출입 항구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없다.

 

철광석은 제철소와 가까운 항구로 직접 갈 일이고, 철강과 자동차는 주말이나 명절 이외에 그리 막히지 않는 도로를 활용하는 편이 시간도 절약되고 안전하며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지방과 수도권을 다니는 화물은 면적 비례로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속도로를 활용할 것이다. 굳이 화물차에서 선박으로 몇 차례 옮겨 실으며 고작 18킬로미터에 불과한 ‘아라뱃길’을 이용할 리 없다. 화물은 옮기는데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도난과 안전에 문제도 발생할 수 있지 않던가. 하지만 ‘아라뱃길’을 선호할 수도권 화물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생활쓰레기와 바닷모래가 그것일 가능성이다. 지방정부들은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으로 향하는 트럭의 수를 줄일 수 있을 테고, 건설업체는 다량의 모래를 쉽게 확보하니 좋을 텐데, 고작 그 이유로 거약의 예산을 들여 육상 생태계를 끊고 해양 생태계를 교란해야 한다는 건가.

‘아라뱃길’에는 하루 몇 차례 오고가지 않는 배를 위해 한강 하구의 오염된 물을 늘 채워야 하므로 악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 물이 배가 갑문을 통과할 때마다 일정 양의 물이 바다로 빠져나갈 테니 인천 앞바다의 지속적 오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이는 ‘아라뱃길’을 한강에서 서해안으로 나가는 요트에게 내줄 수 있다고, 마치 훌륭한 관광자원이라도 되는 듯 주장하는데, 얼어붙은 현 정권이 아니라, 남북한 화해 이후 대폭 늘어날 한강의 요트는 직접 풍광 좋은 하구로 나가는 게 훨씬 낫다. 깎아지른 절벽 말고 볼거리가 전혀 없는 ‘아라뱃길’에서 악취를 참으며 천천히 지나갈 정신 나간 요트가 과연 몇 대나 있을 것인가.

 

토목학자들은 내심 ‘4대강 사업’을 운하로 규정한다. 운하가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인데, 21세기의 화물을 텅 비는 고속도로 대신 느려터진 내륙의 운하를 이용할 화주는 없을 거라고 물류학자들은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요사이 인기 있는 화물은 특히 시급을 요하는 ‘경박단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가볍고 얇으며 크기가 작고 취급하는 화물의 수가 적은 전자나 디지털 제품 위주가 아닌가. 그런 화물은 비행기를 이용하지 배에 싣지 않는다는 것이다. 느려터진 운하는 어처구니없고, 위험천만한 운하용 선박으로 오대양육대주를 다닐 어처구니없는 화주는 이 세상에 없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현재 공사가 하염없이 진행되는 ‘4대강 사업’과 ‘아래뱃길’은 어찌 해야 하나.

 

새롭게 취임한 현 인천시장은 ‘아라뱃길’의 홍수피해 방지 기능은 살리되 운송기능은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언론이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초 ‘굴포천 방수로’로 계획되었던 기능으로 환원하자는 의지다. 그를 위해 ‘아라뱃길’의 폭을 늘리고 깊게 바닥을 파낼 하등의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름도 애초의 방수로로 돌아가야 취지에 맞을 것이다. 방수로로 환원된다면 한강의 오염된 물이 차지 않을 테니, 평상시에 녹지로 유지하다 큰물이 들 때 방수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내릴 큰비를 대비해, 유럽의 라인강 유역에서 볼 수 있는 범람원을 방수로 주위에 조성하는 대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수위가 낮은 생태호수로 관리하다 방수로가 감당할 수 없는 큰물을 잠시 모아두는 기능이다. 그런 호수는 주변 녹지의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생태학을 위한 교육 효과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공사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한 진지한 논의가 투명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제 와서 중동과 상동 아파트단지를 위해 김포평야를 성토해 매립한 행위가 계양산 주변의 홍수피해를 빈발하게 한 원인이라는데 초점을 맞출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없을 테니까. 하지만 다시 멀쩡했던 지역에 홍수피해가 집중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아직도 농토를 계속 성토 매립하는 신도시 개발정책에 일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어선 마당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주택을 더 지어야하는지 당장 검토해야 하지만, 만일 대단위 개발이 필요하거나 어느 규모 이상 재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면, 일정 면적 이상의 ‘비오톱’(biotop)을 그 단지에 조성해야 한다는 걸 상기하자는 것이다. 홍수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지하수위를 보전하려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일찍부터 펼친 행정으로, 그들은 새로운 개발부지는 물론이고 기존 도시의 곳곳에도 ‘비오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빗물을 완충하고 지하수와 연결할 수 있도록 일정 면적 이상의 녹지를 확보하고 그 녹지에 호수를 조성하는 일이다.

