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1. 3. 31. 07:01

 

요양원과 요양병원 종사자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집단면역이 형성될까? 접종 방법과 효능, 그리고 면역 유지 기간이 제각각인 백신들로 전 국민의 70% 이상에 면역이 형성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전문가들은 여러 여건상 올해 안에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한다. 백신을 불신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90% 이상의 국민이 접종해야 70%의 집단면역을 기대할 수 있다는데, 바이러스가 순순히 물러날지.

 

내부 유전자가 RNA인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보다 100만 배 정도 빠르게 변화한다는데, 코로나바이러스도 RNA. 영국과 브라질,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기존 백신의 효능을 의심스럽게 만든 변이체가 출현하자 우리 정부는 입국하는 외국인에게 감염되지 않았다는 증명을 요구했는데, 우리뿐 아니겠지.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달라질까?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려나? 그를 기대하며 항공기를 예약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해외 소식이 들린다.

 

지금까지 없던 일이지만, 다국적 제약회사가 인류애를 발휘해 가난한 나라에 최신 백신을 원가 이하로 적량 적시에 공급한다면, 코로나19에 대한 온갖 음모론은 힘을 잃을지 모른다. 이 자리에서 음모론은 잊기로 하자. 의료 역량에 여유가 있는 국가들이 일제히 접종한 후, 여유 없는 국가를 전폭 지원해 차례로 집중적 접종한다면, 지구촌의 집단면역도 가능할까? 몽상일지 모르는데, 그때 지구촌 모든 공항의 출입이 자유로워질까? 현재 문 닫았거나 찻집으로 바꾼 여행사무소는 다시 바빠지고 국제공항은 북적이게 될까?

 

보궐선거 시국을 맞아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가덕도 신공항이 순항하려나? 순조롭다면 2029년 완공될 것으로 점치는 정부는 2관문일 가덕도 국제공항으로 부산과 경상권이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거로 소문을 낸다. 예비타당성을 조사도 없이 수도권과 경쟁하며 세계적 물류 거점이 된단다. 부산시장에 출마하려는 후보들도 정당 구별 없이 합창했는데, 정작 가덕도 주민 상당수는 시큰둥하다. 가덕도 표는 중요하지 않겠지.

 

2006년부터 정부와 영남권은 균형발전을 앞세우면서 신공항을 거론해왔다. 2025년이면 김해공항이 포화한다는데 호남권은 조용하다. 목포와 무안의 공항 덕분에 균형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일까? 2002년 돛대산의 민항기 사고를 거론한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1993년 목포공항의 민항기 사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목포의 사고는 기장의 실수였고 김해공항 사고는 지형의 한계였을까? 장관 교체 이전에 국토교통부가 제기한 문제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조목조목 제시한 사항은 쉽게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경험 많은 항공기 기장은 가덕도가 안전하다는 데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림: 가덕도 신공항의 조감도. 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에 무엇이 사람과 동승할까?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서산시장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공항 없는 충남을 대표해 누군가는 찍소리라도 내야 할 거 같다며 살신성인을 자처한 그는 관광과 레저 인구의 급증으로 충남 서해안이 경제 중심지로 부상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내세우면서 가덕도 신공항의 0.68% 비용이면 건설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치력이 부족한 충청남도라 무시했다는 투였는데, 당시 정치력이 막강해 공항이 생긴 무안과 양양은 이 순간 균형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하고 있을까?

