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21. 11. 26. 10:08

 

수능이 끝날 시간에 안과 가려고 택시 탔더니, 라디오에서 퀴즈가 나온다. 수능 마친 아이는 무엇을 먹고 싶을지 묻는데, 짜장면? 예전이라면 몰라도 요즘 고등학생이 짜장면을 찾을 리 없단다. 탕수육도 아니란다. 치킨으로 정정한 진행자는 수능 종료 전에 주문하라고 조언한다. 너나없이 주문할 테니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보통이란다. 집안에 수능 치를 아이가 없어 관심이 없었는데, 안과에서 나오니 도로가 답답하게 막혔다. 어디나 마찬가지라는데, 수능 마친 학생은 치킨집을 찾았을까?

 

치킨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나온다. 인기가 큰 프랜차이즈 회사부터 올렸지만 머지않아 덩달아 상승할 거라 예견하는 언론은 한 마리에 2만 원이 넘을 거라 진단한다. 배달요금까지 더하면 부담이 크겠다. 코로나19가 더 진정되고 단계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치맥 찾는 주당들이 흐느적거릴 테니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일까? 알 수 없는데, 치킨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원유 가격과 연동하기 때문이다. 기름 원료인 수입 콩의 가격 인상을 이유로 분석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대규모로 재배하는 콩은 파종에서 생산, 수확, 수송. 저장에 이르기까지 석유 없이 불가능하다. 콩만이 아니다.

 

맛이 얼마나 빼어나기에 치맥이 옥스퍼드 대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걸까? 외국 프라이드치킨을 먹어본 적 없는데, 맵고 달콤하며 짭조름한 양념 덕분일까? 유튜브 카메라 앞에서 엄지를 드는 외국인들은 바삭한 튀김옷 안의 육질이 부드럽다고 감탄한다. 분명한 것은 치맥 재료인 우리 닭은 외국보다 어리다는 사실이다. 삼계탕 뚝배기에 들어가는 닭은 더 어리다. 고등학교 졸업식 마치고 짜장면 먹은 중년들이 기억하는 백숙의 쫄깃함은 치맥과 삼계탕에 없다. 닭갈비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이전, 할머니 손잡고 찾은 석바위시장은 손님 보는 앞에서 살아 있는 닭을 잡았다. 끓는 물에 넣고 털을 뽑아 포장해주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비위생적이라며 냉장한 닭을 일률적으로 판다. 닭을 사는 소비자도 요즘은 거의 없다. 치맥이 대세로 바뀌었다. 사위 오면 잡던 씨암탉은 옛이야기일 따름인데, 요즘 닭은 닭이 아니다. 차라리 석유다. 도살되기 전까지 먹이는 사료가 대부분, 석유 없이 재배할 수 없는 옥수수와 콩인 까닭이다. 그런 곡물에서 얻는 열량의 10배 이상의 석유를 동원해야 예측한 수확이 가능하고, 가공한 사료를 정해진 시간에 적량 먹여야 도살 직전까지 양계장의 모든 닭의 크기가 똑같아진다.

 

사진: 켜켜이 쌓은 비좁은 철망 안에서 알을 낳는 산란계와 달리 살코기를 위한 닭은 움직일 틈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잛은 시간에 먹고 자기를 반복하고 생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의 닭은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은 미국의 예, 출처는 인터넷에서)

 

시장 상인의 손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이 한꺼번에 처리하는 닭은 똑같아야 한다. 하루 백만 마리 이상 처리하는 기계의 오차범위 밖으로 들쭉날쭉한 닭을 납품하면 그 양계장은 망한다. 값비싼 정밀 기계가 망가지지 않나. 그를 위해 축산과학이 진작 연구했고, 닭은 타고난 유전자를 읽고 극단적으로 단순화했다. 엄격한 사육조건을 지켜야 무게와 크기가 똑같으니 기계 고장이 없다. 오리도, 메추리도 마찬가지다. 돼지도 소도 비슷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멧돼지는 대개 견뎌내지만, 대형축사의 돼지는 어림없는 이유가 그렇다.