 

‘장맛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할 정도로 국지성 호우가 빈발하고, 슈퍼컴퓨터로 그 예후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는 이때, 도시의 녹지와 습지는 더없이 중요하다. 녹지가 태부족해 도심의 열섬화가 타 도시에 비해 현저히 심한 인천은 머지않아 도시 곳곳에 ‘비오톱’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늦기 전에 ‘아라뱃길’부터 사업의 성격을 환원시켜야 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국지성 집중호우’로 사나워지기 전에. (인천in, 2010.7.?)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8. 29. 14:32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요즘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맹꽁이가 인간의 무한한 개발욕구에 냉정함을 요구하고 나선다. 미련한 동물의 대명사, 맹꽁이가 개발현장에서 인간에게 숨 쉴 공간을 열어주려는 것인가. 아니다. 사람의 편견으로 보아도 미련하거나 못생기지 않은 맹꽁이는 그저 자신이 살아갈 만한 곳을 탐색할 뿐 개발을 막으려 하지 않는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보호대상종으로 지정한 사람이 있었던 까닭에 맹꽁이를 앞세워 개발 행위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 있고, 개발을 서두르던 사람이 그 때문에 당황하게 되었으리라. 사람이 맹꽁이를 진실로 좋아하거나 마음으로 고마워하건 말건, 맹꽁이는 짝을 찾을 따름이다.

 

보리타작할 때 열무김치를 담던가. 마트의 식품매장에 가면 언제든 열무를 구할 수 있고 잘 담가놓은 갖가지 열무김치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세상에서 보리는 어느새 ‘웰빙 곡식’이 되었다.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푸짐하게 얹고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석석 비벼먹는 즐거움은 앉을 틈 없이 북적이는 식당에 가야 맛볼 수 있지만 불과 한 세대 전에만 해도 달랐다. 추수 전에 쌀이 떨어진 농촌에서 허기진 농부에게 보리타작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고충이었다. 그때 밭에서 열무도 서둘러 뽑아야 했나보다. 곧 장마철이 다가올 것이므로. 왕년의 인기가수 박재란은 ‘맹꽁이 타령’에서 열무김치 담글 때와 보리타작할 때 임 생각이 절로 나는데 그때 꼭 맹꽁이가 울어 걱정 많은 심정을 흔들고 설음 많은 가슴을 달래준다고 절절하게 노래했다.

 

옛말에 “맹꽁이가 처마 밑에 들어오면 장마 진다”고 했다. 6월 말 이전에 시작되는 장마가 한달 가까이 대기를 후텁지근하게 만들다 물러서면 불볕더위가 제 세상을 만난다. 불볕더위는 장마철에 고인 물을 금세 말라버리게 하니, 맹꽁이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적어도 보름 전에 일체의 번식 행위를 마쳐야 한다. 급한 녀석은 5월 말 한낮이 제법 뜨거웠던 날 저녁에 한바탕 비가 내리면 울지만 대개 장마전선이 제 모습을 드러내야 본격적으로 울어 젖힌다. 두 번째 큰비가 내릴 즈음이다. “맹-꽁-”, “맹-꽁-” 땅속에 빗물이 따뜻하게 스밀 때 비로소 자극을 받는 모양인데, 어떤 생물학자는 짧은 시간 내에 짝을 찾아야 하므로 서두르는 것으로 해석할지 모른다.