 

가덕도처럼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새만금의 공항에 12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이 반영되었다. 그 공항은 전북 발전의 초석이 될까? 1억 평이 넘는 매립지는 현재 허허벌판이다. 무엇으로 채워야 찾는 사람이 늘어날까? 거듭 바뀌는 청사진은 인천의 송도신도시보다 훨씬 휘황찬란하지만, 신기루 같은 희망사항이다. 요사이 거론되는 계획은 핵발전소 서너 배 규모의 태양광발전소와 스마트 농업이 전부다. 찾는 이가 늘어날 리 없는데, 더 생각해보자. 주변에 막대한 매립토가 없는 새만금 간척지는 해수면보다 낮을 거로 예상한다. 해수면 상승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20189월 태풍 제비가 휩쓸자 일본 간사이공항은 25년 만에 폐쇄되었다. 육지에서 5km 떨어진 바다의 연약지반을 깊게 매립해 만든 공항은 지반 침하를 대비했다지만, 예상보다 빠른 침하가 그치지 않더니 태풍에 속수무책이 되고 말았다. 해수면보다 15m 높게 시공했지만, 6년 만에 11m 이상 가라앉았고,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했어도 수면에서 2m를 남길 따름이었다. 태풍이 휘몰아치자 폭우와 넘치는 바닷물에 50cm 이상 잠겼는데, 가덕도가 김해보다 태풍에 강할 거라 믿을 근거는 없다.

 

수온이 오를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태풍은 다가오는 횟수까지 늘었다. 그뿐인가. 바닷물의 부피가 커져 해수면이 오르는데, 힘겹게 복구한 간사이공항은 언제까지 마음 놓을 수 있겠나? 간사이공항만이 아니다. 바닷가에 지은 중국 상하이의 푸둥공항과 싱가포르의 창이공항도 사정은 비슷한데, 코로나19 이후 이용객이 대폭 줄어든 인천공항도 예외일 수 없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코로나19를 제압해도 소용없다.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바닷가 공항은 규모와 관계없이 기능을 잃을 것이다.

 

지난 2월 인도 북부 산악지대의 200여 주민이 산사태로 희생되었다. 폭우로 붕괴한 히말라야 빙하가 강을 휩쓸어 발생했는데, 전문가는 지구온난화를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빙하가 녹으면 인더스강은 바싹 마를 것이다. 인도는 어떻게 될까? 인도만이 아니다. 히말라야 빙하에 생존을 맡기는 지역은 상당히 넓다. 히말라야를 방문한 아이슬란드 소설가는 자신의 책 시간과 물에 대하여에서 빙하를 녹이는 기후위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이웃 그린란드의 빙하가 맹렬하게 녹지 않던가.

 

그린란드 빙하가 사라지면 해수면은 7m 상승한다. 크레바스가 갈라지며 녹는 속도는 예상을 초월한다. 금세기 이내에 흔적마저 잃을지 모르는데, 남극 빙하도 예상을 앞당길 태세다. 지난달 27일 서울 면적의 2배에 달하는 빙하에 금이 생겼다. 머지않아 떨어져 나갈 모양이다. 해수면은 그만큼 더 상승할 것인데, 사람들은 여전히 태평하다. 고래 먹이인 크릴새우를 탕진하기 혈안일 따름이다. 북극 얼음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빙하가 줄어든 만큼 햇빛 흡수량이 늘어나는 북극해는 더욱 따뜻해졌다. 냉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지자 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가 차례를 바꾸며 혹한에 시달리는데, 기회인가? 북극항로가 열렸다며 반기는 사람들은 원유시추 장소를 탐색한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의지를 정부에 주문한 대통령은 2030년 이전의 완공을 요구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와 생태계의 멸종을 염려하는 유럽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와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2030년까지 멈추려는데, 2050년 탄소중립을 선포한 우리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위해 비행장을 서두르라고 다그친다. 비행기는 어떤 내연기관보다 온실가스를 강력하게 내뿜는데,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 권인 한국에서, 해수면은 언제까지 안녕할까?

 

막대한 철근콘크리트가 필요한 공항은 토목건설 자본에 눈물겨운 이익을 안기겠지만, 기후위기는 그만큼 증폭된다. 콘크리트는 무게의 90%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파국을 만날 생태계는 감염병은 완충하지 못한다.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타고 퍼지는 코로나19로 그칠 리 없다. 지금도 녹는 영구동토의 포유류 사체에서 깨어날 인수공통질병 병원균은 더욱 빠르게 창궐할 게 틀림없다.