 

곡물에 의존하는 돼지와 소도 석유다. 돼지는 닭의 2, 소는 3배의 석유가 필요하다. 우유와 달걀도 비슷한데, 석유 고갈이 멀지 않았다. 산유국이 자료를 한사코 감추지만, 관련 학자는 2005년 전후 생산보다 소비량이 늘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비축량이 부족해지면 가격은 감당하기 어렵게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우리나라의 석유 가격이 들썩들썩한다. 유류세를 잠시 낮춰도 소용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석유로 고기만 공급하는 게 아니다. 의식주는 물론, 첨단 의료와 코로나19 극복도 석유 없이 불가능하다.

 

조류독감이 다시 퍼진다. 당국은 예외 없는 살처분에 들어갔는데, 2000년 이전에 우리는 조류독감을 몰랐다. 없었을 리 없는데, 조류독감은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논밭에 철새가 모여들 때 번진다. 우연일까? 안전반경보다 촘촘히 대형 양계장을 지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하는 삶이 만든 탐욕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씨암탉 잡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은데. (기호일보, 2021.11.26.)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7. 11. 30. 13:51


아침저녁으로 차갑다. 겨울철새들이 찾아오는 계절이다. 11월에 들어서면서 가창오리가 군무를 시작했다. 금강 하구와 천수만은 동틀 무렵과 해질 녘의 장관을 구경하려는 탐조객을 끌어들이지만 가창오리는 한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추워지면 천수만에서 해남의 넓은 호수로 이동하는 기창오리는 수십 마리가 전혀 부딪히지 않고 하늘을 수놓는다. 가청오리가 연출하는 장관은 보는 이의 넋을 빼앗는다.


겨울철새는 호수로 내려않는 가창오리만이 아니다. 서해안의 너른 갯벌에 수십 종류의 오리가 내려앉지만 최근 그 수가 크게 줄었다. 갯벌이 뭉텅뭉텅 사라진 뒤의 일이다. 식구 걷어 먹일 논배미를 위해 삽으로 갯벌을 매립할 적에 별 문제 없었지만 중장비를 동원해 광활하게 매립하면서 갯벌에서 먹이를 찾던 오리의 수가 줄었다. 매립한 갯벌이 들판이 되고 갈무리 뒤에 나락이 떨어지면서 늘어난 철새도 있다. 기러기들이 그렇다.


김포평야가 드넓던 시절, 부천 일원에서 강화로 이어지는 들판은 뒤덮듯 내려앉은 기러기로 이맘때 떠들썩했다. 저녁 무렵 노을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파도치듯 알파벳 V자로 가르며 연실 날아오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곤 했지만 다 지난 일이다. 지금 김포평야는 없다. 부천에서 강화도 인근까지 모조리 매립돼 수도권을 한껏 부풀린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뒤바꿨다. 기억을 더듬고 날아온 기러기들은 앉을 곳을 찾지 못한다.


강도와 화도로 나뉘었던 섬이 고려조에 매립돼 강화도가 되었고, 그때 조성한 들판은 지금도 많은 쌀을 생산한다. 인근 교동도와 석모도 역시 매립으로 넓은 들판이 조성했기에 갯벌에 내려앉는 오리보다 나락을 찾는 철새가 많았는데, 요즘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는 없지만 들판에 나락이 없다. 농기계로 이삭을 털어낸 들판에 나락을 남긴 볏짚이 배고픈 기러기들을 유인했지만 지금 들판은 볏짚을 남기지 않는다.


겨울철 우리 들판과 갯벌을 찾는 철새들은 대개 시베리아에서 날아왔다. 모여들기에 우리는 겨울이면 쉽게 관찰 가능하지만 흩어져 여름을 지내는 시베리아에서 찾기 어려운 종류가 대부분이다. 긴 거리를 쉬지 않고 날아와 체력이 고갈되었기에 철새들은 빠른 시간 안에 원기를 회복해야 하는데 갯벌은 해마다 뭉텅뭉텅 사라지고 널렸던 나락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서해안으로 날아오는 철새는 대폭 줄었다. 시베리아에서 더욱 희귀해졌다. 봄가을로 우리 갯벌을 잠시 경유하는 도요새와 물떼새 종류도 마찬가지다.