 

사막에도 개구리가 살까. 동물 다큐멘터리는 우기의 물웅덩이에 잠시 나타나 번식에 들어가고, 물이 마르기 전에 올챙이에서 성체까지 얼른 변한 뒤 사라지는 개구리를 보여주는데, 맹꽁이가 그렇다. 달구지 바퀴가 움푹 패어놓은 길가는 온갖 풀로 덮여 있고 빗물은 거기부터 스며드는데, 맹꽁이는 그런 데를 좋아한다. 질척질척한 두엄 사이에 빗물이 고여도 거기로 가서 우렁차게 운다. 너구리나 부엉이의 눈에 띄지 않거나 빤히 보여도 다가갈 수 없는 곳이 바로 거기다. 어쩌다 처마 밑까지 들어오는 녀석도 있겠지만 장마가 거셀 걸 예감했다기보다 경쟁에 밀렸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천적에게 발각되기 쉬운 위험천만한 곳으로 다가올 리 없지 않은가.

 

울음소리가 아무리 커도 알은 찾기 어려운데, 비가 잠시 그치고 달빛이 그윽할 때 살금살금 다가가 보자. 빗소리가 거셀 때보다 훨씬 민감해진 녀석들은 다가오는 인기척에 긴장해 일순 조용해지는데, 맹렬하게 울던 지점의 풀숲을 젖혀보면 은단보다 작은 구슬들이 물 표면에 흩어져 반짝이는 게 보일 것이다. 맹꽁이 알이다. 한번에 열댓 개 씩, 여기저기 흩뿌려 낳는데, 따뜻한 물에서 하루가 지나면 올챙이로 부화되고 어린 올챙이는 연한 풀뿌리를 뜯거나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물 속 벌레를 잡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 보름이면 앞다리와 뒷다리가 나온 성체의 면모를 갖춘다. 그때 장맛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드문드문 울던 맹꽁이도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는데, 엷어진 구름 사이로 햇살은 벌써 뜨겁다. 웅덩이는 곧 마를 것이다.

 

맹꽁이 우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빗소리를 압도하려는 듯 거세게 울 때, 커다란 우산과 회중전등을 들고 나서라. 녹음기를 가지고가는 게 나을 것이다. 인기척을 느끼고 조용해질 찰라 몸을 낮추고 잠시 꼼짝달싹 하지 않으면 경쟁에 돌입했던 맹꽁이들은 조금 전 관성에 따라 일제히 목청을 높일 게고, 그때 녹음을 길게 해두라. 그리고 정확한 지점을 찾아 살금살금 한발 한발 옮기면 맹꽁이들이 다시 조용해질 터. 녹음한 부분을 재생할 때다. 경쟁자가 바로 앞에 있다고 느끼는 맹꽁이는 인기척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을 가다듬을 게고, 회중전등을 밝혀도 턱 아래 울음주머니를 부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잘 안 보이면, 울음소리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풀잎을 찾아 가만히 들쳐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능청스레 우는 녀석을 만나는 행운을 맞는다.

 

맹꽁이는 “맹-꽁-, 맹-꽁-” 울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듯 맹꽁이의 울음소리에도 스펙트럼의 폭이 있는 법. 어떤 녀석은 “맹-”에, 어떤 녀석은 “꽁-”에 가깝게 운다. 그런 녀석들이 경쟁적으로 우니 “맹-꽁-”으로 들릴 수밖에. 그런데 깜빡 잊고 녹음기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일순 조용해진 맹꽁이를 다시 자극해야 한다. 엄지와 검지로 코를 틀어막고 “맹-” 해보자. 코맹맹이 소리에는 “꽁-”보다 “맹-”이 낫다. 맹꽁이도 잘 속는다. 어설프나마 “맹-”하면 머뭇머뭇 따라 몇 마리가 울다, 이내 “맹-꽁-”, “맹-꽁-” 와글와글. 그때 회중전등을 커면 된다. 조수가 있다면 카메라 초점을 맞출 수 있겠지. 하지만 울음주머니가 제 몸 만큼 부풀었을 때 찍어야 제맛인데, 타이밍 맞추기가 참 어려우니 내 한 몸 모기에게 바칠 각오가 필요하다.