 

공항은 다음세대를 위협한다. “2050 탄소중립의 적이 되지 않으려면텅 빈 공항에 고추를 말리자고 한 의원이 제안했더니 여당의 한 의원은 걱정을 말라고 응수했다. 2035년이면 전기와 수소 항공기가 취항할 거로 상상했는데, 교활하거나 멍청했다. 연료가 바뀌면 탄소중립이 보장되는가? 온실가스 배출이 필수인 경제성장으로 지역 균형이 이루어지는가? 시대착오적 발상이거늘, 탄소중립이라니. 어설픈 속임수를 넘어, 다음세대에 대한 위협이었다.

 

코로나19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류에게 반성을 요구한다. 생존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면 파국적인 탐욕을 당장 버리라고 촉구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경제성장은 가당치 않다. 있는 공항과 고속도로를 없애거나 대규모로 줄여 느리게 사는 균형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대안이다. (작은책, 2021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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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0. 7. 30. 16:53

 

지난겨울 장례식장에 헐레벌떡 들어간 적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부고. 왜 내게 연락하지 않으셨을까? 약속과 약속 사이에 시간이 조금 비니 서둘렀는데, 주소와 연락처를 적을 때 체온을 재던 젊은이가 연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마로 모자랐는지 목까지 측정했건만 체온이 25도에 머문다며 당황했다.

 

지하철역에서 제법 긴 거리를 찬바람을 받으며 걸었으니 피부는 정상보다 차가웠나 보다. 코로나19가 아니라는 신호가 분명했기에 성가신 일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한여름이라면 달라지겠다 싶었다. 기온이 체온보다 높은 날, 피부로 체온을 측정하면 시시비비가 많을 텐데, ‘설마 코로나19가 여름까지 계속되겠나?’ 하지만 계속이다. 6월 초부터 대구는 섭씨 38도를 넘었다. 불볕더위가 본격화되면 측정 방법을 바꿔야 할까?

 

지난해 겨울, 수도권은 제설차가 필요할 만큼 눈이 쌓이지 않았다. 그다지 춥지 않았기에 조경 전문가들은 해충 확산을 걱정했다. 그래서 그런가? 올봄 매미나방 유충이 전국에 기승이었다. 나무줄기에 낳은 알이 겨우내 얼어붙지 않은 탓이라 전문가들은 분석하는데, 올겨울도 춥지 않다면 내년은 어찌 될까? 천적이 드문 산하에 매미나방이 들끓고 근린공원마다 살충제 냄새가 진동하는 건 아닐까?

 

2018년 형벌과 같은 더위에 놀란 마당인데, 입주할 아파트 천장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식구의 요구를 마다할 수 없었다. 이사한 첫 여름, 마침 미국에서 방문한 처형은 에어컨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고 그 집 가장은 냉방병으로 한동안 훌쩍였다. 올여름 다시 방문하는 처형은 호텔 격리 마치자마자 같은 집 에어컨을 망설이지 않고 켜겠지.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된 마당에 전기가 남아돈다. 올여름도 냉방병을 견뎌야 한다.

 

2003년 유럽은 500년 만에 닥친 폭염으로 3만 넘는 인구를 잃어야 했다. 섭씨 4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였다는데, 여름이 끝나지 않은 올해. 벌써 50도에 육박했다. 17년 전 유럽은 에어컨 없는 가정의 여성부터 희생시켰다. 안정된 직업을 잃은 이민자의 할머니와 여자아이가 대상이었는데, 올여름은 다를 것이다. 에어컨 설치한 관공서를 피난처로 제공하기 때문이라는데, 우리는 어떨까?

