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8. 11. 30. 10:39


현 정국은 예산 공방이라고 언론이 전한다. 일자리 예산이 그 핵심인데, 일자리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정부는 녹록치 않은 현실에 곤혹스러워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당장 늘릴 수 없는 현실에서 정부 예산안은 임시 일자리에 치중한다는 야당의 질책이 이어진다.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에서 다채롭게 마련해야 옳은데, 효율성을 지향하는 기업은 일자리의 확충에 대체로 역행한다. 촛불이 탄생시킨 정부는 기업을 견인할 수 있을까?


농토 확보 명분으로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바닷물 흐름을 차단한 2006년 이후 12년이 지났건만 어떤 농업도 안착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사업 내용이 오락가락한 탓도 있지만 방조제 내부 공사에 진전이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한때 국내 굴지의 기업이 컴퓨터 기반의 첨단농업을 거론했다. 농업이 최첨단일수록 농촌과 농민은 배제된다. 투자 기업의 이익에 충성하는 최첨단 농업은 농민의 일자리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전통 농촌을 조롱한다.


최근 정부는 2022년까지 새만금 일대에 핵발전소 4기 규모에 맞먹는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할 거로 추산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선포식에 대통령이 참여했지만 주민도 모르는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주권자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대통령은 선포식에 앞서 주민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걸 몰랐을까? 어업에 종사해온 주민들도 생뚱맞은 정책에 반기를 든다. 천혜의 갯벌이 사라지면서 황폐화된 어장에서 일거리를 잃었는데, 태양광이라니? 지금은 방조제를 터야 할 때가 아닌가? 반문한다.


주민의 의견과 달리 재앙적 탈원전 대책특위 위원장직함을 가진 어떤 국회의원은 특이했다. “지역 주민들이 30년 기다린 새만금 개발이 고작 태양광이냐빈정대며 일조량 부족으로 사업 효율과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반대했다. 그렇다면 새만금 간척사업 부지에 무엇을 들여야 한다는 걸까? 설마 핵발전소는 아니겠지.


2007년 말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양당 후보는 두바이를 거론했는데, 거품 빠진 개발의 실패작으로 평가되는 두바이가 새만금의 모델일 수 없다. 하도 넓어 해수면보다 1.5미터 낮게 성토할 수밖에 없는 새만금 간척지는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 300밀리 이상의 호우와 태풍, 그리고 해일과 쓰나미, 다시 말해, 심각해진 지구온난화가 일상으로 만든 기상이변은 새만금 방조제 내부를 물로 채울 텐데 어떤 사업이 전도유망할까?


납과 카드뮴 같은 중금속을 함유하는 태양광 패널을 대거 폐기할 시점이면 발암물질이 넘쳐난다는 점을 부각한 어떤 언론은 궤변을 늘어놓았다. 국민 부담이 늘어날 거라면서 억지 중단한 월성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핵산업계 광고를 얼마나 수주하는지 모를 그 언론사는 핵발전이 필연적으로 배출하는 최악의 독극물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과학기술을 최선으로 동원한다면 태양광 패널이 쏟아낼 중금속은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지만 핵폐기물은 다르다. 영원히 해결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거늘, 정설을 애써 무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의도의 13배 넘는 부지의 태양광 발전소는 어떤 일자리를 창출할까? 주민은 만족스러울까? 벌써부터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들썩인다는 소문이 들린다. 국내 전기 소비의 10% 이상을 책임진다는 태양광 발전에 제법 많은 기업이 동원될 텐데, 4차산업을 지향하는 기업은 어떤 일자리를 늘릴까? 정부도 지원하는 4차산업은 자동화를 추구하는데, 10만 일자리는 비약이 아닐까? 패널 설치할 때 현장 인력이 잠시 필요하고 발전소 가동할 때 유지보수와 경비인력을 약간 요구하겠지.