 

코맹맹이 소리는 칭얼대며 우는 아이의 전매특허다. 아이는 언제 칭얼대는가.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물건 사달라고 떼를 쓰거나 이런 문제도 풀지 못하냐며 큰누나가 “이런 맹꽁이!” 하며 머리통을 쥐어박았을 때 코맹맹이로 운다. 그래서 맹꽁이가 미련한 동물의 대명사가 되었으니 맹꽁이는 얼마나 어처구니없을까.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고, 관심조차 없을 맹꽁이는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우리나라 일원의 해발고도가 낮은 평야지대에 퍼져 오로지 장마철에만 운다. 이름이 촌스러운가. 그것도 편견이다. 맹꽁이는 인간에게 작명을 의뢰한 적이 없다.

 

황갈색 바탕에 청색을 띄는 45밀리미터 정도의 몸은 통통하기보다 똥똥한데, 자잘한 돌기가 산재한 등을 살살 건드리면 더욱 부풀며 이내 척척해진다.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아도 독을 분비한 거다. 등을 만진 손은 깨끗한 물에 씻는 게 좋다. 멋모르고 눈을 비볐다 한동안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황색 바탕에 검은색 얼룩무늬를 가진 옆구리에 짤막한 발로 엉금엉금 기거나 폴짝 거리는 맹꽁이도 거무튀튀한 돌멩이처럼 다가가거나 꼼짝없이 기다리다 쥐며느리나 거미를 냉큼 잡아먹는데, 똥똥한 몸에 붙여놓은 듯 작은 주둥이로 잘도 집어삼킨다. 징그럽다고? 처음 손에 잡았을 때 약간 질척한 게 징그럽더라도 사람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는 맹꽁이가 더 징그러워할 게 틀림없다. 놓아주자마자 뒷발로 젖은 땅을 파면서 필사적으로 몸을 숨기는 맹꽁이, 지금은 생태계 보전을 요구하는 환경운동가에게 더없이 반가운 진객이 되었다.

 

두엄 속의 맹꽁이와 맨홀 속의 맹꽁이,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두엄 속에서 울던 맹꽁이는 맨홀을 몰랐고 맨홀 속의 맹꽁이는 두엄을 모른다. 썩어가는 두엄은 맹꽁이 피부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논과 밭에 뿌리는 살충제와 제초제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맹꽁이는 요즘 논과 밭에 얼씬도 하지 않아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침묵의 봄》을 읽고 경각심을 가진 이가 늘어 레이첼 카슨이 죽은 지 40년이 넘은 미국에 봄이 와도 새가 운다던데, 우리나라는 다르다.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크게 줄었다. 반드시 농약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농약이 큰 원인인 건 틀림없다. 맹꽁이도 마찬가지다. 모내기 전후로 농약과 화학비료가 흥건해지지 않던가. 한데 언젠가부터 텃밭이 산재하는 도시 근교에서 맹꽁이가 운다. 가끔은 맨홀에서 운다.

 

수 킬로미터 높이의 빙하가 밀어내 편평해진 유럽에는 알프스 이외에 이렇다 할 산이 없는데 가끔 도시 주위에 작은 봉우리가 생뚱맞게 불쑥 올라오기도 했다. 쓰레기를 쌓은 곳이다. 음식 섞인 생활쓰레기가 모였기에 매립을 마쳐도 30년은 안전관리하며 시민의 접근을 차단하는데, 우리는 아니다.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앞두고 국가대표 평가전이 몇 차례 열릴 서울 상암동 축구경기장은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마주보는데, 그 공원은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 쓰레기를 마지막으로 매립한 서울시의 생활쓰레기매립장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행사를 앞두고 부랴부랴 조성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개방하자마자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부등침하가 진행 중이다. 거기에 맹꽁이가 산다. 장마철이면 맨홀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면서.