 

2018년 더위에 놀랐는지. 누진제를 완화한 정부는 유럽처럼 관공서를 한결 시원하게 바꿨다. 추위에 약한 공무원은 얇은 스웨터를 준비해야 했는데, 덕분에 열사병 환자가 줄었을까? 에어컨이 신접살림의 척도가 된 요즘, 시민 대부분은 그 여부를 알지 못한다. 에어컨 가동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1980년대 이전, 더우면 하릴없이 은행에 앉아 있는 노인을 언론이 조명했는데, 경로당마다 커다란 에어컨을 가동하는 요즘, 그런 소식은 뉴스 대상이 아니다. 대신 출입문 활짝 열고 행인 유혹하는 서울 일부 상가의 일탈을 날 서게 보도했지만, 그것도 예전 일이 되었다. 전국 상가는 벌써 거리를 시원하게 만드는데 열심일 따름이다. 누진제 없는 상가만이 아니다. 비닐 커튼을 늘어놓은 원두막에 에어컨을 펑펑 가동하는 농촌도 적지 않다.

 

사진: 최근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 수온과 기온이 상승하는 한반도 주위.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발전소와 자동차의 기하급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온배수를 막대하게 내놓는 3개 국가의 화력과 핵발전소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에 영향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얼마나 소비할까? 에어컨 가동 겁내지 않는 미국보다 많을까? 아니다. 국민 1인당 평균 소비량은 미국보다 적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일본과 엇비슷하다. 소득보다 전기 소비가 많은 편인데, 가정의 사용량은 어떨까? 사실 가정은 해외의 잘 사는 국가보다 분명히 작게 소비한다. 대략 미국의 4분의 1, 일본, 독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산업체의 소비 전력이 가정보다 월등히 많은데 요금은 가정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 원가 이하의 요금을 정책적으로 고집하기 때문인데, 우리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은 그에 호응할까?

 

우리 환경단체는 한국 산업체의 전기 씀씀이를 비판한다. 같은 제품을 생산할 때 소비하는 전력이 유럽 국가들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거다. 기술 탓이 아니다. 요금이 저렴하므로 소비를 줄이려는 기술을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전기 생산량이 충분하다면 그런 호기는 비난받고 말겠지만, 머지않아 강력한 규제에 부딪힐 것이다.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억제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이 아닌가.

 

전력요금이 제품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은 소비 전력의 효율화를 연구하고 반영한다. 미미하다면 효율화에 관심이 부족할 텐데, 우리 산업체가 그렇다. 저렴한 전기요금을 믿고 효율화에 둔감하니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않았는데, 위기의 지구온난화는 국제사회에 새로운 각성을 불어넣었다.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한 기업에 호의적으로 변한 것인데, 우리는 구태를 벗지 못한다.

 

‘K Pop’에 이어 ‘K 방역까지, 최근 세계 관심사의 일부를 주도하는 우리나라를 놓고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는 듣는 이를 으쓱하게 했다. 우리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선진국이 아니라 선도국가를 권유했다는 게 아닌가. 코로나19 극복뿐 아니라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을 짧은 시간에 극복하는 모습이 경이로웠을 텐데, 최근 영국의 기후변화 시민단체가 우리나라를 기후 악당 국가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을 자국은 물론 타국까지 찾아가 부추긴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2016년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지수를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54위로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주도적으로 줄이겠다고 호들갑 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보다 23계단이나 추락한 수치로, 국제사회의 망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망신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유럽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과 무역을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바람이나 햇빛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우리 산업체는 새로운 무역 규제를 피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독일 상원은 2038년까지 자국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기하는 제도를 최근 확정했다. 갈탄 매장량이 막대하지만 다음세대의 생존을 생각해 석탄화력발전을 포기한 독일은 대표적인 산업국가다. 가정의 전기 소비량은 우리의 2배에 달한다.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로할 예정인데, 우리는 어떤가? 햇빛 에너지가 우리보다 월등하지 않아도 지붕마다 발전시설을 붙여 지역에서 자급하려는 독일과 무척 다르다.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유지하면서 에어컨으로 불타는 더위를 막으려 한다.