익은 벼로 황금빛이던 들판은 시방 한가롭다. 물론 철새가 없기 때문인데, 대신 볏짚을 둥글게 말아 거대한 연탄재처럼 하얀 비닐로 포장한 곤포사일리지들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다. 볏짚 사이에 유산균을 넣고 2개월 이상 숙성하면 영양 만점의 소 사료가 된다는데, 겨우내 소 한 마리가 두 개 정도 먹어치우는 500kg 곤포사일리지를 축산업계는 김장에 비유한다. 예전에 없던 곤포사일리지는 목장의 소를 배불리지만 겨울철새의 먹이를 가로챘다.



사진: 철새가 찾아와도 먹을 나락을 찾을 수 없게 만드는 곤포사일리지.


봄이 멀었는데 황사가 몰아쳤다. 중국에서 발원한다는 황사는 이제 시도 때도 없는 걸까? 올겨울은 조류독감이 퍼지지 않을까? 해를 거르며 반복되던 조류독감이 겨울철마다 발생하더니 올 여름에 나타나 전문가들은 아연했다. 토착화를 걱정한 건데, 조류독감마저 계절을 잃은 걸까? 11월 초부터 징후가 나타난 조류독감은 철새가 옮긴 걸까? 살처분 회오리가 전국으로 휘몰아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도대체 조류독감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전파된 걸까? 분명한 것은 2003년 년 이전 우리는 조류독감과 살처분이라는 용어를 몰랐다는 사실이다. 알 필요가 없었을지 모른다.


독감은 사람도 걸린다. 걸린다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은 왜 떼로 죽는 걸까? 조류독감에 유난히 약한 종류이기 때문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가금에 조류독감을 옮긴다는 겨울철새를 보라. 떼로 죽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기진맥진 날아와 허겁지겁 먹이를 찾는 철새와 나그네새들 중 일부는 조류독감에 감염된 채 내려앉았지만 이내 회복할 것이다. 갯벌이 원형을 보전하고 들판에 나락이 충분한 시절이라면 훨씬 빠르게 회복되었을 것이다. 사람처럼. 한데 닭과 오리는 왜 떼로 죽을까?


조류독감으로 닭이나 오리가 떼로 죽는 게 아니라 그만큼 무자비하게 살처분, 다시 말해 죽이는 게 정확한 성명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조류독감 창궐 때문에 살처분한 가금은 6천만 마리가 넘지만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닭과 오리는 200마리가 넘지 않는다. 밀폐된 양계장에 그대로 두면 급속히 전파되겠지만 회복되는 개체가 대부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개체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과 오리는 아무도 사가지 않는다. 익혀 먹으면 안전하지만 소비자는 외면할 것이다.


요즘 살아 있는 닭과 오리를 구입해 요리하는 소비자는 아주 드물다. 대형 축산업체는 초대형 자동 기계로 한꺼번에 도축해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고 소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튀김으로 구입한다. 크기와 무게가 들쭉날쭉한 가금은 초고가의 기계를 망가지게 하므로 프랜차이즈 회사는 외면한다. 조류독감에 감염된 양계장 업주는 대안이 없다. 철새의 사체나 분변, 감염된 닭과 오리가 발견된 지역에서 안전반경 이내의 가축은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팔 수 없으니 정부의 살처분 요구에 동의하고 보상금을 챙긴다.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서해안의 들판에 사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양계장과 젖소와 한우 목장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시절은 조류독감으로 살처분이 시작된 시절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 시절부터 가을철 들판에 곤포사일리지가 들어섰다. 우리는 치맥에 열광했고 명절 이외에도 쇠고기 고기가 식탁에 풍성해졌다. 품종개량으로 바닥에 닿을 정도로 유방이 거대해진 젖소는 송아지가 아니라 사람에게 우유를 공급한다.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송아지는 도저히 엄마젖을 빨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3끼 일주일 21끼를 밥으로 챙기는 이는 드물어졌다. 하루 한 끼 이상 밀가루 음식으로 대체하거나 식사를 건너뛰기 일쑤다. 먹더라도 밥 양은 많지 않다. 한 사람의 1년 치 쌀 소비량은 평균 60kg이 채 되지 않지만 고기는 50kg에 육박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밥보다 고기를 더 먹을지 모르는데, 50kg 중에 닭이나 쇠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치킨전의 저자는 해마다 8억 마리의 닭이 튀겨진다고 통계수치를 제시한다.