 

월드컵공원은 맹꽁이를 상징으로 천거, 별도로 마련한 서식지에 맨홀에서 구한 맹꽁이를 정성스레 옮겨주지만 이상스럽게 알 낳을 때마다 맨홀을 고집한다. 햇볕에 마르지 않을 곳이 거기라 믿기 때문인가. 그래도 월드컵공원에 남으려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는데, 이번에는 뉴타운이 예정된 은평구에서 울어대기 시작했다. 마침 그 지역에 사무실을 둔 환경단체에서 보호를 요구하고 나서니 서울시는 당초 난감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 고쳐먹은 담당자의 노력 덕분으로 사람보다 먼저 깃들었을 맹꽁이는 시멘트로 칠갑이 된 은평뉴타운에서 손바닥 만한 서식지를 분양받았는데, 맹꽁이가 울 때 보리타작도 하지 않을 시민들이 시름을 달래야 한다는 듯, 주민들과 공유하게 설계돼 있다. 장마철은 맹꽁이 연주회가 벌어지는 계절이 된 셈인데, 그나마 보전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한강물을 끌어들이는 공사를 계획하려던 강서습지공원에서 맹꽁이가 울었다. 소금기가 있는 한강물이 들어오면 맹꽁이에게 치명적이라며 환경단체가 손사래치며 나섰고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화답했다. 처음부터 쌍수를 들고 환영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맹꽁이 보호지역을 설정했고, 맹꽁이가 안착하자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인 ‘맹꽁이 축제’를 기획했다. 맹꽁이 도전 골든벨, 맹꽁이 보금자리 직접 만들어 주기, 짚과 종이로 맹꽁이 만들기, 양서류와 맹꽁이 세밀화를 그리고 전시하기, 개구리 세밀화 교실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이 한강의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는데, 그 행사에 동원된 맹꽁이는 자원하지 않았다.

 

인간의 갈채 속에 맹꽁이의 보금자리가 떠들썩하게 마련되는 경우는 흔한 예가 아니다. 마지못해 서식지를 마련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환경부에서 2005년 3월,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로 규정해 보호하고 있는 야생동물이기보다 그 이유로 개발을 저지하려는 환경단체의 거듭되는 요구가 귀찮을 정도로 집요한 까닭일 것이다. 무시하자니 언론에 나올 것 같고, 보도를 보고 짜증을 낼 정치인의 요구가 고위층을 움직이게 할 테니 울며 겨자 먹기로 보호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창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는 서울 신정지구에 맹꽁이가 나타나니 난감했을 법하다. 그래도 어찌하랴. 환경단체의 요구로 공원부지 일부에 맹꽁이 서식지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한강 예술섬’이라 이름 붙여 오페라하우스와 청소년 야외 음악공원을 만들려는데 맹꽁이가 나타났다. 당황한 서울시는 엉겁결에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환경단체는 노들섬에 자리잡은 맹꽁이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바로 노들섬이라며 공존 방안을 요구했고 현재 고민 중이다.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이기 전, 청주 ‘원흥이 방죽’에 나타난 맹꽁이도 수년 동안 보전을 요구한 환경단체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비좁기는 해도 서식지를 받아낼 수 있었고 생태하천을 계획 중이던 인천의 굴포천 도심 구간의 맹꽁이도 모습을 드러내자 환경단체의 요구에 따른 구청의 설계변경으로 서식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그 밖의 도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이다. 대부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보전을 요구하는 행동에 돌입했기에 제한된 서식지라도 마련할 수 있었다. 환경단체가 몰랐다면? 맹꽁이 서식지는 슬쩍 뭉개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사 시작 전에 충분한 사전환경성 평가를 실시해 맹꽁이와 같은 보호대상종의 분포 여부를 파악해달라는 환경단체의 요구가 개발자에 의해 능동적으로 시행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지 않은가. 그나마 보호대상종이니 배려했을 뿐, 그렇지 않다면 환경단체의 요구는 결국 묵살되었을 것이다.