태양 일조량은 우리나라가 유럽 최대 산업국인 독일보다 훨씬 우수하다. 그럼에도 독일은 자국 소비전력의 절반을 태양과 바람으로 충당하려 노력한다. 그뿐이 아니다. 향후 30년 이내에 모든 전력을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찾을 것이라 다짐한다. 국민과 호응하기에 허풍이 아니다. 심화되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절박함도 있다. 후손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자제해야 한다고 최근 국제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회(IPCC)’에 모여 비장하게 결의하지 않았던가. 새만금의 세계 최대 태양광과 풍력발전 단지는 지구온난화 예방에 얼마나 기여할까?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국가는 흐린 날이 많아도 국토가 넓고 편평하므로 산지가 많은 우리와 달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쉽다. 산비탈을 넓게 허물어서 산사태를 걱정하게 만들거나 멀쩡한 농경지와 호수를 뒤덮은 우리와 다르게 그들은 크고 작은 지붕을 폭넓게 활용한다. 시민들의 적극 호응하기 때문이지만 지역 자급을 유도하는 국가의 전력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마을에서 자급할수록 전기의 효율은 높아지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어든다. 지붕의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주민은 이웃과 돈독하지만 대량으로 공급하는 전력은 지역에 관심 갖기 어렵다. 기업 이익에 민감한 만큼 소비자는 소외되기 십상이다.


이명박 정권은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회사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강요했다. 2024년까지 생산 전기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해야 하니 전력회사는 산비탈을 무리하게 허물고 호수를 뒤덮을 궁리를 한다. 심지어 태양광 패널로 덮은 것이 이익이라고 농민을 유혹하려 든다. 그런 무모함으로 농민이 줄고 산사태가 늘지만, 그런다고 전력회사가 의무량을 채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한데 대규모 공급 정책만 유효한 건 아니다.


독일은 마을단위 또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전력 생산의 기회를 준다. 지붕에서 생산해 소비하고, 남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팔 수 있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그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일본도 발전차액제도 실시했다. 그러자 태양광 전력이 대폭 늘어나면서 관련 일자리도 늘었다. 재생 가능한 전기는 핵이나 석탄화력보다 일자리를 최소 10배 이상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전력을 분산해 생산할수록 일자리는 늘어나는데, 우리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2012년 발전차액제도를 폐지했다.


새만금 방조제가 바닷물의 유통을 차단하면서 어민은 떠나고 어촌은 황폐해졌다. 사라진 갯벌만큼 지구온난화 예방효과는 중단되었고 우리는 천혜의 먹을거리를 잃었다. 새만금 일원의 태양광과 풍력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생각해보라. 방조제를 허물고 바다를 살리면 훨씬 많은 일자리가 보전될 것이라고 지역의 환경운동가는 외친다. 미세먼지와 온난화로 위기가 가중되는 후손에게 지속 가능하게 이어질 양질의 일자리가.


환경운동가가 방조제를 모조리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 바닷물 흐름이 원활할 정도로 방조제 여러 군데 터놓는다면 방조제 안 갯벌이 되살아날 것이다. 예전처럼 늘어난 플랑크톤이 활발하게 탄소동화작용을 하면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만큼 지구온난화를 예방하고 생물다양성은 회복될 것이다. 어업이 활성화되면서 어촌은 활기를 찾을 것이며 방조제를 이용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게 틀림없다. 일자리? 자부심을 세계적으로 드높이는 일자리가 괄목하게 늘어나겠지!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는 결코 자랑일 수 없다. (작은책, 201811월호)

 
 
 

자원·에너지

디딤돌 2017. 9. 22. 14:40


인버터. 전기로 작동하는 작고 예쁜 주방기기인데 열선이 보이지 않아도 물을 금방 끓인다, 특이하게 용기와 인버터 사이에 끼워놓은 신문지가 타지 않는다. 전용 용기를 사용하면 그렇다는데, 인버터는 전기를 얼마나 소비할까? 열선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전기랜지보다 적을까? 억지로 들어간 해외의 한 쇼핑센터에서 상인의 호들갑스럽게 소개하는 상품을 보면서 효율이 궁금했는데, 기왕이면 디자인이 수려한 프랑스 제품보다 전기 소비 효율이 높은 독일 제품을 선택하라고 동료가 귀띔해주었다.