이맘때 건포사일리지는 가을철 고즈넉한 들판의 색다른 정취를 보여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쇠고기 과잉 소비를 반영한다. 유산균을 함유하는 건초가 유전자 조작 옥수수 사료에 찌든 쇠고기의 육질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철새를 잃었다. 부드러운 살코기를 자주 먹는 만큼 조류독감이 늘었다. 조류독감 뿐인가? 구제역도 늘었다. 가금과 돼지, 그리고 소를 살처분해서 파묻은 땅이 늘었고 그 침출수로 인근 하천과 지하수가 오염되기 시작했다. 들판의 건포사일리지는 인간의 탐욕을 반영한다.


무거운 농기계와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농업은 석유 없이 유지 불가능하다. 그렇게 재배한 유전자 조작 사료도 마찬가지이므로 요즘 축산은 고기가 아니라 차라리 석유다. 석유는 2005년 이후 퍼 올리는 양보다 소비가 늘었다는데, 우리는 후손의 생존을 위해 고기 소비를 자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래저래 철새가 사라진 들판은 쓸쓸하다. (작은책, 201712월호)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7. 2. 3. 10:48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세계는 일명 스페인독감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학자들은 당시 인구의 2%에서 5%4천만에서 1억 명이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스페인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한 건 아니었다. 1차대전 당시 중립국이던 스페인의 언론만이 검열을 받지 않아 참상을 왜곡하지 않았기에 그런 명칭이 붙었다.


참호에서 유럽의 병사들을 참혹하게 희생시킨 스페인독감은 인도에서 맹위를 떨쳤다. 시체가 하천에 떠내려가는 모습에 기겁한 가난한 농민들이 도시에 몰려들어 슬럼을 형성했는데, 위생시설이 거의 없는 판잣집 슬럼에 바이러스가 번지자 골목에 시체가 즐비할 정도였다고 미국의 역사학자 마이크 데이비스는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조류독감에 기록했다. 인도는 당시 2000만 명의 희생되었다고 전한다.


미국인의 평균 수명을 10년이나 줄였다는 스페인독감은 조류독감과 바이러스의 구조가 같다. 가금 사육 농가에서 간혹 사람에 전파되는 조류독감은 사람 사이로 퍼져나가지 않지만 돼지를 거치면 사람 사이로 창궐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주장한다. 돼지는 조류와 사람독감에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래서 그런가?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에 사육하는 돼지를 불문곡직 살처분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 말, 닭 잡아먹은 고양이가 조류독감으로 죽은 일이 포천에서 발생했다. 막무가내로 살처분에 놀란 시민들은 길고양이 살처분으로 이어질까 염려했지만 보건당국은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전파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극히 예외적 현상으로 고양이 몸에 들어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다른 고양이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낮고, 종간 장벽이 있으므로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없다는 설명이지만, 세계의 몇 사례를 비추어 완벽하게 안전한 건 아니다.


