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7. 29. 17:30

 

송도11공구 갯벌과 멀지 않은 남동산업단지 유수지 안의 작은 섬은 오늘도 저어새 가족들로 붐빈다. 붐비는 곳은 작은 섬만이 아니다. 그 섬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 녹지도 천막을 친 환경단체 활동가와 저어새 보고자 찾아온 국내외 탐방객이 북적인다. 저어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본과 대만, 멀리 유럽과 미국에서 찾았다. 주걱 같이 기다란 부리를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저어새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은 오직 거기뿐이다.

 

2천 여 마리만 남아 국제자연보호연맹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저어새가 하필 공사 중장비 차량의 소음과 남동산업단지의 악취가 진동하는 유수지에 둥지를 친 이유는 하나. 안정된 먹이 공간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 인근 무인도에 둥지를 칠 때, 사람이 다가오지 않아 성가시지 않아도 먹이를 찾아 날아간 볼음도 주변 습지에 사람들이 북적여 여러모로 불안했다. 한데 그물 하나 없는 송도11공구 갯벌은 먹이가 풍족하다. 주변은 어수선하지만 아직 갯벌은 다채로운 생물을 품고 있다.

 

이름이 송도11공구인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송도신도시를 위한 매립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과거, 광활했기에 재두루미가 찾았던 인천의 갯벌은 벌써 6차례 이상 매립돼 1980년대에 남서쪽에 한정되었지만 남동공단과 연수구 주택단지를 위해 그 자리도 매립되었다. 남은 갯벌도 신도시로 대부분 매립해 고작 11만㎢만이 가녀리게 존재하건만 거기마저 매립하려 든다. 휘황찬란한 계획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11공구를 매립하면 15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호언한다. 개발을 서두르는 이 치고 기대효과를 부풀리지 않는 경우는 없을 텐데, 어떨까. 남은 갯벌보다 훨씬 넓은 현 매립 구간에서 시방 어느 정도의 경제효과가 산출되고 있나. 분양은 안 되고, 짓다 만 건물은 늘어나는데, 경제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면 될까. 밑도 끝도 없는 ‘최첨단 혁신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유치되면 ‘동북아 지식기반 산업의 선도 지역’이 될까. 그런데 그런 장밋빛 계획은 송도신도시가 유일하지 않다. 우리나라에 여럿이고, 다른 나라엔 훨씬 많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송도신도시로 들어오겠다고 약속한 이른바 세계적 명문 대학들이 머뭇거린다고 한다. 이미 양해각서를 체결한 버클리 대학을 비롯해 뉴욕 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듀크대 역시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고 소식통은 전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한결같이 환경이었다. 자국 법을 위반하며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공간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게 아닌가. 수백억 달러를 들여 과거에 매립했던 습지를 복원하는 국가가 미국인데 미국의 대학이 송도11공구 갯벌에 버젓이 들어선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면서, 갯벌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라고 훈수를 두었다고 한다.

 

외국의 유수 대학과 정보기술, 생명공학, 물류, 비즈니스와 같은 첨단 혁신 클러스터가 찬란하게 들어서면 15조억 원의 경제 이익이 달성하리라는 계획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입주를 회피한 미국 대학의 주장 때문만이 아니다. 지구가 온난화되는 상황을 미루어 갯벌의 환경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할 경우, 그대로 두는 편이 후손의 기존으로 훨씬 경제적이라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지 않았나. 찾는 철새에게 안정된 터전을 무한히 제공하는 갯벌은 사람에게 고즈넉한 경관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온난화로 상승한 수면의 강력한 파고를 완충시킬 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생태적으로 제거한다.