 

화석을 대대적으로 분석한 미국 연구진은 지구의 기온이 12년 기간에서 요즘이 가장 높다고 최근 밝혔다. 65천 년 전 공룡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5 대멸종이후 낮아진 기온이 다시 치솟았다는데, 그 이유는 되풀이할 필요 없이, 온실가스 무분별한 증가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뿐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의 내연기관이 문제인데, 제주도에 두 번째 국제공항을 꼭 짓고야 말겠다는 우리나라는 흑산도와 울릉도와 백령도, 그리고 새만금에 공항을 추가하려고 벼른다. 고속도로는 세계 최고의 밀도를 자랑하지만, 더 늘이려 안달이다.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독성을 거듭 강화하는데, 우리 정부는 학교에 에어컨 사용 지침을 내려보냈다. 공룡이 멸종할 정도로 치솟는 더위가 에어컨으로 물러설까? 창문을 3분의 1 정도 연 상태에서 2시간 에어컨을 가동한 뒤 환기하라고 덧붙였지만, 내연기관의 확대에 비례해 더워지는 지구는 제2, 3의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에 속수무책이다. 이제 수업권보다 생존을 위한 대책을 세울 시점이 아닐까?

 

미국 CNN은 바다와 강의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것으로 최근 보도했다. 물고기만이 아니다. 석유를 가공하므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화학비료와 농약인데, 그런 물질을 반드시 사용해야 경작이 가능한 곡물도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전 기상청은 장마 이후 33도 폭염을 예고했다. 창문을 연 학교는 에어컨 켜고 수업일수를 채울 텐데, 기상이변은 학교를 예외로 여길 리 없다. 중국과 일본 남부에 수해를 안긴 장마는 언제까지 우리나라를 비껴갈까? 실내 식히는 에어컨은 대기를 데우고 바다의 수온을 높인다. 에어컨을 가동하게 하는 화석연료는 기상이변을 부추길 텐데. (작은책, 20208월호)

 

 
 
 

도시·인천

디딤돌 2020. 7. 23. 22:58

 

장담할 수 없어도, 뙤약볕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홍예문을 지나면 제법 시원한 바람을 받을 수 있으리라. 편서풍이 서해안을 지나 인천에 상륙한 뒤 홍예문을 빠져나갈 때 속도가 붙기 때문일 텐데, 고교 시절, 그런 현상을 베르누이 정리라 배웠다. 구체적 내용은 잊었지만, 단위 시간에 흐르는 공기의 양은 같다고 했다. 바다로 넓게 들어온 바람이 홍예문 좁은 통로로 휩쓸리면 속도가 붙을 터.

 

중력의 영향을 받는 바닷물도 비슷하겠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에서 흔히 볼 수 있을 텐데, 먼바다에서 번뜩이며 육지로 밀려드는 바닷물은 5, 6미터 상승하는데, 바닷물이 들어오는 폭을 좁히면 빨라진 물줄기가 막대한 에너지를 품으며 한순간 높아지겠지. 그런 현상은 시화방조제가 하루에 두 번 연출한다. 그 힘은 조력발전으로 이어지는데, 과거 이순신 장군은 진도 웃돌목 명량해협에서 그 현상을 모르는 왜군을 전멸시킬 수 있었다.

 

인구 300만에 휘황찬란한 공항과 신도시, 그리고 굴지의 항만을 가진 인천은 개발 이전 소박한 어촌이었다. 해안의 드넓은 갯벌은 커다란 선박을 쉽게 받아주지 않기에 개항하면서 대규모 매립은 필연이었다. 물동량이 커지며 매립 면적은 넓어졌고 지역의 확장과 비례하며 매립은 광범위해졌다. 어느새 인천 앞바다에 갯벌은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러자 수산자원은 물론이고 해난 완충 수단도 자취를 감췄다. 피부에 닿지 않겠지만, 이산화탄소 제거로 온실효과를 예방하던 갯벌의 효과는 사라졌다.