프랑스는 전기의 4분의3을 핵발전소에서 충당한다. 나치에 협조한 지식인 수만 명을 사형시킨 드골 대통령이 내놓은 핵발전소 도입 주장을 반대한 지식인은 당시 드물었을 텐데, 요즘 그 부적용이 심각하게 드러난다. 10년 사용한 자동차에 고장이 잦듯, 30년 넘게 쉼 없이 가동한 핵발전 설비도 고장이 난다. 부품도 교환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대용량의 전기는 공급이 중단된다. 핵발전소 운영하는 기관은 서둘러 수선해 가동하고 싶어도 그게 어렵다. 감시하는 기관의 허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더욱 철저해진 핵발전소 감시 기관은 프랑스의 핵발전소 운영 기관과 철저히 분리돼 있다. 자리를 수시로 교환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어려움을 서로 양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정과 부패가 끼어들 틈이 없고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낡은 핵발전소가 멈추면 한동안 재가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고장이 거의 없던 핵발전소 초기, 남아도는 전기를 편안하게 소비하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진다. 산업과 건물의 조명은 물론이고 가정도 마찬가지다. 주방과 냉난방까지 도맡던 전기가 중단되다니.


체르노빌 사고로 목장 우유가 오염된 홍역을 앓은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결단을 내렸다.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자국 핵발전 설비 17기 중 오래된 9기를 즉각 폐로하고 나머지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끄기로 결정한 것이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산업국가다. 전기 사용량이 적지 않을 터이니 핵발전소를 대거 폐로한 만큼 프랑스에서 전력을 수입할 것으로 예견한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웬걸! 국경선을 공유하는 만큼 시시때때 크고 작은 전력을 주고받았지만 핵발전소 폐로 이후 특별히 늘어난 전력 수입은 없었다. 무슨 까닭일까?



사진: 에너지 자립 마을, 독일 프라이부르크 솔라콤플렉스.


세계적으로 태양의 도시그리고 환경수도라는 애칭을 가진 독일 남부의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초 중앙정부의 핵발전소 도입 계획을 처절한 시민운동으로 막아냈다. 이후 각성한 시민들은 자연에서 지속 가능하게 구할 수 있는 태양과 바람, 그리고 축산분뇨로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자급하는 마을이 늘어났다. 프라이부르크의 사례가 적극 확산된 지금, 독일 전역에서 지속 가능한 자연을 활용하는 전기 생산은 일상이 되었다. 도로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건물의 지붕마다 태양광 패널이 당연하다는 듯 덮였고 들판마다 풍차가 거대한 날개를 돌린다. 참고로 독일은 우리보다 바람이 거세지 않고 태양은 우리보다 강하지 않다.


후손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만이 아니다.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걷잡을 수 없게 배출하는 화력발전도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독일인은 후손에게 책임 있는 전기소비에 앞장선다.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해마다 마을 단위로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전기는 찾는다. 물론 재생 가능한 태양과 바람이라는데 동의하고 실천에 동참한지 오래다. 지붕에 앉힌 태양광 패널은 마을에 전기를 공급한다. 어느 한 지붕에서 고장이 나면 팔 걷어붙인 주민이 모여 같이 수선하고 최신 제품으로 교체한다. 그런 과정에서 주민들의 우의는 단단해지고 기술력은 높아진다.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전기 사용을 줄이다 아예 회피하려면 마을 전기만으로 모자란다. 그러자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에너지제로하우스를 제안했다. 단열이 최적인 건축자재로 외부에 들여와야 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자 90%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현재 보편적으로 보급된 결과 제로하우스 건축비는 대폭 낮아졌다. 정부와 기업은 산업기기와 전력 체계의 효율화에 적극 나섰고 소비자는 효율이 낮은 가전제품을 외면했다. 그뿐인가?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독일은 겨울이면 입김이 나오는 집안에서 외투를 입는다. 독일인들은 내의 차림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는 우리나라를 이해하지 못한다.