 

인천의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에 폭넓게 서식하는 맹꽁이는 대체서식지로 이동할 예정인 모양인데, 환경단체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한 개발자는 비좁은 공간으로 몰아넣을 태세다. 갯벌을 매립한 청라지구에 물이 고여 소금기가 제거되면서 이웃 미나리꽝에서 하천을 따라 들어와 퍼졌거나 개발을 위해 외부에서 퍼온 흙에 들어있었을지 알 수 없으나 좁아터진 대체서식지에서 보전되기를 바랄 뿐인데,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에서 발견된 맹꽁이는 시방 생존이 불안한 상태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환경단체에서 주목하는 양서류가 나타나자 그 장소에 독극물을 풀거나 삽으로 찍어 죽였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인데, 초고층빌딩을 위해 군사비행장의 활주로 각도까지 변경시킨 그 무소불위의 기업은 맹꽁이 서식을 마냥 무시하며 골프장 신축을 위해 로비하기 바쁘다.

 

공사현장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요사이 맹꽁이는 어디에서 온 걸까. 원래 많았다면 환경부가 보호대상종으로 지정할 리 없었으니 최근에 늘어난 걸까. 다른 개구리 종류에 비해 알을 많이 낳지 않아도 천적이 드물기 때문일까. 저보다 큰 동물을 보면 허둥지둥 달아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개발을 제지하려고 환경단체가 풀어준 거 아닐까 의심하는 개발업자도 있을 정도로 자주 나타나는 요즘의 맹꽁이에게 희한한 것은 하필 도시에, 그것도 개발이 예정되었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더럽고 시끄러운 도시까지 왔을까.

 

장마철 이외에 거의 보이지 않는 맹꽁이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칠갑이 돼 지독한 사막이나 마찬가지인 도시를 좋아할 리 없는데, 혹시 농약이 도시에 드물어 그런 게 아닐까. 농약을 쓰지 않는 텃밭이나 근교 녹지의 작은 습지에 내린 장맛비가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전전하던 빗물과 만나면서 퍼진 건 아닐까. 몰론 개발을 위해 먼 데에서 가지고 온 흙에 무임승차했을지 모른다. 갯벌을 매립한 남동공단과 그 이웃인 연수구 아파트단지의 차단녹지에도 적은 수의 맹꽁이가 해마다 운다. 매립을 위한 흙에 섞였거나 주변 녹지에서 이동해 왔을 것이다. 얼마 전부터 송도신도시에서 울기 시작한 맹꽁이는 공원을 만들 때 가지고 온 흙에 섞였을 가능성이 큰데, 사실 소음 때문에 목청을 높이다 환경단체와 언론의 주목을 받아 그렇지 발견되는 맹꽁이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장맛비가 퍼붓는 칠흑 같은 밤, 자동차가 드문 아스팔트를 빗물에 섞여 이동했던, 흙을 따라 들어왔던, 농약 농도가 낮은 땅속 깊은 곳에서 숨죽이다 도시의 작은 습지에 일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전국의 깨끗한 계곡에 두루 분포하던 꼬리치레도롱뇽이 아직 남아 있어도 몹시 드물어졌듯, 장마철이면 농촌마다 우렁차게 울던 맹꽁이도 거의 자취를 감췄는데, 산허리를 마구 끊고 오염시키는 도로와 골프장으로 더욱 드물어진 꼬리치레도롱뇽과 달리 개발 압력이 심한 도시의 녹지에 퍼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2005년 환경부는 보호대상종이었던 꼬리치레도롱뇽을 목록에서 뺐다. 천성산 도롱뇽의 안위를 걱정하는 지율스님이 경부고속전철 천성산 구간 터널공사의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며 단식을 거듭하자 그리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당시 지율스님은 천성산의 꼬리치레도롱뇽 사진으로 시민들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었다. 경상남북도 일원의 계곡에 제한 분포하는 고리도롱뇽도 목록에 넣지 않았다. 넣었다면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증설은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계룡산과 속리산 일원에 희귀하게 서식하는 이끼도롱뇽도 외면했다. 이끼도롱뇽이 포함되었다면 계룡산 관통도로 공사는 이끼도롱뇽 사진을 들고 나오는 환경단체 때문에 성가셨을지 모른다. 두꺼비는 왜 뺐을까. 청주 원흥이 방죽에 집단 서식하는 두꺼비 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개발자의 경험을 참조하지 않았을까. 아직도 환경단체는 그런 의혹을 지우지 못한다.