 

개구리 소리를 들려주러 봄이면 아이와 관광버스에 오르는 우리는 신기루 같은 경제적 가치로 자연을 평가할 수 없다. 자연을 곁에서 느끼지 못하는 후손의 메마른 감성을 고려해야 한다. 저어새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들이 찾는 송도11공구 갯벌은 머지않아 국제적 관광명소로 각광받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후손의 마지막 자연자산이라는 점이다. 지구온난화 시대에 부끄럽지 않은 선조로 기억되려면 송도11공구 갯벌은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 (인천신문, 2010.8.3)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7. 3. 01:55

 

 

장맛비가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맹꽁이가 운다. 대도시의 아파트단지의 녹지 어느 구석에서 우는 맹꽁이는 개발 이전의 농촌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조상의 후손일 텐데,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장마철마다 울었다. 10차선 건너 대형 양판점이 문을 열기 전에 떼 지어 울었지만 이제 서너 마리에 불과하다. 잠시 물이 고이는 도랑에 알을 낳을 건데, 내년 이맘때에도 만날 수 있을지.

 

서울 신정동 아파트단지 신축 공사장에서 작년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환경단체가 보호를 요청했고 공사 담당 기업은 대체서식지를 마련해야 했다. 시멘트 가루가 날리고 공사장비들이 지축을 흔드는 와중에서 잘 견디고 있을지. 은평구 뉴타운 공사 이전부터 살던 맹꽁이들도 대체서식지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터전을 지키려 애쓴 환경단체의 노력이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기업을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약속한 대체서식지의 면적이나마 기업이 지켜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한강의 랜드마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오페라하우스가 계획된 노들섬에서 맹꽁이가 발견되었다. 서울시는 별 생각 없이 더 좋은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선언했지만 환경단체는 발끈했다. 노들섬의 맹꽁이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바로 노들섬의 좁은 녹지라고 믿기 때문인데, 현재 노들섬 맹꽁이는 서울숲으로 옮겨졌다. 오페라하우스가 완성된 후 원래의 녹지로 돌려보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노들섬에서 타향살이하는 맹꽁이는 시방 오페라하우스 완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까.

 

맹꽁이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이다. 법정 보호대상종이 아니라면 아무리 희귀해도 공사업체는 괘념치 않을 테지만, 보호대상종이라는 걸 환경단체가 주목하고 있으니 울며 겨자를 먹는다. 공사 주체는 모종의 수단을 써서라도 맹꽁이를 보호대상종에서 제외시키고 싶을 것이다. 환경단체는 힘을 가진 그들의 의지 때문에 불안하다. 실제로 골프장 계획부지마다 나타났던 꼬리치레도롱뇽과 산허리 주택단지에서 자주 발견되던 두꺼비가 뚜렷한 이유 없이 멸종위기종의 목록에서 제외되지 않았나.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생물은 안녕한가. 생태적 습성과 조건을 성실히 파악해도 사람이 그 조건을 정확히 재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인데, 공사 진행이 급한 시행자들은 어설프게 조성한 공간에 섣불리 풀어놓는 일이 다반사다. 특산종인 단양쑥부쟁이가 옮겨 심겨진 남한강 ‘4대강 사업’ 현장 인근 대체서식지의 단양쑥부쟁이는 공사당국의 장담과 달리 대부분 말라죽고 말았다. 소홀한 환경영향평가 탓에 서식 여부를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공사 주체가 무리하게 이식을 서둘러 초래한 일이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 계속 출현하는 층층둥굴레도 법정 멸종위기종이고 담수어류인 꾸구리도 마찬가지다. 삵과 수리부엉이와 같은 보호대상종이 발견되자 담당자는 훼손이 불가피한 곳에 서식하는 보호종은 대체서식지에 이식해 보호하면 된다고 앵무새처럼 반응했지만 환경단체는 안심하지 못한다. 4대강 사업 현장만이 아니다. 인천 송도11공구 매립 갯벌의 수많은 생물들은 보호대상종이 아니므로 당연히 매몰시키겠지만 그 갯벌에서 먹이를 취해 새끼들을 키우는 저어새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의 보호대상종이다. 저어새는 어느 공간에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런다고 생존이 가능할 텐가. 하지만 매립 담당자는 여전히 대체서식지 타령이다. 가히 대체서식지 결정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용산에 터 잡고 사는 이에게 더 좋은 곳으로 나가라고 하자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우리는 뚜렷이 기억한다. 몇 푼 쥐어주는 돈의 액수가 이전의 우선 조건일 수 없었다. 마찬가지다. 삶이 뿌리내린 공간은 사람이든, 맹꽁이든, 단양쑥부쟁이든, 대체할 수 없다. 대체서식지는 죽든 살든, 터전에서 내쫓으려는 기득권자의 폭력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을 백안시하는 독선이다. 그러니 밤늦은 이 시간, 아파트단지의 작은 녹지에 장마철마다 맹꽁 맹꽁 울어주는 자연의 이웃이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 없다. 내년에 다시 만날 그들의 존재를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요즘세상, 2010.7.?)