태양광으로 지역마다 전기를 자급하면 전력 생산은 분산된다. 막대한 전기가 갑자기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거대한 권력과 자본이 전기 생산과 분배를 독점하는 세력이 나올 수 없다. 우리와 달리 전기 생산자들은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독일이 프랑스 전력을 수입하지 않는 이유의 설명인데, 낡은 핵발전소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어떤가? 시급히 독일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태양광만으로 전기를 자급하는 날이 해마다 늘어나는 독일에서 소비자들은 디자인보다 효율로 인버터를 선택할 게 틀림없다.


햇볕은 여름철의 뙤약볕보다 봄가을이 발전에 적합하다고 한다. 이맘때 우리 하늘이 딱 그럴 텐데, 우리의 가을하늘, 참 아깝다. 농토에서 농작물을 익히는 햇볕과 산에서 나무와 풀들을 건강하게 뿌리내리게 하는 햇볕과 달리 도시에 쏟아지는 햇살은 사람들을 그늘로 피하게 하는데, 그 햇볕을 독일처럼 전기 생산으로 이끌 수 없는 것일까? 아파트 베란다에 자그마하게 펼치는 패널은 한 장만으로 누진 전기료 폭탄을 예방한다고 한다. 두 세장이면 전기료 절감으로 이끌 것인데, 최근 블라인드 페널도 등장했다고 하니 잘 활용하면 아파트도 전기를 자급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세계적으로 태양광 패널 개발과 보급 경쟁은 치열하다. 사활을 걸 정도라는데, 다행인가? 우리나라의 태양광 패널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중앙과 지방정부의의지가 부족할 따름일 텐데, 요즘 수준의 기술로 국토의 5% 이내의 면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가정은 물론 산업을 포함해 국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태양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나온다. 우리나라 도시와 도로의 절반 이하로 충분할 텐데, 고속도로에서 보는 아파트 베란다는 물론이고 건물의 지붕 대부분은 태양광 패널을 달지 않았다. 도로에서 터널로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벽도 전혀 활용되지 않아 아깝다.


태양광 패널은 초기 설치비용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적어도 가정에서 설치하기 부담스럽다는데, 그때 정부부처나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의 설치비용보다 현저하게 저렴하지 않은가?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시민들이 입는 건강 피해는 관련 기업이나 정부가 전혀 배상하지 않지만 태양광은 피해와 거의 무관하다. 그 비용을 산정한다면 시민들에게 태양광 패널 비용을 지원하는 건 분명히 타당한 일이 아닌가? 회피할 수 없는 핵폐기물로 인한 비용을 따진다면 핵발전소를 몽땅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바꾸는 게 시민과 후손을 위해 시급하고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의 전력예비율은 OECD에 속한 국가들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넘친다. 일본은 3%인데 우리는 20%가 규정이지만 실제 30%가 넘는다. 그렇다면 핵발전소 신규 건설은 전혀 불필요하다. 짓던 시설도 멈춰야 한다. 멈춘 핵발전소가 가장 안전하기 때문인데, 독일처럼 수명을 앞당겨서 폐로하는 게 옳다.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막대한 화력도 대폭 줄이거나 회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청구서를 내밀지 않는 태양에서 전기를 충당하는 노력에 우리도 독일처럼 나서야 한다. 이 가을, 도시에 내리쬐는 태양이 더는 아깝지 않도록. (인천in, 2017.9.21.)

 
 
 

자원·에너지

디딤돌 2017. 9. 21. 11:00


아직 한낮의 햇볕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걸으면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맘때 하늘이 참 파랗다는 거 새삼스레 느끼고 도시 주변에 푸른 산이 드리워 있다는 사실이 고마워진다. 그 사이사이 육식동물 송곳니처럼 솟은 고층아파트들이 볼썽사납지만.