 

맹꽁이는 앞으로 목록에서 지워지는 건 아닐까. 지금이야 마지못해 서식지도 마련하고 대체서식지로 옮겨주지만, 빗발치는 개발자의 민원에 더욱 약해질 게 거의 분명한 현 정권 하의 환경부에서 개발 방해꾼인 맹꽁이를 목록에 남길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시골에 가서 노인에게 물어보라. 여기 요즘에도 개구리 울어요? 개구리? 쌨지! 두꺼비는요? 두꺼비도 쌨어. 쌨다는 건 쌓였을 정도로 많다는 건데, 그럴까. 다시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보셨어요? 몇 년 돼. 몇 십 년인가? 요즘은 통 보이지 않네. 하고 말 것이다. 개발부서에 유난히 약한 환경부가 개발업자에게 의견을 물으면 들으나마나, 말도 말아요! 쌨어요! 화답할 테고, 울음소리가 큰 맹꽁이는 그만 위기를 맞을 것이다.

 

우리는 맹꽁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장마철에 운다는 것,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알을 낳아 얼마 만에 개구리로 변태해 사라진다는 거 정도 알 뿐, 장마철 전후에 어디에 머물며 무엇을 먹고 얼마나 동면하는지 모른다. 막 변태한 어린 맹꽁이는 어린이 새끼손톱 만한데, 다음 장마철에 나타나는 성체는 45밀리미터나 된다. 그 사이의 행적이 미스터리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개발업자를 긴장시키는 맹꽁이의 유전적 다양성의 폭은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은지 역시 모른다. 생명공학에 퍼부어지는 연구비의 이자에 이자만 찔끔 제공해도 너끈히 밝힐 수 있겠지만 맹꽁이 따위의 연구에 들어가는 돈은 여전히 불요불급한 모양이다. 그건 맹꽁이의 생각과 일치할지 모른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시키려”는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자연물에 상을 드리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2009년 제15회 풀꽃상을 맹꽁이에 드리기로 결정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내어 숨 쉴 공간을 후손에게 남기는데 기여해준 맹꽁이에 감사하는 마음의 발로다. 환경부에서 보호대상종 목록에서 제외하던 하지 않던, 맹꽁이와 그들의 서식지와 서식환경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자식 키우는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건데,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결정에 호응해 맹꽁이가 시상식장에 나올 리 만무하다. 찬바람이 부니 안전한 땅속으로 들어갔을 게다. (기고문)

선생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참으로 가슴이 먹먹... 해지면서
그래도 마지막에는 왠지 희망이라는 불꽃을 살짝 안고 갑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_ _)
맹꽁이와 삽살개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그 노래에서는 왜 맹꽁이를 어리석은 놈이라고 표현했는지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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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2007. 7. 2. 16:24

     