 

황해는 동해나 태평양에 비해 수면이 낮아 파도가 그리 높지 않다. 황해 안쪽에 자리한 인천은 태풍의 내습에서 어느 정도 빗겨 있어 해난이 드물었고 규모도 크지 않았다. 가끔 닥치더라도 앞바다 160여 크고 작은 섬들이 완충했지만, 사정이 바뀌었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이 심각해지면서 규모가 커진 태풍이 늘어나더니 항만에 해수 유입이 잦아진다. 그뿐인가. 복잡했던 리아스식 해안이 콘크리트로 단순해지면서 너울성 파고에 취약해졌다. 광범위한 매립의 부작용이다.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1400만 평의 갯벌을 메우고 들어선 인천공항은 지구온난화가 이끌 재해에 무방비다. 해수면 상승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태풍에 이은 너울성 파도, 이웃 국가의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를 피할 도리가 없다. 아직 이렇다 할 재난이 인천에 다가오지 않았지만 심화하는 기상이변을 고려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송도신도시와 남동공단도 피해갈 수 없을 텐데, 인천시는 매립을 멈추지 않는다. 알량한 영종도 갯벌을 호시탐탐 노린다. 도시의 활력을 위해서? 그저 땅 욕심이지만, 후손의 삶은 위협받는다.

 

사진: 인천 앞바다 항로 준설 계획도. 하루 두 차례, 세계 최대의 조수간만의 차이로 바닷물이 노도처럼 밀러오는 인천은 갯벌이 형성돼 있으므로 안전했지만, 여러 차례의 대규모 해안 매립으로 광할하던 갯벌이 자취를 감추었는데, 항로준설이라는 명분으로 남은 영종대교 양측의 갯벌을 추가 매립해 땅을 확보하려고 한다. 불행하게도 갯펄인 준설토로 영종대교 좌우측 갯벌을 없애는 행위는 바닷물의 길을 극단적으로 좁히는 것이다. 장차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은 그로 인한 해난의 규모를 막대하게 기울 수밖에 없다. 걷보기 화려하기만 한 신기루,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 청라국제도시, 송도신도시는 재난을 피할 수단을 잃었다. 후손의 생존은 그만큼 위협받게 된다. 파국이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인천공항에서 영종대교를 지날 때 나타나는 갯벌은 살아있는 바다의 생경하지만 진귀한 경관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그 주변이 사라져간다. 항로준설로 퍼올린 개펄을 쏟아 한상드림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섬을 준비하며 도박과 골프장을 꿈꾼다. 영종대교 건너의 갯벌도 항로준설로 사라질 운명이라는데, 이즈음, 베르누이 정리를 소환해보자. 하루 두 차례 다가오는 인천의 바닷물은 통로가 더욱 좁아진 영종대교 아래에서 파고를 높일 텐데 그때 태풍이 불고 해일이 닥친다면 한상드림아일랜드는 안전할까? 너울이 휩쓴다면 공항 활주로는 멀쩡할까?

 

항로준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다. 흔해 30년 또는 50, 심지어 100년 앞을 바라보고 안전하게 설계했다지만,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르는 기상이변은 인간의 과학이 예견한 수준을 쉽게 뛰어넘는다. 2050년 이내에 지구는 거주 불능 행성이 될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파국이다. 갯벌 매립으로 바닷물 통로를 좁히면 2050년 훨씬 이전부터 인천은 거주 불능 도시로 파국을 만날지 모른다. 영종2지구 갯벌을 줄이거나 없앤다면 흰발농게에 이어 인류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없어진 갯벌을 다시 만들 재간이 우리에 없지만, 항로준설로 챙기는 어마어마한 개펄로 송도신도시와 인천공항 앞에 파국을 막아낼 다도해를 일부 조성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완화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의 생존 공간은 다소 안전해질 텐데, 탐욕은 후손의 생존을 안중에 두지 않나 보다. (기호일보, 20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