파란하늘이지만 그 둘레는 여전히 뿌옇다. 대기오염이겠지. 자동차와 산업단지에서 쏟아내는 대기오염물질에 삐죽삐죽 솟은 아파트단지마다 적잖은 오염물질을 보탤 텐데, 화력발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막대한 석유와 전기를 소비하는 한 오염물질은 하늘을 더럽힐 수밖에 없는데, 핵발전소는 과연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을까? 그리 주장하는 이 없지 않지만 사실과 다르다. 발전소 건설과 폐기 과정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도 대단하지만 핵연료를 채굴, 정제, 가공,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막대하면서 치명적이다.




사진: 생명탈핵실크로드 대장정에 앞서 고유문을 읽는 이원영 선생.


이 가을 생명탈핵실크로드대장정을 걷는 이원영 선생은 어디쯤에 있을까? 지난 13일 라오스를 지나 14일 태국으로 들어갔다고 하니 아직 태국 땅을 걷고 있을까? 거긴 제법 더울 텐데. 베트남을 걸을 때 무척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태국이 아열대 지역이지만 가을로 접어드니 걷기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지난 53, 석가탄신일을 맞아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고유제를 지낸 생명·탈핵 실크로드 추진위원회2019419일 바티칸에서 회향할 예정으로 첫발을 뗐다. 그날 서울 일정을 함께 걷고 돌아선 나는 그저 성원만 할 뿐 안데, 동갑인 이원영 선생은 오늘도 걷는다.


1960년대 청년이던 사티쉬 쿠마르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홀홀단신 무일푼으로 인도를 출발, 28개월 동안 유럽과 러시아를 지나 미국까지 걸었다. 평화를 염원하는 녹색 순례였다. 그 과정에 핵무기를 보유하는 국가의 권력자들은 애써 모르는 체했지만 패권보다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민중은 달랐다. 차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사티쉬 쿠마르에 차 상자를 내주며 아래처럼 마음을 보탰다.

 

이 차들을 소련 서기장과 프랑스 대통령, 영국 총리 그리고 미국 대통령에게 전해주세요. 만약 핵폭탄 발사 단추를 누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잠깐만 모든 행동을 멈추고 이 차를 한잔 마시라고 전해주세요. 차를 마시는 동안 폭탄 아닌 빵, 죽음 아닌 삶을 원하는 평범한 우리들을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요.”

 

53일 이원영 선생이 읽은 고유문은 오늘 저희는 생명·탈핵의 깃발을 들고 서울에서 바티칸까지 스물여섯 나라, 11km를 걷는 도보순례의 장정을 출발하려 하나이다라며 천지신명께 알렸다. “생명존중·탈핵안전의 믿음 하나에 나선 저희 순례단의 한 걸음 한 걸음에 힘과 용기를 주시옵소서덧붙이면서. 한 사람의 한 걸음 한 걸음은 큰 울림으로 세계의 민중의 마음에 스며들 게 틀림없다.


탈핵을 희망하는 도보 순례는 핵발전소가 위험스레 운전되고 있는 영광에도, 새로 들어서려는 핵발전소를 막아내려는 삼척에도 진행되었고 탈핵을 염원하는 시민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다음세대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소를 이 땅에서 몰아내야하는 절박한 마음의 발로다. 그 순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에게 고맙고 함께 걷지 못해 죄스럽다.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애국가 3절이다. 그렇게 높고 깨끗했던 우리 가을하늘은 시방 실종되었다. 잠시 청명하더라도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요즘은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배달된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우리 땅에서 더욱 많이 발생되어 코와 폐를 자극한다. 어떤 마스크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는 초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걷잡을 수 없게 쏟아진다. 전기를 지금처럼 과다하게 소비한다면 결코 피할 수 없다.


하늘이 청명해지면서 결혼식이 많다. 하루 세 차례 얼굴을 내밀어야 할 때도 있었는데, 곧 새 생명이 태어나겠지. 태어난 생명에게 우리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권리를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생각을 담고 오늘도 동네를 걷는데, 중국발 미세먼지가 발목을 잡는다. 내년 봄 이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금여기 2017.9.20)