     지금은 장마철. 집 밖에서 맹꽁이가 운다. 장마철에 잠깐 나타나 울고, 짝을 지어 알을 낳고, 알이 부화돼 올챙이로, 올챙이에서 맹꽁이로 변태해 다시 사라지기까지, 맹꽁이는 장마철에 모든 걸 마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맹꽁이의 생태에 대해 아는 게 부족하다.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2005년 3월,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로 규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런 맹꽁이가 장마철을 맞아 집 밖에서 한참을 운다. 그것도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인천시 연수구의 좁은 습지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맹꽁이는 여기저기에서 개발 계획에 대항하는 보전의 명분이다. 한강대교가 지나가는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려는 서울시는 맹꽁이 보호를 외치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밀려 잠시 주춤하고, 은평뉴타운도 맹꽁이 서식에 따라 일부 주거공간을 자연형으로 시공하려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서울시만이 아니다. 인천도 대기업에서 골프장을 계획하는 계양산에서 맹꽁이가 관찰돼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경서동 경제자유지역의 기본계획도 수정이 검토되고 있다. 맹꽁이의 출현으로 개발이 주춤하는 도시는 더 있다.

 

30년 가까이 서울시 생활쓰레기가 매립된 자리에 조성한 월드컵공원은 가히 맹꽁이 천국이다. 공원 당국은 해마다 콘크리트 배수구에서 우는 맹꽁이를 가까운 인공 저수지로 구출하고 있다. 그대로 두면 햇볕에 말라죽기 때문이다. 공원측은 차제에 맹꽁이를 월드컵공원의 상징으로 삼을 계획을 타진한다. 쓰레기매립장이었던 시절, 서식 여부를 몰랐던 맹꽁이가 월드컵공원에 갑자기 떼로 출현한 건 아닐 것이다. 눈여겨보는 이가 드물어 않아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공원만이 아니다. 다른 지역도 맹꽁이의 서식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멸종위기 2급에서 맹꽁이를 해제되어야 할까. 아직 속단할 수 없다. 멸종위기 2급에 해당하기에 사람들이 관심이 높아졌을 뿐, 맹꽁이의 분포 면적이 확대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농약살포가 여전한 시골에서 맹꽁이 울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습지가 보전된 도시 곳곳에서 개체수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한정된 면적에 그친다.

 

연수구 아파트단지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전, 맹꽁이는 10차선 도로 건너편의 승기천 주변 습지에서 울기 시작했다. 문학산에서 바다로 흘러내리던 승기천은 갯벌을 매립하면서 연장됐고, 상류 주변 습지에서 근근이 연명하던 맹꽁이가 소금기가 빠진 승기천을 타고 내려온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데 그 습지의 일부는 현재 초대형 양판점으로 사라졌고, 나머지는 화물터미널 부지 공사 중이다. 맹꽁이가 울던 습지는 머지않아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로 뒤덮일 것이다.

 

승기천 주변 습지에서 울던 맹꽁이의 일부가 비 내리는 아스팔트를 용케 건너 우리 아파트로 잠입한 모양이다. 밤낮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를 운 좋게 피한 맹꽁이 덕분에 아파트 주민들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는데, 왠지 불안하다.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내년 장마철에도 들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올챙이가 변태할 때까지 습지가 말라붙지 않아야 하고, 어린 맹꽁이의 먹이가 충분해야 하며,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할 텐데,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다. 요즘 시민들의 정서는 자연과 먼데, 맹꽁이를 계속 반겨줄지.

 

화단에 곤충 애벌레 몇 마리만 보아도 인상을 쓰는 시민은 텔레비전과 자동차에 더 익숙하다. 아기가 놀란다고 더럽다며 벌레보다 더 위험한 살충제를 뿌려달란다. 혹시 아기들이 맹꽁이 소리에 무서워 울지 않을까. 경쟁하듯 울어도 겨우 서너 마리에 불과한데, 자식들 기말고사 성적에 민감한 주민들의 성가신 민원이 되지 않을까. 지례 걱정스럽다. 갈 곳 없어 도시까지 찾아온 장마철의 맹꽁이, 자연을 잃은 시민들에게 마지막 위안일지 모른다.(인천신문, 2007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