2009년 우리나라도 긴장하게 만든 신종플루는 정작 돼지독감이었다. 멕시코의 세계 최대 돼지 사육장에서 발생한 돼지독감이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멕시코에서 150, 우리나라도 270명 가까이 사망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는 석연치 않게 인플루엔자A’로 명칭을 바꿨고 우리 보건당국도 신종플루로 개칭했지만 바이러스의 특징이 분명 돼지독감이라고 전문가는 주장했다. 오랜 사육 역사에서 종간 장벽이 무너졌기에 돼지독감이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테지만, 애초 독성이 약했던 바이러스는 인간 사이로 전파되면서 무서워졌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유전자가 DNA로 구성돼 있지만 독감 바이라스는 RNA. RNA 바이러스는 DNA와 달리 복제가 매우 불안정하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내부에 존재하는 8가닥의 RNA 염기서열은 감염된 숙주의 세포에서 복제되는 과정에서 DNA 바이러스보다 100만 배나 많은 변이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전문가는 독성이 약했던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서 독성이 강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1918년 스페인독감도 발생 초기 그리 무섭지 않았지만 인도에서 세계로 퍼지며 강력해졌다고 추정한다. 세계적으로 최소 4천만 명을 희생시켰어도 내용을 분석하면 위생과 면역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흉작으로 인한 기아가 만연한 상황에서 막대한 희생자를 낳았던 인도처럼 유럽도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젊은이가 지저분한 참호에서 많이 희생되었다. 수십만이 죽은 미국도 주로 빈곤층이었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멕시코에서 세계 최대 양돈기업인 미국의 스미스필드푸드가 문제를 일으켰다.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면서 위생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것이다. 2009년 희생된 멕시코인은 비위생 상태에 노출되었고 낯선 질병에 보건당국이 대처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도시 중산층의 희생은 크지 않았다. 수천의 희생자를 낳은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도 대부분 빈곤층이거나 노약자가 희생되었고 우리도 사정이 비슷했다. 동물복지를 고려해 돼지를 사육했다면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는 질병이었다.


이번 우리나라에 창궐한 조류독감으로 3000만 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었다. 하도 무리하게 살처분해 파묻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과로사할 지경이었다. 축산협동조합은 살처분 인력을 계약직에 한정해 빈축을 샀는데, 파묻힌 3000만 생명들은 가만히 두면 조류독감으로 희생될 운명이었을까? 2004년 이후 거의 격년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했는데, 그 전에 조류독감이 없었을 리 없다. 이제껏 근 6천만 마리를 생매장했는데, 그 중 몇 마리나 조류독감에 감염되었을까? 6000만 마리의 극히 일부, 천 마리도 못될지 모른다. 감염되었더라도 대부분 회복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나 돼지처럼.



사진: A4용지 한 장에 두 마리의 닭을 밀집 사육하는 미국의 공장식 축산의 모습(퍼옴). 축사 안의 등을 켜면 항생제가 듬뿓 들어간 유전자 조작 옥수수 사료를 먹고 등을 끄면 자야 하는 양계장은 질병이 급속히 번지게 하는 시설이다.  


독성이 무서워진 스페인독감이나 신종플루에 감염된 사람의 절대다수는 거뜬히 나았다. 2004년 이전 우리 땅에서 사육하던 닭과 오리들도 조류독감에 걸려도 대부분 나았을 것인데, 요즘은 왜 불문곡직 죽일까? 살처분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동안 환청, 공포 속에 파묻히는 닭과 오리의 비명에 시달린다는데, 그렇게 생매장되는 닭과 오리는 산업축산에서 그저 고기 덩어리일 뿐, 생명을 가진 존재로 취급되지 않는다. 빨리 많은 고기와 계란을 낳아야 하는 생산라인에 불과하다.


요즘 김밥에 계란이 젓가락처럼 가늘어졌거나 아예 사라졌다. 방학이긴 해도, 대학가 주점에서 인기 높았던 계란말이도 슬며시 자취를 감췄을 것이다. 관세를 없앨 뿐 아니라 항공료를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장려해도 수익성이 분명치 않아 그런지, 상인들은 양계업자의 불만과 관계없이 수입을 꺼린다. 계란 가격은 당분간 내려가지 않을 텐데, 이러다 계란 없는 식단에 익숙해지는 건 아닐까? 도시락에 계란 프라이 하나 얹은 친구 부러워하던 시절처럼?


우리나라는 해마다 8억 마리의 닭을 먹는다. 이번에 살처분한 3000만 마리보다 훨씬 수가 많은데, 대부분 지나치게 어린 닭이다. 부화한 지 4주에서 5주 만에 도살되는 닭은 시원한 바람과 밝은 햇빛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대한 기계에 발목이 걸려 자동으로 도살, 가공, 포장, 맥도날드햄버거 프랜차이즈 전 세계의 가맹점보다 많은 치킨점으로 운송돼 팔려나간다. 조류독감이 창궐할 조건이 충분하다.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번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텐데, 이 기회에 좀 자제하면 어떨까? (작은책, 2017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