잘 읽었습니다. 답답한 현실이지요...

 
 
 

도시·인천

디딤돌 2010. 5. 12. 02:30

 

올봄은 구제역이 축산농가들을 고통에 빠뜨렸지만 근년에는 조류독감이 봄철의 연례행사였다. 정작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건 가축이지만 해당 농부도 살맛을 잃었을 것이다. 가축에 대한 극단의 품종개량으로 유전적 다양성의 폭이 위축되면서 발생한 일인데, 조류독감이든 구제역이든, 전염성이 강한 질병 때문에 멀쩡한 생명을 살처분하는 일은 결코 흔쾌할 리 없다. 그 중 조류독감이 우리나라에서 최근 만연된 원인은 갯벌 매립과 무관하지 않다. 겨울철새가 조류독감을 옮기는 게 확실하다면 그럴 것이다.

 

죽은 철새나 그 가검물을 수거해 조사하니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방역당국은 발표하던데, 왜 철새는 닭이나 오리와 달리 떼로 죽지 않았는지, 예서 논하지 말자. 분명한 건 우리나라로 날아왔다 내릴 곳을 찾지 못하자 먼저 온 철새들이 바글거리는 갯벌이나 인근의 호수로 별 수 없이 내려가 더욱 복작거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철새들로 빼곡하니 질병에 쉽게 감염될 테고, 하필 조류독감에 감염된 철새가 하늘을 날다 배설물을 흘린다면 스프레이처럼 흩어진 바이러스가 양계장의 문틈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운 나쁘면 주위 300미터 안전반경 이내의 닭과 오리는 모조리 살처분될 테고, H5N1과 같은 고병원성이라면 안전반경은 3킬로미터로 확대되겠지.

 

최근 국토해양부는 2003년부터 5년 동안 여의도의 21배인 60.8㎢의 갯벌이 매립되었다고 밝혔다. 그중 절반이 넘는 33.2㎢의 갯벌은 인천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2006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1964년 3900여 ㎢에 달했던 갯벌이 32년 만에 2천여 ㎢로 줄었고 2015년이면 1500㎢ 이하로 급감할 거로 예상하면서 분별없는 매립을 자제해야 한다고 걱정한 적 있는데, 당시의 자료는 이번 국토해양부의 것과 달랐다. 2008년 말에 2489㎢던 갯벌이 5년 만에 60.8㎢로 줄었다고 수정한 건데, 어느 자료가 맞는지는 인천에서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알량하게 남은 인천의 갯벌마저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이다. 다만 새만금을 비롯해 평택항과 여기저기 산업단지로 갯벌 매립을 주도한 국토해양부는 KEI와 달리 매립 자체를 우려한 게 아니라는 점은 기억하자.

 

송도신도시를 국제도시의 면모로 구색 맞추려는 노력이 승했는지, 2008년 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 사무국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인천시는 이제야 철새보전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나섰다. 그를 위해 KEI와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용역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는데, 정작 시는 엉뚱한 다리를 긁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인천공항, 청라지구, 송도신도시, 백령도의 진촌지구 들을 열거하면서 갯벌 매립을 후회하는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인천을 찾는 상당한 철새들이 내려앉는 송도11공구 갯벌의 보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담당자는 지역을 대표하는 철새를 선정해 복원대책까지 세우겠다고 호언했지만, 철새들이 그 사실을 알면 얼마나 어처구니없어 할까.

 

그뿐이 아니다. 항만의 수심확보를 명분으로 퍼낸 준설토를 왜 하필 갯벌에 투기하는 걸까. 그런 식으로 사라졌거나 사라질 갯벌이 거의 12㎢에 달한다. 더욱 치명적인 곳이 있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강화조력발전은 7.65㎢의 갯벌을 손상시킬 예정이라 하고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인천만조력발전은 22.3㎢의 갯벌을 요절낼 계획이라지 않던가. 송도11공구의 6.19㎢ 갯벌마저 매립된다면 해안이 리아스식으로 복잡했던 인천은 누천년 이어진 갯벌을 당대에 모두 없애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철새를 쫓아내는 인천시는 EAAF 사무국을 반납해야 옳은 것이다.

 

국토해양부와 인천시는 조력발전이 친환경에너지인 양 선전하지만, 개발에 눈이 어두워 그런지, 그들은 갯벌 손상으로 잃는 지구온난화 방지 효과에 대해 극구 말을 아낀다. 갯벌이 제거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무릇 얼마인가. 지구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조간대의 갯벌이라는 건 상식이다. 바다보다 막대하게 분포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갯벌의 면적만큼 피어오르며 생산하는 산소의 양은 그로 인해 제거되는 대표적 온실가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의 양을 반영한다. 그뿐인가. 갯벌에서 증식하는 규조류의 외골격과 갯벌을 터 삼은 어패류의 탄산칼슘 껍질은 이산화탄소를 고정한 결과물이다.

 

어패류의 산란장이므로 인체의 자궁, 육지에서 쏟아지는 유기물을 정화하므로 인체의 콩팥이라는 주장은 생략하자.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이때, 갯벌의 가치는 경제적으로든 생태적으로든 온실가스를 내뿜는 여느 개발과 비교할 수 없다. 기상이변과 황사를 심화시키는 지구온난화는 경제성장이나 개발로 극복할 수 없는데, 갯벌의 가치를 어찌 매립으로 얻는 한시적 탐욕과 비교할 수 있나. 전기와 석유의 과소비 없이 한순간도 마음 편히 운영할 수 없는 인천신공항이나 최첨단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신도시도 당연히 비교 대상일 수 없다. “미래의 성장동력”이라고 대통령이 상찬한 새만금도 갯벌을 매립한 이상, 친환경 개발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비교를 불허한다.

 

저어새 무리는 올해도 남동산업단지의 유수지를 찾았다. 송도신도시 개발을 위해 밤낮 없이 질주하는 공사차량의 소음과 유수지를 맴도는 악취를 참으며 세계에서 2천 여 마리만 남은 저어새의 일부가 굳이 찾은 건, 인근 송도11공구 갯벌이 아직 온전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에서 둥지 재료를 슬쩍 제공했어도 사람을 지독하게 혐오하는 저어새에게 거기 말고 대안이 없었을 게다. 한데, 저어새 무리가 깃들어 새끼를 낳기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곳은 사실 유수지가 아니라 인천에 유일하게 남은 송도11공구의 건강한 갯벌이었다. EAAF 사무국을 둔 대내외적인 명분이 서는 일이기도 했다.

 

지구가 온난화되면 해수면이 오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그에 비례해 태풍은 드세질 테고 파고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먼 바다에서 뜨거운 에너지를 받고 들어오는 너울은 해안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넓고 완만한 갯벌이 해안에 펼쳐진다면 파고는 물론 완충될 테지만 매립해 개발한 건물이 바닷가 경관을 독점한다면? 피해는 감당할 수 없이 증폭될 게 틀림없다. 영화 <해운대>처럼. 갯벌은 검은 흙도, 개발 유보지도 아니다. 내일의 생명을 담보하는 생태적 기반이다. (리뷰인천, 2010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